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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416화 (416/517)

- 17권 24화

424화

‘잿빛뿐이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끔찍한 은하 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근 방에 보이는 행성들 중 생기가 넘 쳐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불행 중 다행히도 모든 생명체들 이 죽은 것은 아닌지 드문드문 형 형색색의 빛깔이 뿜어져 나오며 생 명체가 살고 있음을 대변해주고 있

었다.

‘이러면 확실히 잘 보이겠네.’

입가로 묘한 웃음을 그린 서준이 천천히 우주선 밖으로 나선다.

이렇다 할 생기, 빛이 없을수록 색상을 가진 물체 혹은 존재가 눈 에 띌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도 확실하게 우주선의 위 치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즉, 일대의 고대 존재들 혹은 숭배자들도 서준을 보고 있다 는 것이었다.

‘기왕이면 상당히 강한 존재가 왔으면 좋겠는데.’

법과 질서가 존재하지 않는 은하 에서 오랜 시간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한 힘이 강제된다.

달리 말하자면, 강한 힘을 가질 수록 오랜 시간을 살아남았다는 것 이며 그 세월 동안 많은 지식을 쌓 아왔을 것이다.

‘잘만 이용한다면 훌륭한 내비게 이션으로 사용할 수 있겠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서준에 게로, 꽤나 거대한 기운이 접근해 온 것은 그 순간이었다.

“바깥 은하의 존재? 혼돈의 틈새 에서 흘러나온 건가?”

우주 한복판, 기이한 형태로 늘 어져 있는 얼굴과 몸 대신에 달린 촉수들을 연신 움직이고 있는 존재 가 서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누구냐?”

제법 오랜 시간 혼돈의 세계에서 생활을 했던 만큼 서준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혼돈어가 흘러나온다.

“호오? 혼돈어를 할 줄 아는 건 가?”

“누구냐고 물었다.”

“크하하!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 는 바깥 은하의 존재라. 오랜만에

맛있는 식사가 되겠군.”

널브러져 있던 촉수들에서 액체 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맛난 특식인 만큼 죽 기 전 궁금증 정도는 풀어주도록 하지, 나는 고대의 존재들을 모시 는 혼돈인이자 망각의 왕! 쟈우라 고……

서준은 이어진 쟈우의 말을 귀담 아듣지 않았다.

“왕이라……. 조금 부족하긴 한 데 그래도 네놈 정도면 쓸 만하겠 네.”

서준의 말에, 쟈우의 미간이 찌

푸려진다.

“감히 한낱 바깥 은하의 존재 주 제에 이 몸을 하대하다니! 주제를 모르는구나!”

동시에 쟈우로부터 흘러나온 잿 빛 기운이 일대를 휘감는다.

후웅-!

“망각의 왕, 쟈우의 이름으로 명 한다, 무례한 바깥 은하의 존재여. 지금이라도 스스로의 목숨을 끊고 사죄하여라. 그렇지 않는다면 네놈 의 영혼을 영원한 망각 속에……

“내비게이션에 쓸데없는 기능이 붙어있네.”

말을 중간에 끊어 내는 서준의 행동에 잠시 쟈우의 얼굴이 악귀처 럼 일그러진다.

하지만 곧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큭큭…… 불쌍한 것, 망각에 잠 식되어 스스로의 하찮음마저 완전 히 잊어버렸나 보구나.”

“기능을 좀 수정해야겠네.”

“망각 속에 빠져있는 바깥 은하 의 존재 또한 상당한 별미라고 볼 수 있지.”

“귀찮지만 손을 조금 쓰는 수밖 에 없겠네.”

“망각에 잠겨 영원히 잊히게 될 것이다!”

분노한 쟈우의 등 뒤로 잿빛 칼 날들이 생성되고, 매서운 속도로 쏘아진다.

“영혼조차도 망각으로 사로잡아 모든 것을 잃게 만들어 주마! 크하 하!”

큰 웃음소리와 함께 쏘아진 잿빛 칼날이 서준이 가볍게 내뻗은 손에 튕겨진다.

자연스레 쟈우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 무슨……!?”

믿을 수 없는 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에 쟈우가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해냈다.

“업보라고 생각해, 말이 조금만 적었어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 을 텐데.”

말을 내뱉던 서준의 신형이 시야 에서 사라진다.

직후,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충 격과 함께 쟈우의 신형이 우주를 노닐더니 거대한 잿빛 행성으로 추 락한다.

콰과광-!

단숨에 행성의 지면까지 추락한

쟈우는 멍한 표정으로 잿빛 하늘을 바라본다.

솔직히 말하자면, 육체적 고통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애초에 쟈우는 망각의 은하에서, 왕이라 불릴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였다.

당연하지만 행성의 돌바닥은 그 를 타격할 만큼 단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신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 어떻게?!”

분명, 혼돈인이 아니었다.

생김새를 보면 분명 바깥 은하의 미개한 인간이었다.

물론, 인간 중에 나름 힘과 격을 쌓은 존재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쟈우는 망각의 은하에서 왕이라 칭송받는 존재였다.

나약하고 미개한 바깥 은하의 존재 따위와의 격차는 아득했다.

그런데 방금 전 공격의 움직임조 차 좇지 못했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삽시간 에 거리를 좁혀 내며, 발을 들어 촉수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언제나 짓밟고 지배하던 하찮은 바깥 은하의 존재가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다.

바닥에 널브러진 쟈우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상대를 올려다보는 일뿐이었다.

“혹시 나 몰라?”

서준의 질문에 쟈우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차가운 시선을 한 채로 기 운을 일으키려 한다.

‘잠시 방심해서 당했을 뿐이다.’

실제로도 전투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다.

‘망각의 힘을 이용한다면 곧장 무력화시킬 수 있을 거다.’

당연하지만, 쟈우의 착각에 불과 한 것이었다.

기운을 끌어올리기 무섭게, 서준 의 발이 쟈우의 촉수들을 강하게 짓눌렀다.

....

콰직-!

촉수들이 짓눌리며 느껴지는 아 찔한 고통에 쟈우의 눈이 부릅- 뜨 였다.

“끄으으읍-!”

재빠르게 망각의 힘을 둘러 보았 지만, 서준의 발은 계속해서 촉수 들을 짓누른다.

난생처음 겪는 고통에 정신이 나 가버릴 것만 같았다.

“정말 나 몰라?”

쟈우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대체 내가 어떻게 네놈을 알아!’

쟈우는 망각에서 태어난 존재였 으며 단 한 번도 망각의 은하를 떠 나본 적이 없는 존재였다.

바깥 은하와 관련된 존재에 대해 서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 고통스러운 탓에 제대로 말을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잘 생각해 봐,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내가 그래도 제법 유명한 사람이거든.”

그 순간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존재에 쟈우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유명한 인간?’

직접적으로 바깥 은하에 나가본 적은 없었지만, 망각의 왕들의 교 류가 이루어지는 모임에서 갖가지 소식과 소문을 전해 들은 것이 있

었다.

그리고 고작 바깥 은하의 존재 따위가 망각의 은하에서 이름을 떨 칠 정도라면, 상당한 업적을 이루 어냈을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 적합한 인간은 그 리 많지 않았다.

고대의 존재들을 몰아냈고, 혼돈 의 세계에서 혼돈제의 자리에 오른 인간.

이제야 방금 전 인간이 보인 자 신감이 납득이 된다.

눈앞의 존재는 단순히 혼돈의 틈 새에서 흘러나온 인간 따위가 아니

었다.

“설...... 설마......!?”

쟈우의 눈이 크게 떨렸다.

“아마 생각하는 사람이 맞을 거 야.”

“한, 한서준……

“이제 주제 파악이 좀 되려나?”

싱긋 웃은 서준의 발이 쟈우의 촉수를 완전히 뭉개어, 터뜨려 버 린다.

“크어아악-!”

망각의 힘으로 막아내는 것 따위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고작 왕 따위가 견줄 수 없는 존재였다.

왕과 황제의 차이, 구태여 설명 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발버둥 치려 해봤자 결과 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허무한 죽음 을 맞이하고 싶지 않은 만큼, 쟈우 는 다급하게 말을 내뱉었다.

“죄, 죄송합니다, 감히 황제를 알 아 뵙지 못하고……! 명령하신 대 로 입을 다물도록 하겠습니다, 그 러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 오.”

“내가 널 살려줄 만한 가치가 있 을까?”

“저, 저는 오랜 세월을 망각의 은하에서 살아왔습니다! 분명 쓸모 가 있을 겁니다.”

간절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쟈우 의 말에서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 소가 흐른다.

“처음부터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 다면, 이런 상황도 오지 않았을 텐 데, 아쉬워.”

“자, 자비를……

“걱정하지 마, 죽이지는 않을 거 니까.”

“감사합니다!”

목숨을 건졌다는 생각에 쟈우의 눈동자에 희망.이 차오르고 있던 순 간이었다.

“그래도 무례에 대한 죗값은 받 아야겠지?”

목숨을 살려준다 했을 뿐이지, 모든 죄를 용서해준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쟈우처럼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 는 혼돈인들은 인간과 다른 육신을 가지고 있는 만큼 분근착골올 사용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코어의 존재를 알고 있는

서준에게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혼돈인 버전, 분근착골이야, 네 가 최초로 당하는 거니까 영광으로 알아도 좋아.”

서준이 내뻗은 손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쟈우의 육신을 타고 흘러들 어간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죽음의 공포 에 당장이라도 비명을 내지르고 싶 었지만, 그마저도 뜻대로 이루어지 지 않는다.

쉴 새 없이 고통이 밀려들고 있 었기 때문이었다.

“끄으읍-!”

당장 의식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 을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기이하게 도 정신은 또렷해져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지는 고통 과 공포가 배가되어 간다.

“제, 제발! 끄아아악-!”

제법 오랜 시간, 쟈우의 비명이 높게 울려 퍼졌다.

망각의 은하, 고대의 존재들과 그를 따르는 혼돈인이 있는 곳은 눈으로 보았던 것처럼 완전히 황폐 한 우주는 아니었다.

그저 모든 것이 잿빛 기운으로 가려져 있기에 멀리서 인지하지 못 했을 뿐이었다.

세상이 잿빛으로 물들었다는 점 만 뺀다면 나름 나쁘지 않은 차원 이라 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잿빛 기운을 뚫고 행성 에 안착하고 나니 혼돈의 세계처럼 나름대로의 문명을 이룬 채로 살아 가고 있었다.

그리고 드넓은 은하 중, 가장 거 대한 행성의 중심에 위치한 성 내 부에는 수십에 달하는 망각의 황제 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곳에 처박 혀서 대기만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지?”

그중, 5M에 달하는 거대한 육신 을 가진 망각의 황제, 크로투는 미 간을 찌푸린 채로 질문을 던진다.

그 신경질적인 모습에 하체를 대 신하여, 기다랗고 거대한 촉수를 한 가닥만 가진 여인이 어깨를 으 쓱이며 답한다.

“우리라고 알고 있는 게 있겠어? 위대하신 고대의 존재님들께서 소 멸한 분신체 때문에 힘을 회복하는 동안 대기를 하라는 명령만을 내렸 을 뿐이잖아.”

“카리아나, 너도 달이 가늘어진 것이 8번을 넘어선 것을 알고 있을 텐데.”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반기라 도 들자는 거야?”

“말도 안 되는 헛소리, 망각에 종속된 우리는 고대의 존재들을 배 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 텐데.”

“우리가 더 많은 망각을 품어낸

다면 또 모르는 일이잖아, 그렇지,

쿠루후?”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내뱉는 카 리아나의 말에 인간과 비슷한 형태 를 가진 망각의 황제, 쿠루후가 지 그시 눈을 감는다.

침묵을 지키는 쿠루후의 모습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카리 아나의 눈앞으로, 거대한 주먹이 날아온다.

후웅-!

“나랑 붙어 보자는 거야?”

카라아나의 물음에 크로투가 고 개를 내저으며 말한다.

“쿠루후는 내 전우다, 상처 입힌 다면 용서하지 않을 거다.”

“너도 답답하다면서. 많은 망각 을 품어내려면 우리가 서로를 잡아 먹는 것보다 효율적인 방법은 없잖 아?”

“그렇다면 내가 네놈을 잡아먹으 면 되겠군.”

쿠루후의 두 눈에서 불꽃이 일렁 거리고 있던 순간이었다.

“그만.”

“같은 황제의 직위에 있는 내가 네 명령을 따를 이유는 없는데.”

코웃음을 치고 있는 카리아나의 태도에, 쿠루후가 감고 있던 두 눈 을 뜨며 입을 열었다.

“고대의 존재들께서 명령을 내리 셨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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