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권 22화
422화
“편히 날뛸 수 있겠네.”
서준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자세를 다잡는다.
그사이 또다시 잿빛 기운이 섬광 이 되어 쏘아진다.
혼돈기로 큰 타격을 주었음에도 본체인 잿빛 기운이 멀쩡한 탓인지 여전히 위협적인 기세를 내보인다.
이어지는 기세 싸움에, 서준의 마음속 한편에서 승부욕이 타오른
세계를 휘감고 있는 잿빛 기운을 유심히 바라본다.
여전히 약점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허나 더 이상 찾을 필요 없다.
‘전부 부숴내면 그만이지.’
고개를 주억인 서준은 가진 화력 을 모두 쏟아낼 준비를 한다.
시작점은 무결기다.
황금빛 위용이 서준의 전신에서 폭발하듯이 터져 나온다.
이윽고, 황금빛 천마가 모습을
드러내자 세계가 움츠러들며 고개 를 조아린다.
앞으로 펼쳐질 공격이 전과는 다 르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세계를 휘감고 있던 잿빛 기운이 한 점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가진 전력을 쏟아부어 최선의 방 어를 보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제법이네.’
허나 서준 또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서준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이 벌 일 수 있는 가장 큰 위력의 파괴를 준비해간다.
보유한 다섯 개의 혼돈구를 모두 폭사시키며 혼돈의 불꽃을 일으킨 다.
하늘로 치솟은 불꽃의 소용돌이 는 허공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금빛 형상을 휘감는다.
‘무결천마강림 (無缺天魔降臨)!’
새로운 세계에 도달한 덕분일까?
같은 위용을 보이고 있는 듯 했 지만, 서준이 느끼고 있는 무결천마는 이전과 명백히 달랐다.
단순히 육신의 감각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었다.
서준, 본인이 느끼고 있는 감정 을 똑같이 보이고 있었다.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처럼 무 심과 권태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허공에 모여들고 있는 잿빛 기운 을 바라보고 있는 무결천마의 시선 에는 흥미와 호승심이 보이고 있었다.
완전한 하나가 된 것이다.
무결천마가 서준이 되었고, 서준 이 무결천마가 되었다.
세계의 지배자이자, 완연한 절대 자가 된 서준의 시선에는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떨고 있어.’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느끼지 못했던 잿빛 기운의 동요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견고하다 생각했고, 부숴 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잿빛 기운, 망각의 힘을 꿰뚫을 방법이 떠오른다.
이것이 바로 검, 도, 창, 궁, 권, 각 등과 같은 한 사람이 익혀도 끝 을 보기 힘들다는 모든 무예술을 익힌 무의 극에 달한 존재가 바라 보는 세상이다.
“세계 자체를 부숴낸다.”
이건 확신을 넘어선 선고이다.
애초에 부술 수 없었다면 방법조 차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고개를 주억인 서준은 팔을 앞으로 내뻗으며 손바닥을 내뻗는다.
쿠구구궁-!
한 점에 모여들고 있는 강력한 힘에 중력의 법칙이 뒤틀리며 평야 의 돌조각들이 허공 위로 떠오른다.
뒤이어, 손바닥 위에서 일어난 회색빛 기운이 잿빛뿐이었던 세상 을 덮어 내간다.
위기감을 느낀 잿빛 기운이 서준
을 향해 쏘아진다.
허나 무의미한 발악에 불과했다.
잿빛 기운들은 서준의 근처에 당 도하기도 전에 천마의 위용에 홀어 지고, 부서진다.
구체의 형태로 빚어둔 천마의 힘 에 더욱, 더욱더 응집한다.
그것을 다시 압축에 압축을 거친 다.
파지직-!
한계점에 도달한 구체가 사방으로 빛의 파문을 내뿜으며 당장이라 도 폭발할 것 같은 위태위태한 모 습을 보인다.
‘허락되지 않는 힘이라는 건가.’
이미 예상했던 바인 만큼 당황할 것은 없다.
허락되지 않았다면, 그 순리를 거슬러내면 그만이다.
‘ 역천.’
세상을 역류하고 있던 혼돈의 힘 들이 서준의 주변을 감싸 안았다.
빛과 어둠, 질서가 자리 잡기 전 부터 존재했던 힘이 서준을 돕는다.
순리라고 부르는 질서들을 밀어 낸다.
세계가 변화한다.
순리이자 질서라 부르던 것이 역 천이 된다.
역천은 질서가 된다.
자연스레 위태위태했던 구체는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아간다.
허나 서준은 고작 이 정도로 만 족할 생각이 없었다.
‘무한의 가능성을 모두 쏟아낸 다.’
가진 힘을 모두 쏟아내며 구체를 빚고, 누르고, 뭉쳐낸다.
그렇게 준비를 끝마친 서준은 천 천히 손바닥을 말아 쥔다.
응집된 힘을 날카로운 창의 형태 로 빚어낸다.
‘이제 절반.’
응집된 힘의 형태를 변환하는 것 은 과정 중 한 가지일 뿐이다.
이것보다 더 날카로우면서도 파 괴력 있는 무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더욱더 효율적이면서도 강력한 무기를 생각해 보았지만 그다지 효 과적인 형태를 찾아내지 못했었다.
어차피 날카로운 예기는 창의 형 태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 고민 끝에서준이 내린 해
답은 회전이었다.
응집시킨 힘을 맹렬히 회전시켜 서 폭발력을 더하는 것이었다.
예기가 아닌 폭발력을 더해내자 만족스러운 효과를 내주었다.
창두의 끝부분에서는 혼돈과 무 결의 힘이 충돌하며 스파크를 튀기 고 있었다.
‘완성해냈어.’
두 힘의 충돌이 만들어 낸 스파 크들은 어느새 하나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업화가 되어 창끝에서부터 불타오른다.
화르륵-!
당장 폭발했어야 할 힘이었지만 역천의 힘이 그를 거부해낸다.
무한의 가능성을 품은 힘, 불꽃 을 쥐어 잡고 있는 무결천마의 오 른손의 살갗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절대자의 육신마저 녹여낼 수 있 는 불꽃이 완성된 것이다.
서준은 살갗이 모두 타기 전에 재빨리 뒤로 빼두었던 창을 시선 속 잿빛 기운을 향하여 내던진다.
창을 쏘아내는 그 순간마저도 어 깨를 회전시키어, 창에 회전력을 더하여 던졌다.
‘무결천마, 천지멸창(天地滅槍).’
모든 준비를 끝낸 서준은 빚어낸 천지멸창을 시선의 끝자락에 걸려 있는 잿빛 기운을 향해 쏘아낸다.
세상을 멸망으로 이끌어내는 목 표를 가진 힘에 위기감을 느낀, 잿 빛 기운이 다급하게 움직이며 한자 리에 모여들어 천지멸창을 막아내 보려 한다.
치직, 치지직-!
두 개의 힘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서준의 얼굴에는 여유로 운 미소가 흐른다.
‘가소롭네.’
잿빛 기운이 기세를 드높이며 맹 렬하게 저항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천지멸창이 완성된 순간부터 이 미 승자는 정해졌다.
고작 저 따위 망각의 힘이 막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직선으로 쏘아진 천지멸창이 세상을 회색빛과 황금빛으로 물들 여 낸다.
내질러진 천지멸창이 잿빛 기운 을 꿰뚫고 내부로 진입하는 순간이 었다.
천지멸창이 강한 빛을 뿜어내며
폭발하였다.
세계가 뒤흔들리고 무너져 내리 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진다.
너무나도 환한 빛이 사방으로 터 져 나온다.
이윽고, 천지멸창에서 피어난 업 화가 세상을 물들여낸다.
‘해냈다……
생각했던 것 이상의 위력을 보이 고 있었다.
무한의 가능성을 가진 힘, 불꽃 이 폭발한다.
끔찍한 파괴가 세상을 부숴낸다.
세계를 휘감고 있던 잿빛 기운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간다.
[제법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다만, 예상외구나. 인간으로서 혼돈제의 힘을 다루다니 대단하구나.]
사라지는 잿빛 기운 속에서, 갑 작스럽게 목소리가 들려온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지만, 목소리 의 주인이 어떤 존재일지 쉽사리 짐작할 수 있었다.
“고대의 존재……
숭배자들을 만들어내고, 리벨리 온을 무너뜨리려 했던 고대의 존재 가 틀림없었다.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기회야.’
막대한 양의 잿빛 기운이 세계를 휘감고 있다.
잿빛 기운의 주인이라 할 수 있 는 고대의 존재가 이곳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힘의 발산지 를 역추적한다면 놈의 확실한 위치 를 알 수 있었다.
우웅-!
혼돈기가 공명음을 토해내며 빠 르게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쫓아가
며 위치를 추적하고 있었지만 너머 의 존재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기쁜 목소리로 말을 전해 왔다.
[오너라, 가이사와 함께 기다리고 있으…….]
하지만 애석하게도 들려오던 목 소리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사라진 다.
정확히 말하자면, 끊긴 것이었다.
치 익...
세계를 휘감고 있던 잿빛 기운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며, 잊혀진 세 계가 무너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
다.
띠링-!
[축하합니다, 고대의 존재, 성역 인 잊혀진 차원을 파괴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10으로 상승합니다!]
[특전으로 특수 스텟을 상승시킬 수 있는 보너스 포인트가 1 주어집 니다.]
‘나쁘지는 않네.’
새로이 빚어진 그릇의 힘을 시험 해봤을뿐더러, 특수 스텟인 역천의 힘 또한 사용해보았다.
더불어 레벨업과 특수 스텟을 상 승시킬 수 있는 보너스 포인트까지 받았다.
숭배자들을 제거해 얻은 보상치 고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로 생각을 이어가고 있었다.
‘분명 가이사라 했어……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너 머의 존재의 입에서 흘러나온 정복 왕의 이름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당장 머리를 굴려 답을 찾아내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럴 만한 시 간의 여유가 없었다.
쩌저적-!
잊혀진 차원이 무너져 가고 있었다.
차원을 유지시키고 있던 망각의 힘이 천지멸창에 완전히 소멸되었 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만, 서준은 무너지는 차 원 속에 갇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어지는 고민을 잠시 끊어낸 서준은, 빠르게 잊혀진 차원으로 넘
어왔던 길을 향해 날아갔다.
서준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예상했던 대로 리벨리온 본부에 숭 배자들의 총공세가 벌어졌다.
허나 이렇다 할 피해는 하나도 입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각 차원의 수장들과 최정예 일원 들까지, 말 그대로 리벨리온의 핵 심 전력들이 총동원되었다.
숭배자들은 고대의 존재들을 향 하여 원망 어린 목소리를 흘리며 죽거나 사로잡혔으며 몇몇 이들은 항복을 선언하기도 했다.
음지에 숨어서 암암리에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던 집단의 말로라기 에는 너무나도 허무했다.
물론, 서준이 발언했던 것처럼 완전히 괴멸시킨 것은 아니었다.
주요 인사로 알려진 숭배자들 중 몇몇은 세계 각지에 몸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점조직으로 활동해온 만큼 정확 한 위치를 알 수 없기에 당장 추적 을 할 수는 없었다.
비록 완전히 괴멸시키지는 못했 지만, 더 이상 전처럼 활개 칠 수 는 없을 것이라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나라, 차원에서든 서준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어찌 됐든 서준은 고대의 존재들 과 연관되어 있는 숭배자들을 일주 일도 되지 않아서 제압해내는 데 성공해내었다.
사실, 이 상태라면 점조직의 형
태로 남아있는 잔존 세력들도 얼마 가지 않아서 완벽하게 제거될 것이 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준의 능력을 의 심할 수는 없었다.
고대의 존재들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 다시 한번 평화를 되찾아 낸 지구는 서준의 이름을 미친 듯 연호했다.
아니, 비단 지구뿐만이 아니었다.
리벨리온 연합에 소속된 차원들 중 고대의 존재들과 직접 전쟁을 치러본 이들은 서준을 위대한 신이 라 칭송하였다.
-위대한 신의 귀환! 이제는 리벨 리온 연합이 완전히 결속할 때입니 다, 위대한 신 한서준 의장님을 중 심으로 말이죠!
-지구의 한국이라는 곳을 중심으로 결속하여 고대의 존재들을 우주 에서 완전히 괴멸시킬 때가 온 것 입니다!
자연스레 우주 곳곳에 한서준이 라는 이름이 드높아졌고, 리벨리온 연합의 사기가 하늘을 찌르게 되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