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권 4화
354화
리벨리온 연합군의 최종 목적은 고대의 존재들의 몰살이었다.
싸움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우주선 내에 모여 있던 이들은 결의에 찬 눈동자를 한 채로 고개 를 크게 주억인다.
“곧장 전투를 준비하도록 하겠습 니다.”
“조심해야 할 거야.”
“ 예‘?”
“뒤를 따라 다른 조무래기들도 움직였어.”
“고대의 존재를 따르는 세력이 있나 보군요.”
대답 대신 고개를 주억이는 서준 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한 나라연 천은 곧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인다.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저희 또 한..”
나라연천의 시선이 우주선 내부 의 연합군들을 향한다.
여기 모여 있는 이들은 정예 중
의 정예들로서 강자라 불려도 손색 이 없을 정도의 존재들이다.
실제로도 연합군의 눈에 두려움 은 일말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넘치는 자신감과 호승심 이 피어나고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춰 왔습니다.”
나라연천의 대답을 들은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주억인다.
“든든하네.”
뒤이어, 서준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어 우주선 내부의 방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얼마 가지 않아서 서준이 들어간 방 안에서 찬란한 황금빛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전투 준비에 나선 서준의 모습을 확인한, 나라연천은 고개를 돌리어 우주선 내부의 연합군들을 향해 소 리친다.
“곧 첫 싸움이 시작될 거다, 모 든 병사와 지휘관들은 전투를 대비 한다, 적은 고대의 존재와 그를 따 르는 세력이다!”
이미 고대의 존재와의 싸움을 준 비하고 있던 리벨리온 연합군은 망 설임 없이 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반나절이 흘렀다.
가는 길 곳곳에 이성을 잃은 몬 스터, 우주 괴수들이 방해를 한 탓 에 생각보다 그 속도가 느려졌다고 는 하나, 어느덧 어둠뿐인 우주 속 에서 무수히 많은 별빛들이 한곳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 육안으로 확인되기 시작했다.
‘곧 전쟁이 시작되겠군……
자연스레 나라연천의 시선이 서준이 들어갔던 방 안을 향하는 순 간이었다.
계속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린 다.
준비를 끝마친 서준이 나라연천 에게로 다가온다.
“상황은?”
“대단하십니다, 마치 예상을 하 신 것 같으시군요.”
“애초에 적들의 움직임을 감지하 고 나온 건데?”
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적들을 감지하셨다고요?”
“혹시 몰라 계속해서 주변을 경 계하고 있었으니까.”
어둠뿐인 세상이었기에 육안으로
별빛이 반짝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기운으로 인식할 수 있 는 범위 바깥이었다.
그런데 기운을 감지했다고 태연 하게 말을 해오니 대신에 오르고 그릇을 깬 나라연천의 입장에서도 절로 혀가 내둘러졌다.
“역시 주군이십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뭐.”
담담한서준의 말에 나라연천은 입을 닫았다.
예전부터, 특별한 구석은 많았다.
애초에 특별한 존재였고, 그렇기 에 주군으로 모시게 되었으니 말이
다.
하나 요즘 서준을 보고 있자면 그보다 더 먼 초월적인 존재가 되 어가고 있는 듯했다.
그 기묘한 감정을 고개를 내저어 떨친 나라연천이 말을 이었다.
“우선 보고를 드리자면, 명령을 하신 대로 모든 연합군의 전투 준 비는 마쳐둔 상황입니다, 중간중간 감지되는 정찰병들은 옥황과 아포 피스가 제거를 하고 있습니다.”
비록 전면전이 시작된 것은 아니 었지만, 전쟁이 시작되지 않은 것 은 아니었다.
양측의 세력은 서로의 정보를 확 인하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외는?”
“드워프들이 제작한 무인 정찰기 들을 띄워 글룬의 세력을 확인해보 려 하였지만, 집결지인 행성의 이 름이 알바론이라는 것 외에는 저희 쪽도 특별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습 니다.”
“어쩔 수 없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서준이 시 선 너머의 별들을 바라본다.
불리할 것도 없고, 패배할 이유
도 보이지 않는다.
‘전력은 충분해.’
적어도 지금 상황에 있어 서준이 끌고 온 이 군대는 불패(不敗)였다.
‘존재감만으로 전황을 바꾸는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 한 말이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곧 마주할 적 중에는 이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존재가 섞여 있었다.
‘고대의 존재.’
아직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었다.
이미 한 번 고대의 존재를 상대
로 승리를 쟁취한 적이 있긴 했지 만, 그렇다고 하여 방심이나 오만 을 보일 생각은 없었다.
‘각기 다른 고대의 힘들을 가지 고 있다.’
나라연천과 옥황이 준 정보를 통 해 확인한 사실.
그들 중 고대의 힘을 다루지 않 는 존재는 없었다.
서준이 직접적으로 겪어본 주샤 콘의 광기의 힘에 비한다면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도 모르게 기대감이 차오른다.
‘기왕이면 주샤콘보다는 강했으
면 좋겠네.’
주샤콘과의 싸움은 솔직히 말하 자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똑같은 수준의 싸움이라면 다소 시시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감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더 강한 적을 만나야,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어.’
앞서 말했다시피 오만은 버려야 한다.
이 우주에서 서준은 아직 제일의 강자가 아니다.
하지만 분명 그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다.
그러기 위해서 더 강하고, 무서 운 적과의 싸움을 필요로 하고 있 는 것이다.
“먼저 가 있을게.”
“괜찮으시겠습니까?”
“고대의 존재와 싸울 때 방해만 없게 해 줘.”
최대한 빠르게 적들을 제거하고 서연이를 구출하고 라를 도와야 했 다.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는 만큼, 느긋하게 움직여서는 안 되었다.
“곧장 워프를 사용해 뒤를 따라 가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주억인 나라연천이 우주 선 내부의 시스템을 만지작거린다.
뒤이어, 환한 빛이 우주선을 감 싸기 시작하더니 바로 앞에 회색빛 게이트가 생성된다.
“이따 보자.”
입가로 웃음을 보인 서준의 신형 이 찬란한 황금빛 기운에 휘감기며 사라진다.
‘전쟁의 시작이다.’
알바론 차원에 무결의 주신이 강 림하는 순간이었다.
알바론.
이 기묘한 세계에 처음 들어온 서준은 잠시 어지럼증을 느꼈다.
“여기가…… 알바론.”
저도 몰라 놀란 탄식이 흘렀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푸른빛 산림 이 우거져 있는 차원이었다.
외곽에서는 수많은 생명들이 느 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차원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곳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부패되고 썩어가고 있었다.
“고대의 존재의 영향력 때문인 가.”
의문이라기보다는 확신에 가까운 말이었다.
애초에 이토록 생기 넘치는 차원
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죽어갈 이유 는 그리 많지 않았다.
‘특이한 능력을 가졌네.’
싸움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정 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눈매를 가늘게 뜬 서준은 주변을 살핀다.
“우선 차근차근 정리를 해둬야 겠네……
나라연천과 리벨리온 연합군을 믿고 있긴 했지만, 변수는 최대한 제거해두는 편이 좋았다.
다행히도 적들은 모두 차원의 중 심지에 모여 있었다.
애초부터 고대의 존재를 따르고 있는 세력인 만큼 한곳에 모여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행히 정리하기는 쉽겠네.’
피식 웃은 서준이 가볍게 몸을 풀었다.
흩어져 있는 것보다는 모여 있는 것이 한 번에 처리하기가 쉬웠다.
적들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하여 기운을 풀어 쏘아 보니, 차 원의 중심지에서부터 자극되어 돌 아오는 기운이 몇 있었다.
서준의 등장을 눈치챈 강자들이 있다는 뜻이다.
‘확실히 내우주의 신격들이라는 건가.’
그릇을 깬 신격들이 상당히 많았다.
외우주의 신격들과는 급이 다르 다는 것이 느껴졌다.
휘이잉-!
그들 중 몇몇이 허공을 무섭게 날아오더니, 서준의 시야에 닿는 곳 까지 빠르게 접근을 해왔다.
허공에 떠올라 있는 그들은 오연 한 시선으로 서준을 바라본다.
“네놈은 누구냐?”
붉은 피부와 머리 위에 솟아난 뿔, 판데모니움에서 보았던 악마의 모습을 한 존재가 고개를 갸웃거리 며 물어왔다.
“기운은 읽어 냈지만, 정체는 모 르는 건가.”
하긴, 모든 신격들이 서준을 알 고 있으리라는 법도 없다.
“꼴을 보아하니……. 여태껏 마 주했던 정찰대는 아닌 것 같군.”
마찬가지로 판데모니움의 악마들 과 흡사한 모습으로 두 개의 뿔을 가진 존재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서준을 주목한다.
“뭐가 됐든, 우리는 명령받은 대 로 적을 제거하면 될 뿐이다.”
붉은 피부를 가진 존재가 비웃음 을 보이며 말했다.
“아쉽군, 기운이 강렬해서 와봤 는데 고작 하나라니, 전쟁 전에 몸 풀기도 되지 않겠군.”
“굳이 우리 둘 다 나설 필요도 없었겠군.”
서로를 향해 헛웃음을 보이는 악 마를 닮은 존재들을 보며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너희들의 의견에 동의해.”
이후 검지로 하늘에 뜬 둘을 가 리킨다.
“모두 실망이야, 그래도 기운을 빠르게 감지하길래 제법 한 수 할 줄 알았는데, 완전히 조무래기들이 잖아.”
“ 뭐?”
서준의 비웃음 가득 섞인 선언 에, 악마를 닮은 두 존재가 서로를 바라보더니 폭소를 터뜨린다.
“크하하!”
“으흐흐…… 내 진조(眞祖)의 악 마로 태어나서 이런 농담은 또 처 음이로군……
퍼벅-!
마지막 웃음 뒤로 말을 붙이려던 붉은 피부의 악마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예고도 없는 갑작스러운 폭발이 었다.
이후 하늘에서 작살처럼 생성된 황금빛 무결의 힘이 재생하려는 진 조의 악마의 몸을 직통으로 꿰뚫었다.
이 순간까지도 악마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감지하지 못했다.
콰직-!
재생을 거듭하려던 육신이, 마치 들끓는 스프처럼 되어 녹아내려 소 멸해 버렸다.
“주신의 힘!?”
곧장 남은 악마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딱딱하게 굳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 금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주신 은 단 한 명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외우주의 무결의 주신!”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악마 와의 거리를 좁혀 낸 이후, 무결의 힘으로 빚어낸 개벽의 검을 휘두른 서준이 코웃음을 쳤다.
“너무 늦었어. 멍청한 놈들.”
서걱-!
초광속으로 휘둘러진 개벽의 검 에 악마는 자신의 죽음이 찾아온지 도 모른 채 영멸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도 제법 방비는 하고 있었 다는 건가.”
짧음 감탄을 흘린 서준의 시선이 차원의 중심지로 향한다.
싸움을 감지한 글룬의 군단이 서준을 포위해오고 있었다.
“제법 많네.”
그 기척이 거의 천만에 육박한 다.
대단한 수준의 기운은 몇 없었지만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고대의 존재……는 없는 듯하 네.”
기운을 퍼뜨려 보았지만, 고대의 존재라고 추정될 정도의 강대한 기 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차원 전체로 기운 을 퍼뜨려 고대의 존재의 위치를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이조차도 쉽 지가 않았다.
부패한 세계는 퍼뜨린 기운들을
썩어가게 만든다.
계속되는 세계의 방해에 결국 기 운을 거두어들인 서준이 미간을 찌 푸렸다.
“생각보다 더 귀찮은 능력이 네……
가볍게 혀를 찬 서준의 시선이 차원의 중심지로 향한다.
“다소 짜증이 나긴 하지만 문제 될 건 없지.”
중심지로 가서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보면 그만이었다.
“때마침, 도착도 해줬네.”
입가에 환한 미소를 그린 서준의 시선이 하늘 너머, 우주에 떠있는 리벨리온 연합군의 우주선을 향했 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