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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56화 (356/517)

- 15권 14화

364화

“안, 안 돼!”

그로스가 괴성을 내지르며 끝없 이 붉은 섬광을 쏟아내었지만 그 공격마저도 집어삼킨 공허의 촉수 들이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이윽고 촉수들은 그로스의 거대 한 신형, 행성 자체를 휘감아낸다.

“살, 살려줘……1”

목숨을 구걸하는 그로스의 바로

앞, 뿜어내던 촉수를 거둔 서연이 회색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말했다.

“시시하네.”

“……뭐라고?”

“제대로 힘을 시험해보고 싶었는 데 시작하자마자 끝났잖아, 생각보 다 더 시시하네.”

피식 웃은 서연이 손가락을 한 번 더 튕긴 순간이었다.

그로스를 휘감고 있던 촉수들이 마구잡이로 행성에 압박을 가하며 부숴내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 소리와 함께 그 로스의 신형이 단숨에 부서진다.

비참한 죽음이었다.

공허의 힘을 사용해 그로스를 단 숨에 파괴해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라의 입가에 헛웃음이 흐른다.

“주신에 올라 어느 정도 정복왕 에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오만이었

군.”

“사도로 임명받는 것만으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서준과 라를 향해 평소와 같은 검은 눈으로 돌아온 서연이 되돌아오며 여유 로운 미소를 보인다.

“깔끔하게 이기고 왔어, 잘했 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정리했 네.”

서준의 말에서연이 뒷머리를 긁 적이며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솔직히 한계를 더 시험해보고

싶었는데, 공허의 힘을 더 사용했 다가는 위험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 거든……

“강력한 힘인 만큼 제어하는 게 쉽지가 않겠지.”

“현재로서는 1분 정도가 한계인 것 같아.”

서연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 신의 약점을 공개해버린다.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는 거다.

사실상 공허의 힘을 사용하는 서 연을 상대로 1분 이상 감당할 수 있는 적수도 잘 없을 터였다.

‘방금 전 상대한 그로스는 대충

완전체가 된 앙그라 마이뉴와 동격 의 수준이었지.’

따지자면 주신과 비등한 수준의 힘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자신만만하게 모습을 드러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수 준이었지만 애초에 그렇기에 후발 주자로 나올 대표 격이 되지 못했 을 터다.

“남아있는 고대의 존재는 누구 죠?”

서준은 그로스가 완전히 소멸했 음에도 여전히 닫히지 않는 회색빛 균열을 바라보며 물었다.

“글라키라네.”

“강한가요?”

“무언가 말해주고 싶지만 나도 아직 직접적으로 붙어본 적이 없 네.”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거네요.”

“면목이 없네.”

이어지는 대화들에 라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흐른다.

“죄송해하실 거 없으세요.”

애초에 타박하기 위해서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편히 싸우고 싶었던

거긴 하다만...

모른다고 해서 질 것 같지는 않 았다.

“ 가볼까?”

“난 언제든지 오케이.”

서연이 흔쾌히 고개를 주억인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다음 상대는 내가 맡는 거야, 알고 있 지?”

“걱정하지 마, 안 뺏을 테니까.”

확답을 받아낸 서준이 앞장서 회 색빛 균열의 앞으로 다가간다.

그러자 균열이 서준을 반기듯 계

속해서 찢어지고, 갈라지더니 사람 하나가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넓어 졌다.

“안으로 오라는 건가.”

“안에서 상황을 다 보고 있었다 는 뜻이겠지.”

“혹시 모르니까, 제가 먼저 들어 가 볼게요.”

“싸움을 하지 않는 내가 먼 저……

라가 말리기도 전, 미소를 보인 서준이 먼저 내부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이었다.

쿵-!

열렸던 균열이 빠른 속도로 닫힌 다.

서연의 눈이 회색빛으로 다시 물 들고, 라의 손에 태양의 불꽃이 피 어오를 때였다.

“밖에 괜찮아요?”

닫힌 균열 너머로부터 서준의 담 담한 음성이 들려온다.

재빨리 공허의 힘을 거둔 서연이 외친다.

“우린 괜찮아! 오빠는?”

“여기도 괜찮아. 의외로 안쪽은 평범……하지는 않지만, 익숙한 느

낌이라서 말이야.”

“균열을 찢고 들어갈 테니. 조금 뒤쪽으로 물러나 보게.”

“알겠습니다.”

라의 말과 함께 서준이 들어온 입구로부터 거리를 벌린 순간이었다.

콰릉-!

우주를 울리는 폭음과 함께 균열 내부가 떨리듯 뒤틀린다.

하지만 굳게 닫힌 균열은 열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튼튼하군.”

눈을 가늘게 뜬 라가 다시 한번 불꽃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더 세게 하면 내부 세계 자체가 부서질 것 같은데, 이거 그냥 저 혼자 들어갈게요.”

안쪽에서 갑작스럽게 서준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혼자 가겠다고? 글라키의 능력 에 관한 것도 모르지 않나?”

“위험할 수도 있어!”

“정확한 능력은 모르겠는데…… 느낌이 나쁘지 않아서 말이죠. 정 위험하면 찢어발기고 도망치죠, 뭐. 작정하고 갈라낸다면 어렵지는 않

을 것 같거든요.”

“허허......

“일단 마냥 부수지는 말자고요. 고대의 존재의 힘이 가득 차 있는 게, 흡수해낸다면 상당히 유익한 세계가 될 것 같거든요.”

“……자네는 정말 욕심이 과하 군.”

연이은 대화를 통해 서준이 원하 고 있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한 라 가 헛웃음을 홀렸다.

작정하고 공격하게 된다면 세계 가 부서지게 된다.

“지금 제가 고대의 존재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라서요. 잘 흡수해내 서 먹여야 할 곳이 있거든요.”

서준의 여유로운 말을 듣고 있으 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안도되는지 라, 다소 다급했던 서연과 라의 입 가에도 결국 미소가 번졌다.

“위험하면 진짜 바로 탈출해야 해. 바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 니까.”

“무리는 하지 말게나.”

“당연하죠, 다들 걱정할 거 없으 세요. 제가 글라키인가 뭔가 하는 놈을 박살내고 금방 나갈 테니까.”

언제나 그렇듯 자신감 넘치는 서

준의 말에서연과 라는 피식- 미소 를 흘린 채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 섰다.

서준은 말없이 회색빛 세상을 걸 었다.

“이 상태로 흡수해낼 수만 있다 면 디멘션 워커를 바로 깨울 수 있 겠네.”

혼돈의 세상이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고대의 힘이 흘러나오고 있는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서준의 눈에 이채가 어린다.

고대의 존재의 힘은 귀했다.

때문에 무결의 디멘션 워커의 망 각을 풀어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 릴 것이라 생각했다.

‘한동안 계속해서 고대의 존재를 사냥하고 다녀야 할 줄 알았는 데……

잘 차려진 밥상이 눈앞에 있었다.

군침이 돌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탐욕스러운 눈동자로 주변을 둘 러보며 걸어 나간 서준이 도달한 곳은 거대한 호수였다.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

서준이 고민할 시점, 호수의 물 이 치솟으며 거대한 신형이 모습을 드러낸다.

민달팽이와 같은 모습.

허나 일반적인 민달팽이와는 달 리 등에 날카로운 가시들이 갑주처 럼 둘러져 있는 그 존재가, 서준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내 초대를 받아주었구나. 반갑 다. 무결의 주신이여.”

더듬이와 같은 세 개의 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마 기 (魔氣).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민달팽이 를 주시하고 있던 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번에는 마법사 쪽인가?”

“마법사라……. 그런 조잡한 호 칭으로 이 몸을 부른 것은 네가 처 음이구나.”

피식 웃은 글라키의 눈이 촉수처 럼 늘어나더니 서준의 몸 곳곳을 훑어낸다.

“나는 소멸한 꿈의 왕, 글라키라 고 한다, 영생을 약속해줄 수 있는 존재이자, 가장 현명한 괴신이기도 하지.”

오연하고 오만한, 글라키의 말에서준이 코웃음을 쳤다.

“가장 현명한 존재가, 왜 지금과 같은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 궁금 하네……

“이미 이 은하의 파멸은 정해졌 으니…… 그대가 아무리 노력한다 할지라도 결과는 바꿀 수 없네.”

“피차 의견이 안 맞는 것 같은 데, 굳이 더 대화를 할 필요가 있

을까?”

“그대와, 그대를 따르는 존재들 의 힘은 잘 견식했네. 특별히 기회 를 주마. 그로스와 글룬을 대신하여 고대의 존재의 군세에 합류해라. 그리한다면 아우터 갓들께서도 외 우주의 지구에는 특별히 자비를 내 려줄 수도 있을 터이니……

글라키의 느릿한 말이 다 끝나기 도 전이었다.

정면에서 있던 서준의 신형이 신기루처럼 흩어진다.

이어서 서준의 주먹이 가늘어진 눈매로 흝어보고 있던 글라키의 복

부를 강하게 가격한다.

쾅-!

굉음과 함께 글라키가 제자리에서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내가 가진 능력은 영생, 그리고…… 너희들은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인 고등 지식이다, 네가 아 무리 발악해봐야 나를 죽여 낼 수 는 없음을……

“그거 알아? 스스로가 불멸, 영 생이라 말한 것들 중에 나한테서 살아난 놈은 없었어.”

다시 한번 서준의 주먹이 글라키 의 전신올 두드렸다.

퍼버멍-!

대포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글라키의 육신이 파여 들어간 다.

“포기하여라. 내 영생을 깰 수 있는 힘은 전 은하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니……

인정한다.

이런 물리적인 타격은 글라키에 게 소용이 없다.

‘이것도 안 먹히려나?’

이어서 서준은 글라키가 내뿜는 영생의 힘을 떨치고는 몸을 돌린

후, 손바닥에 엑스칼리버를 쥐어낸 다.

‘무결검, 역전.’

결과가 정해진, 개연성이 역전된 공격.

물론, 앞서 말했다시피 단순히 적중만 시켜서는 글라키에게 타격 을 줄 수 없었다.

허나, 서준이 펼치는 역전은 한 걸음 더 나아간 상태였다.

‘영혼을 베어낸다.’

글룬과의 싸움을 통해 단순히 눈 앞에 있는 육신이 아닌, 너머에 숨 어있는 영혼을 베어낼 수 있도록

성장을 마친 상태였다.

때문일까, 준비해뒀던 기술을 펼 치는 서준의 입가로는 미소가 흘렀 다.

그리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서준 을 바라보던 글라키의 눈빛이 처음 으로 크게 뒤흔들린다.

“크어억-!”

터져 나온 경악.

“어, 어떻게……T

그리고 충격 섞인 음성을 토하는 글라키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며, 살짝 거리를 벌린 서준은 비릿한 미소를 흘린다.

“깨지지 않는 영생이라고?”

얼마 전 새로이 터득해낸 역전을 연습할 기회가 바로 찾아온 것이었다.

서준의 검격이 연신 글라키의 몸 을 베어낸다.

딱히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베어내는 서준의 공격이 작렬할 때마다 글라키 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비명을 내지르거나 바닥을 구르기 바빴다.

“자, 잠시……!”

“죽지 않는 영생이라면서?”

“크아악—!”

비명이 가득 울려 퍼지는 회색빛 세계.

간간이 준비하던 마법을 힘겹게 펼쳐 서준으로부터 거리를 벌린 글 라키의 눈에 푸른 불꽃이 강렬하게 타올랐다.

“어떻게 이 몸의 영혼에 직접 타 격을 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만…… 더 이상은 네놈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글라키의 등 뒤에서 수많 은 육망성의 마법진들이 그려지며 하늘을 뒤덮기 시작한다.

‘마법?’

이어질 공격에 대비하였지만, 쏘 아지는 섬광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충격 또한 느껴지지 않는다.

‘뭐지?’

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 을 피워내고 있을 때였다.

갑작스레 눈앞에 피를 쏟으며 죽 어가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마법의 정체가 환각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모든 감각이 너무나 생생하여, 마치 현 실처럼 느껴진다.

소멸한 꿈의 왕이라는 이명이 어 째서 붙은 것인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뇌리에 그로 인한 어두운 감정을 강제로 불어넣어 아예 본인 자체를 지워버리는 것이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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