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권 17화
417화
말도 안 된다.
애초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자 끊임없이 진화하는 종족이다.
그저 확신성이 없기에 두려워 ‘한계’라는 틀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뒀을 뿐이다.
길을 발견해낸 서준은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육신과 영혼을 분리시킨다.
그렇게 흘러간 영혼은 아주 깊은
내면에 도달한다.
마침내 의식이 내부를 향해 도달 한다.
그곳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보이 는 것은 넓은 평야, 그리고 스스로 를 가둬놓은 거대한 울타리가 보인 다.
동, 서, 남, 북 개미 한 마리조차 빠져나갈 수 없도록 사방이 두꺼운 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동시에 울타리 너머에 있는 가능 성들이 느껴진다.
괜히 인간이 진화의 종족이 아니 었다.
가능성은 ‘무한’에 도달해 있다.
울타리가 가리고 있는 길 중 하 나는 지고의 신이 될 수 있는 것이 고, 또 어느 길은 모든 것을 내려 놓으며 권태에 찌든 절대자가 될 수도 있었다.
이 외로도 마신, 혼돈의 종속, 완 벽의 존재부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평범한 미래까지.
말 그대로 ‘무한’에 가까운 가능 성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중에는 그토록 바라던 길 또한 존재했다.
‘무극.’
물론,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 했다.
실제로도 느끼고 있지만 나아가 야 할 길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을까?’
어째서, 무의식중에 스스로를 한 계라는 틀에 가뒀는지 알 것 같았다.
느꼈던 가능성 중에는 은하 전체 를 파멸시킬 마신 혹은 혼돈의 종 속이 될 가능성 또한 존재했다.
스스로의 손으로 지키려 했던 것 들을 부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살얼음판의 길을 걷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불확실성에서 오는 미지의 공포 가 서준의 걸음을 잡아 세우려 한 다.
그러나 서준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서준은 계속해서 발을 움직이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는 두꺼운 벽, 울타리를 향해 나아간 다.
울타리와의 거리가 가까워져 갈 수록 공포라는 감정이 심장을 옥죄 어 온다.
‘이곳이 맞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두려웠다.
이 너머에 어떤 길이 존재하는지 는 알 수 없었다.
허나 서준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 는다.
본래 현실에 안주해서는 바라던 곳에 도달할 수 없다.
마침내 울타리 앞에 당도한서준 은 천천히 주먹을 말아 쥔다.
직후, 앞을 가로막고 있는 울타 리를 향하여 천천히 팔을 내뻗는다.
콰광-!
굉음이 일어나긴 했으나 여전히 울타리는 견고하다.
기껏 마음을 먹고 내지른 주먹이 었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는 울타 리에서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진다.
‘부족했어……
모든 것이 부족했다.
가진 힘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준 비는 아직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앞을 가로막고 있는 두터운 울타리가 부서질 리가 만무 했다.
‘나아가야 한다.’
목표는 눈앞에 있는, 울타리다.
여전히 두텁고 높지만 더 이상 두렵지는 않았다.
계속 이런 틀 안에 갇혀 있어서 는 결국 나아갈 수 없었다.
‘나아가지 못하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해.’
서준은 눈앞의 울타리를 바라보 며, 마음을 다잡아내며 주먹을 말 아 쥔다.
“후우……
깊은 숨을 내쉰 서준은 말아 쥔
오른손의 손목을 왼손으로 감싸 잡 는다.
이어서 말아 쥔 주먹을 등 뒤쪽 으로 당긴다.
만반의 준비를 끝마치긴 했지만 울타리는 쉽사리 부서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마음먹는 대로 몸과 의지를 움직일 수 있었다면, 애초에 이렇 게 무의식중에 한계라는 틀을 만들 지도 않았을 것이다.
고개를 주억인 서준이 눈앞의 울 타리를 향하여 전력을 다하여 주먹 을 내뻗는다.
쾅-!
폭음과 함께 견고했던 울타리에 거미줄처럼 금이 퍼져 나간다.
하지만 아직 부서진 것은 아니 다.
그러나 당황할 거 없다.
이 무의식의 울타리를 부숴 낸다 는 것은 일종의 본능을 억누르는 행동이다.
고작 한 번에 부숴 낼 것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내 선택을 믿어!’
계속해서 주먹을 내뻗으며 스스
로의 의지를 투영시킨다.
연이은 주먹질로 영혼체로 이루 어진 그릇의 숨이 벅차오른다.
허나 멈추지 않는다.
본능을 이길 강한 이성과 의지를 비춰내야 한다.
팔의 피부가 찢겨지고, 뜯겨져나 가며 아찔한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지만, 서준의 눈동자는 한 번도 흔 들림을 보이지 않는다.
쾅-! 쾅-!
최대한 잡념은 지워낸다.
오직 나아가야 한다는 일념(一
念)을 일깨워내며 주먹에 강한 의 지를 실어낸다.
콰광-!
마침내 주먹이 닿은 두터웠던 울 타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 진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냄에 따라, 의식 세계가 부풀고 확장된다.
띠링-!
[포스 시스템이 사용자 ‘한서준’ 의 진화를 인지합니다!]
[레벨이 9로 대폭 상승합니다.]
[의식 세계 속에서, 사용자 ‘한서준’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던 울타 리를 부숴내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새로운 세계를 맞 이할 자격을 획득합니다.]
[전 은하에 울려 퍼질 위대한 업 적입니다!]
[칭호, 신세계에 도달한 자를 획 득합니다.]
[신세계에 도달한 자]
성장의 한계치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가능성이 ‘무한’에 도달합니다.
감겨있던 두 눈을 들어 올린 서준의 손바닥 위에는 안정적인 형태 를 유지하고 있는 기이한 색상의 구체가 놓여 있었다.
숭배자들의 교단, 지하 창고.
존을 비롯한 여덟 명의 사도들은 창고의 가장 깊숙한 곳을 향해 걸 어가고 있었다.
앞서 창고로 오기 전 존의 이야 기를 듣고 계획에 동의를 표하였지 만, 사도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 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다 른 선택지가 없기에 내린 결정이었 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손 놓고 있게 된다면 죽 음이라는 운명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존이 당당하게 의견을 제시했다.
그야말로 마지못하여 내린 선택 인 만큼 교단의 창설 이후 계속 함께 지내 온, 두 번째 사도 로버트 레드포트 역시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 고대의 존재님들과 비슷한 힘을 발휘하실 수 있는 겁니까?”
리벨리온의 가장 핵심이자 주요 전력이라 할 수 있는 한서준 의장 의 힘은 규격 외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고대의 힘을 다뤄낼 수 있는 여 덟 명의 사도가 모두 출전한다 할 지라도 승산을 점할 수가 없었다.
헌데 존은 혼자서 한서준 의장을 묶어둘 것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 니었지만 걱정을 완전히 지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타당한 걱정이었지만 존은 여유 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보도록 하게.”
존이 지하창고의 벽면을 조작하 자 톱니바퀴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오며 가려져 있던 공간이 드러난다.
자연스레 그 안에 숨겨진 잿빛
기운이 휘감긴 반지가 모습을 드러 낸다.
“맙소사.”
반지 안에 담겨진 힘을 목도한 로버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비단 로버트뿐만이 아니었다.
“위, 위대한 고대의 존재님을 목 도합니다.”
반지를 목도한 사도들은 곧장 고 개를 숙이며 예를 표하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반지라고 볼 수 없었다.
고대의 존재 그 자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압 도적인 힘이다.
“이제야 내 말을 믿을 수 있겠 나?”
더 이상은 부정할 수 없었다.
로버트를 비롯한 사도들은 묵묵 히 고개를 주억인다.
생각해보면 숭배자들이 단순히 고대의 존재들의 힘을 이용할 수 있기에 빠른 속도로 세계를 집어삼 켜 나가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존의 뛰어난 두뇌를 이용한 계산 과 예상으로 표적들을 확실하게 세 뇌 혹은 매수해내어 왔기에 빠르게 세력을 불릴 수 있었다.
이런 존이 당당하게 한서준을 묶 어 둘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출하 는 건 이미 계산을 끝마쳐 두었다 는 것이었다.
‘설사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시간 은 충분히 끌 수 있을 것이다.’
창고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놓 은 고대의 힘은 바로 ‘망각’의 힘이 다.
고대의 존재들께서 다루는 망각
의 힘을 완벽히 재현해낼 수 있다 는 것은, 전력을 쏟아낸다면 일시 적으로 한서준의 힘을 봉쇄해낼 수 있을 말이었다.
때문에, 존은 자신감 넘치는 목 소리로 말할 수 있었다.
“한서준 의장이 고대의 존재님들을 압도해낼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우리 계획이 실패할 일은 없다.”
고대의 존재, 힘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그 어느 문헌이나 기록에서도 보지 못했다.
태초부터 존재했던 힘이자 가장
강력한 힘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꾸준히 성장을 해왔다면 불가능 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릇, 성장에는 한계라는 것이 존재하는 법이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결국 한계 점에 도달하게 된다면 성장이 더뎌 지거나,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고작 8년 만에 가능성을 개화했을 리가 없다.’
뭐든 성장을 위해서는 완전히 새 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야 하는 법
이다.
한서준 의장이 압도적인 힘을 가 지고 있고,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 수련을 했다 할지라도 새로운 세계에 도달했을 리가 없었다.
자연스레 로버트를 비롯한 사도 들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그늘이 가 신다.
“이 정도라면 걱정이 없겠습니 다.”
“그.러니까, 괜한 걱정 하지 말고 자네들이나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확실하게 리벨리온 거점을 파괴할 준비나 해두게.”
“예, 알겠습니다!”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존과 사도 들의 입가에는 이미 승리를 거머쥔 것마냥, 환한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포스 시스템 Ver.2 스테이터스] 이름: 한서준.
신명: 투쟁, 용기, 구원, 무결 외 (상세 정보 확인 가능)
칭호: 패황, 혼돈제.
레벨: 9
힘: 측정 보류 민첩: 측정 보류 체력: 측정 보류 내공: 측정 보류
보너스 포인트 : 15
파괴: 1(+5) 혼돈 : 10.
보유 신성력 : 81,178
특이 사항.
1. 최대치의 성장에 도달한 상태 입니다.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맞이하지 않 았다.
하지만 초록빛 홀로그램 창으로 떠오르던 스테이터스 창을 확인하 고 있는 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소 가 피어난다.
‘이게 내 한계점이었나.’
어째서 과거에 레벨 업, 성장이 느렸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단순히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어 어려워진 것이 아닌 스스로의 한계 에 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이제부터는 아니었다.
스스로의 한계를 부숴냈고 가능 성을 무한으로 가질 수 있었다.
‘시스템 패치.’
서준의 시선이 곧장 초록빛 홀로 그램 창으로 향한다.
계속해서 반짝이는 홀로그램 창 중 서준의 시선이 멈춘 것은 바로 ‘칭호’란이 었다.
가진 칭호의 능력 중 그 어느 것 도 포기할 수 없었다.
띵-!
[신성력: 50,000을 소모해 세 번 째 칭호란을 개방합니다.]
‘모아두기를 잘했네.’
다소 신성력의 소모량이 많아지 긴 했지만 아까울 것은 없었다.
기존의 전력을 유지한 채로, 한 계치를 부숴낼 뿐더러 가능성을 더 해낸 것이다.
“좋네.”
서준은 곧장 세 번째로 개방된 칭호란에 새로이 얻은 신세계에 도 달한 자를 등록해냈다.
띠링-!
[사용자 한서준의 칭호에 ‘신세계 에 도달한 자’가 추가됩니다.]
메시지 창이 떠오르기 무섭게 기 존의 육신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 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