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권 18화
418화
일대의 기운, 공기의 흐름이 뒤 바뀐다.
아니, 느끼는 것이 달라진다.
흘러가는 시간과 과거의 기억조 차 시야 속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층 더 날카로워진 감각들이 여 태껏 보지 못했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감지해낸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아찔한 감각이 전신에 퍼져나가고 있을 때
였다.
띠링-!
[새로운 세계에 도달한 자에게 알맞은 육체로 변화를 끝마쳤습니 다.]
[사용자 ‘한서준’이 새로운 세계 에 발을 들임에 따라 특수 스테이 터스 ‘역천’이 개방됩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짜릿한 감각을 느끼던 서준의 정신이 번쩍 - 일어난다.
“ 역천?”
처음 보는 힘에서준이 고개를 갸웃 젖히며 시스템 창을 불러냈다.
[포스 시스템 Ver.2 스테이터스 (사용자 선별 버전)]
힘: 측정 보류 민첩: 측정 보류 체력: 측정 보류 내공: 측정 보류
역천 1
특이 사항.
1. 스테이터스 ‘역천’은 보너스 포인트로 상승시킬 수 없습니다.
2. 스테이터스 ‘역천’은 아티팩트
및 추가적인 능력의 상숭효과를 받 지 못합니다.
‘대체 어떤 힘이길래, 이토록 깐 깐한 조건들을 가지고 있는 거지?’
다행히도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스테이터스가 개방됨에 따라 눈 앞의 시야에 여태껏 보지 못했던 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건......
세상을 역류하고 있는 혼돈들이 주변을 아주 천천히 유영하고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의문에 대한 해답은 어렵지 않게 떠오를 수 있었다.
혼돈은 모든 생명들이 탄생하기 전부터 자리 잡고 있던 힘, 당연한 순리로서 존재하는 것들이 자리 잡 기 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 빛과 어둠이 존재하기 전의 태초의 세계.’
그저 순리가 되지 못하고 역천이 되어 뒤안길에 물러나있을 뿐이었다.
세상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이 힘 들이 바로 역천이었다.
새로운 세계에 닿아서일까?
이 힘이 어떠한 능력을 가졌을지 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순리를 거스르는 힘.’
스텟 창에 표기된 1이라는 수치.
순리라고 자리 잡혀 있는 것들을 1번 바꿔낼 수 있는 것이다.
다소 부족한 숫자라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역천이 가진 힘은 말 그 대로 불가능한 현실, 기적을 만들 어내는 힘이다.
무한의 가능성을 품은 완벽의 힘.
바라는 것을 스스로의 손으로 바 꿔낼 수 있는 힘이자 바라던 미래 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
‘진정으로 스스로를 신이라 칭할 수 있는 힘.’
한계를 돌파해내며 신세계에 도 달한 힘은 일전과는 비교할 수 없 을 정도로 압도적인 능력을 보유하 고 있었다.
파괴력이나 힘의 양 따위가 중요 한 것이 아니었다.
아예 순리 자체를 부숴낼 수 있 는 새로운 힘을 얻어냈다.
물론, 신세계에 발을 들임으로써
생긴 변화는 ‘역천’의 힘뿐만이 아 니었다.
‘그릇이 새로이 빚어졌어.’
혼돈기를 받아들임으로써 뛰어난 육체를 만들어냈었지만 결국 한계 점이 존재하는 육신이었다.
실제로도 당장 모든 힘을 응집시 키자 구체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스파크를 일으켰었다.
하지만 그릇에 한계가 사라진 지 금은 달랐다.
우우웅-!
지금 당장만 해도 손바닥에 모여 든 채로, 당장이라도 폭발할 기세
를 보이고 있는 구체는 언제 그랬 냐는 듯 평온한 형태를 유지한다.
이렇게 가진 힘을 모두 응집시킨 다 할지라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자유로이 원하는 방식으로 힘을 다룰 수 있게 됐다.
새로이 얻은 힘을 무공에 완벽하게 접목시킬 수 있어졌다는 것이었다.
혼돈의 세계에서 다뤄냈던 무결 천마를 자유자재로 다뤄내는 것이 가능했다.
정말 엄청난 성장을 이뤄낸 말이 었다.
그렇기에서준은 감히 확신할 수 있었다.
‘숭배자 놈들이 무엇을 준비해놓 았다 할지라도 상관없어.’
이제는 그 어떠한 변수조차 존재 하지 않았다.
바라던 대로 확실하게 준비를 끝 마쳤다는 것이었다.
영국.
서준은 마공학 정거장을 거쳐 계 단을 밟고 내려와 런던의 땅을 밟 았다.
리벨리온 연합 혹은 영국의 정부 기관들에서 손을 써준 것인지 사진 을 찍거나 인터뷰를 하기 위하여 달려드는 기자들이나 시민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인원이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대를 점거하다시피 서 있는 검 은 양복을 입은 각성자들과 그들의 중심에는 두 명의 신형이 서 있었
“반갑습니다, 저는 영국 각성자 협회, 협회장이자 이번에 한서준 의장님의 안내역을 맡은 자넷 몽고 메리라 합니다, 편하게 자넷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백옥 같은 피부와 맑은 눈동자를 가진 자넷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 온다.
리벨리온 연합이 자리를 잡음으로써 다소 권력이 약해지긴 했다지 만 여전히 각성자 협회는 위상이 높은 기관이었다.
그런 각성자 협회에서 협회장이
라는 지위는 절대 낮지 않았다.
단순하게 안내역을 맡기에는 거 물에 속해있는 이였다.
“반갑군, 부협회장 니컬러스 홀 트라고 하네.”
자신을 자넷이라고 소개한 여자 옆에서 있던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남자는 서준을 대하는 데에서 상반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서준은 성격상 리벨 리온 의장인 자신에게 제대로 된 예우를 갖추지 않는다며 핍박을 할 생각은 없었다.
세계 각지, 드넓은 우주를 돌아
다니며 느꼈듯이 지성체들은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굳이 지위를 이용하여 그 나라, 개인의 성향에 대해서까지 왈가왈부할 생 각은 없었다.
물론, 이런 태도를 좋게 봐줄 리 는 만무했다.
“반가워, 나는……
니컬러스와 똑같이 짧은 말로 인 사를 건네려 했지만 서준의 입보다 는 자넷의 말이 더 빨랐다.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자 구
원자이신 한서준 의장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 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분명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고 있 었지만 이미 런던은 적진 한가운데 라는 가설을 세워둔 상태이기에서준의 신경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 로워져 있었다.
“아시다시피 제가 워낙 바쁜 사 람이라서 가능하다면 바로 발견하 신 본거지로 향하고 싶네요.”
굳이 적에게 시간을 많이 줘서 좋을 것은 없었다.
많은 실수들이 발생하도록 최대 한 빠르게 놈들의 계획을 이끌어내 야 한다.
“얼마든지요, 저희 협회에서도 한서준 의장님이 지원 오시는 날만 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차량을 호출하도록 하겠습니 다.”
자넷이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자 니컬러스가 혀를 쯧- 하고 차더니 자리를 벗어난다.
니컬러스가 차량을 가지러 가기 위하여 시야 밖으로 사라지자 자넷 이 곧장 허리를 숙이며 사과의 말
을 건네 왔다.
“니컬러스 부협회장의 무례를 대 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이른 나이에 큰 성공을 거머쥐어 어느 정도 콧 대가 높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한서준 의장님에게 까지 이런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자넷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같은 협회 소속, 동료의 잘 못된 행동에 대해 고개를 숙이는 훌륭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여태껏 봐왔던 빌런들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영국 모두가 적은 아니겠지.’
일부분이 부패하고 썩어버린 것 일 뿐이었다.
물론, 경계를 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시야 속 보이는 공기와 과거 시 간의 잔재들이 서준에게 위험하다 는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는 거 죠, 뭘.”
서준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은 채로 경계 상태를 계속 유지 하고 있었다.
“한서준 의장님은 세간에서 들었 던 소문과 다르게 훌륭한 인격을 가지신 분이시군요.”
자넷이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세간에 알려진 서준 의 모습은 구원자이자 영웅이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엮여있는 이 들에게 비춰지는 서준은 폭군이자 자신이 바라는 대로 세상을 바꿔내 는 절대자였다.
“저는 그저 지금의 평화가 유지 되길 바랄 뿐입니다.”
적당한 답변으로 자넷의 말을 받
아준 지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멀리서 검은색 고급 세단 한 대가 서준이 서 있는 위치 앞에 정차하 였다.
“타시죠.”
자넷은 차량이 정차함과 동시에 문을 열어 귀한 손님을 모시는 태 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운전석에는 영국 협회 소속의 각 성자, 조수석에는 니컬러스가, 마지 막으로 뒷좌석에는 서준과 자넷이 착석하게 되었다.
침묵이 감도는 차량이 부드럽게 도로 위를 달려가던 중 조수석에
앉아 있는 니컬러스는 백미러를 통 하여 계속해서 서준의 모습을 흘겨 본다.
차량이 강물 위에 설치된 다리 위를 달리고 있던 순간, 니컬러스 의 입이 열렸다.
“협회장님.”
“예, 부협회장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시죠?”
의문스러운 니컬러스의 말에 자 넷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이었다.
“다음 생에는 현명한 선택을 내 릴 수 있는 사람이 되시게나.”
차량 속에 적막한 어둠이 내려앉 아 있었지만 서준의 시야를 가릴 수는 없었다.
백미러 속, 니컬러스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동시에 차량의 밑바닥으로부터 요란한 공명음이 들려오기 시작한 다.
콰과과광!
차체 밑에서 솟아난 불기둥은 엄 청난 폭음을 동반하며, 주변의 모 든 존재들을 휩쓸어 불태워버린다.
갑작스레 터져 나온 불기둥으로 인해 일대의 모든 것들이 재가 되 어 홑날리고 있던 때, 어두운 신형 하나가 두 다리를 땅바닥에 붙인 채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실망이네.”
정신을 잃은 자넷을 품에 안은 채로 걸어 나온 서준의 미간이 찌 푸려진다.
본거지를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 하면서까지 함정을 팠기에 엄청난 강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 껏 준비한 것이 고작 마공학 폭탄 이었다.
“준비한 게 이게 전부는 아니겠 지?”
만약 이것이 전부라면 새로이 얻 은 힘을 사용해볼 수 있는 즐거운 싸움을 생각하고 있었던 마음에 크 나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
“죽고 싶지 않다면 대답해.”
서준은 허공을 웅시하며 말을 내 뱉고 있었다.
“고대의 존재님들이 위험하다고 말씀하신 것이 단순한 경고는 아니 었군.”
허공의 공간이 찢어지며 자취를 감추었던 니컬러스가 서 있었다.
“아니다, 너 같은 조무래기한테 물어봤자 의미가 없지.”
머리라 할 수 있는 놈을 만나는 것이 빠를 것이다.
서준이 허공에 떠 있는 니컬러스 를 외면하며, 강력한 기운이 느껴 지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감히! 전투 중에 한눈을 팔다 니!”
얼굴을 일그러뜨린 니컬러스가 몸을 가속시키며 삽시간에 거리를 좁혀오며 주먹을 내뻗는다.
“ 전투?”
헛웃음을 흘린 서준이 접근해온 니컬러스의 주먹을 향해 고개를 돌 리는 것으로 가볍게 피해낸다.
“네가 나와 전투를 치룰 만한 자 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격이 다르다.
아니, 존재 자체가 다르다고 말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컬러스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다.
“듣던 대로 오만하군, 고작 공격 한 번을 피한 것으로 이리 기고만 장하다니.”
이유는 짐작이 갔다.
부서진 다리 위로 백여 명에 달 하는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반적인 시민이나 구경꾼들은 아니었다.
모두가 일본에서 보았던 것과 같 은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가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만만한 미소를 흘리고 있는 니컬러스의 모습에서준은 코웃음 을 친다.
“오만은 내가 아닌 네가 보이고 있지.”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