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권 6화
356화
파지지직-!
차원의 중심지 인근으로 접근하 는 순간 전류가 사방에서 피어오르 며 움직임을 막아서려 했지만, 서준은 코웃음을 쳤다.
‘무결검.’
주신에 오름으로써 얻은 힘으로 펼쳐낸 무결의 검법이 펼쳐진다.
서준이 휘두른 개벽의 검이 전류 가 흐르는 차원의 중심지에 펼쳐진
방어막을 갈라내고, 파고든다.
동시에 차원의 중심지에서부터 하나의 회색빛 기운이 창처럼 서준 의 미간을 노리고 쏘아진다.
‘혼돈의 힘!’
고대의 존재, 강대한 기운에 절 로 그 이름을 떠올린 서준이 무결 검을 다시 한번 펼쳐낸다.
정면에서 쏘아진 힘을 갈라낸 서준의 시야는 모든 것이 부패해버린 곳, 차원의 중심지로 향한다.
[부패한 바닷속 신전의 주인, 글 룬.]
굳이 시스템 메시지가 아니더라 도 반인반수(半人半獸), 민달팽이의 하체와 인간의 상체를 가진 기이한 모습을 한 사내는 척 보아도 고대 의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혼자서 이곳에 오다니. 주신의 자리에 올랐다고, 자신의 분수를 모르나 보군.”
썩어버린 듯한 성대에서 흘러나 오는 불쾌한 목소리가 귓전을 파고 든다.
동시에 글룬의 몸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서준의 무결의 힘을 부패시
켜 낸다.
다소 혼탁한 기운이 시야를 어지 럽힌다 싶을 때였다.
지지직-!
허나 무결의 의지를 가진 힘은 단숨에 글룬의 부패의 힘을 받아친 다.
“자신감 넘치는 말이랑 달리 겁 을 먹었나 봐? 인사를 나누는 와중 에도 더러운 짓을 하는 걸 보면 말 이야.”
비릿한 미소를 홀린 서준은 단숨 에 차원의 중심에서 있는 글룬의 앞에 도달했다.
팔을 휘둘러 손에 쥐고 있던 개 벽의 검을 휘둘러낸다.
후웅-!
바람 소리와 함께 휘둘러진 개벽 의 검은 목적지에 당도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당도해내 었지만 본래의 목적을 이룰 수가 없었다.
회색빛 기운에 둘러싸여 있던 글 룬의 힘에 단숨에 칼날이 부패해버 리며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고작 흘러나간 힘의 편린을 공 격으로 간주한다니, 수준의 차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득한가 보 군.”
서준의 시야를 회색빛 기운이 뒤 덮기 시작한다.
전과 같이 잔잔히 흘러나오는 기 운이 아니었다.
일대의 모든 것들을 부패시켜내 는 그 파괴적인 힘에서준의 눈매 가 가늘어진다.
“생각했던 것보다 수준이 높긴 하네.”
서준은 진심 어린 감탄을 흘려낸 다.
주샤콘처럼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어렵지 않게 승리를 점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글룬의 능력은 예상했 던 것보다 더 까다로웠다.
“이제야 네놈이 시작하려는 전쟁 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알겠 느냐?”
웃음을 흘린 글룬의 몸에서 뾰족 하고 짧은 회색빛 창들이 곳곳에서 생성된다.
이윽고 단숨에 쏘아진다.
모두가 고대의 힘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혼돈으로 빚어진 공격인 만큼, 서준이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었다.
‘무결검으로 받아내는 거는 비효 율적이야.’
서준은 자잘한 싸움에 휘둘려 무 의미하게 정신력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곧장 금혹룡포의 아공간에 보관 해둔 무결의 엑스칼리버를 뽑아들 며 초광속의 세계로 진입한다.
글룬이 빚어낸 혼돈의 창들은 하 나하나가 위협적이었지만, 초광속의 영역에 달해있지는 못했다.
서준은 확신했고 과감하게 몸을 움직이며 글룬과의 거리를 좁혀냈 다.
실제로도 혼돈의 창은 애꿎은 허 공에서 폭사하며 자취를 감추었다.
어느덧, 앞에 당도한서준의 입 가에 피식- 미소가 흐른다.
처음과 같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공격을 맞이하려 했지만, 얼마 가 지 않아 글룬의 눈에는 숨길 수 없 는 당황이 어렸다.
서걱-!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부 패의 힘이 둘러져있음에도 칼날의 차가운 감각이 살을 통해서 느껴지 고 있었다.
다급하게 뒷걸음질을 치며 공격
을 피해낸다.
“부패하지 않는 완벽한 승리의 검이라, 매력적인 검을 가지고 있 구나.”
볼가의 상처를 매만진 글룬의 눈 매가 가늘어진다.
‘이런 자잘한 공격으로는 경계심 만을 키울 뿐이야.’
능력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전에 확실하게 제압해내야 한다.
서준은 생각했다.
저 귀찮은 부패의 힘을 단번에 꿰뚫어 낼 방법이 무엇일까?
‘놈은 아직 본인의 힘을 과신하 고 있어.’
빈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앞서 공격을 당했음에 도 여전히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고대의 존재들의 성정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러한 오만한 성향은 서준에게는 상당한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침착하게 머리를 회전시켜 보자 글룬을 제압해낼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익숙하지 않아서 다소 느려도
상관없어.’
확실하게 글룬의 심장을 꿰뚫어 낼 수만 있으면 된다.
물론, 생각에 잠겨 빈틈을 드러 낸 서준을 글룬이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을 리 만무했다.
혼돈과 부패의 힘을 이용하여 계 속해서 공격을 펼쳐왔지만, 위협적 인 공격은 없었다.
‘아직도 스스로가 강자라 생각하 며 여유를 부리고 있어.’
그렇게 몇 번이고 공방이 이어질 때였다.
“얼마나 시간을 더 줘야 하는 거
지?”
글룬의 자신감 넘치는 말과 함께 부패의 힘이 일대를 뒤덮는다.
무슨 수를 준비하고 있든지 상관 이 없다는 모습.
코웃음이 나왔다.
“걱정해준 덕분에 방금 끝마쳤 어.”
몸을 비스듬히 비튼 서준은 두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리더니, 무 결의 엑스칼리버를 어깨 위로 들어 올린다.
기본적인 자세.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자세 를 취하고 있던 때, 글룬은 기다렸 다는 듯이 부패의 힘을 발산한다.
콰지직-!
세계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벌어진 균열에서 거대한 해일이 서준의 시야를 뒤덮었다.
당연하지만 쏘아지는 해일은 일 반적인 물이 아니다.
글룬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바 닷속 신전의 물을 불러낸 것이다.
닿는 것만으로 부패해버릴 것이 다.
허나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무결검, 종언.’
그에 맞선 서준 역시 망설임 없 이 기운을 쏟아낸다.
무결의 힘, 끊임없이 이어지는 검격과 글룬의 해일이 서로 충돌하 며 굉음을 일으켰다.
콰과광-!
거대한 두 힘의 충돌에 세계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붕괴되 어간다.
엄청난 힘의 파장이 일대에서 폭 발하고 있었지만, 서준은 개의치
않고 글룬과의 거리를 좁혀낸다.
‘무결검……
파지지직-!
검을 중심으로 세계가 일그러지 고 새로이 창조되기 시작한다.
공격을 막아내던 부패의 힘 따위 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미 결과가 정해진 공격이다.
찬란한 금빛이 휘감겨진 검이 글 룬의 주변에 퍼져 있는 부패의 힘 을 파훼해낸다.
콰직-!
다소 놀랍긴 했지만, 당황할 것
은 없었다.
‘어차피 닿을 수 없다.’
부패의 힘은 고대의 힘 중 가장 강력하다는 파괴의 힘의 일부 중 하나였다.
단순한 힘 싸움이라면 패배할 리 가 없었다.
‘기껏해야 동수.’
당연하지만, 같은 수준의 공격이 라면 시간을 충분히 벌어낼 수 있었다.
때문에 글룬은 여유로운 발걸음 으로 전과 같이 발을 놀리며 서준 의 공격을 가벼이 피해낸다.
마침내 검의 궤도에서 벗어난 글 룬이 입가에 미소를 흘리려던 때였 다.
서걱-
살점이 꿰뚫리며, 검은 핏물이 흘러나온다.
“어, 어떻게?”
글룬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분 명, 공격을 피해냈다.
헌데 어째서인지 공격에 적중당 했다.
“아쉽네.”
입맛을 다신 서준은 무결의 엑스 칼리버를 쥔 채로 다시 한번 팔을 휘두른다.
일격에 죽이지 못했지만, 어차피 두 번째 공격도 막아낼 수 없을 것 이다.
‘결과가 정해진 공격.’
제아무리 고대의 힘이라 할지라 도 막아낼 수 없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그 순간 쏟아진 음성과 함께 찢 어진 세계 속에서 파도가 흘러 넘 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저 물들은 모 두 고대의 힘을 품고 있는 위협적 인 공격이다.
일전의 서준이었다면 조금 난감 했을 만한 공격이다.
물이라는 성질 때문에 검으로는 하나하나 갈라낼 수 없었기 때문이 었다.
하나 지금은 달랐다.
‘ 역전.’
다시금 역전의 검격이 펼쳐지며 세계가 다시 창조되기 시작한다.
모두 부패의 힘이 담겨져 있는
위협적인 파도였지만, 새로이 창조 된 세계가 정해놓은 결과를 뒤바꿀 수는 없었다.
서걱-!
휘둘러지는 검날이 움직이는 순 간, 마치 홍해의 바다가 갈라지듯 이 몰아치던 파도가 반으로 쪼개지 며 길이 열린다.
그리고 그 검격의 끝에는 반인반 수의 모습을 한 글룬이 있었다.
여유롭고 오만했던 표정은 온데 간데없었다.
다급한 움직임을 보이려 하고 있었다.
하나 너무 뒤늦은 행동이었다.
“늦었어.”
사납게 웃은 서준의 검 끝에서 다시 한번 폭발하듯 금빛이 쏟아져 나왔다.
초광속으로 휘둘러진 서준의 무 결의 엑스칼리버가 글룬의 신형을 갈라낸다.
‘뭐지?’
분명 눈앞의 글룬을 베어냈다.
업그레이드된 포스 시스템조차 눈앞의 반인반수를 글룬이라고 지 칭했다.
헌데 어떠한 처치 메시지도, 손 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조차 없었다.
“크하하! 하찮구나. 믿고 있던 힘 이 고작 이따위 것이었다니!”
음성 또한 등 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뭐지……
고개를 돌린 서준의 발끝이 매섭 게 바람을 갈랐다.
결과가 정해진 그 검격은 허공을 지나쳐, 새로운 글룬의 몸을 꿰뚫 어냈다.
콰직-!
공격과 함께 글룬의 신형이 물이 되어 흘러내린다.
서준은 그 모습을 가는 눈으로 지켜본 이후 동작을 멈추었다.
“대체 무슨 장난을 친 거지?”
“말이 심하군. 네놈이 베어낸 글 룬 또한 모두 나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거늘, 어떻게 이를 장난이라 치부할 수 있단 말인가?”
쏴아악-!
웃음을 흘리는 글룬의 음성과,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가 귓가에 동 시에 들려왔다.
서준은 옅은 한숨을 내쉬고 주변 을 둘러보았다.
‘실험해보고 싶은 게 몇 더 있지 만……
상황이 좋지 못했다.
점점 더 많은 물이 알바론 차원 에 차오르고 있었다.
자칫하면 세계 자체가 물속에 잠 겨버릴 수도 있었다.
‘시간을 더 주어서는 안 돼.’
문득, 처음부터 글룬이 노린 것 은 이런 시간 끌기였을 수도 있다 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분명 근처로 다가오기 전, 어떻 게든 방해를 했을 때와 달리 지금 은 계속해서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 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답이 보이지 않아서 고민이 깊 어지나 보구나.”
“고민이 아니라 선택을 내리는 중이지, 많은 선택지 중에서 네놈 을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확실히 잡을 수 있을지 말이야.”
“헛고생하지 말거라, 어차피 네 놈은 나를 죽일 수 없으니 말이다.”
서준은 아무런 대답 없이 턱을
쓰다듬었다.
“아직도 모르겠느냐? 이 아득한 격차를 굳이 결과를 봐야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지 X.”
저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말에 가볍게 볼을 긁은 서준이 해맑게 웃었다.
“계속 개소리를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본심이 나와 버렸네.”
“기어이 절망을 맛봐야 현실을 인지하겠구나.”
글룬은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말 을 이어갔다.
“포기하거라, 설사 진실에 닿을 수 있다 할지라도 결국 네놈은 나 를 죽일 수 없을 것이다.”
“쓸데없는 발버둥을 치지 말고 그저 우주의 흐름, 순리를 받아들 이며 파멸을 맞이하거라.”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