- 18권 7화
432화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강 한 힘만큼이나 뛰어난 수련법이 있 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허나 위지강의 입에서는 다소 실 망스러운 말이 흘러나왔다.
“특별한 거 없어, 지금처럼 대련 을 하는 것뿐.”
“…… 수련이라는 것이 대련뿐인
가요?”
가늘어진 서준의 눈매에 무표정 한 위지강이 단호하게 말했다.
“수련 방법에 대해서 의심을 품 지 않는다, 앞서 약조했던 것들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의심이 피어나 려 했으나 약속을 어길 수는 없었다.
“혹시 대련 외의 수련은 없는 것 인가요? 그저 호기심에 여쭈어보는 것입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힘겹게 내뱉은 질문에 위지강이 너털웃음을 터트 렸다.
“지금 너는 이미 심상세계에서는 벽을 넘어선 상태다, 증거로 무극 에 다른 천마의 형상을 다뤄내고 있지, 쉽게 말하자면 머리로는 이 해하고 있는데 육신이 받아들일 준 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그런데 다른 무슨 수련이 필요하겠느냐?”
위지강이 주먹을 들어 올리며 좌 우로 혼든다.
“몸으로 직접 겪어보는 것뿐이 지.”
위지강의 말은 반박할 수가 없는 정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나약함에 화
가 났다.
“……부정하기 힘든 말이네요.”
“같은 천마의 길을 걸어왔기에 닮은 것이겠지.”
“오늘, 천마의 길을 가르쳐주신 것. 분명 나중에 후회하시게 될 겁 니다.”
“벌어지지 않은 일에 걱정을 사 서 할 필요는 없지, 나중은 나중에 생각하면 되는 법이지.”
피식 웃은 위지강이 손을 까딱거 린다.
“그만 쉬고 수련을 다시 시작하 자구나, 제자야. 이 스승님은 네가
무의 극, 그곳에 도달시키는 것이 목표란다.”
“단순히 육신만 단련하면 되는 것이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겠네 요.”
“푸흐흐……
웃음을 흘리는 위지강에게 다시 금 서준이 달려들었다.
호언장담했던 말과 달리 서준은 벌써 일주일이 넘게 대련을 이어왔 다.
어하아.. 하아...
계속되는 대련에 지쳐버린 서준 의 육신은 벅차오르는 숨을 쏟아내 며 바닥에 쓰러진다.
그렇게 바닥에 드러누운 서준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대체 몇 번이나 패배했지?’
솔직히 말하자면, 패배란 말조차 도 어울리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맞고, 바닥을 구르고,
드러누웠다.
백 번이 넘어간 순간부터는 숫자 를 세는 것을 포기하며 이성의 끈 을 놓고,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무공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심, 기, 체뿐만 아니라 전투의 기본이 라 할 수 있는 사고마저도 지워냈 다.
아무런 생가 없이 오롯이 눈앞의 위지강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주먹 을 휘둘렀고, 발을 내질렀다.
갖은 발악은 다 해보았지만 위지 강의 몸에 단 한 번도 공격을 성공 시키지 못했다.
너무 분했고, 마음속에서 차오르 는 분노를 느낄 때쯤, 다시 한번 세상이 뒤집히고 바닥에 드러누웠 다.
“이제야 제법 쓸 만해졌구나.”
그런 서준을 보며, 바로 앞에 쭈 그려 앉은 위지강이 칭찬을 건네 온다.
“놀리시는 건가요?”
서준은 솔직한 심정을 내뱉었다.
‘압도적이었어.’
우습게도 위지강은 모든 것을 잊 은 서준의 수준에 맞춰 놀아주듯이
움직여주었다.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고, 치 고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닿지 못했다.
모든 면에서 패배를 했다는 것이 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가 만무했 다.
“제자야, 언제 이 스승님이 농담 하는 것을 본 적 있느냐?”
“ 없습니다.”
“처음에는 계산기나 두드리던 정
파 놈들 같더니 뒤쪽에 가서야 천마라 불릴 만해졌더구나.”
“그런 마구잡이의 공격이요?”
눈이 휘둥그레진 서준의 물음에 위지강은 당연하다는 듯 흔쾌히 고 개를 주억인다.
“그저 차이가 났을 뿐이다, 무극 에 닿지 못한 네가 같은 상황에서 날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진지한 건지, 장난인 건지, 그런 와중에도 두 눈에 담긴 깊은 심연 과도 같은 고독함은 무엇인지, 서준은 위지강을 참으로 알 수 없는
사내라고 생각했다.
“……대체 무극이란 건 뭡니까?”
다소 뒤늦은 질문이었다.
사실상 처음부터 물었어야 할 질 문이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도달해야 할 경지에 대해 서 알지도 못하면서 나아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뭐긴 뭐야, 싸움 좀 잘해지게 되는 거지.”
“그게 끝입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마, 각자 생각 하는 것만큼 정의할 수 있는 것은
다르겠지만, 내 기준점으로 보자면 결국 싸움을 잘하게 된다는 거야, 생각해 보거라. 무의 끝에 도달하여 강력한 힘을 얻었다는 이들은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되었느냐?”
조소(I廟笑)를 보인 위지강이 스 스로를 가리킨다.
“나도 못 해. 무극에 다다른 녀 석들이라고 다를 줄 알고?”
“혹시 무극에 도달한 이들이 몇 이나 됩니까?”
“내가 아는 것은 열, 드넓은 우 주의 크기를 생각하자면 더 있을
수도 있겠지.”
“열이라……. 생각보다 적네요.”
서준은 묵묵히 고개를 주억인다.
열이라는 숫자가 적지는 않았지 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 우주는 엄청나게 드넓다, 이미 한 은하의 주신에 오르며 느 껴봤을 테지, 우리의 상상력으로는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우주는 끝 이 없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한 적들이 많다는 거죠.”
“지금 당장은 고대의 존재들을
제외하고는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돼. 무극에 닿은 존재 중 하 나가, 너를 꽤나 아끼어 상당히 강 하게 경고를 해뒀으니까.”
“저를 아끼는 존재……. 설마 정 복왕?”
놀란 눈을 한서준의 물음에 위 지강은 묵묵히 고개를 주억인다.
“그래. 정복왕은 그 누구보다도 너를 사랑할 거다. 나처럼 너를 부 려먹기 위해 계약을 한 것과는 상 당히 다른 편이지.”
“정복왕도 무극에 올랐나요, 아 니 그녀에 대해서 자세히 아시나
요?”
“소문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들 었을 뿐이야, 경험해본 것이 없다 고는 못 하지만 극히 일부뿐이지, 근데 그것만으로도 확실히 알 수 있었지. 정복왕, 그녀는 무극에 도 달했어.”
“……외람된 질문일 수도 있습니 다만. 스승님이, 정복왕보다 강합니 까?”
서준의 질문이 낮게 내리깔렸다.
넓은 우주에서도 인식되고 있는 숫자는 단 열 명.
우주의 정점이라고 불려도 손색
이 없었다.
위지강이 말하기로는, 싸움을 잘 해지게 된 이들이었다.
하면 이들 중에서도 격차가 존재 하는가?
“크하하……!”
그 질문에 위지강은 배를 부여잡 고 크게 웃었다.
자연스레 얼굴이 붉어진 서준이 몸을 벌떡 일으킨다.
“아니, 무인이 누가 더 강한지 궁금한 게 웃긴 일입니까?”
“제자 놈의 질문이 너무 귀엽지
않느냐…… 큭큭큭.”
한참이나 배를 잡고 웃던 위지강 이 몇 번이고 숨을 가다듬으려는 듯 벅찬 호흡을 하더니 이내 고개 를 내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른다.”
“……사람 무안할 정도로 크게 웃으신 것치고는 너무 성의 없는 답변을 주시네요.”
“사기꾼 스승을 두고 싶은 거냐? 진짜 몰라서 있는 그대로 답한 거 지, 애초에 제대로 싸워 본 적이 없는데 누가 더 강한지 어떻게 알 겠느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사기꾼이 되시는 건 딱히 상관은 없습니다 만……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확실 히 내키지 않긴 하네요.”
서준이 턱을 쓰다듬었다.
싸워보지 않아 모른다.
무인이기에 저 말에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그런 생각은 한다. 무 극에 오른 열의 존재 중, 나는 중 간 이상일 것이다.”
위지강이 검지로 자신을 가리키 며 말했다.
“솔직히 내가 제일 강하다고 하 고 싶다만 걸리는 점이 있어서 말 이야.”
으 표’’
..
“웃지 마라, 제자 놈아. 네 스승 이 그만큼 위대하단 뜻이다.”
“예, 예. 위대한 무극에 도달한 존재시지요. 근데 이렇게나 대단하 신 스승님께서 걸리는 점이 대체 뭐죠?”
장난스레 건넨 말이었지만 돌아 오는 위지강의 답변은 절대 가벼이 흘러들을 수 없는 것이었다.
“정복왕, 가이사의 현재 상태, 과
거에 그녀는 우주와 아주 엄청난 계약을 했어, 자그마치 한 은하의 시간을 돌려냈지, 그 대가로 인해 그 강력했던 존재가 단숨에 볼품이 없어졌었지.”
“우주와의 계약이요? 대체 언제 였죠?”
“내가 말하는 과거는 기본적으로 최소 수천 년 전이야.”
“말도 안 돼……
두 귀로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자그마치 한 은하의 시간을 되돌 려냈다.
지금 서준의 경지로는 그에 따른 대가가 얼마나 필요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헌데 정복왕은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현실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말을 내뱉는 위지강의 입가에 씁 쓸한 미소가 흐른다.
“나도 처음에 소문을 들었을 때 는 믿지 못했는데, 조사해본 결과 사실이더군, 가장 놀라운 점은 계 약을 이행한 이후에 사라졌던 힘이 근래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 지.”
“정복왕과 같은 일을 벌인 존재
가 또 있나요?”
“없어, 그러니까 지금 정복왕은 말 그대로 규격 외의 존재야.”
위지강이 볼을 가볍게 긁적였다.
“되게 복잡한 규율들이 많은 우 주인데, 그 제약들을 모두 깡그리 무시해낸 것도 모자라 극복해냈으 니 엄청난 성장을 이뤘겠지, 그러 니까 아무리 나라 할지라도 감히 최강을 논할 수 없는 상황이지.”
“ 정복왕……
“아무튼 그런 존재가 자네를 비 호하겠다고 큰소리를 쳐둔 적이 있 는 만큼 제정신이 아닌 것들, 그러
니까 고대의 존재들이나 엄청난 무 식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웬만해서 는 시비를 걸어오지 않을 거야.”
“오히려 정복왕을 노리는 연합들 에게 역으로 노려질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지금부 터는 더 이상 그러지 못할 거다.”
“왜죠?”
“은하의 주신 중 하나인 한서준 이 무극에 도달한 존재, 천마 위지 강님의 제자가 되었지 않느냐.”
“저를 부려먹을 생각만 하시던 거 아니셨습니까?”
“이 녀석이, 스승님을 뭘로 보 고.”
팍-!
서준의 머리를 가볍게 내리친 위 지강이 딴청을 피운다.
내색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지만, 스승이 된 이후로부터 티가 나 고 있었다.
‘스승님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다.’
하나뿐인 제자를 무심하게 내팽 개칠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애초에 아무런 감정이 없고, 파
괴만을 바라는 존재였다면 본인의 은하를 되찾으려고 노력하지도 않 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도 전력으로 도와야 지.’
비단 망각의 은하의 일이 아니었다.
순간의 방심으로 지구가 있는 은 하가 파괴될 수 있다.
고대의 존재들이 가진 이능들을 생각하자면 불가능한 현실은 아니 었다.
더욱더 경계를 해야 한다.
자연스레 서준의 머릿속에 먼 미
래에 대한 또 다른 계획이 수립되 었다.
‘……계획이 끝난다 해도, 굳이 사제지간의 연을 끊을 필요는 없겠 지.’
지금처럼 인연을 유지한다면 아 주 든든한 아군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는 싸워서, 이겨 천마의 칭호 를 쟁탈하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서준의 음흉한 꿍꿍이를 모른다 는 듯 먼 곳을 바라보던 위지강의 눈동자가 갑작스럽게 칠흑처럼 검 게 물든 것도 그 순간이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