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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423화 (423/517)

- 18권 6화

431화

여태까지와는 달리 부드러운 미 소를 지은 위지강이 말한다.

“설마 이런 곳에서 내 후학을 만 나게 될 줄은 몰랐네.”

무수히 많은 은하들이 있는 만큼 완전히 같은 뿌리라고는 할 수 없 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무인으로서 천마의 길을 걸어왔다.

자연스레 더욱더 위지강의 무공

에 관심이 간다.

‘ 천마.’

한때 서준을 지탱해주었던 자리 였다.

애초에 천마의 무공을 익히지 못 했었다면 서준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을까?

서준은 장담할 수 있었다.

‘중원 대륙에서 허무하게 죽고 말았겠지.’

때문에 위지강이 적지 않은 도움 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합격점에 들기 위해서 더 확인 해보셔야 할 게 있으시겠죠?”

고작 이런 대화 한 번으로 쉽사 리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 리가 만 무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위지강이 고개 를 주억인다.

“당연한 거 아니겠나, 그저 자격 의 유무를 판단했을 뿐이네.”

“만약 내게 수련을 받기 위해서 는 몇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하네.”

찻잔을 들어 향기로운 차향을 깊 이 들이마신 위지강이 말했다.

“수련이 끝난 이후, 나를 이곳으로 몰아낸 고대의 존재들을 함께 사냥해야 하네.”

“……같은 편이 되라는 건가요?”

“평생을 함께 해달라는 말은 하 지 않겠네, 하지만 빼앗긴 내 은하 를 되찾을 때까지만 한배를 타주어 야 하네.”

사실 조건이라 볼 것도 없었다.

어차피 서준은 고대의 존재들을 사냥하기 위해 망각의 은하에 왔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서준은 흔쾌히 고개를 주억였다.

“ 얼마든지요.”

“아직 몇 가지 더 있네.”

서준의 눈동자를 응시하고 있던 위지강의 입술이 다시 한번 달싹인 다.

“내 수련방법에 대해서 의심하지 말게.”

당연한 것이었다.

수련에 대한 의심을 품는다면 나 아가지 못할 것이다.

전과 같이 망설임 없이 고개를

주억이는 서준의 모습에 위지강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흐른다.

“마지막으로 내 제자가 되어야 하네.”

“ 제자요?”

“당연한 거 아닌가? 나에게 가르 침을 받는 것이니.”

“ 으음......

서준이 짧게 신음을 흘렸다.

사실, 앞선 조건들은 아무런 제 약이 없다고 볼 수 있었다.

하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이전과는 달리 대답을 망설이 서준의 모습에 위지강이 조심스레 질 문을 건네 왔다.

“제자가 되길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

“천마의 지위. 탐이 나거든요. 근 데 제자가 되어서는 그 자리를 뺏 을 수가 없잖아요?”

강한 힘이 필요하긴 하지만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당장으로서는 벽이 두껍게 느껴 지고 있었지만 결국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천천히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지금 초대 천마님이 계신 자리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서준의 솔직한 말에, 위지강은 크게 웃어보였다.

“푸하하. 이거 진짜 제정신은 아 닌 녀석일세.”

“제 태도가 마음에 안 드신다면, 깔끔하게 가르침을 포기하겠습니 다.”

“아니, 아주 마음에 들어.”

위지강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 고는 눈을 빛낸다.

“천마의 지위를 원한다면, 성장 해서, 도전하게, 스승이 되었다고

해서 도전을 거절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야.”

과연 천마, 만물을 무릎 꿇린 마 의 종주다운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위지강의 호탕한 말 들에도 서준은 고민에 빠진다.

단순히 천마의 자리가 탐나서 거 절했던 것은 아니었다.

같은 무인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자존심 문제였다.

아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마법 사라고 볼 수 있는 카터에게는 거 리낄 것이 없었다.

허나 무인은 달랐다.

‘무인의 제자가 된다니.’

앞서 가르침을 준 정복왕이 있긴 했지만 그녀는 사제관계를 강요하 지 않았다.

서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고민 을 이어간다.

“자존심은 한순간일 뿐이네, 누 군가에게 배우지 않고 거기까지 성 장한 것만으로도 유능한 인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넓은 우주를 뒤져 보면 자네와 같은 이들은 제법 많 다고 볼 수 있네.”

옳은 말이다.

어차피 한순간일 뿐이다.

신화를 써낸 초대 천마가 가르침 을 내려준다고 한다.

심지어 천마의 자리에 도전하는 것도 언제든 가능하다.

하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 었다.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다.

다소 복잡했던 상황이 끝을 보이 기 시작하자, 조금씩 상황이 명확 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 뭐부터 하면 될까 요?”

“구배지례.”

“……뭐라고요?”

“스승에게 예를 표하는 방법인 것을 알고 있지 않나?”

“……거절한다면요?”

“아무 가르침도 얻지 못하겠지.”

위지강이 여유롭게 웃으며 뒷짐 을 진다.

“이제 와서 자존심을 세울 생각 은 없네요.”

서준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양손 을 머리로 모았다.

무릎을 꿇고 아홉 번의 절을 한

구배지례(九拜之禮), 그 절이 끝 나는 모습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 본 위지강이 얼굴을 괴며 말했다.

“ 제자야.”

구배지례를 끝내고 고개를 든 서준이 위지강을 바라본다.

“사부가 불렀으면 대답을 해야 지‘?”

“……예. 스승님.”

그제야 흡족한 듯 웃음을 보인 위지강이 손을 가볍게 털며 큰 웃

음을 터트렸다.

“자, 그러면 수련을 시작해 볼 까.”

천마라 칭송받던 두 무인이 서로 의 인연을 끈끈하게 묶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위지강의 말들에서준은 다소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성장을 하려면 확실하게 본인의 수준을 알아야 한다고?’

이게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인가 싶어서 이유를 물었더니 위지강은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답했다.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려 하 고 있지, 그래서는 제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제가 부족하다는 말씀이신 가요?”

“너무 상심할 거는 없네, 나도 너처럼 약골 시절에는 자만에 취해 있을 때가 있었거든.”

약골, 스스로의 재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래도 나약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실제로도 천마의 자리에 오른 뒤 로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자연스레 서준의 표정이 살짝 굳 어진다.

“왜, 자존심이라도 상하는가?”

“……솔직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는 않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직접 겪 어보면 될 테니.”

피식 웃은 위지강이 공간을 찢자 세계가 변화한다.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수련장 위 에 안착한서준을 응시하고 있던 위지강이 자세를 다잡는다.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로 까딱 거리는 검지와 중지, 척보아도 서준을 도발하는 듯한 모습이다.

“제자야, 직접 벽을 느껴 보거 라.”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린 서준이 다소 매서운 기세를 일으키기 시작 한다.

“다치셔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한 번이라도 타격을 당한다면 내가 진 것으로 하도록 하고 앞선

계약을 파기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수련을 도와주도록 하마.”

서준이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묻는 다.

“ 정말인가요?”

“이 스승이 한 입으로 두말을 할 것 같으냐?”

눈앞의 위지강이 강하긴 하나, 결코 닿지 못할 정도라고는 생각하 지 않는다.

심지어 이번 내기로 서준이 잃을 것은 없었다.

“말 바꾸시면 안 됩니다.”

서준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무 결천마를 불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지강의 미 소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시작부터 전력을 보여준다니, 괜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겠구 나.”

그 말과 함께 위지강의 기세가 눈에 뜨이게 변했다.

마치 고요한 강과 조용하던 기운 이 순식간에 폭주하듯 주변을 거칠 게 뒤덮기 시작한다.

먼저 얼굴이 굳어지며 방어 마법 을 펼친 측은 서준이었다.

단지 흘러나오는 기운일 뿐인데, 그 사이에 온몸을 난자할 듯한 날 카로운 예기가 담겨있었다.

실제로 펼쳐낸 방어막 주변을 쏘 아진 위지강의 기운이 거칠게 찢고 지나가는 것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이건 또 무슨……

어이없는 상황에서준이 헛웃음 을 흘릴 때였다.

“감은 좋은 편이구나.”

등 뒤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 온다.

‘죽는다.’

저도 모르게 느낀 본능에서준의 등 뒤를 곧장 무결천마의 형상이 감싼다.

쾅-!

폭음이 울려 퍼진 순간, 분명히 우주선 내부였던 주변의 풍경이 대 리석이 깔린 수련장으로 뒤바뀌며 서준의 신형이 허공을 빠른 속도로 가로질러 벽면에 처박힌다.

쿠르릉-!

수련장의 벽면이 무너지며 자욱 한 먼지구름이 일어났다.

“ 크으읍……

가까스로 치명적인 부상을 면한서준이 제자리에 누운 채 짧은 신 음을 홀렸다.

머리 위, 허공에는 여유로운 표 정을 짓고 있는 위지강이 보인다.

‘얕잡아 보고 있네.’

그런 위지강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뜬 서준은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킨 다.

단 일격이지만 알 수 있었다.

‘정면 승부는 승산이 없어.’

무결천마로 막아냈음에도 불구하 고 전신에 충격이 적지 않게 찾아

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확연한 차이 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 수는 없지.’

입가로 쓴웃음을 짓는 서준을 보 며 가볍게 몸을 풀듯 목을 양옆으로 꺾은 위지강이 말한다.

“지루하구나, 이 스승님이 언제 까지 기다려줘야 하지?”

누워있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 난 서준이 온몸에 덕지덕지 묻은 홁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한숨을 깊 게 내쉬었다.

“제가 진짜 깊게 생각을 해보았 는데, 방금 전력을 다 쓴 건 아니 시지요?”

“당연한 이야기.”

“대충 몇 프로 정도 썼다고 보면 될까요?”

“굳이 치자면 30프로 정도겠구 나.”

“이래서 저를 약골이라 말씀하신 거군요.”

자조섞인 서준의 말에 위지강이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야 확실히 알았나 보구나.”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 다.”

이어서 서준이 빚어낸 무결천마 가 내뻗은 검격이 위지강의 주먹과 맞부딪쳤다.

쾅-!

자연스레 커다란 폭음과 함께 세 상 전체가 진동하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며칠 후, 위지강의 수련장.

그곳에서 위지강과 대련을 하던 서준의 신형이 바닥을 구른다.

“크읍-!”

처참한 비명을 홀린 서준은 다소 집요할 정도의 독기가 담긴 눈동자 로 뒷짐을 지고 있는 위지강을 노 려보았다.

“눈빛이 참으로 불경하구나. 쯧 쯧……

혀를 차는 듯, 웃는 듯, 다소 장 난스러운 말투로 고개를 저은 위지

강을 향해 서준은 이를 갈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제 법 오랜 시간을 투자했고, 갖가지 방법을 썼음에도 위지강의 육신에 단 한 번도 닿지 못했다.

오히려 내기이자 대련이라는 명 목의 일방적인 구타밖에 당하지 않 았다.

‘치욕적이네.’

정복왕 이후 이 정도의 치욕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서준은 늘 뛰어났고, 남들보다 앞서나갔다.

지독하단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고, 모두를 무릎 꿇 게 만들었다.

한데 초대 천마라는 무인을 만나 자 그 모든 것이 깨어졌다.

서준의 투쟁심은 그의 시선에 사 로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 계속 앉 아만 있을 거냐?”

손을 까딱거리는 위지강의 질문 에, 천천히 몸을 일으킨 서준이 한 숨을 푹 내쉬었다.

“제가 졌습니다.”

“인정이 느린 편이구나.”

“확실하게 알았으니 수련 방법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위지강을 바라보고 있는 서준의 두 눈동자에는 자연스레 이채가 어 린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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