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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92화 (392/517)

- 16권 25화

400화

대장이라 할 수 있는 혼돈제들이 전장을 이탈하자 그를 따르던 파멸 자 혼돈인들이 황급히 도망가기 시 작했다.

“허허허! 이렇게 쉽게 이길 줄이 야, 한서준 자네는 정말 대단하구 만!”

최악의 싸움을 예상했던 카터는 손쉬운 승리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 하고 큰 웃음을 터뜨리며 목소리를 드높인다.

허공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카터 의 옆에 선 서준은 뒷머리를 긁적 이며 대답했다.

“익할 당시에는 이런 식으로 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운이 좋았죠.”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괜히 있 는 게 아니지, 애초에 재주가 많다 는 것 자체가 훌륭한 인재라는 것 이지.”

“그렇게 치자면 카터 님이 더 대 단하시죠.”

“한 것도 없는 사람에게 얼굴에 금칠을 해줄 필요는 없네, 오늘의

공적은 모두 자네의 것일세.”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카터의 손길을 밀어낸 서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칭찬받기 에는 너무 이른 것 같네요……

이어서는 손을 가볍게 휘저어 높 게 솟구치는 파도를 만들어낸다.

애초에서준이 지상에 내려선 이 유는 카터와 대화를 나누며 승리를 축하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패잔병들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지.’

살아 돌아간다면 훗날 후환이 될

수도 있었다.

직접적으로 뒤를 쫓아서 전투를 벌이게 된다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혼돈기를 사용한다 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건 또 뭔가?”

갑작스레 치솟은 파도에 놀란 카 터의 물음에, 서준은 답변 대신 눈 으로 결과를 확인시켜줬다.

치솟은 파도들이 매서운 기세로 몰려가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해일 이 되어 부리나케 도망치고 있는 혼돈인들을 휩쓸어버린다.

그 엄청난 위력에 카터는 다시

한번 입을 떡하니 벌리며 서준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네는 진짜……. 이렇게 새로 운 능력들이 계속 나오다니! 대단 하구만, 대단해!”

원래라면 다소 칭찬이 인색했던 카터의 경악에 저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한서준이 말했다.

“이 정도쯤이야 어렵지 않죠 99

대수롭지 않은 듯한 태도를 보이 는 서준의 모습을 보면서 카터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흐른다.

“왜 그러세요?”

“아니, 아닐세, 신경 쓰지 말게.”

내뱉는 말과 달리 카터의 머릿속 에는 떠오르는 강력한 생각이 한 가지 있었다.

‘어떻게든 한서준을 내 다음 후 계로 만들어야겠어.’

당연하지만 한서준, 본인이 알았 다면 제자리에서 펄쩍 뛰며 거절을 할 생각이다.

하지만 카터는 속으로 아무렇지 도 않게 결심을 해가고 있었다.

*

모두가 끝이라고 생각했었던 절 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거머쥔 승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뜻깊다고 말할 수 있던 만큼 철벽의 보루는 전쟁 중 유례없을 정도로 들뜬 분위기가 되었다.

당연하지만 그 중심지에서는 승 리를 이끌어 낸 서준의 존재가 화 두가 되었다.

보루의 주인이자 평화자들의 수 장인 크로고가 서준에게 붙여준 ‘구원자’라는 단어는 한순간에 성채 에 남아있는 혼돈인들에게 유명세 와 인기를 가지게 되었다.

절망 속에서 받은 구원이었던 만 큼 그간 수호자라고 칭송받던 카터 마저도 뛰어넘게 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도 무릎 정도까지 올 작고 어린 혼돈인조차도 서준에게 다가 와서 말을 건네 올 정도였다.

[저는 커서 구원자님 같은 혼돈 인이 될 거예요!]

“……나는 혼돈인이 아닌데.”

서준이 제대로 대답을 하기도 전 어린 혼돈인은 부끄럽다는 듯, 기 다란 촉수로 얼굴을 가린 채로 뛰 어가 종적을 감춰버렸다.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는 찝찝한 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좋은 변 화라 할수 있었다.

그간 철벽의 보루에서 생활하는 동안 바깥 은하의 인간이기에 본능 적인 거부감 혹은 이질감을 느꼈던 혼돈인들도 서준에게 다가와 웃는 얼굴로 말을 걸거나 존중을 표해주 고 있었다.

[바깥 은하의 인간이 혼돈기를 이토록 잘 다룰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구원자님을 혼돈 인으로 착각할 만도 하더군요, 정 말 대단하십니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혼돈인들은 역시 평범한 인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초에 감정을 가지고 사고를 하 며, 진화를 거듭해온 종족이니 당 연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때문에서준은 이러한 혼돈인들 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들에 뿌듯

함을 느끼고 있었다.

‘강해지길 잘했어.’

이제 이 길고 긴 전쟁을 끝내고 지구로 돌아가기만 하면 혼돈의 세 계에서 목표했던 것올 모두 이뤄내 는 것이다.

흐뭇하게 웃으며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고 있던 서준의 옆으로 구로 그가 다가온다.

[서준 님은 진짜 최고예요!]

구로그는 혼돈인들 중에서도 유 별나다고 볼 수 있었다.

‘어지간한 인간들보다도 인간을 좋아하는 느낌이네.’

당장 서준의 앞에까지 달려와 제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에 가슴 깊은 곳까지 긍정적인 감정이 와닿을 정도였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강해지신 거 죠? 전 진짜 이번에는 끝인 줄 알 았어요!]

덕분에 지금까지의 칭찬에는 다 소 무심하게 반응하던 서준의 입가 로도 미소가 떠올랐다.

“구로그, 내가 지금까지 그런 질 문을 몇 번이나 들었을 것 같아?”

[한 백만 번쯤요?]

양팔을 넓게 펼치는 구로그의 말

에서준은 또 한 번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남은 철벽의 보루의 인구 를 다 합쳐도 어림없는 숫자인 거 알지?”

[헤헤…… 어쨌든 전 이번에는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던 구 로그가 허리를 기역 자로 접으며 고개를 숙인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의 인사는 됐어, 그것보 다……

처음 거리로 나와 혼돈인들과 인 사를 나눌 때부터 계속해서 쫓아다 니고 있던 시선 쪽으로 서준이 고 개를 돌리자 카터가 황급히 시선을 피한다.

‘대체 왜 저러시는 거지?’

갑작스레 평소 덤덤하게 얼굴을 마주했던 것과 달리 계속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헌데 도저히 이유를 찾을 수 없 었다.

이런 문제는 혼자서 머리를 싸매 서는 답을 찾을 수가 없는 법이다.

풀리지 않는 의문에서준이 곧장

땅을 박차며 카터와의 거리를 좁혀 냈다.

“카터 님답지 않게 왜 이렇게 저 를 피해 다니시는 거죠?”

“크, 크흠! 누가 피했다는 건 가……

“카터 님이요.”

“그럴 리가 있겠나, 그냥 걷다 보니 어긋난 것이겠지.”

“당장 지금만 해도 눈을 못 마주 치시잖아요.”

서준의 말에 계속해서 시선을 좌 우로 돌리던 카터가 다급하게 눈을 마주친다.

그러고는 누가 봐도 어색하고 딱 딱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너무나도 낯선 모습에 고개를 몇 번이고 갸우뚱- 거리던 서준은 손 을 턱에 괸다.

그리고 머지않아서 눈을 반짝이 며 입을 열었다.

“카터 님, 저한테 부탁하실 게 있으시군요.”

“아닐세.”

“거짓말은 정말 못 하시네요.”

“크흠......

[그냥 솔직하게 말하세요, 카터

님.]

옆에서 보다 못한 구로그가 끼어 들었고, 서준은 침묵한 채 헛기침 을 하고 있는 카터의 얼굴을 바라 본다.

계속되는 시선을 견디지 못해서 일까?

슬쩍 눈을 피한 카터가 조심스레 입을 열며 말을 이어나갔다.

“크흠……. 한 가지 부탁하고 싶 은 게 있긴 하네……

“들어는 볼게요.”

“그러니까, 음…… 자네 혹시 이 번 일 마무리되고도 나와 같이 일

할 생각 없나?”

[카터 님은 혼돈기를 다룰 수 있 는 인간들 중에서도 서준 님을 최 고로 평가하며 파트너로 삼고 싶어 하고 있으세요!]

두 사람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가만히 듣고 있던 서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요.”

“나와 함께 일하겠는가?”

“아니요, 일단은 보류해둘게요.”

“어째서 인가!?”

카터가 크게 외쳤다.

“굳이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우선 카터 님과 함께 일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저는 알지 못해요, 그리고 일을 하면 합당한 보상을 얻어 야 하는데, 지금 저는 주어질 보상 들이 뭐가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고요.”

“그렇군……

실로 오랜만에 인간과 하는 거래 와 계약인 탓에 기본적인 순서조차 도 잊고 있었다.

뒤늦게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카터의 얼굴이 붉어졌다.

[순서를 생각해본다면 서준 님의

방식이 맞네요.]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납득 은 충분히 갔기에, 기다란 촉수로 뒷머리를 긁은 구로그가 카터를 향 해 말한다.

“……자네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전혀 모르지 않나.”

[근데 이해는 충분히 되는걸요.]

“크홈, 실수였을 뿐이네.”

둘이 주고받는 대화를 듣던 서준 은 저도 모르게 다시 한번 미소를 홀렸다.

‘카터 님한테 은혜를 입은 게 있 으니 어느 정도 도와드려야 하긴

하겠지.’

은혜도 원수도 그 무엇도 잊어서 는 안 되는 법이다.

다만 앞서 말했다시피 확실한 보 상은 챙길 생각이었다.

“우선 자세한 건 이번 전쟁을 끝 내고, 지구로 귀환한 뒤에 이야기 하도록 하죠.”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지구에 있는 가족들이 계속 마음에 걸리고 걱정이 되고 있었다.

그런 서준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 던 것일까?

단숨에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되

돌아온 카터가 고개를 주억이며 입 을 열었다.

“자네의 판단이 옳네, 눈앞의 일 부터 치우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지.”

그 모습을 보며 서준은 생각했 다.

‘이제야 내가 알던 카터 님 같 네.’

잠깐 보았던 눈치를 보고 있던 카터의 모습은 영 어울리지 않았다.

등을 맡길 만한 듬직한 아군이라 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때문에 본래대로 돌아온 카터의

모습에서준은 내심으로 안도의 한 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철벽의 보루가 한창 들떠있던 날 이 끝나가는 깊은 저녁.

들떠있던 혼돈인들은 다음 전투 를 대비하기 위해 하나둘씩 뿔뿔이 흩어져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거리에 마지막까지 남

게 된 것은 서준과 카터.

현재 최고로 화두가 되고 있는 인물이자, 지금까지 철벽의 보루를 지켜 온 두 바깥 은하의 존재들뿐 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다음 전투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하네.”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카터가 조 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도 동의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세력을 불릴 방 법도, 힘을 높일 수단도 없네.”

“반면에 파멸자 혼돈인들은 계속 해서 세력을 불려가고 있죠.”

“서로 생각하는 바가 같은 것 같 군.”

카터가 눈을 반짝이며 서준을 바 라본다.

사실 당장 얼마 전, 전투가 끝난 순간 카터는 적들을 계속해서 추격 및 섬멸을 하고 싶었다.

다만 홀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느 라 꽤나 진을 뺀 서준에게 차마 곧 장 다음 전투로 나아가자는 제안을 하지 못했었다.

서준 또한 전쟁이 끝난 순간 카 터와 비슷한 생각을 했으나 끝까지 추격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멀리서 보았던 그 녀석들은…… 범상치 않았어.’

혼돈구가 세 개였던 주카로는 사 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었다.

서준이 신경 쓰고 있던 인물은 역시 다름 아닌 카리안이었다.

‘자그마치 혼돈구가 다섯 개.’

지난번 전투로 성장을 했음에도 한 개가 부족했다.

단순히 한 개의 차이가 아니었다.

이미 직접 겪은 바가 있듯이 혼

돈구 한 개는 압도적인 전력의 차 이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쉽게 생각하자면 간단한 정답이 존재하기는 했다.

‘내가 더 약한 녀석을 맡고, 카터 님에게 강한 놈을 상대하게 한다.’

문제는 바로 이 점이었다.

‘싸움이 두려워서 피한다고?’

만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천마, 마선, 마신이라 불렸던 존재가 적 이 무서워서 피한다는 것이다.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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