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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79화 (379/517)

- 16권 12화

387화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 금까지는 건물 내부라고 볼 수 있 었던 공간이었다.

허나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평야는 도저히 건물 내부라고는 볼 수 없었다.

서준의 시야로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지평선이 펼쳐져 있었다.

“시험관은 없나?”

언제나 기다리고 있던 시험관이

없어 의문이 피어났지만, 우두커니 서 있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담담한 표정의 서준은 천천히 걸 음을 옮기어 앞으로 걸어간다.

‘엄청나게 넓네.’

30분 정도 여유롭게 걸어서 주변 을 살피던 서준은 별다른 위협이 없다는 것을 인지한 후 속도를 높 이기 위해 경신술을 펼쳤다.

특별한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지 만,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비하여 주변을 최대한 경계해가며 음속의 속도로 움직이던 서준의 시선에 변 화가 생긴 것은 1시간 정도 흐른

후였다.

평야의 끝, 드높게 솟은 회색빛 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언덕?”

단순한 지형이라고 생각했던 산 이 서준의 접근에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쿠구궁-!

언덕으로 추측했던 거대한 생명 체는 그저 몸을 일으키는 것뿐이었 는데 땅에서 요란한 굉음이 터져 나온다.

무지막지한 스케일에 저도 모르 게 걸음을 멈춘 서준이 입을 다물

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엄청 크네.”

언덕으로 보였던 거대한 혼돈인 이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으로 시 선을 내리며 서준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 수행자?

“정답.”

서준은 화답하며 속으로 혀를 내 두른다.

‘이 정도면 티탄들보다 더 거대 한 것 같은데.’

티탄들도 상당히 거대한 편이라

고 말할 수 있었지만, 눈앞에 존재 하는 마치 행성 그 자체와 같은 거 대한 혼돈인과 비교하자면 어린아 이처럼 보인다.

난생처음 보는 거대한 크기에 압 도당한서준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 을 꿀꺽 삼켰다.

-내 이름은 오그쟈, 혼돈인이 아 닌 바깥 은하의 인간이 이곳까지 오다니 신기하군.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두터운 목 소리에 귓전이 아릴 정도의 말을 내뱉은 오그쟈의 입가가 묘하게 비 틀린다.

이제는 익숙한 표정이었다.

‘ 비웃음.’

상대의 거대함에 압도되었던 마 음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는다.

눈앞의 덩치 큰 혼돈인, 오그쟈 는 앞선 수호기사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편견 없이 대하는 쿠뤠리를 만나 서 조금은 혼돈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었는데 그가 특이했을 뿐이 었다.

-경고하지, 조금이라도 더 길게 삶을 이어가고 싶다면 지금 돌아가 거라.

무시하는 이들의 말과 태도는 항 상 이렇게 비슷하다.

코웃음을 친 서준은 오그쟈의 시 선을 마주한 채로 당당히 입을 연 다.

“걱정은 됐고, 시련 과제나 내 놔.”

서준의 차가운 말에 웃음소리를 토한 오그쟈가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의 움직임만으로도 지축이 뒤흔들리는 듯한 굉음이 일어난다.

-그리도 혼돈에 종속되고 싶다면 바라는 대로 해주지, 시련의 과제 는 이 몸, 오그쟈 님을 상대로 승

리하는 것이다.

“간단해서 좋네.”

-지금 바로 시련을 시작하겠다.

다시 한번 거대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거대했던 오그쟈의 육신에서 회색빛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 한다.

‘뭐지?’

다행히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불에 녹아내린 오그쟈의 살점이 마구잡이로 떨어지며 주변에 회색 빛 덩어리들이 지상으로 낙하하기 시작한다.

서준은 그 변화를 느긋하게 바라 본다.

이윽고 흘러내린 회색빛 덩어리 가 지상에 닿는 순간이었다.

콰과광-!

거대한 폭음과 함께 피어오르는 거센 불길에서준이 눈을 크게 떴 다.

‘ 폭발한다고?’

1층에서 마주했던 것과 같은 혼 돈의 불꽃이다.

문제는 불꽃의 크기나 규모가 너 무나 거대하다는 것이다.

‘이건 조금 골치 아픈데……

혼돈기를 두르고 있던 자신의 피 부 일면이 빠른 속도로 그을리고, 녹아가기 시작하는 것을 본 서준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불꽃이 일어 나기 시작한 지점에서 거리를 벌린 다.

다행히도 불길이 퍼지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기에 회피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불길은 드넓은 평야를 불 태워가며 계속해서 번져올 것이었다.

‘피하기만 해서는 답이 없어.’

걸음을 옮기던 서준은 등을 돌리 어 어느덧 불길이 일렁거리고 있는 평야 너머, 거대한 오그쟈의 신형 을 바라본다.

처음 보았던 것처럼 행성만 한 크기의 느낌은 아니었다.

불꽃을 일으키는 회색빛 덩어리 를 만들어내며 자신의 몸을 녹여내 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엄청나게 거대하 긴 하네.’

이곳의 시험관이 오그쟈란 점을 생각하면 아마 살점이 다 녹을 때 쯤이면 6층 전체를 불길로 채워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내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부족 해진다는 거야.’

결단을 내린 서준은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기며 불길로 뛰어든다.

빠른 속도로 오그쟈와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었지만 서준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폭음이 멈췄어.’

어느 순간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불길이 일어나는 소리를 제외하고 는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눈치채야

한다.

‘무언가 준비하고 있어.’

서준의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떨 어졌다.

일어난 불꽃들이 피워내는 회색 빛 연기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시 작하더니 형상을 이루어 간다.

서준에게 있어서 꽤나 낯익은 모 습이었다.

‘혼돈인?’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혼돈인 의 모습이었다.

다만 그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얼핏 잡아도 수십만이네.’

혼돈의 세계에서도 난생처음 보 는 광경, 붉은 불길 너머에서 있 는 수십만의 혼돈인이 비웃음을 흘 린다.

-지금이라도 패배를 인정한다면 자비를 베풀어, 목숨은 살려주도록 하마.

평범해 보이는 혼돈인들의 입이 일제히 열리며, 수십만에 달하는 오그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머리가 울려올 정도의 소리를 들 은 서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마지막 자비마저 제 손으로 걷 어차는구나.

확실히 쉽지는 않은 일이다.

혼돈의 불길을 뚫어내고, 오그쟈 의 의지를 가진 분신들을 제거해내 며 본체를 제압해낸다.

“장애물 넘기 같은 건가.”

-어찌, 이제야 좀 두려움이 느껴 지느냐?

“전혀.”

-분수를 모르는군, 죽음 속에서 지금의 선택을 후회할 것이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불길 너머에

서 있던 오그쟈가 만든 분신들의 눈동자가 회색빛으로 물든다.

이어서 분신들은 일제히 주변으로 흩어지기 시작하더니, 서준이 서 있던 곳을 향해 마구잡이로 쏘 아내기 시작한다.

콰과과광-!

그야말로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포격들의 미세한 틈새를 찾아내며 공격을 연이어 피해내고 있는 서준 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여간 귀찮은 게 아니네……

분신체들이 불길과 연기를 방책 삼아서 몸을 숨긴 채로 포격을 가

해온다.

그렇다고 포격을 가하는 분신을 제거하러 움직이려 한다면 기다렸 다는 듯이 틈을 파고들며 포격을 쏟아낼 것이다.

실제로도, 불길의 끝자락에 회색 빛 기운을 응집해 놓기만 하고 쏘 아내지 않는 분신체의 무리가 있었다.

-발버둥 쳐 봤자 헛수고다!

회색빛 광선을 끊임없이 쏘아내 는 오그쟈의 목소리를 들으며 서준 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혼돈화를 펼쳐낸다.

서준은 육신을 혼돈과 일체화시 켜 낸다.

쿠궁-!

모든 준비를 끝마친 서준은 망설 임 없이 포격을 쏟아내고 있는 분 신들을 향하여 걸음을 옮긴다.

삽시간에 분신체의 앞에 당도한서준이 마구잡이로 팔을 휘둘러 분 신체들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이에 불길의 끝자락에서 있던 분신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응집 해놓은 기운을 방출한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준은 눈앞의 분신체들을 계속해서 베어

나간다.

-죽어라-!

확신에 찬 오그쟈의 외침에서준 의 입가가 비틀린다.

혼돈화를 사용하지 않은 분신들 의 공격 따위는 소용이 없다.

쏘아낸 광선들이 서준의 육신을 통과해버린다.

“소용없어.”

-혼돈화를 사용할 줄 알고 있다 는 것은 예상외긴 하다만, 내가 혼 돈화를 사용하지 못하여 같은 수에 두 번이나 당해줄 것이라 생각하느 냐?

“사용 못 할걸.”

일반적인 혼돈화라면 가능할 것 이다.

하지만 속성을 더해낸다면?

코웃음을 친 서준은 일체화된 혼 돈에 수 속성을 더해낸다.

-……어째서?!

여전히 무의미하게 서준의 육신 을 통과하는 회색빛 광선의 모습에 제법 놀란 오그쟈의 비명이 들려온 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허공에 혼

돈기들을 응집시켜내며, 수백 자루 의 검을 형상화시켜 낸다.

동시에 5층에서 수련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검들을 움직이며 분신들을 향해 쇄도한다.

-맙소사 형상화한 혼돈기를 이런 방식으로 다뤄낸다고?

모두 혼돈기로 만들어진 무구.

일반적인 혼돈인들과 다를 바 없 는 오그쟈의 분신체들을 손쉽게 베 어내며 대학살을 펼쳐낸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놀라기에는 일러.”

피식 웃은 서준은 분신들을 학살 하고 있던 검들의 경로를 틀어 오 그쟈의 본체를 향하게 한다.

-고작 이 정도로 날 죽일 수 있 을 것 같으냐!

오그쟈가 코웃음 치며 손을 내뻗 어 검을 쳐내려 한다.

“당연히 검만으로는 못 죽이겠 지.”

허나 어느새 검신의 위로 이동한서준이 흡족한 미소를 그린 채 말 하고 있었다.

-무슨!?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는 검격 들을 막는 것만 하여도 버거운데 서준의 갑작스러운 참전에 기겁한 오그쟈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좀 다를 거 야.”

서준이 빚어낸 검이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불길을 피워내 고 있는 오그쟈의 몸을 향해 그어 진다.

서걱-!

오그쟈가 두르고 있는 혼돈의 불 꽃은 서준이 빚어낸 수 속성의 검 을 막아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물론, 거대한 덩치를 가진 만큼 조금 베어지는 것으로는 큰 타격이 없었다.

허나 이런 공격이 수백, 수천 번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_이, 미친..

불길과 분신들의 방해를 조금도 받지 않는 것도 모자라, 요리조리 위치를 바꿔가며 공격을 가해오는 서준을 향해 오그쟈가 분한 마음을 터뜨릴 때였다.

“이런 식으로는 시간이 너무 오 래 걸리겠어.”

다행히 때마침 새로운 아이디어

가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그쟈에 대한 파악이 끝났다는 표현이 옳았다.

‘오그쟈는 화 속성밖에 다룰 줄 몰라.’

그렇다면 수 속성을 가미한 공격 은 절대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갑작스레 혼돈기로 빚어낸 검들을 거두어들인 서준은 두 손을 합 장하듯이 부딪치며, 혼돈기를 끌어 내기 시작한다.

뒤이어, 체내에서 홀러나온 혼돈 기가 하늘로 치솟기 시작하더니 거 대한 혼돈의 파도가 일어나기 시작

한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불은 역시 물로 꺼야지, 혹시 해일이라고 알고 있어? 몰라도 돼, 곧 알게 될 거니까.”

물론, 그 크기가 좀 많이 거대하 고 난폭할 것이다.

이윽고 하늘로 높게 치솟았던 혼 돈의 해일이 범람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서준이 부딪히고 있던 손 바닥을 앞으로 내뻗자, 요란한 소 리와 함께 오그쟈의 시선에 거대한 회색빛 파도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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