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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54화 (354/517)

- 15권 12화

362화

“응?”

회색빛 균열이 다시 한번 빛을 토해내더니, 그 내부로부터 일전에서연이 처리한 아귀들이 쏟아져 나 오기 시작했다.

“끝이 없네.”

회색빛 우주의 상공.

차원, 오벨리스크를 등진 서준이 눈을 찌푸릴 때였다.

이성이 없어 보이는 아귀들 사이

에서, 유달리 눈에 뜨이는 거대한 형태의 괴물이 다섯이나 나타난다.

마치 지구의 고래와 같은 거대한 크기를 가진 괴물은 평범한 아귀들 과 달리 신위를 갖춘 존재인 듯 했 다.

그들 중 하나가 서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제법이구나. 정복왕의 사도여, 부족한 외우주의 출신이라 들었거 늘……. 우리는 아우터 갓님을 모 시는 혼돈의 마수들이다.”

“말도 할 줄 아네?”

정확히 말하자면, 음성을 머릿속

에 때려 박는 듯한 기분이다.

눈을 홀긴 괴물이 허공에 떠올라 있는 주변을 훑는다.

이내, 시선이 한곳에 고정된다.

“네놈이 라인가……?”

“내가 대답해줘야 할 이유는 없 는 것 같은데?”

독수리의 머리를 한 채로 강한 불길을 일으키고 있던 라의 말에 스스로를 혼돈의 마수라 소개한 존재들의 시선에 불쾌함이 어린다.

“아무렴 상관없지. 우리는 각자 하나씩으로만 보자면 주신을 상대 할 수 없지만 다섯이 하나가 된다

면……

쾅-!

말을 하던 혼돈의 마수 중 중앙 에 있던 이의 육신이 단숨에 폭발 하더니, 재가 되어 사라진다.

어느덧 눈동자에 태양의 힘을 일 으켜, 가볍게 쏘아낸 라가 여유롭 게 웃으며 말한다.

“다섯이 하나가 된다면 뭐라고?”

그에 분노한 눈빛의 남은 혼돈의 마수들이 외쳤다.

“으아아—! 키오스!”

“이놈들 감히 키오스를!”

“이제 우리 혼돈의 마수들이 너 희를 상대해주겠다!”

콰과광-!

다시 한번 라의 눈동자에 불꽃이 일어나며, 남은 혼돈의 마수들을 동시에 터뜨려버렸다.

반응을 할 틈새조차 없었다.

“너희 같은 조무래기들과 놀아주 고 있을 시간 없다.”

일어난 불꽃을 회수해낸 라의 시 선은 너머의 회색빛 균열로 향한다.

‘이게 태양신, 라의 진정한 힘.’

망설임 없이 공격을 퍼붓는 라의

모습을 처음으로 본 서준의 눈에는 살짝 감탄이 어렸다.

곁에서 본 입장에서는 불꽃을 일 으키는 것까지는 어찌 확인했는데, 어떻게 폭발이 일어났는지는 확인 하지 못했다.

만약에 라와 싸우게 된다면 저 불꽃을 피할 수 있을까?

‘한 번만 맞아도 위험할 것 같은 데.’

거대 신화체의 주신다운 라의 무 력에서준이 내심 감탄을 토할 때 였다.

다시 한번 회색빛 균열이 열리

며, 이번에는 일전과 달리 초록색 구체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를 확인한서준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저건......

“고대의 존재로군.”

모두 고대의 존재들을 마주해봤 기 때문일까?

단숨에 적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모습을 드러낸 고대 의 존재, 녹색의 구체 또한서준과 서연, 라의 정체를 단숨에 알아보 았다.

“……성미들이 급하군, 라를 정 리하고 나면 우리가 알아서 찾아갔 을 것인데.”

최대한 여유를 보이고 있었지만, 사실 전혀 상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고대의 존재들은 현재 자신과, 지휘관인 거대한 민달팽이뿐.

반면 상대는 주신이 둘에 그리고 정복왕의 사도까지 있었다.

‘그나마 다행히 정복왕의 사도는 아직 제대로 힘을 다루지 못하고 있는 듯한데……

녹색 구체의 시선이 자연스레 서

연과 라를 지나쳐 서준에게로 도달 한다.

“……상황이 재미가 있어졌는데, 싸움 방법을 바꾸는 것 어떤가?”

“이제 와서? 자기들이 유리할 때 는 마음껏 날뛰더니 밀릴 것 같으 니 바로 꼼수를 쓰려는 모습이 추 하네.”

이어진 서준의 비난에 녹색 구체 는 신음을 흘리며 위아래로 움직인 다.

“부정하지 않겠네, 헌데 자네의 입장에서도 손해는 아닐 텐데?”

“두려운가 봐? 성미에 맞지 않게

혓바닥이 길어진 거를 보면.”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보고 선택 하지, 그간 피해로 인해 라의 상태 도 정상은 아닐 거고 오벨리스크 차원은 혼돈에 잠식되어 멸망하기 직전이지, 이런 상황에서 우리와 전면전을 벌이게 되면 자네들도 무 사하기는 힘들 텐데?”

“대신 네놈들은 모두 영멸을 맞 이하겠지.”

서준의 말에 다소 자존심이 상한 듯한 녹색의 구체가 말을 이어간다.

“그토록 자신 있다면 각 진영마 다 둘씩 선발하여 대장전을 벌이는

건 어떤가? 어차피 스스로가 이긴 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피해 없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것인데 거 절할 이유가 없을 텐데……

“시끄러워 죽겠네. 결국에는 싸 우자는 거면서 뭐 이렇게 말이 많 아, 아가리 닫고 덤비기나 해.”

갑작스럽게 들려 온 서연의 노골 적인 비난에 녹색 구체가 불쾌감 섞인 목소리를 토해낸다.

“어디 감히 남의 힘을 빌려 살아 가고 있는 애송이가 패자(W者)들 의 대화에 끼어드는가!”

이어서 퍼져 나온 거대한 혼돈이

서연을 파도처럼 덮친다.

그 강렬한 혼돈을, 서연은 가볍 게 팔을 휘젓듯 움직여 단숨에 해 소시켜 버린다.

그를 본 녹색의 구체가 거세게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분명 정복왕의 힘을 빌려온 것 도 아닌데 어찌……?”

“유능제강(柔能制剛), 무공의 묘 리 중 하나지.”

“무공……? 정복왕이 사용하던 잡기마저 전수를 받은 건가?”

“잡기라 불린 무공에 흩어진 네 혼돈은 뭐라 불러줘야 할까?”

“조금 놀랍긴 하다만…… 일순간 쏟아낸 혼돈을 받아냈다고 너무 오 만하게 구는구나, 애송이.”

차갑게 말한 녹색 구체의 기운이 점점 더 강렬해졌다.

이어서 그의 시선은 서준과 라를 향했다.

“대장전은 받아들인 것으로 알겠 다, 내 이름은 그로스, 거대한 주시 자라 불리는 고대의 존재다, 정정 당당히 승부를 나눠 서로의 우위를 겨뤄보도록 하지.”

“받아들인다고 한 적 없는데, 그리고 정정당당을 논하기에는 너희

들은 너무 치졸한 수를 많이 써오 지 않았나?”

그런 그로스를 향해 서준이 어이 없다는 듯 말한다.

“그건 내가 벌인 일이 아니 다……, 우리 모두가 그런 더러운 짓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대체 어느 점을 보고 너를 믿어 줘야 하는 거지? 기본적으로 신뢰 가 없는 놈들인 만큼 우리가 이긴 다고 해서 네놈들이 약속을 지킬 거라는 생각이 들지가 않네.”

차가운 눈을 한서준을 보며 그 로스가 말했다.

“난 내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할 수 있다, 만약 패배하게 된다면 얌 전히 영멸을 맞이하겠다, 이런 맹 세에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네 놈 마음대로 해도 좋다, 하지만 말 했다시피 오벨리스크 차원은 붕괴 될 것이고 네놈들은 큰 피해를 입 게 될 거다, 큭큭.”

그로스는 알고 있었다.

무결의 주신, 한서준은 주변의 동료를 상당히 아낀다.

때문에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전 쟁을 벌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서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피해 없이 제 거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가진 모든 힘과 능력을 쏟아낸다 면 가벼이 영멸을 선사해줄 수 있 을 것같은 기분.

심지어 새로이 얻은 능력을 한껏 활용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적의 의도대로 싸워주는, 불합리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

서준이 계속해서 고민을 이어가 던 찰나였다.

“내가 처리할게.”

앞에 나섰던 서연이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응?”

“내가 처리하면 안 될까?”

이어진 서연의 말에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 네가?”

« O ”

흐-

목소리에 자신감이 가득 차 있 다.

동시에 눈동자에 차오르고 있는 기대감을 확인한서준은 헛웃음을 삼켰다.

‘그러고 보니 새로운 힘을 얻게 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네.’

서연 또한 정복왕의 사도가 됨으로써 상당한 힘을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때마침, 그 힘을 실험해 볼 만한 적당한 상대가 눈앞에 나 타났다.

무인이 된 서연이 이런 소중한 기회를 그냥 놓칠 리가 없었다.

‘뭐…… 난 두 번째 고대의 존재 와 싸우면 되니까. 뭐.’

서준은 그로스를 다소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본 후 고개를 천천히 주억 인다.

공허의 힘을 다루는 서연이 나선 이상 그로스는 서준과 싸우는 것보 다 더 끔찍한 결과를 맞이할 확률 이 높았다.

‘패배는 없어.’

당연하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제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 었다.

만약 서연이 위험하다 생각이 들 었다면 곧장 직접 나서서 그로스를 제거하려 했을 것이다.

처음, 갑작스럽게 마주했을 당시 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은 확연 하게 알 수 있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연은 확실하게 정복왕의 사도가 되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녀가 다루던 공 허의 힘을 하사받게 된 것이었다.

괜히 정복왕이 우주의 패자로서 군림해 온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 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정복왕의 진실 된 힘을 보지 못했 다.

서준은 새로운 육신을 빚어낼 당 시, 직접 마주해 본 적이 있기에

알고 있었다.

정복왕의 힘은 초월적이다.

‘그런 정복왕의 사도가 되었다 면……

웬만한 주신들은 가벼이 압도할 정도의 강자가 되었을 것이다.

혼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서준의 모습에 살짝 웃어 보인 서연이 말 했다.

“고마워.”

“확실하게 시험해 봐.”

서준을 지나쳐 서연이 앞으로 나 서는 모습을 본 그로스가 묘한 미

소를 보이며 말했다.

“정말 이 애송이를 출전시키는 건가...?”

오만해 보이는 시선을 한 그로스 와 눈을 마주친 서연이 피식- 미소 를 흘린다.

“벌레를 상대하는 데 굳이 우리 오빠가 나설 필요는 없지.”

“......뭐?”

이어서 미소를 흘린 서연이 한 손을 앞으로 뻗어 무공의 기수식을 취하며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오만한 것…… 가진 힘에 대한 진가도 모르고 있으면서 허세를 부

리는 꼴이 가엾게 여겨질 지경이구 나.”

녹색 구체의 형상을 한 그로스의 모습이 거대한 행성이 되어간다.

“그 따위 주먹질로 이 몸에게 제 대로 된 상처를 낼 수나 있을지 모 르겠군, 굳이 고대의 힘을 사용하 지 않으마. 정복왕의 사도가 된 지 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으니……

“혹시 유달리 말이 많은 놈들 공 통점이 뭔 줄 알고 있어?”

“네놈, 설마 또다시 이 몸을 벌 레라고……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녀석들일

수록 목소리가 높고, 쓸데없이 몸 집을 키우지.”

“이놈-!”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한 그로스의 중심에서 거대한 붉은 눈이 뜨인다.

거대한 행성이 뿜어내는 압박감 에 일대의 오벨리스크 차원마저 흔 들린다.

그를 확인한 라의 눈이 반짝 빛 난다.

“ 저쪽……

“꽤나 기운이 거대하네요.”

“그거 내가 하려던 말일세.”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인 서준은 그로스의 기세에 맞 서지 않고 고요히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서연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갈 생각인가 보네.’

정확히 말하자면, 한계를 시험해 보는 것일 거다.

서연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단 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다.

“가진 힘에 대한 진가를 모른다 는 말이 상당히 기분이 나빴나 보 군.”

“원래 제 동생이 자존심이 많이

센 편이거든요.”

“그렇다면 처음부터 재미있는 상 황이 나오겠군.”

라가 눈을 반짝인 순간이었다.

가만히 허공에 떠있다고 생각하 고 있던 그로스의 붉은 눈이 섬광 을 토해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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