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권 11화
411화
서준은 벙커 내에 숨어있던 일본 의 고위 관료들을 정리해낸 직후, 허공으로 떠올라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어찌 보자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 다고 볼 수 있었다.
‘고대의 존재.’
머지않은 거리에서 그들의 힘이 더욱더 강렬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두 눈으로 확실하게 확인해둬야 한다.
고개를 주억인 서준의 시선은 근 방, 풀숲 사이에 숨겨놓은 군사기 지를 응시한다.
‘찾았다.’
상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것 인지 익숙하면서도 강렬한 힘들이 한 점에 모여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번거로움은 덜겠네.”
상황을 눈치챈 이들이 뿔뿔이 흩 어지게 되는 귀찮은 일이 생기기 전에 최대한 정리를 해내야 한다.
서준의 신형이 바람을 가르며 시 선 속, 군사기지의 중심지로 낙하 한다.
후웅-!
별안간 나타난 서준의 신형에 군 사기지에 모여 있던 각성자들의 시 선이 한곳에 모인다.
“너……. 너는?”
“기다릴 거 없어, 너희들의 상관 들은 평생 바깥세상으로 나오지 못 할 거니까.”
“뭐라고……?”
“들었던 그대로야, 너희들의 상
관들은 이들은 이제 이 세상에 없 어.”
피식 웃으며 답한서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마지못해서 억지로 싸울 거 없 다는 거지.”
본래부터 서준은 힘이 있다고 해 서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폭군이 아 니었다.
그저 일본 고위 관료들과 천황이 욕심에 눈이 멀어 선을 넘었기에 손을 쓴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인들 모두가 그들처 럼 욕심에 눈이 먼 것은 아니었다.
전면전이라는 상황 때문에 피치 못한 사정으로 억지로 끌려온 이들 이 있을 수도 있었다.
적어도 이들에게 직접 선택권을
줄 수 줄 수
있는 마지막 자비는 베풀어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눈앞의 각성 자들은 서준이 베풀고 있는 자비를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강을 건 너버린 상황이었다.
“그, 그렇다면 자유가 된 거잖 아……
“마음대로 싸워도 된다는 거지.”
“드…… 드디어!”
머리를 부여잡은 채로 미간을 찌 푸리고 있던 각성자들의 두 눈동자 에 붉은 광기가 차오른다.
오랜 시간 스스로를 묶었던 족 쇄, 각인된 억압이 사라지자 가까 스로 억눌러두었던 감정들이 터져 나온다.
“자유야! 자유라고!”
“크하하!”
각성자들이 터뜨리는 광소와 함께 주변의 기류가 변화한다.
쿠궁-!
동시에 주변의 땅을 울리는 듯한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
‘ 이건......
익숙한 힘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준이 이곳까 지 당도한 이유라고 할 수 있는 난 폭한 기운이 일대를 장악해가고 있었다.
‘위험해.’
당장 서준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 았다.
문제는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일 본 열도가 힘의 여파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다.
“먹어 치워.”
서준이 손을 앞으로 내뻗으며 기 운을 발산하는 순간이었다.
두 개의 기운이 허공에서 맞부딪 혀 힘 싸움을 시작한 여파로 광풍 이 몰아친다.
뿐만이 아니었다.
각성자들과 서준 주변의 땅이 쩌 적- 갈라졌고, 주변의 돌, 나무와 같은 지형지물들이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며 하늘로 떠오른다.
지속되는 거대한 힘의 싸움에서준의 미간이 찌푸려져 간다.
“뭐야.....♦?”
힘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었다.
예상을 넘어서고 있긴 했지만 감 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문제는 느껴지는 기운이 단순히 익숙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주샤콘.”
뿐만이 아니었다.
글룬, 그로스, 글라키까지. 분명 제거해냈던 고대의 존재들의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 어떻게?’
의문이 피어났지만 생각을 이어
갈 여유는 없었다.
맞부딪힌 힘들이 멋대로 날뛰며 폭주하고 있었다.
이런 거대한 힘이 폭주하게 된다 면 일본이라는 나라뿐만 아니라 한 국에도 여파가 미치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두 개의 나라가 세 계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었다.
일대의 기운들을 제어해내야 한 다.
‘힘으로 억누르는 것은 불가능 해.’
꼭지를 열어 둔 수도마냥 계속해
서 쏟아져 나오는 기운들을 모두 억제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차선의 선택지는 이 힘들을 통째로 먹어치우고, 흡 수하는 것이다.
다른 기운도 아니고 고대의 존재 들이 다루는 태초의 힘, 온전히 흡 수해내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죽여! 죽이라고!]
실제로도 머릿속에 괴이한 음성 들이 들려온다.
끔찍한 목소리와 함께 그 안에 담긴 의지가 강렬하게 전달된다.
‘파괴와 공허, 광기와 망각.’
고대의 힘의 근간이라 할 수 있 는 감정들이 쏟아져 나온다.
웬만한 신격들조차 정신이 나가 버릴 것만 같은 감정의 세례와 막 대한 양의 힘이 밀려들어 온다.
과거라면 조금 위험했을 것이다.
한계를 넘어선 힘에 육체가 폭발 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역으로 힘에 잡아 먹혀 방금 전 각성자들처럼 이성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었다.
오히려 서준은 속으로 비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고작 이 정도로……
매 순간순간마다 이성을 잃게 만 들려 하는 욕구들과 싸워왔다.
혼돈에 집어삼켜진 채로 느꼈던 감정의 격동에 비하자면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하찮은 수준이다.
애초에 혼돈은 모든 것의 시작이 다.
어떠한 힘이라 할지라도 흡수하 고 집어삼킬 수도 있었다.
‘우습네.’
고작 이런 힘으로 서준의 정신을
붕괴시킬 수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내뻗고 있는 손이 빨 아들이는 기운의 흡수가 빨라져간 다.
그럴수록 머릿속을 울리는 괴이 한 음성들은 더욱더 거칠고 확고해 져간다.
[없애버려!]
[파괴하는 거다!]
[함께 지워버리자!]
미친 듯이 울려 퍼지는 음성들이 서준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려 했지 만 전부 부질없는 짓이다.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혼돈은 그 음성들마저 허망하게 집어삼켜 버린다.
어느덧 일대를 집어삼켜버릴 것 같았던 거대한 기운들은 손 하나로 쥘 수 있는 야구공마냥 작아져 있었다.
쉬이익-
직후, 빨려 들어오는 듯한 소리 와 함께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
“ o 으.”
- 13 .
손쉽게 폭발하던 고대의 힘을 흡 수해낸 서준은 짧은 신음을 흘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당장이라도 이성을 잃고 날뛸 것 만 같았던 각성자들은 언제 그랬냐 는 듯 바닥에 쓰러져 죽은 듯이 잠 을 취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주변에는 침묵이 내려 앉는다.
안전을 확인한, 서준은 빠르게 두 눈을 감고 몸 내부를 관조한다.
고대의 힘들을 모두 흡수해내는 데 성공했지만, 기운들은 응축된 상태로 심장의 구석 편에 모여서 폭발하듯이 날뛰고 있었다.
비록 전처럼 끔찍한 음성을 흘릴 정도의 강렬한 의지는 없었지만 끝
까지 발악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다룰 수 있는 파괴의 힘 만을 흡수하고 나머지는 우주에 흩 뿌려 사라지게 만들려 했다.
가장 깔끔하고 안전한 방법이었 으니 말이다.
헌데 이렇게 기운을 흡수하고 나 니 문득 한 가지 가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강렬한 힘과 의지를 가 진 기운이라면 다루던 이의 격과 힘이 배어 있는 거 아니야?’
의문을 이어나가던 순간이었다.
서준의 혼돈이 발악을 보이던 고
대의 힘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서준이 무언가 의지를 발현하지 도 않았는데 벌어진 일이었다.
이성이 닿기 전 본능이 행동을 한 것이다.
‘자체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한 건가?’
순간의 판단으로 목숨이 오가는 무인에게 있어 이런 본능은 무엇보 다도 중요한 부분이었고, 서준 또 한 믿고 있는 감각이었다.
허나 당장 육체나 정신적인 변화 가 감지되는 것은 없었다.
‘아직 완벽히 먹어치우지 못해서 인가?’
나중에 자세히 확인은 해봐야겠 지만 당장으로서는 굳이 크게 신경 을 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판단을 끝마친 서준은 감고 있던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주변을 둘러 본다.
‘분주하게도 움직이는군.’
정체 모를 괴인들, 그들은 서준 이 폭주하는 고대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한 뒤로 얼마 되지 않아 나타 난 인물이었다.
느껴지는 기운에 고대의 힘들이
배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고대의 존재들과 연관된 인물이 틀림없었다.
확실하게 적으로 분류된 이들임 에도 불구하고 서준은 굳이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
‘어차피 꼬리에 불과한 놈들.’
본연의 몸을 숨긴 채로 이렇게 거대한 판을 꾸리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들이었다.
분명 몸통 혹은 머리가 따로 있 을 것이다.
‘확실하게 알아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서준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기며 조심스레 그들의 뒤를 쫓아갔다.
지구는 지난 8년 동안 많은 어떠 한 차원보다도 안정적인 평화와 화 합을 누려왔다고 말할 수 있었다.
대다수가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욕심과 욕망이 많은 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지루한
생활이었다.
헌데 그런 이들에게 아주 달콤한 제안을 건네는 이들이 찾아왔다.
스스로를 고대의 숭배자라고 칭 하는 존재.
그들은 아주 머나먼 곳에 있는 고대의 존재들과 신을 섬기는 존재 들이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단순한 미치광 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숭배자들에 게는 신념을 실현시킬 힘과 능력이 있었다.
무릇 강한 힘과 출중한 능력은 사람을 매혹시키는 법이다.
자연스레 평화로워 보이는 지구 의 내부에서는 그들의 마수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세력은 암 암리에 많은 세계의 지도층을 세뇌 시키거나 혹은 바꿔냈다.
머지않아서 우주를 지배하고 있 는 차원 연합, 리벨리온보다도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리벨리온 연합이라 할지라도 구 심점이 되는 본부가 무너지게 된다 면 곧장 움직임을 보일 수는 없을 겁니다.”
일본, 후지산의 깊숙한 곳에 세 계에 공개되지 않은 고대의 존재, 신들을 숨기는 숭배자들의 지부에 몸을 숨기고 있던 오노 다이스케가 거울 형상의 아티팩트를 보며 말했 다.
“……그렇기에 확실히 리벨리온 의 본부를 점거 및 파괴하기 위해 고대의 존재님들이 내려주신 힘의 조각을 몇 가지를 일본에 지원해주 었습니다.”
-훌륭한 선택일세, 뭐든 확실한 것이 좋은 법이지. 다이스케 사제 는 언제나 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일올 처리해주는군.
“칭찬 감사합니다, 헌데 만약 제 가 일본의 관료들을 이용해 리벨리 온의 본부인 한국만 잘 처리해낸다 면……
조심스러운 다이스케의 말에 거 울 너머의 검은 신형이 입을 연다.
-걱정하지 말게나. 이번 일을 확 실하게 처리해준다면 내가 책임지 고 다이스케 자네를 열 번째 사도 로 추대하겠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여태까지처럼 실망시 키지 않고 확실하게 정리해주게.
“믿고 맡겨주십시오, 절대 실패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이스케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연결되어 있던 통신이 끊긴다.
허나 나누었던 대화들로 인해 들 끓은 감정들은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는다.
‘드디어! 드디어 나도 고대의 존재들을 모시는 사도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됐어!’
숭배자들의 계급은 간단명료했 다.
기본적인 숭배자들과 그를 지휘 하는 사제들.
그리고 사제들을 다루는 사도들
로 나뉘어져 있었다.
정상, 그토록 바랐던 승배자들의 최고 계급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쥔 것이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