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권 16화
416화
“걱정할 거 없어, 그것보다 중요 한 것은 런던에 놈들의 본부라 불 릴 만한 곳이 있다는 거지.”
어떠한 조직이라 할지라도 머리 라고 할 수 있는 대장과 본거지를 제거해낸다면 빠른 속도로 무너지 게 된다.
숭배자들을 소탕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신하여 가장 위험한 길이라고
도 칭할 수 있었다.
고대의 존재들과 연관된 집단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조 심스레 행동하는 것이 당연했다.
“제가 직접 나서서 처리하고 오 겠습니다.”
그러나 서준에겐 일말의 망설임 도 존재치 않았다.
만약 이런 과감하면서도 무모해 보이는 행동을 하려는 이가 서준이 아니었다면 곧장 만류를 했을 것이 다.
하지만 서준은 자존심을 세워가 며 괜한 말올 하는 이가 아니었다.
“곧장 영국으로 가실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강석호가 묵묵히 고개를 주억이 는 순간, 자리에 앉아 있던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여 저도 함께 가고 싶습니다.”
“미약하지만 힘을 보태고 싶습니 다.”
서로 앞다투어 출전을 요청하고 있었지만 서준은 고개를 내젓는다.
“런던은 나 혼자서만 가겠어.”
“하오나……
“어떠한 함정이 있을지 모릅니 다.”
상대는 고대의 존재와 연관된 이 들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서준이 규격 외의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 었지만 싸움이라는 것은 만에 하나, 아니 천만 분의 하나의 변수가 생 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서준의 태도 는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나 혼자서 가야 해, 너희 들을 믿지 못해서 이런 선택을 하 는 게 아니야.”
오히려 믿기에 혼자서 런던으로 갈 수 있는 것이었다.
“이곳에 남아서 반드시 해줘야 할 일이 있어.”
이어지는 서준의 말에 모두들 묵 묵히 고개를 주억이며 이야기를 경 청한다.
“놈들은 반드시 취하고 싶은 게 있기에 이렇게 본거지의 위치를 드 러내는 희생을 감수했어,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그들이 원하는 것 은 세계의 대혼란이야.”
서준의 이야기에 강석호의 눈매 가 날카로워졌다.
“그렇다면……. 아마도 가장 큰 상징성을 가진 이곳, 리벨리온 본 부를 파괴하려 하겠군요.”
갑작스런 일본의 전면전 선언에 당황함만큼이나 의아함을 느끼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퍼즐들을 맞 춰 보니 그들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다.
고대의 존재들의 힘을 부여받고,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면 숨겨 놓은 전력들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리벨리온 본부를 파괴하려 한 것이 었다.
“저도 같은 추측을 하고 있어
요.”
“최대한 감시하고 주시했거
느..n
서준의 공백을 메꾸기 위하여 밤 낮 없이 일을 하며 차원 각지의 평 화를 유지하기 위해 힘을 썼지만 정작 내부, 지구의 상황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아니에요, 부의장님은 최선을 다해주고 계시잖아요.”
책임을 물으려고 꺼낸 말이 아니 었다.
애초에 강석호가 없었다면 서준
이 자리를 비운 8년이라는 시간 동 안 리벨리온이 제대로 유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드높다는 신격들조차 실수를 범한다.
초인이라 불리긴 하고 있지만 결 국 사람인 강석호가 실수를 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이 야기의 중점은, 아까 부의장님이 말씀하셨다시피 제가 런던으로 가 게 된다면 놈들이 고대의 존재들의 힘을 이용하여 리벨리온 본부를 노 릴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차원의 수 장, 대표 신격들은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켜 상황을 정리해나간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할 수 있 는 만큼 아마도 리벨리온을 순식간 에 점거하기 위하여 가지고 있는 전력을 쏟아붓겠군요.”
“고대의 존재들에게 받은 힘을 모두 사용한다면 일반적인 연합군 으로는 절대 막아낼 수 없겠군.”
오랜 시간 전쟁을 해왔기에 확신 을 할수 있었다.
그 기괴하면서도 압도적인 힘에 숫자는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이곳에 남아서 너희들이 해줘야 할 일을 알겠지?”
이어질 적의 총 공세를 막아낸 다.
“그 누구도, 두 번 다시는 이따 위 일을 벌이지 못하도록, 압도적 인 차이로 쓰러뜨려줘.”
서준의 저의를 파악하자 모두들 고개를 주억일 수밖에 없었다.
가장 이상적인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다.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는 없었다.
“개미 한 마리조차 본부에 들어 오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고대의 존재들과 제대 로 맞붙을 수 있겠네.”
“수련의 성과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겠군요.”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는 수하들 의 모습에서준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흐른다.
더 이상 뒤를 걱정할 필요는 없 었다.
‘뼈를 주고 살을 취하려는 놈들 의 모든 것을 취해낸다.’
어떠한 변수가 생긴다 할지라도 무의미한 발악에 불과했다.
“믿고 갔다 올게.”
런던으로 향하기 전, 서준은 리 벨리온 본부에 위치한 우주선을 이 용하여 드넓은 은하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서준은 그 우주선 내부에 있는,
함장실의 의자에 걸터앉은 채로 깊 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고대의 존재들과의 싸움.’
이미 앞서 싸워본 만큼 패배는 추호도 생각지 않는다.
혼돈의 세계에서 혼돈제에 오름 으로써 다루는 힘의 폭이 넓어졌으 며, 그 위력도 더욱더 강력해졌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일부인 분신체라고는 하나 주샤콘을 가벼이 압도해낼 수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본인, 서준은 만족 올 할 수 없었다.
‘너무 불확실한 것들이 많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혼돈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무결기와 혼돈 기를 함께 다루어 펼칠 수 있는 무 공들이 무엇인지까지.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이런 상황이 닥친 것은 어 쩔 수 없는 상황들 때문이었다.
‘실험해볼 곳이 없었지.’
과거에도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 면 지도가 뒤바뀔 정도였다.
그런데 혼돈기라는 새로운 힘을
얻었고, 육체가 새로이 빚어진 만 큼 기존 위력의 수배는 달하게 강 력해졌다.
단순한 궁금증으로 힘을 사용해 보기에는 위험한 점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스스로 의 힘을 알아갈 필요가 있었다.
‘고대의 존재들도 마냥 놀고만 있던 거는 아니겠지.’
본래 전쟁과 싸움은 큰 피해를 입는 만큼이나 크나큰 성장을 가져 오는 법이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성장을 이뤘을 것이다.
스스로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 는 지금의 상태라면 싸움에서 승률 이 백 퍼센트라고 장담할 수는 없 었다.
만에 하나, 천만 분의 하나의 확 률로 벌어질 최악의 상황에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어떠한 방향으로 성장하여 힘을 개화해냈을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다.
지금 당장만 보더라도 분명 고대 의 존재들은 혼돈에 던져졌거나, 영멸을 맞이했음에도 되살아나고 있지 않은가?
어떤 변수가 끼어들어 곤란한 상 황을 불러올지 알 수 없었다.
‘정말 극히 낮은 확률이긴 하겠 지만……
이번 싸움에는 그야말로 사활이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간신히 되찾은 행복을 잃을 수 는 없지.’
혼돈의 세계에서 수많은 난관을 헤쳐내고, 승리하여 취해낸 삶이었다.
어렵사리 쟁취해낸 이 행복을 절 대로 잃지 않을 것이다.
그게 설사 수많은 은하의 파멸을 불러온 고대의 존재들이라 할지라 도 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겠어.’
지구라는 차원에 속한, 가족이라 는 말로 정의된 소중한 사람들과의 삶, 그 작은 행복을 지켜낼 것이다.
그렇기에서준은 조금의 확률마 저 배제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가진 힘을 모두 펼쳐 볼 공간이 존재했다.
당연하지만 일반적인 차원이었다 면 삽시간에 붕괴되어 제대로 된 실험을 해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서준이 향하는 곳은 드넓은 공간을 가졌으면서도 견고 한 방어벽을 가진 곳이었다.
‘정복왕의 성역.’
심지어 생명체가 남지 않은 버려 진 차원이었다.
그곳이라면 마음껏 힘을 다뤄보 고, 사용할 수 있었다.
‘충분히 가능해.’
물론, 주인이 없는 땅을 마음대 로 사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 다.
‘무결기를 이용한다면 금세 수복 을 해낼 수 있어.’
본래라면 혹시나 하는 상황에 조 사를 할 수 있는 만큼 차원을 온전 한 상태로 보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당장 눈앞의 불을 꺼야 하지 않겠는가?
서준이 생각을 끝마친 사이, 우 주선 창밖 너머에 익숙한 모습의 차원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볼까.”
생각을 끝마친 서준은 곧장 자리 를 박차고 일어나며 과거, 정복왕 의 성역으로 향한다.
“ 후우......
혼자뿐인 세계, 그 공간에서 서준은 깊은 숨을 몰아내 쉬며 대기 중을 배회하고 있는 기운들을 이끌 어낸다.
평소와 같은 운용이 아니었다.
일전, 혼돈제 카리안을 쓰러뜨렸 을 때처럼 혼돈기와 무결기를 동시 에 일으킨다.
다른 점이라면 그때와 달리 한 점, 주먹이 아닌 손바닥 위에 응집 시킨다.
무결기와 혼돈기는 뒤섞이며 덩 치와 힘을 키워간다.
펼쳐진 손바닥 위, 제멋대로 뒤 섞인 두 개의 강력한 힘에 혼돈기 조차도 받아들일 수 있던 단단했던 육체조차도 견디지 못한다.
“꼬읍......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살갗이 타 는 듯한 고통에 저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지만, 불행 중 다 행히도 그 고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래가게 내버 려둬서는 안 된다.
서준은 구체의 형태로 응집된 힘 을 천천히 조율해나가기 시작한다.
바라는 것은 완전한 합일(合一), 하나가 되는 것이다.
물론, 혼돈은 본래 무엇이든 집 어삼키고 부숴내 버리는 포악한 힘 이다.
허나 무결기는 완벽에 도달할 수 있는 힘,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힘 이었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할 수 있어.’
그리고 설사, 실패하여 폭발한다 할지라도 충격의 여파에 대해서 걱 정할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서준은 과감하게 더욱더 많은 힘을 응집시킬 수 있었다.
우우웅-!
구체는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요 란한 공명음을 토해내며 한계점에 달했음을 전해준다.
허나 서준은 기운을 응집시키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파지직-!
구체가 더는 안 된다며, 만류하 듯이 요란한 스파크를 토해내고 있 었지만 서준은 두려움, 불가능을 느끼지 않는다.
‘과정만 바꿨을 뿐이야.’
두 눈을 감은 서준은 천천히 카 리안과의 전투를 복기한다.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하며, 완벽 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던 무결 천마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간다.
어떠한 존재라도 지배할 수 있는 절대자이자 무의 극에 달해있는 압 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
그 싸움을 복기해나가던 서준의 기억이 한곳에 머문다.
전력을 담아내어 운명을 확정지 어내는, 피할 수 없는 공격을 뻗어
냈던 스스로의 한계를 마주한다.
단 한 번도 다뤄보지 못한 압도 적인 힘을 다뤄내고 있는 만큼,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와 기쁨 이 어려 있었다.
허나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 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가 지 의문이 존재했다.
‘정말 이게 나의 한계일까?’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