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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80화 (380/517)

- 16권 13화

388화

평야 전체를 집어삼킬 것 같던 불길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또한 세계를 뒤덮을 것 같던 거 인, 오그쟈 또한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아진 거지 만.’

확연하게 줄어들어 자그마한 산 과 같은 크기가 된 오그쟈는 다소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치사하다... 내 약점인 물을

이용하다니…….

덩치가 작아져서인지 근엄 어린 말투도 한없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변화한 오그쟈의 말투 같은 게 아니었다.

“싸움에 정의가 어디 있어, 가진 능력껏 싸우는 거고 이기는 놈이 강한 놈이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한서준이 고개를 돌리어 오그쟈를 향해 질문 한다.

“시련은 통과한 거지?”

자존심이 강하긴 했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억지로 싸움을 이어나가봤자 결 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최악의 경우 차갑게 가라 앉은 서준의 눈빛으로 보아서는 죽 음이라는 결말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었다.

결국 오그쟈는 고개를 주억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내가 이겼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쉽네.”

-애초에 이번 시련은 이런 식으

로 무식하게 통과하는 게 아니었다.

“그러면?”

-불길을 뚫고 고난들을 헤치 며…….

“목숨을 걸고 정정당당하게 맞서 싸우며 성장해나가는 그런 시련이 었어야 한단 건가?”

- 맞아.

“나도 목숨을 걸고 싸웠었어, 실 제로도 덕분에 속성을 더하는 것에 내가 가진 상상력을 더해내어 형상 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는 성장을 이뤘잖아.”

-그래서 시련을 통과했다고 했잖

아.

“표정이 탐탁지 않아 보여서 했 던 말이야.”

피식 웃은 서준이 허탈한 표정으로 주저 서 있는 오그쟈의 다리를 두드려준다.

“근데 아직도 덩치가 그대로네, 내가 생각 한 것보다 회복이 느린 것 같은데, 원래 시간이 좀 걸리는 거야?”

-분신체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예전같이 거대해지려면 앞 으로 백 년가량의 혼돈을 모아야 해.

“역시 너무 다 휩쓸어버렸나?”

-네놈이 만든 그 해일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감정이 북받쳤는지 소리를 내지 른 오그쟈가 고개를 내젓기 시작한 다.

-아니다, 됐다, 그냥 승부였을 뿐이니까.

고집을 부리지 않고 결과에 승복 한다.

지금 오그쟈의 모습은 서준의 호 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내가 회복을 도와줄게.”

-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혼돈의 회복을 도와 줄 수도 있는 거잖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혹시 될 수도 있는 거잖아, 아 니 나는 된다고 보는데.”

-……정말로 그런 방법이 있다 고?

아직 확신을 가지지는 못한 탓인 지 오그쟈가 가늘어진 눈매로 되물 어왔고, 서준은 자신감 있게 고개 를 끄덕인다.

“무조건 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

지만 그래도 높은 확률로 성공할 거라고 보는데.”

-왜 이렇게까지 나를 도와주려는 건데?

피어나는 의심에 오그쟈가 조심 스레 질문을 던진다.

“일단 네가 이렇게 된 데에는 내 탓도 있으니까?”

한참 동안 서준을 응시하고 있던 오그쟈는 결국 결단을 내린 듯 고 개를 끄덕인다.

-부탁할게, 도와줘.

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허 리를 기역자로 숙이는 오그쟈의 모

습에서준은 묘한 감상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거…… 뭔가 이상하네.’

매번 싸우기만 했던 존재였기 때 문일까?

혼돈인에게 이런 식의 말을 듣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완전 공짜는 아니야.”

호감을 느꼈다고는 하나 엄연히 타인이라 말할 수 있는 존재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호의를 베풀 수 는 없었다.

‘호구가 될 수는 없지.’

애초에 친한 사이일수록 주고받 는 것이 확실한 쪽이 좋지 않은가?

-당연한 거다, 성숙한 혼돈인은 은혜를 잊지 않는다, 스승님과 약 속했던 거다!

오그쟈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진 지한 얼굴로 말한다.

“스승님?”

-위대한 혼돈인이신 크라후 님을 칭하는 말이다.

오그쟈의 답변에서준은 당황하 지 않고 고개를 주억인다.

‘역시 크라후 특별한 거였네.’

입구를 막고 있던 크라후는 일반 적인 혼돈인과는 확실히 격이 다른 존재라고 말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오만한 성격을 보이던 오그쟈마저도 프락쿤의 이름을 부 를 때는 존경심을 가득 담아 말하 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만약 내가 네 회복을 도와준다 면, 가르쳐줬으면 하는 게 있어.”

-어떤 거?

새로운 능력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번뜩이는 탐욕을 감추지 않은 서준이 말한다.

“분신을 만들어냈던 능력.”

-……음, 나만의 기술이지만 회 복을 도와준다면 알려줄 생각은 있 어.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통과되었다.

-대신 엄청 어려운 거라 시간이 좀 필요할 거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 다.

혹시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싶으면 요령만 알아놓고 나중에 익 혀도 되었다.

만족스러운 답변을 받아낸 서준 이 고개를 끄덕인다.

“걱정하지 마, 시험관들이 다들 그렇게 말했지만 지금까지 난 잘해 왔어.”

-좋아, 약속할게.

“그러면 본격적으로 회복에 들어 가기 전에, 아까도 말했다시피 확 실한 게 아니라 확인부터 해볼게.”

서준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오그 쟈의 몸 주변 곳곳을 살피더니 아 쉬움에 혀를 찬다.

“쩝, 역시 혈도는 없네.”

가장 쉬운 방법이라 할 수 있는 혈도를 이용한 내공전이가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오그쟈의 몸 주변을 맴돌던 서준 은 등 뒤에 손바닥을 댄 채 기운을 흘리기 시작한다.

“하나 조사를 해볼 게 있어서 그 런 거니까, 혹시 이질감이나 불안 함이 느껴져도 놀라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 해.”

-꼼짝 않고 있겠다.

순순한 대답에 미소를 홀린 서준 은 흘려 넣은 기운에 정신을 집중 하며 오그쟈의 육체 내부를 파악하 기 시작했다.

‘혼돈인의 육체를 정식으로 조사 해보는 건 처음이네.’

무공을 수련해온 만큼 사실 서준 은 혼돈인의 육체에도 관심이 많았다.

‘만약 혈도 같은 게 있다면 엄청 쉽게 제압할 수 있을 테니까……

약점을 찾거나, 혼돈기를 다루는 방법 등도 이해하기 쉬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 탓이었다.

하지만 혼돈의 세계에서 서준이 만나 보았던 혼돈인들은 모두 적의 를 보여 온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 았다.

‘구로그가 있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육안으로 보이 는 신체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신기한 점이라면 인간과 달리 장 기, 근육, 뼈, 혈맥부터 가장 중요 한 뇌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을 가지 고 사고를 하며, 본인의 의지를 가 지고 있었다.

이 말은 즉 전에 구르고의 육신 을 관조할 때 찾아내지 못하는 무 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당시에는 경지가 낮고 혼돈에 익 숙하지 않았지만, 환골탈태를 거친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그렇기에서준은 오그쟈의 몸으로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이 확실한 지 다시 한번 재확인을 해볼 필요 성이 있었다.

‘만약 예상대로 내가 놓친 게 있 는 거라면……

오그쟈의 회복에 필요한 혼돈기 를 나누어 줄 수도 있게 될 것이 다.

물론,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많은 혼돈기가 필요하겠지만 지금 서준 에게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리고 난 혼돈신공으로 다시

혼돈기를 채울 수 있어.’

현재 서준은 혼돈신공을 운용 중 이었다.

본래는 무결기공이라는 서준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심법을 다뤄 왔지만 대기 중의 힘을 다뤄낼 수 있는 만큼 굳이 육신에 축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게 비어버린 자리에 카터 님 의 가르침을 통해 만들어 낸 혼돈 신공을 통해 혼돈기를 채워 넣고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여전히 축적되 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거지.’

무공의 경지로 따지자면 이제야 조화경의 수준에 오른 정도였다.

낮다고 하면 낮은 경지라 할 수 있었지만 여태껏 마주해온 혼돈인 들 중에는 가장 높은 경지라고 말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 금까지 만났던 혼돈인들은 심법의 형식으로 혼돈기를 운영하는 인물 이 누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눈앞의 오그쟈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제법 많은 혼돈기를 소모했다고 는 하지만 회복에 백 년이나 걸릴

리가 없잖아.’

내공올 몇십, 몇백 갑자를 가진 무인이 모든 기운을 소진했다 할지 라도 다시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 간은 길어야 하루면 충분했다.

이미 단전에 한 번 쌓았던 내공 을 회복하는 것은 주변의 자연지기 를 끌어오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채워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서준은 혼돈신공을 통 하여 혼돈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반면 혼돈인은 그 행동이 불가능 하다.

애초에서준은 자기보다 몇십 배

나 큰 덩치를 가진 오그쟈의 회복 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이런 신공 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만의 강점이라 볼 수 있는 부 분이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서준은 오 그쟈의 육체에 유일하게 존재감이 느껴지는 어떠한 기관을 하나가 감 지됐다.

‘역시……! 내가 부족해서 찾지 못했던 거였어.’

서준의 눈에 이채가 어린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 그쟈의 몸 중앙이라 할 수 있는 곳

에서 둥근 형태의 응집체가 하나 느껴지고 있었다.

내부에는 혼돈기가 잔뜩 쌓여 있 는 느낌이 든다.

‘단전과 비슷한 건가?’

서준이 조심스레 기운을 움직여 둥근 형태의 응집체에게로 다가간 순간이었다.

화들짝- 놀란 오그쟈가 몸을 움 직이며 서준의 손바닥에서부터 둥 을 빠르게 떼어놓았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경기를 일으키고 있는 오그쟈의 반응에 확신이 생겼다.

‘방금 느꼈던 응집체는 혼돈인들 의 단전과 같은 거야.’

일종의 단전이라 할 수 있는 응 집체를 공략할 수 있다면, 뛰어난 재생능력과 강력한 힘들도 모조리 봉인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무인들이 단전을 부숴 상대 를 제압하는 것과 같다.

‘조금 더 예민하게 기운을 움직 인다면 혈도를 짚는 것처럼 말을 못 하게 하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기운을 봉인하는 게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마음 같아서는 당장 연구해보고

싶지만 화가 난 오그쟈의 표정을 보니 절대로 불가능해 보인다.

‘이건 나중에 바깥에 혼돈인을 포로를 잡아서 실험해봐야겠네

우선 지금은 오그쟈의 오해를 풀 어내야 할 때다.

“말했잖아, 이질감이나 불안함이 같은 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라고.”

-그런 감정이 아니었다. 당장에 라도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내가 이런 번거로운 방법을 쓸 것 같아? 만약 널 진심으로 죽이고 자 마음먹었으면 진즉에 죽였을 거

야.”

부정할 수 없었다.

만약 서준이 계속해서 공격을 몰 아쳤다면 진즉 영멸을 맞이했을 것 이다.

_으음…….

신음을 흘린 오그쟈는 결국 고개 를 끄덕인다.

-확실히 너는 나보다 강하다.

“그러니까 믿어. 널 죽이려는 게 아니라 회복을 도와주려고 하는 거 니까.”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색

이 느껴지면 바로 불꽃을 뿜어낼 거다.

“마음대로 해.”

엄포를 놓은 오그쟈가 다시금 서준에게 등을 내주었다.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어 있 었지만, 다행히도 거리를 벌리려고 하지는 않았다.

‘혈도로 내공 전이를 한다는 느 낌으로 해보자.’

고개를 주억인 서준이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기운을 오그쟈의 몸으로 불어넣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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