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권 18화
368화
솔릭이 다급하게 변명을 늘어놓 고 있었지만 서준의 발걸음은 멈추 지 않는다.
“정말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 다고 말하기 전에 눈동자에 차오르 고 있는 욕심부터 없앴어야지.”
물론, 이것만으로는 확실한 증거 가 될 수 없었다.
“내가 먹은 음식에 들어있던 독 들은 어떻게 설명할 거지?”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었다.
매수됐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 지만, 확정을 짓지는 못했었다.
허나 음식들에 스며들어있는 독 들은 서준의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 기에 충분했다.
서준의 반박에 변명을 내뱉고 있 던 솔릭의 두 눈동자가 거세게 흔 들리기 시작할 때였다.
“겁먹을 필요 없다, 무결의 주신 은 허세를 부리고 있는 거다, 이제 와서 눈치챘다고 해도 변할 수 있 는 것은 없네.”
하비르가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 다.
그 말에 화들짝 놀란 표정의 솔 릭이 다급히 말했다.
“정, 정말 괜찮은 건가?”
식탁을 훑어본 하비르는 사시나 무처럼 떨고 있는 솔릭을 안정시킨 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했어, 상당한 양의 독 을 홉수했다는 거지, 허세를 부리 고 있지만 당장 두 다리로 서 있는 것도 벅찰 걸세.”
당연하지만 일반적인 독이 아니
었다.
웬만한 내우주의 신격이라 할지 라도 녹여버릴 수 있는 신독(神毒) 이다.
거기에 더불어 혼돈의 힘까지 주 입해내었다.
호흡을 통하여 흡입하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고통을 느낄 터인데, 음식을 통해 직접적으로 체내에 스 며들었다.
“정말 내가 허세를 부리는 거라 고 생각해?”
“ 설마......
여유로운 미소를 피워내고 있는
서준의 모습에 솔릭의 얼굴에 의구 심이 스쳐 지나간다.
하비르의 말대로라면 당장 장기 가 녹아내려야 정상이었다.
헌데 눈앞의 한서준은 보란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런 미소가 정말로 허세일까?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신격으로서 영겁의 세월을 살아 오며 수많은 이들을 만나보고, 겪 어봤기에 알 수 있었다.
절대로 허세 따위가 아니었다.
가까스로 안정시켰던 솔릭의 육
신이 떨려오기 시작한다.
곧 찾아올 끔찍한 미래를 예지했 기 때문이었다.
‘무결의 주신은 수많은 힘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는 혼돈의 힘도 존재할 정도니까……
거기에 더불어 독을 다루는 힘, 신격까지 존재한다면?
음식에 주입해놓은 독들은 아무 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제발……. 사, 살려주시옵소서!”
“아쉽겠어, 이 정도 극독이면 웬 만한 신격들은 그대로 죽어 버렸을 텐데.”
솔릭은 재빨리 무릎을 꿇고 자비 를 구하기 시작한다.
허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눈앞까지 찾아온 죽음은 물러나 지 않을 것이다.
‘절대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 는 없어!’
변방에 위치한 카세롯 차원의 신 격으로서 처음으로 마주한 기회였 다.
비록 줄을 잘못 골라서 떨어지고 있다지만, 아직 확정된 운명은 없 었다.
어떻게든 발버둥 치고 발악하여 살아남을 것이다.
“죽어라-!”
솔릭의 외침과 함께 번개가 사방 으로 치솟는다.
콰과광-!
방금 전까지는 화려한 응접실이 었던 곳이, 이제는 대지가 뒤집히 고 땅이 갈라져 폐허나 다름없는 곳이 되어간다.
쏟아지는 공격들을 한 번의 손짓 으로 흘려낸 서준의 몸이 빠르게 움직인다.
서걱-!
뒤이어, 찬란한 금빛이 휘감긴 검신이 솔릭의 육신을 반으로 갈라 낸다.
“일단 한 마리.”
생각했던 것보다 쉽사리 제거해 낼 수 있었지만 아직 전부 처리해 낸 것은 아니었다.
서준의 차가운 눈동자가 허공을 향한다.
모습을 숨긴 채로 허공에 중첩된 마법진을 그려내고 있던 하비르의 얼굴빛이 사색이 되어간다.
“빌어먹을-!”
“너무 느려.”
피식 웃은 서준이 금빛의 검을 허공으로 흩어내더니 주먹을 말아 쥐고, 내뻗는다.
찬란한 금빛이 방출되며 하비르 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무, 무결의 힘……!”
동시에서준의 주먹이 하비르가 자랑하던 마도들을 간단하게 부숴 낸다.
콰직-!
놀라운 상황에 하비르가 충격에
빠져 뒤로 물러난다.
뻗어진 주먹을 가까스로 피해냈 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커헙—!”
복부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아랫 배를 부여잡은 하비르의 눈에 당황 이 어린다.
“어떻게?!”
기겁한 하비르가 다급히 공간이 동 마법을 펼쳐냈지만, 이미 결과 가 정해진 서준의 주먹을 피해낼 수 없었다.
콰직-!
“고작 거리를 벌리는 거로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당장 느껴지는 고통보다도 자랑 스러워하던 능력과 힘들이 허망한 모습이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하비르의 얼굴에 허탈함이 스쳐 지나갔다.
“대체 무슨 능력을 사용하는 거 지?!”
쾅-!
질문을 내뱉는 하비르의 복부에 다시 한번 서준의 주먹이 크게 틀 어박혔다.
“커어억—!”
피를 토한 하비르가 몸을 굽히며 바닥을 구른다.
죽이려 했다면 솔릭처럼 손쉽게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욕심만 가득한 솔릭과 달리 하비르는 혼돈의 힘을 다뤄내고 있었다.
고대의 존재와 직접적인 연결점 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질문은 나만 한다, 지금 고대의 존재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지?”
차갑게 말하며 바닥을 구르는 하
비르의 어깨를 발로 짓누른 서준의 손에 개벽의 검이 쥐어진다.
“어째서……! 어째서 그저 운으로 주신의 자리에 오른 풋내기 주 제에! 이런 부당한 힘을 가질 수 있단 말이냐!?”
하비르는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인상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드높였 다.
“말로만 해서는 안 되겠네.”
서준이 손에 쥐어진 금빛, 개벽 의 검으로 하비르의 팔을 잘라내려 던 순간이었다.
에서부터 원반을 꺼내 들어올렸다.
그러자 원반에서부터 흘러나온 회색빛이 서준의 개벽의 검을 흩어 낸다.
동시에 원반을 들고 있던 하비르 의 육신을 마구잡이로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준은 당황 을 금치 못했다.
‘저 원반……?’
그냥 하비르를 집어삼킨 게 아니 다.
제물로써 사용한 것이었다.
상황을 인지하고 나자, 본능이 경고한다.
‘ 빌어먹을!’
너무나 위험하다.
서준이 다급히 욕설을 내뱉으며 원반을 바라본다.
‘넘어오는 걸 완벽히 막을 수는 없어……
혼돈의 힘을 내뱉듯 커다란 빛을 내뿜고 있는 그 내부, 처음 보는 형태의 흉측한 괴물이 촉수를 꿈틀 거리며 괴성을 내지르고 있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더 일이 커지기 전에 원반 자체 를 파괴해야 해.’
물론, 그 여파도 결코 적지는 않 을 것이다.
외우주로 나가는 문이 파괴될 각 오를 해야 한다.
그 상황을 막고 싶어서 조심스레 움직인 것인데, 그 탓에 일이 커지 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끊어 낸다.’
쏟아내던 기운을 유지하며 엑스 칼리버를 뽑아들며 신격을 담아낸 다.
검에 담아내는 것은 투쟁과 무결 이다.
‘내 검은 완벽한 투쟁의 검이다.’
무결을 담고, 투쟁의 의지를 섞 은 서준은 한순간 그 힘을 하나로 묶어 완성시켜내고 휘두른다.
‘으아아-!’
소리 없는 외침과 함께 휘둘러진 서준의 검은 짧은 순간 무극의 경 지에 도달하며 무엇으로도 부술 수 없다는 혼돈의 원반을 베어낸다.
서걱-!
손끝에 걸리는 감각.
서준은 자신의 공격이 성공했다 는 것을 느꼈다.
허나 완벽히 막아낸 것은 아니었다.
혼돈으로부터 홀러나온 거대한 힘이 주변을 휘감아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혼돈의 중심에는 거대 하면서도 괴상한 형태의 혼돈을 휘 감고 있는 촉수 괴물이 있었다.
서준은 뒷머리를 긁적인다.
‘다른 방법이 없겠네……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촉수 괴물 을 죽인다.
지금 서준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뿐이었다.
* * *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마음속 한편에서 무언가 서늘하 고 차가운 감각이 등 뒤를 휩쓸고 지나가는 기분.
짧은 순간 그 감정을 느낀 나라 연천은 다급히 시선을 카세롯 차원
으로 내던졌다.
‘ 주군?’
갑작스럽게 서준의 기운이 폭발 하듯이 솟구쳤다.
뒤이어, 처음 느껴보는 끔찍한 형태의 기운이 나타났다.
‘이건…… 뭐지?’
나라연천의 몸이 파르르- 떨려대 기 시작한다.
비단 나라연천뿐만이 아니었다.
우주선에 탑승하고 있던 리벨리 온 연합군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 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마냥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카세롯 차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서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말한다.
“도, 도망쳐야 해……
마치 곧 죽을 듯 안색이 파리해 지더니, 게거품을 무는 등 공포에 절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존재가 가진 힘은 그 강력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모두가 이
러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
그릇을 깬 자들, 옥황과 나라연 천 같은 이들은 모두 정신을 유지 하고 있었다.
“다들 괜찮나……?”
나라연천의 질문에 옥황이 입가 에 쓴웃음을 홀리며 답한다.
“어찌 가까스로 버텨냈네.”
빈말이 아니었다.
주신을 넘어설 정도로 강력한 힘 을 가진 존재가 모든 세계의 생물 을 박멸하겠다는 듯 위협적으로 날 뛰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은 거 대한 살의가 공포가 되어 전신을 옭아매고 있었다.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버 거운 상황이었다.
“이토록 난폭하면서도 파괴적인 혼돈의 힘이라니......
다행히도 기운이 거칠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강하다는 것은 아니 다.
무엇보다도 이들에게는 명백한 구원이 존재했다.
나라연천 본인보다는 분명 저 촉 수 괴물이 우위에 있지만 서준이라
면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주군을 믿겠습니다.”
저런 싸움에 끼어들어 봤자, 허 무한 죽음을 맞이할 뿐이었다.
옥황과 나라연천은 시선을 돌려 떨고 있는 리벨리온 연합군을 바라 본다.
“우선은 연합군들을 최대한 구해 내도록 하지.”
나라연천이 고개를 주억이며 안 색이 창백해져가고 있는 리벨리온 연합군의 정신을 일깨워내려던 순 간이었다.
“......해.”
“..?!”
“싸……워야…… 합니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리벨리 온 연합군들이 하나둘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옥황과 나라연천의 눈이 자연스 럽게 가늘어졌다.
“의식을 되찾았다고?”
당장 그릇을 깬 신격들도 견뎌내 기 힘들어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신격들이 정신 을 다잡으며 의식을 차려내고 있었
다.
“의장님을…… 도와야 합니 다……
“싸워야 해……
“부끄럽군.”
씁쓸한 미소를 지은 나라연천과 옥황이 시선을 마주한다.
“핑계에 불과했군.”
내우주의 전쟁에 자진해서 참여 할 때부터 목숨을 내던질 각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죽음이 다가오니 두려웠고 피하려 했었다.
연합군의 후퇴를 돕는다는 그럴
싸한 핑계를 만들어냈다.
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나라연 천의 시선이 옥황을 향한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어리 석은 짓이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불속에 뛰어드는 불나방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나라연천 자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 아닌 가‘?”
“그렇긴 하지.”
나라연천은 피식- 웃더니 우주선 의 기계 장치 앞에 선다.
이어서 좌표를 설정하고 이동을 끝마친다.
도착할 곳은 나라연천이 정해둔 안전한 목적지였다.
더 이상 정신을 잃은 연합군의 안전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러면 마음 편히 갈 수 있겠 군.”
이어서는 전의를 불태우더니 서준에게 하사받은 금빛 기운을 폭발 시킨다.
파지지직-!
폭발하듯이 솟구치는 기운과 함
께 나라연천의 긴 머리가 허공으로 떠오른다.
두 눈 또한 황금처럼 물들기 시 작한다.
그야말로 완벽한 무결의 사도와 같은 모습이 된 나라연천이 선언했 다.
“주군을 돕는다.”
당연하지만 직접적인 싸움을 돕 지는 못할 것이다.
허나 촉수에서부터 뻗어 나온 조 무래기들이 주군의 싸움을 방해하 는 것은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정하고, 다짐을 끝낸 나
라연천과 옥황의 신형이 우주 밖, 거대한 촉수 괴물을 향해 뻗어나갔 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