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76화 (376/517)

- 16권 9화

384화

당장에야 높은 내성으로 버텨낼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오래 노출 되어 버린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

강렬한 위협을 느낀 서준이 황급 히 크라후를 찾아내기 위해 기감을 펼친다.

허나 기이하게도 아무것도 느껴 지지 않는다.

‘소리를 친다면 들리겠지만……

입을 벌려 체내로 독성이 밀려들

어오게 된다면, 순식간에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서준은 손을 내저으며 필사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려 해본다.

-하하하! 못 찾겠지! 약 오르지!

다급한서준과 달리 안개 내부에서 크라후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 려온다.

‘아니, 위험하니까 이거…… 그만 하자고.’

더 과격한 표현이 필요하다 생각 한서준은 혼돈기를 양 주먹으로 응집시키며 연신 부정의 뜻인, 엑 스 자를 그려낸다.

이런 필사의 노력 덕분일까?

간절한 뜻을 크라후에게 의견을 전달해내는 데 성공했다.

허나 애석하게도 안개를 거둬 줄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

-불가능. 수행자는 나랑 놀아주 기로 약속했다.

이런 상태로는 놀이고 뭐고 할 수 없었다.

‘잘못하면……. 죽는다.’

화가 난 표정의 서준이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체내의 모든 혼돈기를 끌어올린 순간이었다.

‘..!?’

피부를 통해 체내로 파고들고 있 던 독성이 혼돈기를 따라 더욱 빠 르게 흡수되기 시작한다.

단숨에 피부가 새하얗게 죽어 가 고 있는 서준의 눈이 부릅- 뜨인 다.

‘위험......!’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벗어나 고 있다.

위협을 느낀 서준은 다급하게 제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 내 부에 침투한 독성을 밀어낼 준비를 한다.

그렇게 두 눈을 감은 채로 정신 을 집중하기 시작하자 서준은 엄청 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독이 아니었어?’

일대를 뒤덮고 있는 안개는 피부 가 저릿저릿할 정도의 공격적인 성 질을 품고 있었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서준이 제 대로 기운을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 이었다.

‘안개가 전부 혼돈기였어.’

따지자면 일대를 뒤덮고 있는 안 개는 만년 설삼, 만년 하수오와 같 은 천고의 영약이 일대에 뿌려져

있는 것이었다.

다만 그 성질이 혼돈기일 뿐이 다.

‘이러니까, 만독불침이 소용이 없 었지.’

서준은 내심으로 혀를 내두른다.

생각해 보면 안개가 독이었다면 어느 정도 내성이나 저항력이 생겨 났을 것이다.

문제는 이 자욱한 안개가 모두 영약과 같은 거대한 기운이란 것이 다.

대다수가 영약이라 하면 몸에 좋 아야 한다고만 생각한다.

허나 그건 지식이 없기에 내뱉을 수 있는 말이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 에서의 과도한 영약 복용은 오히려 몸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자칫하면 주화입마에 들어서 죽 을 수도 있지.’

최악의 상황에는 육신 자체가 붕 괴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너무 바보 같았네.’

상황이 닥치고 나서야 퍼즐이 맞 춰지기 시작한다.

크라후는 서준을 수행자라 칭했

었다.

놀이 자체가 시험의 시작이라는 것이었다.

이 정도 혼돈기를 견디지 못한다 면 탑에 입장조차 할 자격이 없다 는 뜻이었다.

‘차라리 잘됐어.’

위기는 곧 기회다.

실제로도 일대의 안개를 잘 흡수 해내기만 한다면 혼돈기의 절대량 을 부풀릴 수 있었다.

서준은 이를 악문 채로 제멋대로 날뛰고 있는 혼돈기를 어떻게 해야 진정시켜낼 수 있을지 생각한다.

힌트가 전혀 없지는 않다.

‘카터 님도 혼돈을 마음대로 조 율해내고 있었어.’

서준 또한 임시로 만들어 내는 혼돈의 고리를 이용해 혼돈의 힘에 기존에 가진 내공을 더해서 외부로 발출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그 말은 즉, 고리의 형태를 유지 할 수 있다면 혼돈기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리를 유지한 채로 심공으로 일대의 혼돈기를 전부 흡수해내야 한다는 건데.’

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다.

허나 물러설 길은 없었다.

해내지 못한다면 죽는다.

서준은 이를 악문 채 혼돈기의 운용을 시작했다.

본래의 난폭한 성정 때문인지 혼 돈기가 발악하며 반항하는 기세를 보인다.

그를 제압하기 위해 끊임없이 억 제하고 조율하며 고리의 형태로 꿰 어낸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내공은 없 지만 결국 같은 기(氣)라는 점에서 근본은 같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서준은 혼돈기가 본래 자 신의 내공인 것마냥 다스리고 이끌 기 시작했다.

서준의 강인한 의지와 혼돈의 고 리의 형태의 튼튼함 때문인지 이 순간만큼은 혼돈기조차도 별다른 반항을 하지 못하고 서준의 의지를 따라 회전을 시작한다.

‘바깥에서는 이렇게 편히 되지 않았는데.’

너무나도 순순한 혼돈기의 반응 에 놀람을 감추지 못하였지만, 서준은 얼마 가지 않아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설마…… 체내의 내공들이 오히 려 혼돈기의 흐름을 막고 있었던 건가?’

생각해 보자면 여태껏 성질이 다 른 두 개의 내공을 가지고 있던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

중원 대륙의 무인들도 두 가지를 내공을 다루는 것을 최악으로 생각 한다.

‘상성이 맞을 확률도 드물고 대 부분 독이 되어버리니까.’

만약 서준이 가지고 있던 근본적 인 내공이 혼돈기와 상성이 맞지 않는 힘이라 독이 되고 있었다면?

심지어 두 기운을 하나의 단전에 함께 모아 담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서준은 이런 방 식을 통해 기운을 사용해 왔지만 큰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다.

‘실제로 혼돈기가 생겨도 내공을 운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고……

하지만 이건 순수하게 내공 자체 의 힘과 본인의 능력이 뛰어난 탓 이기에 가능했던 일일 수도 있다.

서로 사이가 좋지 못한 두 부류 를 한 곳에 모아두며, 더 강한 쪽 에 밀려 힘이 약한 측은 편하게 활 동을 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무결의 힘을 얻은 이후로부터 혼돈의 힘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어.’

그런데 지금, 무결의 힘이 비워 지고 나니 혼돈기의 운용이 더 쉬 워진 것이다.

중원 대륙에서도 흔히 있던 말이 다.

‘진정한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비우고, 다시 채워내야 하는 법.’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쌓아낸 다.

어렵지만 이미 해봤던 일이었다.

‘급하게 나갈 거 없어, 하나하나 천천히 나가자.’

시작점은 우선 소주천이다.

마치 무공을 처음 익힌다는 심정 으로 혼돈기를 다루기 시작하는 서준의 표정이 조금씩 편안하게 변해 간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흐른 후, 갑작스러운 변화가 찾아온다.

계속해서 가부좌를 튼 자세로 앉 아 있던 서준의 몸이 어느 순간 허 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동시에 주변에 퍼져 있던 회색빛 안개들이 서준의 육신으로 빨려 들

어오기 시작한다.

꽈지직-!

뼈가 꺾이고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피부의 껍질이 벗겨지며 바닥 으로 떨어져 내리며 새살이 돋아난 다.

혼돈기라는 새 기운을 담을 그릇 이 탄생한 것이다.

-……받아들이고 적응을 해내다 니, 인간이란 언제 보아도 놀라운 종족이군.

그 모습을 보며 다소 놀란 표정 을 하고 있던 크라후가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홀린다.

-수행자의 자격은 충분히 확인되 었다.

이어서 탑을 바라보며 고개를 주 억이고 있던 크라후의 신형이 사막 의 신기루처럼 흩어져 간다.

-다시 보는 날이 기대되는군.

마지막 말을 끝으로 크라후의 모 습이 완전히 사라진다.

그로부터 며칠 후.

감고 있던 눈을 뜬 서준이 편안 한 호흡을 내뿜어낸다.

“ 후우......

숨결에 섞인 혼돈기가 바깥으로

흘러나온다.

서준은 자연스럽게 그 혼돈기를 다시 흡수해내고, 몸에 휘감아 낸 다.

그러자 말아 쥔 주먹에 회색빛 기운들이 응집된다.

“이게 진짜 혼돈의 힘인가.”

마치 내공처럼 편안하게 다뤄낼 수 있는 혼돈기에 감탄을 토해내고 있던 찰나, 서준은 자신이 새로운 환골탈태를 거쳤다는 사실을 인지 할 수 있었다.

“신기하네.”

일전에 이미 한 번 환골탈태를

해냈기에 더 이상의 환골탈태는 없 을 것이라 생각했다.

“혼돈기를 다루기 적합한 육체가 된 건가.”

환골탈태를 거친 새로운 육신의 상태를 확인해가던 서준은 깜짝 놀 랄 수밖에 없었다.

‘신격이 돌아왔어?’

혼돈의 세계에 들어선 이후, 사 라졌었던 주신의 신격들이 다시 되 돌아오고 있었다.

체내에서 사라졌던 투쟁과 용기, 구원의 신화들이 느껴진다.

자연스레 서준의 마음속에 자신

감이 차오른다.

‘굴복하지 않는 신화에 끝없는 용기와 구원이 더해졌어.’

이 세 가지 신화는 최악의 순간 에 최고의 기회를 가져다준다.

제일 중요한 것은 무결의 힘 또 한 돌아왔단 점이었다.

‘단전에 무결의 힘이 없다 할지 라도……

자연지기의 힘을 이끌어 무결의 힘을 다뤄낼 수 있다.

덕분에 단전에 혼돈기가 쌓여있 음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힘을 동 시에 다루는 데 문제가 없어졌다.

그야말로 새로운 힘과 새로운 그 릇을 갖추게 된 서준은 흡족스러운 미소를 홀린 후 주변을 둘러본다.

“크라후는…… 없네.”

갑작스럽게 사라졌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서준의 목적은 탑에 들어 서는 것이었다.

크라후가 사라진 덕분에 입구가 훤히 열린 이 시점에서 미련을 가 질 필요는 없었다.

주신의 힘을 되찾았음에도 안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었다.

허나 조금의 위협도 느껴지지 않 는다.

오히려 반겨주는 듯한 느낌이 들 고 있었다.

“기대되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잃어버렸던 신격을 모두 되찾았 을뿐더러, 새로운 힘까지 얻은 서준은 탑의 내부를 향해 힘차게 걸 음을 내디뎠다.

어두운 복도를 거닐어 가며 걸음 을 내디딘 뒤 5분여쯤 지났을까?

머지않은 거리에서 화려한 불빛 들이 피어나고 있는 거대한 홀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서준을 기다리고 있던 존재는 중세 시대의 기사와 같은 갑옷을 입고 있는 혼돈인이었다.

-반갑네, 수행자여, 이 몸은 혼 돈의 네 번째 수호기人}, 퓌라라고 하네.

팔과 다리 대신 문어와 같은 촉 수를 이용하여 정중한 공수 자세를 취하는 모습에 기묘함을 느낀 서준 이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이며 인人} 를 건넸다.

“한서준이라고 합니다.”

-1,000년이 넘는 세월 만에 들 어온 수행자가 바깥 은하의 인간이 라니, 상당히 놀랍군.

이어서 입가로 미소를 짓는 퓌라 의 표정은, 서준과 같은 인간의 시 선으로 판단하기에는 다소 비웃는 듯한 모습에 가까웠다.

-크라후의 시험을 어떻게 통과했

는지 모르겠다만, 지금부터는 쉽지 않을 걸세.

이어진 말에는 서준의 판단이 틀 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쉬운 길이 었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 다.”

-자신감은 좋다만, 이 시련의 탑 의 꼭대기까지 오른 존재는 열이 넘지 못하고, 그중에서 바깥 은하 의 존재는 단 한 명도 없었네.

“탑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말 이 맞겠죠.”

애초에 시련장은 혼돈의 세계에 존재한다.

주신에 올랐던 서준조차도 알지 조차 못했던 곳이다.

-넓은 우주를 얕은 지식으로 판 단하지 말게, 시련장이 언제부터 존재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나? 자네 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아득한 태 초의 세계일세, 영겁의 세월 동안 같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각기 사 연과 욕망을 가진 수많은 존재가 찾아왔었고 대다수가…….

퓌라의 위협적인 말들에도 서준 의 표정에는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서준은 코웃음을 치며 퓌 라의 말을 잘라낸다.

“쓸데없는 말이 많네요. 저의 고 향 행성에는 이런 말이 있죠,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고, 어차피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주겠죠.”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