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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402화 (402/517)

- 17권 10화

410화

말도 안 된다.

당장 지금 벙커 내부에는 거대한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일까. 머리를 빠르 게 회전시켜 보자 금세 이유를 추 측할 수 있었다.

‘저건 일반적인 기운이 아니다.’

그렇다면 앱솔루트 도어를 부숴 낸 저 기운, 힘은 무엇일까?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애

석하게도 정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미지의 힘이다.’

여태껏 지구에 발견되고, 연구되 지 않은 새로이 익혀온 힘이라는 것이다.

당장 회색빛 기운에서 느껴지는 포악함에 요시다의 등 뒤에서 식은 땀이 비 오듯 홀러내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미 지의 힘을 다뤄낼 수 있는 주인이 누구인지 쉽사리 짐작이 가기 때문 이었다.

그.리고 이런 요시다의 생각은 현 실이 되었다.

부서진 문이 피워내는 먼지구름 너머에서 검은 신형이 천천히 걸음 을 옮겨오기 시작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하긴 했네.”

불과 몇 시간 전에 들은 목소리 였던 만큼 모를 수가 없었다.

자연스레 요시다의 안색이 창백 해졌다.

“하, 한서준 의장!”

기겁하듯이 내지르는 사토시의 우렁찬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벙커 내부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

“고조 사토시.”

차가운 서준의 부름에 사토시의 얼굴이 창백해져간다.

하지만 나름 한 나라의 위세를 떨친 인물이어서일까?

당장이라도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두 다리를 부여잡은 사토시는 가까스로 목소리를 드높이며 서준 을 위협하고 있었다.

“감, 감히 여기가 어디인 줄 알 고!”

다행이다.

반응을 보아하니 이번에는 홀로

“어디긴, 소각할 쓰레기를 모아 둔 쓰레기통이지.”

“히이익—!”

“안, 안 돼-!”

서준이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로 시선을 흘기자 몇몇 이들은 경기를 일으키며 재빠르게 자리를 벗어나 려 한다.

과거, 서준과 척을 지게 된 이들 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 들은 것 이 있기에 보이는 본능적인 행동이 었다.

허나 그 행동은 서준의 화를 부

를 뿐이었다.

“난 움직여도 된다는 말을 한 적 이 없는데.”

서준의 날카로운 눈빛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던 관료들의 두 다 리에 힘이 풀린다.

당연하지만, 의도했거나 바란 것 은 아니다.

그저 이빨을 들이민 맹수의 공포 에 사로잡혔을 뿐이다.

가볍게 주변의 상황을 정리한 서준은 시선을 옮기어 떨리는 눈을 하고 있는 사토시에게로 고정해낸 다.

“어, 어떻게 앱솔루트 도어를 부 숴낸 거지?”

“그냥 부서지던데.”

“감히 누구 앞에서 거짓을!”

사토시가 목소리를 높이며 현실 을 부정하려 한다.

그러나 바닥에 볼품없이 찌그러 져 내팽개쳐져 있는 문짝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해.”

지구라는 좁은 세계에 박혀 연구 와 개발만 했던 이들의 좁은 시선 으로 우주라는 드넓은 세계와 무수

히 많은 기이한 힘과 능력, 그리고 그를 다뤄내는 강자들까지.

얕은 지식과 좁은 시선으로는 도 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당연 했다.

“완전히 급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맞아.”

정확히 말하자면, 보고 겪은 세 계 자체가 다를 것이다.

허나 이 또한 말해준다고 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과연 듣던 것만큼 오만하군!”

사토시는 서준이 오만하다 여기 고 있었다.

“편한 대로 생각해.”

굳이 말하자면 겸손하다는 표현 이 옳았다.

아니, 애초에서준의 힘을 제대 로 마주할 수 있었다면 사토시는 결단코 지금처럼 고개를 빳빳이 든 채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무덤덤한서준의 시선이 이번에 는 요시다를 향한다.

“꽉 막힌 네놈이랑 다르게 저쪽 은 눈치가 제법이네.”

말을 듣지 않는 두 다리를 포기 하고 조심스럽게 엉덩이를 끌어가 며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있던 요시 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헛고생할 거 없어.”

단언할 수 있었다.

오늘 이곳에서 무사히, 제정신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 일본인은 없 을 것이다.

비릿한 미소를 흘린 서준은 중지 와 엄지를 가볍게 튕겨냈다.

딱-!

명쾌한 소리와 함께 벙커 내부의

공간 전체가 기이한 형태로 뒤틀리 는가 싶더니 회색빛 기운이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한다.

“무슨?!”

갑작스런 변화에 요시다가 눈을 휘둥그레 뜬다.

“너희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 던, 마주하지 않아야 할 세계야.”

마지막 서준의 말과 함께 벙커 내부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끄아악-!”

“그, 그만! 제발 그만!”

“멈춰!”

회색빛 기운에 집어삼켜지는 순 간, 애써 자리에 앉혀놓은 관료들 이 머리를 부여잡은 채로 바닥을 구르기 시작한다.

단순히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제 손으로 살을 긁어내거나, 머리를 땅바닥에 내려찍으며 죽음을 자처 한다.

이 상황을 예견했다는 듯, 서준 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 보고 있을 때였다.

“사, 살려주십쇼!”

“제발 한 번만 용서를 부탁드립

니다.”

“저희도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천황, 사토시를 향하여 아첨을 떨어대던 간신들은 서로 앞다투어 서준의 앞에 무릎을 꿇고 바짓가랑 이를 부여잡으며 간청한다.

허나 서준의 표정은 여전히 딱딱 하게 굳어져 있었다.

“너희가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다시는 덤벼들지 못하도록 팔다 리를 잘라내고 가능하다면 죽음을

선고했을 것이다.

“너희가 상상했던 일이 현실이 될 거야.”

사형선고와 마찬가지인 그 말에 일본 관료들의 얼굴빛이 하얗게 질 린다.

“역시 평화와 화합을 바란다는 것은 거짓이었군.”

사토시가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을 내뱉는다.

이제야 서준이라는 존재의 힘이 생각했던 것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 음을 깨달을 듯한 모습이었다.

“거짓말 같아?”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내젓는 서준의 모습에 사토시가 코웃음을 쳤다.

“궤변이군, 살인자가 평화와 화 합을 바란다고?”

서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 른다.

“살인자라니, 너는 사람이 아니 잖아.”

코를 찌르는 듯한 진한 혈향, 홀 로그램이 아닌 실제 사토시의 몸에서는 피 내음이 가득 풍겨 나오고 있었다.

“못해도 수천은 되겠네.”

희대의 살인마가 평화와 화합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애초에서준이 진정으로 평화와 화합을 바라기에 이런 인종 들을 치워버리려 하는 것이다.

“죽어라.”

낮은 목소리와 함께 사토시가 허 리춤에서 뽑아 낸 총구에서 푸른빛 섬광이 번쩍이기 시작한다.

콰직-!

폭음과 함께 뽑아든 총을 제대로 쏘아내지도 못하고 벽면에 처박힌 사토시의 입가로 핏물이 주르륵 흐 른다.

“용기는 칭찬할게.”

“어차피 죽을 거라면 발버둥이라 도 쳐 보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니겠 나……

입가로 흐르는 핏물을 훔친 사토 시는 비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상의 를 찢어발긴다.

“이곳에서 나와 함께 최후를 맞 이하자.”

찢어진 외투 속, 사토시는 가슴 팍의 몬스터들이 달고 있던, 핵 동 력 장치를 향해 손을 내뻗는다.

“함께라……

서준이 손을 턱에 괸 채로 고민 에 빠지고 있을 때였다.

빠르게 상황 파악을 마친 요시다 가 날듯이 다리를 놀린다.

마음만 먹는다면 요시다의 움직 임을 막을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러 고 싶지가 않았다.

퍽! 퍽!

지금 요시다의 모습이 썩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미, 미친! 죽을 거면 혼자 죽어! 이런 좁은 곳에서 핵폭발을 일으키 겠다고?! 절대 안 돼!”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주 군으로서 모시며 갖은 아첨을 떨던 요시다가 사토시를 향해 연신 발길 질을 내뻗고 있었다.

본질적인 그들의 모습에서준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흐른다.

“잘 어울리네.”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어 말씀 드리지만 저기 있는 미친놈과 다르 게 저, 요시다는 제법 쓸 만한 놈 입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제가 책 임지고 오늘 있었던 모든 일의 뒷 수습을 해내겠습니다.”

손을 싹싹 비비며 아부를 떠는

요시다의 모습에서준은 고개를 내 젓는다.

“멈추면 안 되지, 방금 전 모습 이 너희들에게 딱 어울리는 모습이 었는데.”

“그게 무슨……

반박을 끝내기도 전, 이야기를 끊고 들어간 서준의 입가로 비릿한 비웃음이 떠올랐다.

“방금 전 보인 모습, 그게 진정 한 너희들의 본 모습이잖아.”

서준의 노골적인 말에 치욕을 느 낀 요시다의 얼굴이 붉어진다.

넝마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진 사 토시 또한 입술을 질끈- 깨물며 분 을 삭이고 있었지만, 차마 부정을 할 수는 없었다.

차마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는 둘의 모습을 보고 있던 서준이 헛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그런……. 너희들을 위한 최후 를 선사해주마.”

서준의 선언과 함께 공간 전체가 뒤혼들리며 커다란 진동을 일으킨 다.

쿠구궁-!

압도적인 힘은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며 빠져나갈 방도를 찾고 있던 모든 이들에게 거대한 절망을 선사 한다.

심연 속, 마치 마주해서는 안 될 것을 마주한 느낌이다.

본능적인 공포에 몸이 사시나무 처럼 파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난생 처음 마주하는 거대한 혼돈 에 그들은 통제권을 벗어난 육체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제, 제발! 자비를 보여주십시오. 불쾌하셨던 부분들을 모두 시정하 겠……!”

요시다가 머리를 조아린 상태로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 순간에도 실낱같은 희망 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태도다.

“그렇게 무서워할 거 없어.”

애초에서준은 직접적으로 이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벙커 내부에서서히 차오르는 회 색빛 기운에 일본 관료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간다.

잠시 욕심에 눈이 멀어 망각했었지만, 한서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들이 떠오른 것이었다.

“제, 제발……

다급한 목소리로 용서와 자비를 구하고 있었지만 회색빛 기운은 멈 추지 않는다.

어느덧, 회색빛 기운은 그들의 코앞까지 와있었다.

“계속 서로를 향해 끊임없는 악 의를 발산하며 싸우는 거야.”

“끄으읍-!”

끔찍한 고통과 끝없는 절망 속에 갇혀 고개를 숙인 채 벌벌 떨고 있 던 이들의 전신을 회색빛 기운이 뒤덮는다.

동시에 전신에 이루 말할 수 없 을 정도의 살의가 차오른다.

눈앞의 모든 것들을 죽이고 부숴 버리고 싶다.

무언가 뒤틀려가는 사고를 인지 했지만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앞으로 영겁에 달하는 시간 동 안 이 안에서 서로에게 악의를 발 산해가며 싸우는 거야.”

죽음이라는 안식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태초부터 존재했었고 항 시 존재하는 훈 든'.은 사라지 지 않는 다.

그렇기에 혼돈에 종속된 육신은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

그저 혼돈으로써 끝없는 악의와 살의를 발산해내는 괴물로서 살아 가게 되는 것이다.

“ 무슨……

사토시가 목소리를 높이며 묻기 도 전이었다.

“이게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최후 야.”

이 좁은 방 안에서 서로를 향해 악의와 살의를 분출해가며 물어뜯 고 싸우는 것.

스스로의 이득과 안위를 위하여 전쟁을 일으키려 한 이들에게 어울 리는 최후라고 말할 수 있었다.

“차라리 그냥 죽여……

일그러진 표정으로 죽음을 갈구 하고 있는 요시다를 향하여 서준은 코웃음을 친다.

“그렇게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이윽고 서준이 씨익- 웃으며 등 을 돌린다.

“서로를 미칠 듯이 미워하고 증 오하며 살아가.”

이후 눈앞에 있던 서준의 신형이

자취를 감춘다.

마침내 회색빛 기운이 가득 차오 른 공간에는 사토시와 요시다를 비 롯한 일본 고위 관료들만이 남았다.

이어지는 대화는 없었다.

“죽어-! 죽으라고!”

“감히 네까짓 게 나를! 죽여주 마!”

관료들은 저마다 살의를 발산하 며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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