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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75화 (375/517)

- 16권 8화

383화

카터를 설득하기 위한 허황된 말 따위가 아니었다.

중원 대륙, 귀환한 지구, 넓디넓 은 우주에서의 싸움까지.

서준은 이 험난한 싸움을 거쳐 왔고 모두 승리해왔다.

“전 제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절대 죽지 않습니다.”

선언하듯이 말을 내뱉은 서준의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결국 카터가 체념하듯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막을 수 없다.’

무력으로 제압을 하려 한다면 불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허나 의미가 있을까?

적지 않은 시간 나눈 대화를 통 해 알고 있었다.

애초에 한서준이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 것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서가 아니었다.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함이었 지.’

그런 서준에게 소중한 것들을 포 기하라고 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 진다는 것이었다.

“마음대로 하게, 대신 지금 걸으 려는 길은 여태껏 걸어왔던 어느 길보다도 위험한 길일 걸세.”

“감사합니다.”

“절대 죽지 말게나.”

“약속하겠습니다.”

마지막 약속을 받아낸 카터가 서준의 앞길을 비켜선다.

이어서 구로그와의 대화를 끝낸 서준은 은신처에서 번쩍- 하며 사

라진다.

자리를 떠난 것이다.

그렇게 서준이 떠난 자리를 바라 보고 있던 카터는 의자에 몸을 기 대며 이마를 짚는다.

“혼돈을 품어내고 마도를 이해해 냈지만, 인간의 마음은 여전히 종 을 잡을 수 없군.”

이어서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 는 카터의 곁으로, 조용히 다가와 시원한 냉수를 건넨 구로그가 조심 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정말 이렇게 보내도 괜찮을

까요?

“어떠한 말을 해도 막을 수 없었 을 걸세.”

카터가 구로그가 건넨 컵을 받아 들어 입안에 맴돌고 있는 씁쓸함을 목구멍으로 넘겨낸다.

이어서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카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가시는 건가요?

“기껏 점찍은 후계자가 죽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지 않겠나?”

-거긴 혼돈제의 영토의 중심이에 요, 혼자 가시는 건 아무리 카터 님이라 해도 위험하실 거예요.

“못난 후계자의 투정을 받아주는 것이 선배의 도리 아니겠나.”

피식- 미소를 보인 카터가 손을 뻗어 허공에 떠있던 지팡이를 잡아 든다.

“이렇게 된 이상, 혼돈제와 혼돈 왕 놈들의 시선을 좀 끌고 오겠네.”

-서준을 정말 많이 아끼시나 봐 요.

구로그의 말에 대답 대신 미소로 화답을 한 카터의 신형이 빛을 발 산하며 사라진다.

힘이 없기에 무언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대신하여 구로그는 두 남자가 떠 난 자리를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한 다.

-카터 님과 서준의 앞길에 혼돈 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응원하는 구로그였다.

서준은 혼돈의 세계를 빠른 속도

로 가로지르며 달려 나갔다.

중간중간 앞길을 막아서려는 영 주들과 혼돈인들이 나타났지만 크 게 개의치 않았다.

‘이런 조무래기들에 쓸 시간은 없어.’

자그마치 1년, 길다면 길다고 말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서준은 사실 조급함을 느끼고 있었다.

‘혼돈기는 쌓이는 속도가 너무 정직해.’

나름대로 혼돈기를 이용하여 무 공의 위력을 더하거나 태초의 힘들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지만, 1년

동안 정확하게 1년만큼의 기운이 쌓였다.

이 상태라면 카터의 말대로 정말 50년은 지나야 제대로 된 상위 서 열의 혼돈왕들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지 않는 자식을 기다리며 슬퍼할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심장 이 찢겨져나가는 듯했다.

‘다른 수가 없다면 모를까……!’

방법이 있다면 시간을 지체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구로그에게 들은 정보로 혼돈제 의 영역, 혼돈의 시련장을 향하여

밤낮을 달려 도착한서준의 눈이 번쩍 빛났다.

‘저 문!’

황량한 혼돈의 세계에 웅장하게 서 있는 커다란 문을 본 서준이 발 걸음을 재촉하려던 순간이었다.

전신을 짓누르는 거대한 존재감 에 숨이 턱- 막혀온다.

-감히……! 내 영토에 홀로 발을 들이다니…….

목소리가 말을 끝맺기도 전, 하 늘을 가른 회색빛 뇌전이 문 너머 근방에 위치한 도시에 커다란 폭발 을 일으킨다.

동시에 목소리가 사라지며, 전신 을 짓누르고 있던 존재감이 사라졌 다.

‘……카터 님?’

단숨에 거대한 존재감을 지워낸 압도적인 힘에서준의 눈이 반짝 빛났다.

이어서 아주 먼 곳에서부터 전투 의 굉음이 연이여 들려오기 시작했 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못났을 정도로 막무가내식으로 일을 벌였 는데도 도움을 주러 왔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무사히 돌아와서 오늘의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도록 할 것이다.

주먹을 꽉 쥔 서준은 혼돈의 시 련장으로 빠르게 몸을 내던졌다.

터벅-

문을 넘어서는 순간 서준의 입가 에 미소가 피어난다.

‘무사히 도착했어.’

허나 이런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머릿속에 경계심과 의문이 피어 났다.

혼돈의 시련장이란 정확하게 어 떤 곳일까?

위치를 가르쳐 준 구로그는 물 론, 카터 또한 직접 가본 적은 없 었던 것인지 서준에게 어떤 단서를 주지 못했었다.

때문에서준은 혼돈의 시련장이 어떤 형태를 가졌을지 알 수가 없 던 만큼 잔뜩 경계해가며 기감을 펼쳐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하늘로 뻗어있는 회색빛 탑을 본 순간, 어 렵지 않게 그 구조를 깨달을 수 있었다.

“……탑을 오르면서 시련을 받는 형태인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칠흑빛 어둠의 공간에 고고히 서 있는 회 색빛 탑.

탑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여태 껏 보았던 혼돈인들 중에 가장 거 대한 덩치를 가진 존재가 촉수들을 바닥에 늘어트린 채로 서준을 바라 보고 있다.

‘특이하게 적의가 느껴지지 않네.’

대부분의 혼돈인들은 강한 적의 를 보내왔다.

심지어 구로그와 같은 호의를 보 이는 것도 아니었다.

눈앞의 혼돈인에게서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 차례 고개를 갸웃거린 서준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나갔다.

‘당장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 만……

언제 무슨 공격을 해올지 모른 다.

바짝 긴장한서준이 마침내 거대 한 혼돈인의 앞에 선 순간이었다.

하늘로 뻗어있던 두 가닥의 얇은 촉수가 스르륵 열리며 무감정한 눈 동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저게 눈이었네.’

생김새와 달리 다소 작은 눈을 가진 혼돈인을 바라본 서준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조용한 혼돈인은 처 음이네.’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었다.

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거대 한 덩치를 치워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시련장에 들어가야 해서, 길을 좀 비켜줬으면 하는데.”

혼돈어로 내뱉어진 말에, 아무런 감정을 보이지 않고 있던 혼돈인의 눈동자가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진

‘갑자기 웃는다고?’

정말로 특이한 혼돈인이었다.

서준이 눈매를 가늘게 뜨며 경계 심을 한층 더 끌어올리려는 순간이 었다.

-드디어 수행자가 왔다! 수행자 가 왔다고!

커다란 외침과 함께 10층 높이의 회색빛 탑이 공명음을 토해낸다.

우우웅-!

일대로 퍼져나간 공명음은 세계 를 다 뒤흔들겠다는 듯 웅장한 진

동을 일으켜 서준의 육신뿐만 아니 라 뇌리의 영혼까지 함께 떨리게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서준이 눈살 을 찌푸리며 발을 놀리려던 순간이 었다.

세계에 퍼져나가던 공명음이 거 짓말이었다는 듯, 갑작스럽게 멎으 며 적막이 찾아왔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은 세상, 너무나도 상반되는 갑작스러운 상 황 속에서 이제는 입가까지 초승달 모양으로 웃음을 지어 보인 혼돈인 이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크라후다. 수행자의 이름은?

“……한서준.”

-반갑다. 수행자, 한서준.

“혹시 시련장의 문지기인가?”

-문지기……?

바닥에 널브러진 촉수들이 물음 표 형태로 휘어지더니, 크라후가 고개를 내저었다.

-문을 지키려 한 적은 없으니 문 지기는 아니다.

“그러면 시련장으로 들어갈 수 있게 길을 비켜줬으면 하는데.”

- 싫다.

“문지기가 아니라며?”

-문을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길 을 비켜주기는 싫다.

말을 내뱉은 크라후는 본인의 의 지를 보여주겠다는 듯 뻗어진 촉수 들까지 걷어내며, 탑의 문을 완전 히 가로막아 선다.

미간을 찌푸리고 저도 모르게 내 력을 일으키려던 서준의 눈이 휘둥 그레진다.

‘ 내공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혼돈의 세계에 처음 도달하여서 힘을 잃었을 때와는 또 다른 감각 이었다.

‘신격도 전혀 느껴지지 않아.’

조금이나마 남아있었던 힘이 완 전히 사라졌다.

마치 평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불행 중 다행히도 체 내에 남아있는 힘이 존재했다.

‘혼돈기는 그대로네.’

본래 다루던 힘들이 모두 소실된 것 때문인지, 구석 편에서 숨을 죽 이고 있던 공허의 힘까지 확연하게 느껴진다.

-푸흐홉…… 뭐하고 있는 거지?

넋이 나간 듯한서준의 얼굴을 보며 크라후가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

“잠시 방법을 생각했을 뿐이야.”

비록 본래 다루던 힘들이 완전히 사라졌지만 그간 쌓아 온 혼돈기는 아직 건재하다.

마음먹고 혼돈기를 운용한다면 눈앞의 크라후를 치워낼 수 있겠지 만 시련을 받기 전 괜한 곳에 힘을 빼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 해야 문을 열어 줄 거 지?”

-크라후는 심심하다. 오랜만에 온 수행자와 놀고 싶다.

“……놀아주면 길을 비켜줄 거 야?”

-그래, 대신 나를 엄청 즐겁게 해줘야 비켜줄 거야.

“좋아.”

생각했던 바보다 간단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 흡족한 표정을 지은 서준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이 었다.

-신난다! 수행자가 나랑 놀아준 다!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른 크라후 가 촉수들을 하늘로 내뻗자, 회색 빛 기운이 엄청난 속도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자 회색빛 안개가 일대에 자 욱하게 드리운다.

“놀자면서, 뭐하자는 거야?”

갑작스러운 상황에서준이 고개 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크라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꼭꼭 숨어있는 나를 찾 으면 되는 거야,

“……숨바꼭질 같은 건가.”

어릴 적 해본 적 있었던 놀이였 기에 쉽게 룰을 이해한서준이 고 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숨을 곳도 없었지.’

더군다나 무를 갈고 닦아온 만큼 기감 하나는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 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던 존재는 혼돈 인이다.

절대로 방심은 금물이다.

실제로도 촉수로 다량의 혼돈기 를 뿜어낸 것도 모자라 안개처럼 만들어내는 기교를 선보였다.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앞에서 느껴지던 크라후의 존재감 이 삽시간에 사라진다.

당장 마음먹는다면 기감을 펼쳐 위치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기왕이면 노는 김에 이기는 게 좋긴 하겠지만……

지더라도 큰 상관은 없다.

‘중요한 건 즐겁게 놀아주는 거 야.’

크라후와의 약속을 떠올린 서준 이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기어 수 색을 시작했다.

휘익-!

일대에 퍼져있던 안개들이 몸을 휘감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느껴지 기 시작한다.

동시에서준은 아찔한 감각을 느 꼈다.

‘이거…… 그냥 안개가 아니잖 아?!’

안개 내부에는 엄청난 양의 독이 들어 있었다.

단순히 숨을 참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호흡을 통해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몸을 휘감듯이 움직인 안개들은 피부를 통해 내포된 독성을 서준의 전신으로 빠르게 퍼뜨려나가고 있었다.

비록 독극신의 신위는 없다지만 서준은 만독불침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독에 대한 위협을 한 번 도 느끼지 않았었다.

하지만 혼돈의 세계에서 만들어 진 독은 다른 이들이 만든 것과 차 원이 달랐다.

‘이건 상당히 위험한데.’

서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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