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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70화 (370/517)

- 16권 3화

378화

카터의 설명은 꽤나 길게 이어졌 다.

혼돈의 세계는 아주 먼 옛날, 우 주의 은하들이 누군가에게 창조되 거나 충돌과 재생을 반복해가며 홀 로 만들어지기 전부터 존재했던 공 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생 명체는 물론, 높은 신격들조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비밀이 유지될 수 있었던가?

“눈으로 보려 하면 절대로 볼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지. 은하와 같은 차원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찢어지거나 일그러진 균열의 틈 사 이에 존재해왔기에 인지할 수 없던 거지.”

씁쓸한 미소를 지은 카터가 말했 다.

“무엇보다도 이 정의할 수 없는 혼란으로 가득 찬 세계를 마주하고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는 게 제일 큰 이유기도 하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던 게.”

“맞네, 미쳐버렸거나 기억이 지 워졌거나 혹은 죽었기 때문이지.”

서준은 놀란 감정을 감출 수 없 었다.

‘여태껏 그 누구도 혼돈의 세계, 근원을 발견하지 못했던 게 알지 못했던 게 아니구나.’

대다수 생명체들의 인식 체계, 두뇌는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공 포, 존재를 마주하게 될 경우 미쳐 버리거나 기억을 지워버리는 본능 적인 방어기제를 보인다.

동시에 혼돈인들이 공격성이 짙

은 이유가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미처 균열을 벗어나지 못한 존재들은 혼돈의 세계에 안착하며 미 쳐버렸을 거고, 일대를 방황하며 수많은 분쟁과 파멸을 불러왔겠 지.”

균열을 찢어내고 혼돈의 세계를 마주한 이들은 대다수 주신에 오른 존재들이었을 것이다.

미쳐버린 주신의 힘은 끔찍한 불 행들을 초래해냈을 거다.

혼돈인의 입장에서 외부의 존재 를 반길 리가 만무했다.

“이해가 빠른 편이군, 근데 전부

는 아니야. 특이한 케이스들이 우 호적인 교류를 이어갈 수도 있지, 여기 있는 저 혼돈인과 나처럼 말 이야.”

피식 웃은 카터의 시선이 식탁에 앉아서 연신 고기를 썰어가며 식사 를 이어가고 있는 혼돈인을 향한 다.

“여기 온 지 1개월쯤 됐다고 했 으니까, 이미 알고 있겠지만 혼돈 인들은 저들만의 문명을 이룩하고 있어, 그리고 몇몇 힘과 권력을 가 진 이들은 세계를 탈출해서 바깥 우주로 나아갈 방법을 찾고 있지, 워낙 출입구과 콱 틀어막혀 있는

탓에 쉽지는 않았헜지만……

가늘어진 카터의 눈매가 서준을 훑어낸다.

“근래 누군가 아주 큰 균열을 만 들어낸 것 같더라고.”

혼돈의 세계에 들어서며 많은 힘 을 잃었다.

허나 카터 정도의 강자가 기운의 형태를 알아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계속 조사를 하고 있었기 에, 이야기를 접하자마자 곧장 접 근을 해왔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알고 벌인 일은 아니니까 사과 할 필요는 없어, 근데 자네 때문에 일이 조금 복잡하게 되긴 했어.”

한차례 어깨를 으쓱인 카터가 씁 쓸한 미소를 지은 채로 말을 이어 간다.

“혼돈인들의 대다수는 갑작스레 찾아와 제멋대로 날뛰던 바깥의 존재를 증오하고 있어, 바깥 우주 전 체를 파괴하고 싶어 흐}지. 혼돈인 들의 사회에서는 이 집단올 통틀어 파멸자라고 부르더군, 그리고 세계 에 균열이 일어나있는 지금의 상황 자체가 그들에게는 둘도 없는 절호 의 기회겠지.”

“집단을 부르는 이름이 있다는 건, 그 반대도 있단 거겠죠?”

“말했지만 드물게도 내 친구 같 은 녀석도 있어서 말이야. 평화자 라고 하더군.”

여기까지 설명을 들은 서준은 천 천히 고개를 주억인다.

“일종의 세력 싸움 같은 건가 요‘?”

“혼돈인들의 싸움은 단순한 세력 싸움이라기보다는 더욱 극명한, 목 숨을 걸고 벌이는 사상싸움이네.”

“그렇다면 평화자들은 다소 살아 남기 힘들겠네요?”

“맞네. 이 세계에 거주하고 있는 혼돈인은 파멸자에 속하다 보니, 평화자에 속해 있는 혼돈인들은 숨 어 지내는 녀석들이 많지. 그리고 파멸자 녀석들이 괜한 일을 못 하게 레지스탕스처럼 훼방을 놓는 역 할도 하고 있어.”

“바깥 우주의 입장에선 고마워해 야 할 일이네요.”

“하지만 현실은 이 상황을 인지 조차 하지 못하고 있지.”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카터를 보며, 서준이 고개를 주억인다.

“주신 중에서도 이 혼돈의 세계

를 아는 경우가 드물죠.”

“극히 드물지, 수많은 은하계를 모두 센다고 해도…… 백이 되지 못할 걸세.”

이어진 카터의 말에서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네 요.”

당연한 반응이다.

애초에서준이 알고 있던 주신의 숫자란 것 자체가 워낙 적었다.

“자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은하계의 숫자가 많은 탓일 걸세, 그리고 그중에는 자네와 비슷한 성

장 과정을 밟아낸 다른 생명체도 있다는 거지.”

성장 과정이 같다고 하여 결과가 같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희박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다른 이들보다 손쉽게 주신 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 세계가 적게는 수만, 많게 는 수십만, 수백만에 달하지.”

“ 으음......

“우주를 한낱 주신의 뇌로 판단 하려 하지 말게, 자네도 느껴 보아

서 알지 않는가? 이 세계는 끝이 없어.”

“제가 오만했네요.”

서준은 카터의 말에 동의할 수밖 에 없었다.

드넓은 우주, 균열에 존재하고 있던 혼돈의 세계까지 겪고 나니 스스로가 우물 안 개구리와 다름없 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너무 자책하지는 말게, 애초에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주신 에 오른 이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니까.”

“위로 감사합니다, 그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궁금해졌네 요, 어째서 저를 찾아오신 거죠?”

이유 없는 호의는 없었다.

하물며 서준은 혼돈의 세계에 균 열올 일으킨 존재였다.

그런데 이렇게 편안한 공간, 맛 있는 먹거리, 훌륭한 정보까지 내 주고 있었다.

‘분명 나에게 무언가 바라는 게 있을 거야.’

실제로도 서준의 질문에 카터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곤란한 부분이지만, 기다리던 질 문이었다.

“균열이 일어난 것도 모자라 최 근 파멸자 측에서 꽤나 눈에 뜨이 는 존재가 둥장했네, 스스로를 혼 돈제(混范帝)라고 칭하고 있는 녀 석이지.”

카터의 말에서준이 고개를 갸웃 거린다.

“세력 싸움도 있고, 사회를 이루 고 있다면 이미 황제 같은 존재도 있었을 텐데, 그게 특별한 일인가 요?”

“네 말대로 개인의 집단을 형성 한 수장들이 있지, 하지만 파멸자 들이라고 해서 모두 한마음 한뜻은

아니야, 바깥 우주에 복수하고 파 괴하자는 마음은 같지만, 굳이 힘 을 합쳐야 될 이유는 없거든.”

“어지간한 은하계를 부수는 건 힘을 합치지 않아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겠죠.”

“정답이네, 자네도 보았겠지만 이 혼돈의 세계에 있는 녀석들은 사실 일반적인 은하계의 입장에서 는 감당하기조차 힘든 수준의 괴물 들이 상당히 많네.”

“주신에 필적하는 격을 갖춘 녀 석들도 많죠.”

“평범한 주신과 비슷한 수준에

이른 녀석들은 도시 하나를 점령하 고 있지. 굳이 표현을 하자면……. 혹시 영주라는 단어를 알고 있나?”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 영주의 숫자가 백이 넘어 서고 있지.”

“……오만을 품을 만하네요.”

심지어 그중에는 유달리 강한 존재도 더 있을 것이다.

하나의 세계에 주신이 백이 넘게 존재한다면, 서로 힘을 합칠 이유 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내가 살던 은하계조차 주신의 숫자가 다섯이 되지 않았는데……

균열, 혼돈의 세계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위험했다.

동시에 희생을 선택했었던 정복 왕의 각오가 더 크게 와닿는다.

“그리고 보통 이런 영주를 다섯 이상 휘하에 둔 녀석들을 혼돈왕라 고 지칭하네.”

“혼돈왕…… 놈들은 일반적인 주 신보다 강하겠네요.”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주신에도 격이 있어. 혼돈왕 놈들은 굳이 치 자면... 어지간한 하급 주신 다섯

이 덤벼들어도 이기기 힘들지.”

예전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었겠

지만 이미 직접 두 눈으로 본 적이 있었다.

혼돈의 세계는 그야말로 천외천 (天外天), 하늘 위의 하늘로서 존재 하고 있는 곳이다.

“애초에 이 우주는 어떤 한 존재 가 이해하고 규명하기에 너무나 커 나랗고 방대하지. 자네가 어디에 있든 그곳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 게.”

딱딱한 표정이 되어 내뱉는 카터 의 말에서준이 이해했다는 듯 고 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혼돈왕 위에, 새로

이 혼돈제란 녀석이 나타난 거네 요.”

“맞네. 지금은 자그마치 혼돈왕 을 열이나 수하로 부리고 있지.”

“……오십에 달하는 주신을 발아 래 두고 있단 뜻이네요.”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력이 다.

이 압도적인 전력을 막아낼 만한 은하계가 존재는 할 것인가?

서준의 표정을 읽은 카터가 진지 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걱정이, 바로 내 걱정일세. 그래서 놈을 막기 위해 내가 세력

을 모으고 있는 것이지.”

“그 말씀은…… 카터 님은 혼돈 제라는 녀석과 싸워서 이길 수 있 단 말씀이신가요?”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알 수 없네.”

서준의 눈이 가늘어진다.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싸움, 스 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과 다 를 바 없는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앞서 붙어 보긴 했지만 서로 전 력이 아니었던 만큼 함부로 승산을 장담할 수 없네.”

서준이 눈을 반짝 빛낸다.

“……혼돈제와 직접 붙어 보셨다 고요?”

“말했다시피 전력은 아니었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비록 서로 전력은 아니었다지만 충돌을 했었고, 큰 부상 없이 살아 남았다.

‘아마 비슷한 수준이겠지.’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았던 카터 의 힘이 혼돈왕들마저 복종할 정도 의 강자인 혼돈제와 동등하다는 것 이었다.

“두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 하지 말게.”

피식 웃은 카터가 손바닥을 펼쳐 허공에 띄워 올린다.

그 위로 회색빛 기운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불꽃이 맺히기 시작한 다.

이를 바라보고 있던 서준의 두 눈동자가 보름달마냥 휘둥그레진다.

“ 맙소사.”

회색빛 기운, 혼돈 속에서 불꽃 이 피어났다.

무엇과도 섞이지 않았던 혼돈의

힘에 속성을 더해냈다는 것이다.

혼돈의 힘에 다른 힘을 더해낼 수 있다는 것은, 서준이 바라던 경 지와 다를 바 없었다.

당황을 금치 못하는 서준의 표정 에 카터가 피식하고 웃는다.

“자네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혼 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 왔네, 그 럼에도 불구하고 혼돈인들은 나를 죽이지 못했네, 이게 뜻하는 게 뭔 지 알지 않나?”

“……그 누구에게도 패배하지 않 으셨다는 거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네.”

오만이나 허세 따위가 아니었다.

카터의 입가에는 진짜 강자에게 서만 볼 수 있는 여유로운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카터의 힘에서준 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바라던 경지에 도달해 있는 힘 을 옆에서 탐구할 수 있다면?’

나아가야 할 길을 미리 볼 수 있 다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카터가 방향성까지 알려줄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빠른 성장의 속도 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말이 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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