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권 6화
406화
“이런 날에는 조금은 솔직해져도 된단다, 서연이 네가 누구보다도 오빠를 찾으려고 엄청나게 노력을 했었잖아.”
어머니의 말에 놀란 눈이 된 서준이 서연을 바라본다.
“그냥 아빠랑 엄마가 너무 오빠 를 걱정하셔서 어쩔 수 없이 나섰 던 거예요.”
“정말로 그게 끝이야?”
눈을 흘기는 서준의 모습에서연 의 시선이 바닥을 향한다.
서준의 물음에서연의 얼굴이 당 장이라도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 도로 붉게 달아올랐다.
“당, 당연히 나도 조금은 걱정했 지, 가족인데 어떻게 걱정 안 하겠 어.”
“고마워.”
옆으로 자연스럽게 팔을 뻗은 양 정화가 양팔을 벌려 가족을 끌어안 는다.
“모두 몸 건강히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드디어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었다.
그 사실에서준의 가족들 모두가 저도 모를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자연스럽게 양정화의 볼가로 눈 물이 흘러내렸다.
“엄마 울어?”
“그냥 너무 행복해서.”
“모두들 정말 고생 많았다, 이제 는 더 이상 헤어지지 말자.”
아버지, 한석훈의 말에 눈가를 촉촉이 적신 네 가족이 함께 다소 바보 같은 웃음을 터트린다.
다시 한번 지구로 돌아온 날, 한서준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 행복을 잃지 않을 거야.’
누구든 가족의 앞날을 막을 수는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낼 것이 다.
‘새로운 혼돈이 나타나 우주를 부술 것이라고?’
그 행동의 큰 의미는 모른다.
서준의 입장에서는 그 일로 인해 지금 이 행복이 깨진다는 것이 끔 찍할 뿐이었다.
‘절대로 그렇게는 안 되지.’ 마음을 풍족함으로 가득 채운 서
준의 깊은 다짐이었다.
오랜만에 따뜻한 가족들의 온기 를 느낀 서준은 정말 오랜만에 편 안한 휴식을 취했다.
그간의 노고들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인지 서준은 필사적으로 휴식
을 취해왔지만, 이틀의 시간이 흐 르고 나니 더 이상 마냥 외면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슬슬 움직여야겠지.’
계속 미뤄두고 미뤄뒀지만 이제 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아니, 지구로 돌아오자마자 갔더 라도 늦은 편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의장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뒀 어.’
지구의 시간으로 자그마치 8년이 다.
중요 직책에 앉은 이들끼리 머리
를 맞대고 업무들을 대부분 처리해 냈겠지만 쉽사리 결정할 수 없어 보류된 것들도 많을 것이다.
총 책임자로서 해결해줘야 할 일 이었다.
이외로도 무사 귀환을 알리며 인 사를 나눠야 하는 등, 할 일이 산 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그만 일어나야겠네.”
입 밖으로 말을 내뱉으며 결심을 하고 나니 그간 몸을 옥죄어 왔던 나태들이 삽시간에 사라진다.
누워있던 자세를 바로잡고 거실 에 놓인 소파에 걸터앉은 서준은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키며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낸다.
‘우선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역시 곧장 빠르게 확인하고 처리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 았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포스 시스템이다.
과거, 혼돈의 세계에 들어선 이 후 먹통이 되어 버렸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온 현재라면?
‘본래의 기능을 되찾았을 거야.’
새로운 힘들을 얻고 시스템 창 없이 이룩한 경지가 있는 만큼 반 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스 템 창은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심지어 확인해보는 게 어려운 것 도 아니었다.
생각을 끝마친 곧장 서준은 스테 이터스 창을 불러내 보았다.
띵-!
[포스 시스템 Ver.2 스테이터스]
이름: 한서준.
신명: 투쟁, 용기, 구원, 무결 외 (상세 정보 확인 가능)
칭호: 패황.
레벨: 측정 보류
힘: 측정 보류 민첩: 측정 보류 체력: 측정 보류 내공: 측정 보류
파괴: 1(+5) 혼돈 : 10.
보유 신성력 : 101,178
특이 사항.
혼돈제(混池帝) 칭호를 획득한 상태입니다.
시스템 창을 훑어보고 있는 서준 의 시선이 가늘어진다.
“돌아와서 다행이긴 한데……
처음 느낀 감정은 안도였다.
하지만 눈앞에 떠오른 초록빛 홀 로그램 창을 확인하고 있던 서준은 기쁘면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 다.
“시스템 창이 측정을 못 할 정도 라고?”
그건 아닐 것이다.
측정 보류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다시피 갑자기 연결이 끊겼다가
재접속됐는데 큰 변동이 생긴 만큼 시스템 창이 자체적으로 스텟을 확 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성장 이라 볼 수 있었다.
‘그간 시스템 창이 측정을 이렇 게까지 오래 보류한 적은 없어.’
몇 초 혹은 몇 분 정도 판단을 내리느라 보류를 한 적은 있었다.
그런데 지구로 귀환한 지 벌써 이틀이나 지난 상태임에도 불구하 고 측정이 보류되어 있었다.
이룬 성장이 시스템 창으로서도 쉽사리 판단을 내릴 수 없을 정도
로 엄청나다는 것이다.
이유도 충분히 짐작이 갔다.
‘아마 환골탈태한 육체랑 새로 얻은 혼돈기 때문이겠지.’
실제로도 시스템 창에 새로.이 ‘혼돈’이라는 스텟이 생겼을 뿐더러 혼돈제라는 칭호마저 생겼다.
[혼돈제 (混 M 帝)]
혼돈 스텟이 2배로 상승합니다.
혼돈기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됩 니다.
서준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 다.
‘ 대단하네.’
시스템 창은 항상 상상을 뛰어넘 어 왔지만 설마 혼돈에 대한 능력 까지 상승시켜 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단순히 혼돈의 양만 늘 어나는 것도 아니야.’
지배력까지 강화를 시켜준다.
늘어나는 혼돈을 확실하게 제어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이렇다면 안 쓸 이유가 없지.’
비록 신격을 강탈해내는 패황 칭 호를 못 쓰는 건 아쉽지만, 전투력 만 보면 혼돈제가 압도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때문에서준은 망설임 없이 칭호 에 새로이 얻은 혼돈제를 등록해내 었다.
띠링-!
[사용자 한서준의 칭호를 ‘패자’ 에서 ‘혼돈제’로 변경합니다.]
메시지 창이 떠오르기 무섭게 몸
주변을 맴돌고 있던 혼돈구가 빠르 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파지직-!
가속도를 붙이며 회전해가던 혼 돈구의 크기가 엄청나게 거대해진 다.
그 충격에 세계가 비명을 내질렀 고, 자그마한 균열이 일어난다.
엄청난 혼돈이 체내에서 용솟음 치고 있었지만 두려워할 것은 없었다.
혼돈제, 칭호의 두 번째 능력은 혼돈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 이었다.
‘ 그만.’
손을 내뻗으며 의사를 표현하기 무섭게 날뛰던 혼돈들이 안정을 찾 으며 혼돈구로 흡수된다.
뜻하는 대로, 곧이곧대로 따라주 는 혼돈의 모습에서준의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피어난다.
“좋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혼돈의 양이 증가했음에도 혼돈구의 숫자 가 늘어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번에 얻은 칭호, 혼돈제는 일
종의 영약이었다.
그에 비해서 혼돈구는 단순히 혼 돈의 양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닌 일종의 경지와 같은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영약을 섭취했다 할지라도 본인의 능력이 부족한 상 태로 다음 경지로는 나아갈 수 없 는 법이다.
‘무리해서 수련을 한다면 길을 찾을 수 있겠지만.’
당장 그런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었다.
혼돈기는 서준이 가진 힘의 전부 가 아니었다.
‘무결기와 내 신물들도 있어.’
이런 능력들에 새로이 얻은 혼돈 기가 더해진다면?
혼돈제, 카리안급의 강자와 맞붙 어도 쉽사리 이겨낼 수 있을 것이 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심지어 추가적으로 성장 이 가능했다.
‘신성력도 자그마치 10만이나 쌓 여 있다니……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머리를 굴려보자 그 이유가 납득이 갔다.
8년 동안 직접 활동하지 않았지 만, 대리인 혹은 리벨리온의 의장 으로서 이름을 알린 덕에 신성력이 차곡차곡 쌓이게 된 것이다.
‘이게 노고 없는 성장이라는 건 가.’
어디에 사용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시스템 패치.’
서준의 시선이 곧장 초록빛 홀로 그램 창으로 향한다.
계속해서 반짝이는 홀로그램 창 중 서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칭호’란이었다.
스테이터스를 상승시키며 처치한 대상의 신격을 흡수해내는 패황을 포기해야 해서 아쉬웠던 점을 바로 메꿀 수 있었다.
띵-!
[신성력: 20,000을 소모해 서브 칭호란을 개방합니다.]
전투력과 성장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것이었다.
“좋네.”
게다가 2만이라는 신성력을 소모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8만이라 는 신성력이 남아있었다.
‘더 추가하거나 바꿀 수 있다는 거지.’
당장 머릿속에 몇 가지 떠오르는 것들이 있었지만 곧장 행동으로 옮 기지는 않았다.
‘욕심을 낼 필요는 없어.’
애초에 모여 있던 신성력은 생각 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직접 전투를 해보고 부족한 부 분을 메꾸는 게 좋아.’
큰 고비들을 넘겼지만 전투가 끝 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혼돈의 세계, 우주라는 넓은 세 계를 일부라도 보고 느끼고 온 만 큼 수많은 강자가 있다는 것을 인 지해내었다.
바라는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그런 강자들을 상대해가며 스스로 의 부족한 점을 알아내고 성장하고, 메꿔가야 했다.
‘차근차근 견고한 탑을 쌓아가 자.’
생각을 갈무리한서준은 흡족스 러운 미소를 지은 채로 눈앞에 떠 올라 있던 스테이터스 창을 닫았다.
“일단 한 가지는 끝냈고.”
하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 더미같이 남아 있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서준은 걸 음을 옮기며 집 밖으로 나갈 채비 를 시작했다.
일들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만 큼 포스 시스템의 확인을 끝마친 서준은 곧장 리벨리온 연합 본부,
그중에서도 부의장실로 갔다.
“오랜만에 뵙네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강석 호가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이윽고 시야 속, 웃으며 인사를 건네 오는 서준의 모습을 확인한 강석호의 두 눈동자에는 감격이 차 오르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돌아오셨군요.”
사실, 리벨리온 주요 간부들에게 는 서준의 귀환 소식이 전해진 상 태였다.
하지만 서준 본인이 휴식을 바라 는 것 같기에 그저 모른 척 방관하
고 있었을 뿐이었다.
“마냥 방관할 수는 없고 그렇다 고 미뤄 놓자니 업무들이 쌓이는 게 느껴져서 여간 마음이 불편한 게 아니더라고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받을 일인지는 몰랐 네요.”
서준의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 러운 반응이었지만 강석호의 입장 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난 8년간 얼마나 많은 업무들을 처리하고 고생을 해왔단 말인 가?
스스로 자처해서 한 일이었지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실제로도 튼튼했던 강석호의 육 신에는 피로가 가득 쌓여 있었고, 풍성했던 검은 머리가 이제는 듬성 듬성 빈 공간을 보이고 있었을 정 도였다.
“차근차근 인수인계해 드리겠습 니다. 아니, 우선 이렇게 서서 대화 할 게 아니라 앉으시죠.”
강석호의 안내에 따라 서준은 자 연스레 부의장실에 비치된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간 쌓인 업무가 많아 이야기 가 길어질 것 같은데 차라도 한잔 드시면서 하시지요, 파탈라 대륙의 특제 커피나 엘프들이 만든 수제 청이 들어간 에이드? 아니면 혹시 따로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죠.”
“시대가 많이 바뀌었네요.”
“다 의장님 덕분이죠, 각 종족간 의 벽들이 무너지며 화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너털웃음을 홀리던 강석호는 옷 매무새를 다듬고는 커피포트가 놓 여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