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권 5화
355화
곧장 뒤를 쫓아온 것인지, 어느 새 하늘 너머에는 거대한 리벨리온 연합군의 우주선이 포격 준비를 끝 마친 상태였다.
드워프들과 유능한 신격들이 힘 을 합쳐 제작한 대형 아티팩트들이 무장된 만큼 숫자 채우기에 불과한 조무래기들은 순식간에 제거해낼 수 있을 것이다.
고대의 존재와의 싸움에 오만을 품어서는 안 된다.
체력과 정신력을 최대한 보존하 고, 감각은 날카롭게 다듬은 채로 하나의 적만을 생각한다.
‘고대의 존재 놈의 목을 치는 것 만 생각한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서준이 고 개를 끄덕이는 순간, 연합군의 우 주선에서 화려한 불빛들이 뿜어져 나온다.
뒤이어, 우주선의 포신에 모여들 던 기운들이 한 점에 응집되며 쏘 아진다.
“죽어.”
포신에서 뿜어져 나온 압도적인
파괴가 서준을 향해 달려들던 군세 의 머리 위로 쏘아져 내린다.
끄에에엑-!
콰가가각-!
괴성을 내지르던 군세들은 포신 에서 뿜어져 나온 화력을 견디지 못했다.
순식간에 달려들던 군세의 전열 이 우주선의 포격에 무너져 시체의 산을 쌓기 시작했다.
서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시 체의 산을 넘어 허공으로 떠올랐다.
“홀로 고대의 존재께 닿을 수 있 을 줄 아느냐?”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허공을 찢으며 나타난 검을 든 기사가 서준을 향해 번뜩이는 창을 내지른다.
헛바람을 집어삼킨 서준이 황급 히 장막을 펼쳐낸다.
촤악-!
‘뚫렸다고?’
분명 막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 했지만, 허공을 가른 창은 펼쳐진 장막을 가벼이 부숴내며 어깨 위를 꿰뚫어낸다.
오랜만에 느껴본 감각에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게 볼그의 힘 앞에서는 어떠한 방어도 소용이 없다.”
우락부락한 근육, 한쪽 눈은 거 대하고 한쪽 눈은 작은, 짝짝이 눈 을 가진, 사내가 이빨을 드러내며 웃음을 보인다.
[쿠 훌린.]
업그레이드된 포스 시스템 덕분 인지, 마치 게임과 같이 적의 이름 이 머리 위에 떠올라 있었다.
눈앞의 사내의 이름을 확인한 서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대한 영웅.’
가장 강하고 용맹했던 위대한 영 웅으로 그 무용담 덕에 현세에 이 르러서도 초월적인 존재로 일컬어 진다.
“고대의 존재들에게 맞서 싸우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마라, 차라리 고개를 숙이고 자비를 구하여 한 줌의 우주라도 지키는 것이 현명한 길이니.”
어째서 위대한 영웅이라 칭송받 는 쿠 훌린이 고대의 존재가 이끌 고 있는 군세에 함께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아니, 알 필요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눈앞의 쿠 훌 린의 실력은 진짜라는 것이었다.
초광속에 달해 있는 움직임과, 방어를 꿰뚫어내는 능력,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창술은 반박 할 여지가 없는 위대한 영웅의 모 습이었다.
“개소리……
어깨 위에 생겨난 상처를 치료해 낸 서준은 고개를 내저었다.
처음 겪어보는 게 볼그의 능력, 무결의 장막을 부숴낼 수 있을 정
도로 놀라운 위력을 가졌지만 이미 몇 번의 성장을 거듭한서준을 위 협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 황이었다.
‘개연성이 역전된 공격……
공격을 내뻗는 순간 모든 방어를 무효화시키며 목표에 적중한다.
막는다는 법칙이 존재하지 않았다.
앙그라 마이뉴와의 싸움에서 본 눙에 가깝게 펼쳐냈던 것과 비슷한 공격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 이다.
서준으로서는 흥미가 상당히 동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 펼쳤던 무공을 완성시킬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야.’
어느새 서준의 손에는 개벽의 검 이 쥐어져 있었다.
계속되는 공방 속, 마치 살아있 는 뱀처럼 재빠르면서도 화려하게 움직이고 있는 쿠 훌린의 창로를 시야에 확실히 담아낸다.
“지금이라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고대의 존재들께 고개를 숙인다면, 적어도 네놈 하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말을 내뱉는 와중에도 쿠 훌린은 창을 멈추지 않는다.
막아낼 수 없는 공격에 상처는 계속 쌓여갔다.
하나 서준의 입가로는 즐거운 미 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상대해 본 적이 없는 능력을 사 용하는 강적.
무결의 장막마저 꿰뚫어내는 존재가 등장했음에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이제야 알겠네.’
본능만으로 움직였던 때, 펼쳤던
무공의 부족함을 메워낼 방법이 머 릿속을 가득 채운다.
강해지는 길이 보인다.
고대의 존재는 쿠 훌린이라는 적 을 서준에게 선물해주는 크나큰 실 수를 저질렀다.
‘개연성 역전의 시작은 시공간의 흐름 자체를 뒤트는 것.’
이 말도 안 되는 역전성을 가진 힘을 실시간으로 펼쳐내야 한다.
몸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머리로 는 이해하지 못했던 무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 역전 (逆轉).’
사용하고 있는 무공의 무결검이 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다소 역설적 이라고 느껴질 수 있었지만, 서준 은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기존의 완성된 법칙을 어 그러뜨리는 것은 아니었다.
찬란한 금빛의 물결은 세상을 갈 라내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낸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 사실상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야말로 새로운 신화(神話) 다.
때문에서준 역시 머리로 이해하 지 못했을 때는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하나 쿠 홀린의 공격을 보고 나 니 쉽사리 받아들여진다.
‘불가능한 게 아니라 불가능하다 고 생각했을 뿐.’
애초에 이 세상에는 수많은 신이 존재한다.
심지어 서준은 그중에서도 주신 이라 칭송받는 존재였다.
이런 상황에서 시공간을 만들고 새로운 신화를 써내는 게 불가능할 까?
애초에 그랬다면 주신이라는 이 름으로 칭송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신공(神 功)
말 그대로 신의 무공을 의미한 다.
그리고 서준은 무결검이야말로 신공이라 불릴 수 있는 무공이라 생각했다.
진정한 주신으로서 거듭나기 위 한 방향성을 찾은 것이다.
그런 와중에 위대한 영웅, 쿠 훌 린과 게 볼그가 서준의 앞에 나타 났다.
한발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줬다.
‘아주 고맙게도 말이지.’
쿠 흘린의 공격을 연구하며, 개 연성의 역전을 이해해낸 서준은 단 숨에 무결검, 역전을 펼쳤다.
맨정신으로는 처음 펼쳐보는 검 법이었지만, 무결의 주신으로서 쌓 아놓은 신격의 가호가 서준의 몸을 이끌어준다.
다소 부자연스러웠던 자세가, 흐 트러짐 없는 완벽한 자세로 흘러가 기 시작한다.
챙-!
쿠 훌린의 창이 처음으로 허공에서 튕겨져 나가며 공격에 실패한다.
띵-!
[무결검, 역전을 만들어냈습니 다.]
[축하드립니다! 최초로 태고 등 급 무공을 만들어 냈습니다!]
[특전으로 보너스 스테이터스가 2개 주어집니다]
[제작자 ‘???’가 사용자 ‘한서준’ 을 향해 박수를 보내옵니다.]
새로이 보는 ‘태고’라는 등급.
더불어 제작자의 찬사에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서준의 입가에 피어나고 있는 여 유로운 미소에 계속해서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쿠 훌린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설마......!?”
눈치가 빠른 것인가?
서준의 변화를 단박에 눈치채고 있었다.
“고마워. 덕분에 닿을 수 있었 어.”
쿠 훌린은 주신에 오른 서준을 위협할 정도의 강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공격 방식은 주신이 라 불리는 존재를 해할 만큼 특이 하면서도 강력했다.
그렇기에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서준은 개연성의 역전의 방식에 대해서 확실히 알 수 있었 고, 기존에 가진 무공에 그 묘리를 녹여냈다.
서준은 개벽의 검을 빚어내고, 들어 올리며 검 끝으로 쿠 훌린을 겨냥힌다.
완벽한 역전을 다루기 위해서는 창조의 영역에 닿을 필요가 있었다.
물론, 주신에 올랐다고는 해서 우주 자체를 창조해낼 수 있는 것 은 아니었다.
하나 적어도 무결의 힘이 닿는 곳이라면 기존의 세상을 바꿔낼 수 는 있었다.
“무결검, 역전.”
새로운 신화, 세상을 만들어낸다.
서준의 몸에서 흘러나온 찬란한 금빛이 검로를 그리며 쿠 훌린을 향해 나아간다.
“말, 말도 안 돼-!”
두 눈이 휘둥그레진 쿠 흘린이 황급히 게 볼그를 휘두른다.
허나 무의미한 발악에 불과했다.
일대의 공간에서 쿠 훌린의 죽음 은 확정되었다.
서걱-!
순간, 쿠 흘린의 몸에 선이 그어 진다.
동시에 끔찍한 고통과 함께 몸이 무너져 내린다.
“끄아악-!”
비명을 지르며 시선을 내려보니,
육신이 반으로 갈라진 상태였다.
“ 괴물이군……
힘겹게 목을 돌린 쿠 훌린이 서준을 향하여 헛웃음을 홀린다.
“전장에 나선 만큼 이미 각오는 했을 거라 생각해.”
쿠 훌린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허나 담담한 눈동자는 그의 심경 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서준은 망설임 없이 쥐고 있던 개벽의 검을 휘둘렀다.
위대한 영웅, 가장 강하고 용맹 하다고 일컬어진 초월적인 존재라 고 칭송받던 쿠 홀린은 그렇게 끝 을 맞이했다.
승리를 거머쥔 서준은 고개를 돌 리어 일대에 넘쳐흐르고 있는 무결 의 힘을 확인한다.
‘정말 대단하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해서 운용하는 서준마저도 놀람을 금치 못했다.
‘아직도 나아갈 길이 이렇게나 많다니.’
수련을 하면, 능히 이 무결의 힘 을 완벽히 다뤄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끝에는 완벽한 창조를 논할 수 있을 정도의 지고의 경지가 있 으리라.
일대를 휘감고 있던 무결의 힘을 거두어들인 서준의 시선이 먼 곳을 향했다.
‘이제 곧 있으면 고대의 존재를 마주할 수 있겠네.’
군세라 불릴 만큼 많은 병력이 있었지만, 쿠 훌린이 죽어버리는 순간 다들 줄행랑을 쳐버렸다.
바닥에 널브러진 게 볼그를 쥐어
금룡흑포의 아공간에 보관해낸 서준은 단숨에 차원의 중심지를 향해 나아간다.
찌이이익-!
세계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부패하고 있는 차원의 중심지에 도 달한서준의 눈앞을 새로운 기척들 이 막아섰다.
[위대한 태양의 기사, 가웨인]
[위대한 호수의 기사, 랜슬롯]
다소 긴장한 시선을 한 그들이
자신의 병장기를 집어든 채 서준을 바라본다.
“설마 두려운 거야?”
서준의 질문에 두 기사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하나 떨리는 시선은 분명 묵언의 답변을 전해주고 있었다.
‘고대의 존재가 강제로 밀어 넣 은 건가.’
아무리 위대한 영웅, 기사들이라 할지라도 고대의 존재의 입장에서 는 결국 소모품에 불과할 뿐일 것 이다.
생각에 확신을 더한서준이 개벽
의 검을 빚어내려던 때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긴 저희 가 맡겠습니다.”
어느새 지상으로 낙하한 나라연 천이 앞으로 쏘아지며 두 기사를 향해 쇄도한다.
당황한 표정의 기사들이 반격을 가해오지만, 온몸을 황금빛 무결의 가호로 휘감고 있는 나라연천은 조 금도 밀려나는 기색이 없었다.
‘사도의 힘을 다루는 게 상당히 훌륭해졌네.’
목숨이 위태위태할 정도의 큰 위 기를 넘겨온 덕분인지 성장이 상당
히 가파르다.
물론, 아직 내우주의 존재들을 상대하기에는 다소 벅찰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라연천의 등장은 시작 에 불과했다.
둥 뒤에서 수많은 연합군들의 기 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괜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네.’
서준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라연천을 지나쳐 차원의 중심지 를 향해 뛰어들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