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권 2화
427화
콰광-!
이어서 휘두른 천마의 주먹이 카 리아나의 촉수를 터뜨려 버린다.
연이어 뻗어지는 주먹에 무언가 를 말하려던 카리아나의 입가가 계 속해서 뒤틀렸다.
허나 밀려오는 고통에 파묻혀,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결국, 카리아나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고통에 찬 비명뿐이었
“크아아악-!”
운명이 정해진 주먹에 카리아나 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분열의 능력 조차도 무의미했다.
“무결천마, 무한난타(無限亂打).”
그간 한 점에 힘을 응축시켰던 것은 적이 한 명에 불과했기 때문 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상대해야 할 적 이 많다면 그런 공격 방식은 비효 율적이었다.
공격의 숫자를 늘리면 그만이다.
콰과과과광-!
무한에 달한 권격들이 쏟아졌지 만 카리아나는 망각의 황제에 오른 존재, 육체가 빠른 속도로 상처를 회복해낸다.
허나 무의미한 발악에 불과했다.
눈앞의 촉수들은 이미 죽음이라 는 운명이 정해진 상태다.
정해진 운명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실제로도 계속되는 타격에 카리 아나는 입가에서 잿빛 피를 토해내 며, 신음을 홀리고 있었다.
“꺼어억—!”
마침내, 실이 풀려버린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진 카리아나의 모습에서준은 잠시 주먹을 거두어들인다.
“죽, 죽여라.”
공격이 멈췄지만 넝마가 된 카리 아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찾아올 죽음을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질문의 대답에 따라서 고통 없 이 죽여줄 수는 있어.”
아무런 이유 없이 내뻗던 공격을 거두어들인 것이 아니었다.
소멸해버린 쟈우를 대신할 수 있 는 귀중한 정보원이 필요했다.
“고대의 존재들은 어디 숨어있 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카리아나의 정신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단단 한 듯했다.
카리아나는 대답 대신, 살의 가 득한 표정으로 손을 내뻳는다.
“같은 황제로서의 명예로운 죽음 조차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인 가……. 대체 어디까지 나를 능멸 하려 하려는 거지!”
단순히 이명 따위가 아니었다.
고된 수련과 시련을 통하여 힘들 게 꿰차낸 자리였다.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으로 적에 게 심문을 듣는 치욕스러운 상황을 도저히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바닥에서 솟구친 잿빛 기운, 카 리아나의 망각들이 서준을 덮쳐온 다.
세상이 지워진다.
머리 위를 덮쳐오는 카리아나의 망각에서준은 어깨를 으쓱인다.
마지막 힘 정도는 남아있을 것이 라 예상하고 있었다.
허나 이런 나약한 망각은 서준에 게 해가 될 게 없었다.
‘혼돈기의 양식이 될 뿐이지.’
아니, 오히려 이건 기회다.
‘카리아나의 망각의 힘을 흡수해 낸다.’
어차피 모두 혼돈에서 파생된 힘 이다.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심지어 서준은 이곳에 와서, 망 각이라는 힘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겪었기에 가능성은 충분할 것이다.
두 개의 힘을 거느린 황제.
망각의 황제, 카리아나의 망각을 흡수해낸다면 단순히 혼돈제뿐만이 아닌 망각제의 자리까지 넘볼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흐 르려 한다.
이런 서준의 속내를 전혀 눈치채 지 못했는지, 카리아나는 마지막 힘까지 짜내어 최후의 발악을 보이 고 있었다.
“망각이여, 저 파렴치한 혼돈제 를 지워버려라!”
황제에 오를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만큼 망각을 다루는 것에 대
한 자부심이 상당했다.
꺾이지 않는 카리아나의 투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네가 보인 방심이 네놈의 패인 이 되는 것이다!”
터져나갔던 촉수들이 빠르게 회 복되며 카리아나의 얼굴에 희망이 비춰지기 시작한다.
이죽거리는 미소, 카리아나는 더 이상 패배 따위를 생각하지 않는 듯한 얼굴이다.
물론, 그건 카리아나만의 착각이 다.
“넘겨준 망각은 잘 사용해 보도
록 할게.”
전신을 휘감고 있는 잿빛 기운을 응시하고 있던 서준이 피식- 미소 를 흘린다.
직후, 두르고 있던 혼돈기로 쏟 아지는 카리아나의 망각을 전부 집 어삼켰다.
휘이잉-!
바람 소리와 함께 세상이 사라진 다.
그러나 서준은 온전한 모습으로 형태를 유지한 채로 고고히 서 있었다.
띠링-!
[혼돈기가 망각의 힘을 흡수해냅 니다.]
[경고! 망각의 격이 너무 높습니 다.]
[망각에 삼켜져 존재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초록빛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지 만 당황할 것은 없었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위험한 일이겠지.’
당장 망각을 다뤄 본 적이 없는 만큼 역으로 집어삼켜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망각 또한 결국 혼돈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그것이 설사 망각제라 칭송받는 카리아나의 힘이라 할지라도 말이 다.
결국, 혼돈에 굴복할 수밖에 없 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망각을 체내로 흡수합니다!]
[망각의 힘 흡수에 들어갑니다.]
[17…… 56%……. 100% 흡수 완료했습니다.]
[망각제, 카리아나의 망각을 완전 히 흡수해내는 데 성공합니다.]
[특수 스테이터스 ‘망각’ 스텟이 개방됩니다.]
[제작자 ‘???’가 사용자 ‘한서준’ 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보입니 다.]
[측정을 끝마친 제작자 ‘???’가 사용자 ‘한서준’의 스테이터스를 작 성합니다.]
존재를 지우기 위하여 달려들던 잿빛 기운은 서준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체내에 완벽 히 흡수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잿빛 기운이 휩쓸고 난 직후, 모습을 드러낸 서준의 두 눈 에는 눈이 부실 정도의 이채가 어 려 있었다.
“역시 가능하네.”
제자리에서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서준의 모습에, 카리아나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내 망각에 휩싸이고도 지워지지
않았다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카 리아나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다.
“말, 말도 안 돼!”
연신 고개를 저어가며 부정을 표 하고 있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것 은 명백한 현실이었다.
서준은 성장한 이후 제대로 된 고대의 힘을 다루는 이들을 만나지 못해 흡수를 하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카리아나는 망각제라 칭 송받을 정도의 존재였고, 세계를 지워버릴 만한 망각을 사용해주었
“이건 예상치 못한 수확이네.”
비록 추적하고 있던 고대의 존재 들의 위치를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예상치 못한 힘을 얻게 되었다.
“네가 내어준 망각은 내가 잘 사 용해줄게.”
멀쩡한서준의 모습에 카리아나 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말, 말도 안 돼……!”
방금 전 공격은 세계를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의 망각이었다.
아무리 혼돈기를 두르고 있다 할 지라도 방금처럼 무방비한 상태라 면 망각의 힘을 떨쳐낼 수 있을 리 가 없었다.
“그냥 받아들여, 너도 이쯤이면 제대로 보이고 있을 거 아니야.”
“거짓말, 거짓말이야!”
말과는 달리 마음 한편은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득한 격차다.
눈앞에 있는 바깥 은하의 존재는 단순한 황제가 아니었다.
혼돈에 숨어 있는 고대의 존재들
의 진체와 같은 경지에 섰다.
허나 도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 은 현실에 카리아나가 다시 한번 촉수들을 내뻗으며 공격을 펼치려 한다.
“무의미한 발악이야.”
쇄도해오는 촉수들을 바라보던 서준은 자세를 다잡았다.
단순히 망각을 홉수하는 것이 전 부가 아니다.
지금처럼 포스 시스템에 등록되 었다면 망각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 뤄낼 수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방금 카리아나가
사용했던 망각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물론, 카리아나처럼 단순하고 무 식하게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나에게는 무결천마가 있어.’
무결천마라는 무극에 닿아있는 절대자에게 세계를 지워버릴 망각 의 힘을 더해낸다.
이것만으로도 카리아나가 사용하 던 것보다 더 강력한 망각의 힘을 다룰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허나 서준은 고작 힘을 더해내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무결천마의 무공에도 접목시킨
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직접 빚어냈다고는 하나 무결천마는 자신, 서준보다 더 높은 곳에 도달해 있는 존재였다.
실제로도 무결천마를 뜻대로 완 벽히 다루기가 힘들어 결정적인 순 간에만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무결천마에 새로이 얻은 망각의 힘까지 덧쓰!워내는 것 이다.
자칫하면 분신에 역으로 집어삼 켜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준은 가능성, 홀로 무
극에 도달한 자신의 미래를 보았던 적이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 찾아올 경우, 기 존의 순리를 거스를 수 있는 역천 의 힘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두려워하거나 망설일 이유가 없 다는 말이다.
‘애초에 무결천마에 덧씌울 필요 가 없어.’
시련을 통과하며 얻은 지식을 활 용해낸다.
무결천마의 주위를 맴돌기만 했 던 망각의 힘이 한 점에 응집되는 순간, 호선을 그리고 있던 서준의
입술이 달싹인다.
“ 변환.”
모든 것을 지워버릴 수 있는 망 각의 형태를 변환시키어, 단 한 자 루의 화살로 만들어낸다.
위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더 위협적이라고 말 할 수 있었다.
서준은 오른손에 언제 폭주해도 이상하지 않은 잿빛 화살을 붙잡은 채로, 무결기를 이용하여 한 자루 의 황금빛 활을 만들어낸다.
“그만 끝내자.”
황금빛 활에 걸린 잿빛 화살.
마침내 혼돈, 무결, 망각의 힘이 하나의 공격이 되어 펼쳐지는 것이 었다.
“무결천마, 절대봉인(絶對封印)의 시 (失)
쉬익-!
서준이 쏘아낸 화살이 카리아나 의 육신을 꿰뚫는다.
“내…… 내 망각이……
카리아나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모든 망각이 사라지고, 잊혀진다.
기괴한 형태를 가진 괴물로 전락
해버린 카리아나가 잿빛 기운에 휘 감겨 서서히 형체를 잃어가는 모습 에서준이 뒷머리를 긁적인다.
“수확은 괜찮은 것 같은데, 그래 도 조금 아쉽긴 하네.”
고대의 존재들과 관련된 정보를 얻어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걱정할 것은 없었다.
카리아나를 통해 망각의 황제, 망각제들의 기운을 정확하게 인지 한 만큼 다른 황제를 찾는 것은 그 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구태여 소멸해버린 카리아나에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말이었
때문에, 서준은 망설임 없이 선 고를 내린다.
“죽어.”
억지로 카리아나의 형태를 유지, 봉인하고 있던 화살이 육신을 완전 히 삼켜낸다.
“끄아악……
이윽고, 카리아나가 끔찍한 괴성 을 내지르며, 완전히 자취를 감추 는 순간이었다.
띠링-!
[망각의 황제, 분열의 카리아나를 처치해 내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칭호, 패황의 효과로 카리아나의 힘을 흡수해냅니다.]
[레벨이 12로 상승합니다!]
[고대의 힘을 가진, 황제전(皇帝 戰)에서 승리했습니다.]
[망각제 카리아나가 패배함에 따 라 망각의 은하의 일부분과 그가 가지고 있던 힘과 영토들이 혼돈제, 한서준에게로 귀속됩니다.]
[황제전의 결과가 모든 은하에
알려집니다.]
[다수의 황제들이 흥미를 표합니 다.]
[많은 은하가 사용자 ‘한서준’의 존재를 인지하고, 찬양합니다.]
[신성력이 50,000만큼 상승합니 다.]
“이렇게나 많이?”
갑작스레 떠오르는 메시지 창들 에서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단순한 싸움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의미를 가
진 전투였나 보네.’
당황스럽긴 했지만 현재 상황만 보자면 나쁠 것이 없었다.
고대의 존재뿐만이 아닌 미지의 존재와의 전투도 염두에 두어야 하 는 만큼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 은 법이었다.
“나쁘지 않네.”
말을 내뱉고 있는 서준의 입가에 는 환한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