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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420화 (420/517)

- 18권 3화

428화

망각의 은하에 망각제의 영향력 과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카리아나의 영멸을 은하의 생명 체들이 인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일 인 만큼 다들 적지 않은 충격을 받 았지만 그중에서도 경악을 금치 못 하는 것은 같은 망각제인 쿠루후였 다.

“카리아나가 당했다니.”

잿빛뿐인 세상에 놓인 왕좌에 앉 아 있던 쿠루후의 입가에 헛웃음이 흐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야기 혹은 소문으로 들을 때는 그리 와닿지 않았다.

애초에 직접적인 연관이나 점점 이 전혀 없었던 만큼 다소 현실성 이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허나 카리아나의 죽음은 달랐다.

방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었을뿐 더러, 몇 번이나 마주했던 만큼 그 의 힘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었

다.

“……새로운 세계가 오고 있는 것인가.”

크로투의 물음에 쿠루후는 조심 스레 입을 열었다.

“아직은 확정을 지을 수는 없 다.”

애초에 카리아나는 일종의 미끼 이자 확인 절차에 불과했다.

모두 같은 망각제로 분류되었지만 힘의 차이가 명확했다.

정면 승부를 벌인다면 쿠루후와 크로투 둘 중 누구라 할지라도 카 리아나에게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카리아나가 약한 것은 아 니었다.

‘애초에 힘이란 상대적인 법.’

한서준 또한 분명 강자라고 분류 할 수 있는 존재였다.

허나 쿠루후와 크로투가 오래 전 부터 기다려왔던 존재라고는 확언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확정지을 수 없지.’

상반되는 생각들에 쿠루후의 미 간이 찌푸려져 간다.

“다른 방도가 없겠군.”

“직접 만나 볼 생각인가?”

쿠루후는 대답 대신 고개를 주억 인다.

애초에 이렇게 자리에 앉아서는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만약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는 놈이라면, 헛걸음을 하게 만든 죄 를 물어 즉결 처형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존재라면……?”

“그러니까 지금 바로 움직이려 하는 거지.”

고대의 존재들이 움직이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상상만으로도 쿠루후의 목울대로 는 침이 꿀꺽- 삼켜진다.

당연한 것이다.

망각제들은 모두 자유를 원하고 있었다.

심지어 쿠루후는 망각제이자 갈 망의 존재.

자유 혹은 강한 힘을 바라는 망 각제들 중에서도 가장 큰 갈망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쿠루후는 많은 욕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고대의 존재들의 눈을 피하여 비밀리에 동맹을 구축

해가며 거대한 힘을 비축해두었다.

차근차근 준비를 해놓은 상태였 지만, 결정적인 방아쇠가 없어서 웅크리고 있었을 뿐이다.

만약, 한서준이 기다려왔던 존재 라면 반드시 취해낼 것이다.

“부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 으면 좋겠군.”

어느새 하늘 위, 우주에 도달한 쿠루후의 눈동자에는 절대로 채워 지지 않는 감정들이 차오르고 있었다.

*

카리아나와의 싸움을 방금 끝마 쳤지만, 치명적인 부상이나 큰 피 로감을 느끼지 않는 만큼 서준은 망각의 은하를 계속해서 돌아다니 고 있었다.

본래 망각의 은하에 있는 다른 황제들을 직접 찾아가려 했지만 행 성들 주변에 둘러진 잿빛 기운 때 문에 정확한 위치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어지간한 기운을 홀려서는 내부

로 진입조차 할 수가 없네.”

둘러진 망각의 힘에 집어삼켜져 완전히 자취를 감춰 버린다.

직접 몸을 움직여 하나하나 확인 을 하는 방도밖에 없었다.

수천, 수만에 달하는 행성이 있 는 만큼 상당한 시간이 소모될 수 밖에 없었다.

한시라도 빠르게 미지의 존재를 추적하고, 정복왕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예기치 못한 난관에 봉착해버린 상황이었다.

서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고민 에 빠진다.

“골치 아프게 됐네.”

방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은 익숙지 않았지만 같은 망 각의 힘을 다룬다면 수색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근데 다룰 수 있는 양이 너무 적단 말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수만에 달하는 행성들을 모두 조사할 수 있을 정 도의 양은 되지 못했다.

기운을 펼쳐 조사하는 것인 만 큼, 행성과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더욱더 많은 기운이 들어갈 수밖에

당연한 것이지만 현재의 서준은 방대한 은하 전체에 흩뿌릴 만큼의 망각은 가지고 있지 못했다.

“어쩔 수 없나.”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귀찮긴 하지만 광속을 넘어선 속도로 이동 한다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잘됐지.’

이동하면서 확인해볼 것도 있었다.

혹여나 소식을 접한 다른 망각제 들이 도망칠까 봐, 카리아나와의

전투 중에 얻은 깨달음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단순히 주변의 행성을 돌아다니 는 것이라면 이런 생각들을 확인하 는 데 무리가 없었다.

‘무극.’

고된 수련을 해오며,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해왔기 때문일 까?

내면에서 여태껏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거대한 벽이 인지되고 있었다.

이미 몇 번씩이나 겪어 왔기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경지야.’

지금 느끼고 있는 벽을 넘어선다 면 무의 끝이라 불리는 경지에 당 도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무인이 그토록 바라는 경지 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쿵! 쿵!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제 멋대로 요동치기 시작한다.

물론,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인지한다고 해서 부술 수 있는 게 아니야.’

워낙 견고한 벽이기에 오랜 시간 이 필요했다.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조바심을 느끼지는 않는 다.

‘머지않았어.’

아니, 당장 망각의 은하를 벗어 날 때쯤에는 넘어설 수 있을 것 같 다는 강렬한 직감이 들고 있었다.

“얼마나 강해질 수 있으려나.”

서준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 소가 흐르고 있던 순간이었다.

창밖에 잿빛 기운이 휘감긴 거대

한 행성이 눈에 들어온다.

머릿속에 피워내던 상상의 나래 를 끝마친 서준이 몸을 움직여, 눈 앞의 행성의 내부에 안착하는 순간 이었다.

콰과광-!

갑작스레 잿빛 광선이 쏘아진다.

쾅!

동시에서준의 몸이 밀려나며 행 성의 바닥에 처박힌다.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낸 서준 은 황급히 자세를 다잡는다.

깊은 생각이나 고민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잿빛 기운이 상징하는 것은 하나 뿐이었다.

“망각의 힘.”

서준의 외침에 화답하듯 허공에서부터 잿빛 광선이 연이어 날아온 다.

이전처럼 허무하게 공격을 허용 해 줄 생각은 없었다.

‘잠시 방심했을 뿐이야.’

서준은 가장 익숙하면서도 강력 한 혼돈기를 몸에 휘감은 채로 발 을 놀렸다.

콰앙!

두 개의 강력한 힘이 격돌하며 굉음이 울려 퍼진다.

퍼져나간 힘의 여파만으로 일대 의 지형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진 다.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 량한 세계, 서준의 시선이 잿빛 광 선이 날아온 방향을 응시한다.

“망각제냐?”

짝, 짝!

서준의 물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이, 박수 소리와 함께 잿빛 기운을

휘감은 신형이 빠른 속도로 다가온 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가능성은 보이는군요.”

삽시간에 거리를 좁혀 완전히 모 습을 드러낸 그의 모습에서준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흔히 알던 혼돈인들의 모습이 아 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처음 보는 모습 도 아니었다.

“사람?”

시선 속 존재는 불과 며칠 전 지 구에서 보았던 사람들과 똑 닮은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휘감고 있는 막대한 양의 잿빛 기운과 황 제를 상징하는 몸에 둘러진 구체들.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 는 그가 서준을 바라보며 목울대로 침을 꿀꺽- 삼켜낸다.

“소개가 늦어서 미안하네, 자격 의 유무를 확인해야 하다 보니 시 험을 해볼 수밖에 없었네. 나는 망 각제, 갈망의 쿠루후라고 하네.”

*

망각의 황제, 갈망의 쿠루후.

그를 마주한 순간 서준은 팔뚝에 닭살이 일어나는, 본능적인 위험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일곱 개.’

황제를 상징하는 구체의 숫자가 자그마치 일곱 개에 달하고 있었다.

‘강해.’

여태껏 싸워봤던 어떠한 존재보 다도 강력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맞붙어 보고 싶었다.

이토록 강한 존재와 치열하게 맞 붙고, 끝내 승리를 쟁취해내게 된 다면 내면의 벽을 부숴낼 수 있을 것이다.

성장을 바라는 무인의 욕구가 마 음을 들끓게 한다.

“ 후우......

밀려오는 긴장감과 경계심에 저 도 모르게 혀로 입술을 핥은 서준 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같은 황제끼리도 수준 차이가 많이 나네.”

최대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가벼운 대화를 건넨다.

쿠루후는 이런 서준의 심정을 다 읽고 있다는 듯, 눈동자를 초승달 처럼 휘어내며 웃음을 보인다.

“이미 알고 있던 거 아니었나? 그저 칭할 명칭이 정해지지 않아서 같은 존재로 규정되지만 힘과 격의 차이는 명백히 다른 법이지.”

싱긋 웃은 쿠루후의 시선이 눈앞 의 서준의 눈동자를 옹시한다.

“정말 곧장 먹어치우고 싶을 정 도로 거대한 혼돈을 품고 있군.”

눈동자에 차오르는 욕심을 지워 내지 못한 쿠루후의 시선에서준이 자세를 다잡으며 한 손을 까딱거린

“먼저 죽은 망각제처럼 괜한 욕 심이라는 걸 알게 해줄 테니까, 덤 벼.”

내뱉는 말과 달리 서준은 시선을 분주히 움직이며 쿠루후의 움직임 을 낱낱이 확인한다.

자그마치 일곱 개의 구체를 가진 황제.

‘그에 비해서 내가 가진 구체는 다섯 개뿐.’

물론, 무결기와 고대의 힘과 더 불어 가진 아티팩트들을 모두 다뤄 낸다면 구체의 격차를 어느 정도

무마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순간의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오랜만에 느껴보는 전투의 긴장 감에 목울대로 마른침이 삼켜진다.

꿀꺽-

적당한 긴장감으로써 감각을 곤 두세워낸 서준은 곧 벌어질 전투에 대비한다.

하지만 이후 쿠루후의 입에서 흘 러나온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 이었다.

“탐이 난다고 해서 아무거나 막 먹어치우면 지성을 가진 존재라고 할 수는 없지.”

예상과 다르게 쿠루후는 공격을 해오지 않는다.

물론, 저 말을 순순히 믿을 수는 없었다.

실제로도 쿠루후의 두 눈동자에 는 아직도 욕심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허나 기이하게도 쿠루후는 계속 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에서준의 고개가 젖혀진다.

“무슨 속셈이지?”

“긴장할 거 없어, 순간의 욕심을 채우기보다는 먼 미래를 보고 싶을 뿐이니, 괜찮다면 자네에게 제안을 한 가지 하고 싶은데 들어주겠나?”

“제안?”

“나와 마찬가지로 자네 또한 고 대의 존재를 소멸시키고 싶은 거 아닌가?”

이어진 쿠루후의 말에서준이 코 웃음을 친다.

“개수작 부리지 마.”

이미 망각의 은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보를 수집한 상태였다.

망각제들은 고대의 존재들을 대 신하여 이 은하를 통치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고대의 존재들과 망각제는 같은 편과 다름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쿠루후 또한 이러한 반응 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개의치 않고 서 말을 이어나갔다.

“거짓말이 아닐세, 나는 현재 망 각의 은하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꿔 내고 자유를 쟁취하고 싶은 것뿐일 세.”

서준의 눈이 가늘어진다.

“……뭐라고?”

백 퍼센트 믿을 수는 없지만 그 렇다고 전부 거짓말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었다.

쿠루후가 내뱉는 말 속에는 강한 진정성과 동시에 간절한 바람이 느 껴지고 있었다.

때문에, 서준은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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