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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422화 (422/517)

- 18권 5화

430화

쿠루후와의 대화를 끝마친 서준 은 잿빛 기운뿐인 망각의 은하를 벗어나고 있었다.

고대의 존재들이 지배하는 은하 에서 적으로 분류된, 서준에게 도 움을 줄 만한 이가 거주하고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것이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은 더 높은 경지에 있다는 것이다.

서준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 라는 말이었다.

하늘 아래 두 태양이 떠 있을 수 는 없는 법이다.

은하를 지배하는 데 위협이 될 만한 존재를 고대의 존재들이 방치 할 리가 만무했다.

실제로도 고대의 존재들은 ‘대적 자’라 칭한 그 존재를 힘을 합쳐 몰아내었고, 망각의 은하의 패권을 잡아내었다.

달리 말하자면, 서준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는 고대의 존재들조차도 경계심을 보일 정도

로 강력한 존재라는 것이었다.

‘거짓말은 아니었네.’

간신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먼 거리에 보이는 행성에서 강렬한 기운이 전신을 자극해주고 있었다.

때문인지 심장이 거세게 요동치 며 흥분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쿵! 쿵!

허나 애석하게도 행성과의 거리 는 제법 멀었다.

애초에서준의 시력이 워낙 좋 고, 행성이 유별나게 푸른빛을 띠 고 있었기에 확인할 수 있던 것뿐 이었다.

도착하려면 꼬박 하루라는 시간 은 더 필요했다.

“빨리 직접 만나보고 싶네.”

입가에 미소를 띤 서준이 멀리 있는 행성을 응시하고 있던 순간이 었다.

타고 있던 우주선이 마치 압축되 듯 우그러드는 느낌과 함께, 육체 와 정신이 삽시간에 도약하며 멀리 서 보이던 푸른 행성 앞에 도달한 다.

말 그대로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서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공간 이동......?”

아니, 개념이 다른 듯했다.

일순간이지만 공간 자체가 접혔 고, 순간적으로 몇 번이나 내부를 압축시키며 끌어당겼다.

방금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 든 현상에서준이 감탄을 금치 못 하고 있을 때였다.

“쿠루후가 말한 존재가 가진 힘 인가?”

이런 힘을 가진 존재라면 이미 벽을 넘어섰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따지자면 공간과 시간 자체를 자 유자재로 다뤄내는 힘을 가진 존재

였으니 말이다.

“어찌 됐든 덕분에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빠르게 도착했네.”

쿠루후가 말했던 목적지.

마치 지구를 닮은 듯하나 통일된 대륙 하나로 만들어진 세계를 바라 보는 서준의 눈에 이채가 어린다.

‘생기가 넘쳐흐르고 있네.’

아름다운 푸른 행성의 풍경을 감 상하고 있던 서준의 전신에 갑작스 럽게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위험......!’

서준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 공

간 어딘가를 열고 모습을 드러낸 검은 머리의 사내가 휘두른 기운에 타격을 허용한다.

콰광-!

거친 굉음과 함께 서준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찰나의 순간 다소 빠르게 펼쳐낸 방어막으로 치명상을 막아낸 서준 은, 곧장 우주선의 지면에 착륙하 면서 입가에 흐르는 피를 뱉어낸다.

“퉤-!”

혼돈제에 오른 존재를 단 일격에 내상까지 입힌 사내의 눈은 그저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기만 했다.

자연스레 사내를 보는 서준의 눈 매가 가늘어진다.

‘이자가…… 대적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상에 있는 객잔에서 여유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단숨에 우 주까지 공간을 접고 날아왔다.

이런 능력을 보일 수 있는 자는 우주 내에서도 그리 많지 않을 것 이다.

“혼돈기가 느껴지기에 침략자인 줄 알았는데, 혼돈인이 아니군.”

“……쿠루후가 보내서 왔습니다.”

서준의 대답에, 스산한 미소를 지은 대적자가 뒷짐을 진 채 고개 를 끄덕인다.

“계약을 지키라는 것인가……. 헌데 분명 자격의 유무는 내가 판 단했거늘.”

가늘어진 대적자의 눈매에서준 이 다급히 자세를 다잡으며 가진 힘을 모두 개방해낸다.

무결기와 혼돈기로 빚어낸 무결 천마.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대적자의 공격을 생각하자면 최대한의 방비 를 해두어야 한다.

그 경계심 넘치는 모습 속에서도 대적자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호오……. 흥미롭기는 하나 선 뜻 합격을 주기 전에 확인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네.”

“갑작스런 기습 공격을 해놓고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애써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지 만 솔직히 말하자면 승리를 점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못한다.

힘의 격차가 압도적이었다.

대적자 또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지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허세를 부릴 필요는 없네, 자네 도 알고 있지 않나? 그냥 가볍게 제압용으로 던진 공격이었네, 아니 었다면 아마……

짧은 웃음을 토한 대적자의 모습 에서준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문제는 그런 와중에도 감히 반박 을 할 수가 없었다.

‘방금 전 내가 맞은 그 검은 기 운……

분명 전력을 다해 내리친 것이 아니다.

내뱉었던 말대로 제압을 하기 위 한 가벼운 공격인 셈이었다.

자칫하면 그걸 못 막아 치명상에 이를 뻔했다.

솔직히 말해 상대에 대한 두려움 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거짓이다.

‘심지어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감정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있 어.’

부동심(不動心)을 가지고 있었다.

눈앞의 남자는 놀란 듯 말하며, 웃음도 보이지만 처음 이곳에 나타 났을 때부터 감정의 동요가 하나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었다.

‘미래를 읽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미래를 예지하는 것이 가능했다 면 고대의 존재들과의 싸움에서 물 러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대적자라 불리고 있는 남자는 마치 모든 것을 안다 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인가?

여러모로 생각해도 유쾌한 기분 은 아니다.

“그렇게 긴장할 거는 없네, 혼돈 인도 아니고 같은 인간을 단순히 찾아왔다는 이유로 죽일 생각은 없

으니 말이야, 그저 나의 질문에 대 답만 해주면 되네.”

“알겠습니다.”

서준이 조심스레 고개를 주억이 는 순간, 대적자가 다시 한번 손을 혼들자 우주선 내부에 중원 대륙에서나 볼 듯한 객잔의 의자가 단숨 에 만들어진다.

“방금 그건……

이를 본 서준은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단순히 기운으로 어떤 물체의 형 태를 만드는 것이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무’라는 실존하는 자연 체를 만들어 내어, 모양을 변형시 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창조의 영역을 다룬다고?’

새삼 황제들을 수족처럼 부리는 고대의 존재들마저 경계를 하는 대 적자의 위엄을 뼈저리게 느낀 서준 의 눈이 반짝 빛났다.

“저한테 물어보고 싶으신 게 뭐 죠‘?”

서준의 질문에, 어느새 의자에 앉은 대적자는 손을 내뻗어 탁상과 또 다른 의자, 심지어 찻주전자와 찻잎까지 만들며 입을 열었다.

“성급함은 일을 망치는 법이지, 이런 만남 또한 인연인데, 가벼이 인사라도 나누는 게 어떻겠나?”

인사를 건네는 그는 방금 전까지 의 모습이 거짓이었다는 듯, 단숨 에 기세를 풀어헤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서준 또한 기운을 풀 어헤치며 입을 열었다.

“한서준이라고 합니다.”

“나는 위지강이라고 하네.”

중원 대륙의 무인들과 이름이 비 슷해서일까?

위지강이라는 이름이 상당히 익

숙하게 느껴진다.

애초에 지금 중요한 것은 이름 따위가 아니었다.

‘위지강의 행동들을 신뢰해도 될 까?’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지만, 사실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믿지 않으면 어쩔 건가?”

그 오만하고도, 뻔뻔한 말에 감 히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위지강이 서준을 소멸시 키고자 했다면 이런 번거로운 일을 거칠 필요도 없다.

결국 서준은 고개를 주억이며 위 지강의 앞에 마주 앉는다.

여전히 아무런 감정의 여파가 비 치지 않는 위지강은 웃음을 지으며 직접 손을 들어 차를 내리며 말했 다.

“우선 대화를 나누기에 앞서 첫 인사가 과격했던 점에 대해서 변명 을 대자면 내 영역에서 혼돈기가 느껴졌던 것이 유쾌하지 않아서였 네.”

“웬만한 신격들은 그 일격에 소 멸했을 겁니다.”

“달리 말하자면, 나와 이렇게 앉

아 대화를 나눌 자격조차 없는 놈 이었다는 거지.”

싱긋 웃은 위지강이 서준의 찻잔 에 차를 채워준다.

“마셔보게, 내 나름 사과의 뜻이 기도 하니...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위지강의 모습에 마음속에 의아함을 품은 채 로 차를 받아들어 입가에 댄 서준 의 는이 화등잔만 해졌다.

“이거......

평범한 차가 아니다.

마시는 것만으로 방금 전 입었던 내상과 외상이 모두 치유되었다.

혼히들 말하는 천고의 영약이라 볼수 있는 차였다.

“이런 차를 전투 중에 마실 수 있다면, 같은 경지의 싸움에서는 절대로 지지 않겠네요.”

어이없어서 혀를 차는 서준의 말 에 위지강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애초에 이런 차를 만들 능력이 있다면 웬만한 존재들은 엄두도 내 지 못할 강자라고 봐야 하지 않겠 나‘?”

입가에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흘리고 있는 위지강의 모습은, 오 랜 세월 고대의 존재들과 싸워 온

강력한 대적자라는 이명이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서준 또한 그의 과격한 등장과, 말도 안 되는 무력을 직접적으로 겪지 않았다면 저도 모르게 내심으로 의심을 가졌을지도 모를 정도.

이어서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른 위지강이 말했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괜찮겠나?”

고개를 주억이는 서준의 모습을 확인한 위지강은 따라 놓은 차를 가볍게 마신 후 입을 열었다.

“혹시 자네 천마신교를 알고 있

나?”

서준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린다.

모를 수가 없었다.

중원 대륙에서 거느렸던 교단이 자, 지금 서준이 다루는 힘들의 근 간이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제가 천마로서 이끌던 교단입니 다.”

서준의 반응을 마치 예상하고 있 었다는 듯 턱을 쓰다듬으며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 위지강이 말한다.

“역시나 내 눈은 틀리지 않았 군.”

사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확 신은 하지 못했다.

허나 기세를 이끌어내며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자네가 빚어낸 형상은 흔히 생 각하는 천마의 모습을 똑 닮아 있 더군, 그러니까……. 자네의 기준점 으로 말해주자면 초대 천마라 할 수 있겠군.”

“초대 천마가 실존하는 인물인가 요?”

“완전히 허구로 된 신화는 없는 법이지, 오히려 축소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초대 천마는 천하 만물을 마로 물들일 만한 힘을 가지고 있 으니.”

위지강의 말에서준의 눈에 이채 가 어린다.

“실례가 안 된다면 초대 천마님 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지만 각 기 다루는 방식은 다르다.

아마 만나서 무를 겨루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초대 천마는 만물을 마로 물들일 만한 강력한 힘을 가진 존

재라고 한다.

본래 바라던 성장을 이뤄내기에 최고의 조건을 갖춘 스승이라고 할 수 있었다.

때문에서준은 진심 어린 말로 부탁하며, 고개까지 깊숙이 숙이고 있었다.

“이미 만나고 있는데 또 만나고 싶다니, 의아한 말이군.”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내뱉는 위 지강의 모습에서준의 눈이 휘둥그 레졌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 금 서준이 만나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설마..?”

“생각하고 있는 게 맞네, 내가 자네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는 초대 천마라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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