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권 25화
350화
‘고작 이 따위로……
제 머리를 힘껏 굴려 나온 최선 의 방비였겠지만, 상대를 잘못 골 랐다.
애초에 자존심에서준을 적대하 는 쪽으로 생각이 흐른 것부터가 문제였다.
“어떻게 할까.”
가볍게 기운을 홀려 달려드는 몬 스터들을 찢어발겼다.
이어, 내부에 가득 차오르는 방 사능과 마정석 독기를 밀어낸다.
어찌 되었든 나쁜 공기를 마시고 싶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모든 위협이 사라진 공간 속, 서준은 손을 턱에 괸 채로 생각에 잠 겼다.
‘자원을 무기로 사용해 무역전쟁 을 벌인 것도 모자라서 기껏 찾아 온 귀빈에게 이런 함정을 선물해?’
비릿한 미소를 그린 서준이 말했 다.
“이쯤 되면 명분은 충분하지?”
먼저 싸움을 걸어왔고, 목숨을 위협했다.
더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고개를 주억이고 있는 서준의 눈 동자가 반짝였다.
마진성의 집무실 내부.
“축하드립니다. 주석 각하. 결국,
아무도 이루지 못한 위업을 해내셨 습니다.”
“한서준을 잃은 대한민국은 저희 중국, 주석 각하의 위대함에 무릎 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것입니다.”
“과거의 역사를 잊고 제국에게 이빨을 들이민 것에 대한 당연한 결과일 뿐입니다.”
“콧대가 높아진 한국 놈들을 다 시 복종시키고 따르는 법을 가르쳐 줘야겠군요.”
마진성이 직접 뽑고, 관직에 앉 힌 그의 측근들이 물개박수를 쳐가 며 쉴 새 없이 아부를 퍼붓고 있었
다.
누가 보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주 석에게 잘 보여 더 높은 자리에 오 르려 하는 간신들의 모습이었다.
‘뭐, 나쁘지는 않지.’
마진성은 그 모습을 여유로운 시 선으로 즐겼다.
간신이라 할지라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이들에게 이빨 을 들이밀더라도 자신에게만큼은 무릎을 꿇고 꼬리를 흔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측근들이 바로 그런 존재들이었다.
“경하드립니다. 구룡문주 그 콧 대 높은 놈도 이제 주석 각하에게 머리를 조아리게 될 겁니다.”
마진성의 입장에서는 가장 꼬리 를 잘 혼드는 개 중 하나인 천주용 이 곁으로 다가오며 말을 걸어왔다.
“보고는 들었다. 한서준이 나타 난 이후로부터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지?”
“예. 아직까지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흐흥…… 곧 들려올 절망적인 소식에 낙담할 모습을 볼 수 있겠 군, 콧대 높게 굴던 구존이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비는 모습을 상상 하니 벌써부터 즐겁구나.”
“쉽게 받아주실 생각은 아니시겠 지요?”
“당연. 구존은 우리 모두를 위한 사냥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천주 용, 너의 천무문이 중국제일문파가 되겠지.”
비릿한 미소를 흘린 마진성의 말 에 천주용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린 다.
여태 구존에게 얼마나 많은 무시 를 당해왔단 말인가?
주변국을 압박하고, 흡수하여 중
국의 힘을 키우기 위한 정책을 제 안하면 구존이 바로 기각시키는 것 이 일상다반사였다.
항시 자기 정책을 무시해오던 구 존의 자세를 견디는 나날들은 치욕 과 다름이 없었다.
‘결국, 한서준의 위세를 등에 업 고 있는 개에 불과한 놈이……
하지만 오늘, 한서준이 죽게 된다 면 처지가 아주 크게 바뀔 것이다.
‘네놈이 그렇게 지키고 감싸려 하는 구룡문 놈들을 모조리 찢어발 겨주마.’
그간 느낀 치욕을 배로 갚는 상
상을 하는 천주용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흐르고 있을 때였다.
쿠구궁-!
“어 억!?”
“아이고!”
갑작스러운 지진과 함께 웃고 떠 들던 고위 간부들의 몸이 휘청거리 거나 바닥을 구르는 것이었다.
무공을 익혀 각성자가 되었지만 그리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던 마진 성 역시 추한 꼴로 바닥에 엎어질 뻔하였으나 천주용이 재빨리 그를 부축하였다.
“주석 각하 괜찮으십니까!?”
“나, 나는 괜찮다. 그보다 이게 무슨 소란이냐?!”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했 다.
정확히 말하자면, 들을 정신조차 없었다.
쾅-!
폭음과 함께 집무실의 바닥이 크 게 뚫렸기 때문이었다.
놀란 마진성의 입이 떡하니 벌어 졌다.
천주용 역시 당황을 감추지 못한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체…… 뭐지?’
아마 이 자리의 대다수는 눈으로 보지도 못했을 터였다.
단순히 폭발이 솟아난 듯했지만, 짧은 순간 거대한 기운이 높게 솟 아오르고 사라졌다.
조화경의 고수인 천주용 역시 아 주 찰나의 순간밖에 보지 못했을 정도였다.
‘극강기?!’
이제 지구에서도 극강기에 대해 제법 알려진 상황이었다.
극강기를 다루는 고수들이 제법
존재하니, 그 형태에 대해서는 이 미 소문이 꽤 난 것이다.
천주용 또한 극강기를 다루는 강 자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는 방금과 같이 그토록 거대한 극강기의 형태를 처 음 봤다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이 그런 극강기를 만 드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게다가 그런 거대한 기운이 순 식간에 사라졌다.’
극강기로 빚은 엄청난 기운의 집 합체를 쏟아내고, 한순간에 갈무리 했다는 뜻이다.
같은 극강기를 다루는 사용자로, 이러한 내공 운용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천주용의 등 뒤가 식은땀으로 젖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갑자기 쏟아져 나온 극강 기의 주인이 누구인지야 불 보듯 뻔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천주용의 생각을 확 신시켜주듯, 크게 뚫린 지면 아래 에서 한 명의 기척이 부상하기 시 작했다.
“나름대로 힘 조절을 한다고 해 줬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건물의 내구성이 너무 약하네.”
두 귀로 듣고도 믿을 수 없는 말 이었다.
이곳이 어디란 말인가?
최강 대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중국의 주석이 업무를 보는 집무실 이다.
건물 자체가 고등급의 마정석으로 만들어졌을뿐더러, 수많은 방어 마법과 결계가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존재는 이 모든 것들을 보란 듯이 부숴냈다.
자연스레 마진성의 안색이 창백 해졌다.
“하, 하, 한서준!”
검지로 서준을 가리킨 주석의 외 침에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지르던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 렸다.
“이름이 마진성이었나? 이렇게 얼굴을 직접 보니까 반갑네……. 오랜만에 보는 얼굴도 몇 있는 듯 하고.”
“히이익-!”
“사, 살려-!”
미소를 띤 채로 시선을 흘기는 서준의 모습에 몇몇 이들이 경기를 일으키며 재빨리 자신의 얼굴을 가
린다.
과거, 구존의 밑에 있다가 마진 성이 주석의 자리에 오르자 곧장 갈아탄 박쥐 같은 이들이었다.
“걱정하지 마, 지금 너희들은 차 순위니까.”
서준의 시선이 떨리는 눈을 한 마진성에게로 고정되었다.
“어, 어떻게 그곳에서 빠져나온 거지?”
“보면 몰라? 그냥 부쉈잖아.”
“말도 안 되는!”
마진성이 고개를 내저으며 현실
을 부정하려 했다.
그러나 바닥에 뚫린 거대한 구멍 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했다.
“애초에 이런 어설픈 함정으로 ‘신’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잖 아.”
“강한 것은 알겠다만,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다니……. 과연 듣던 것만큼 오만하군!”
신이란 단어는 오히려 서준을 평 가 절하하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마진성은 서준이 오만하다 여겼다.
“그게 아니라, 겸손하다고 해야
지. 네가 나에 대해 알 수 있다면, 지금처럼 고개를 빳빳이 든 채로 대화를 나눌 생각도 못 할걸?”
미소를 홀린 서준의 시선이 이번 에는 천주용을 향했다.
“봐, 저기 눈치 빠른 친구는 벌 써 혼자 도망갈 준비하고 있잖아?”
조심스럽게 뒷걸음질 치며 탈출 경로를 모색하던 천주용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괜한 고생 하지 마. 절대 못 도 망칠 테니까.”
여유로운 미소를 보인 서준이 중 지와 엄지를 가볍게 튕긴다.
딱-!
명쾌한 소리와 함께 집무실의 공 간 전체가 뒤틀리는가 싶더니 찬란 한 황금빛 세상으로 변한다.
“이, 이게 무슨!?”
놀란 마진성이 주변을 둘러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너희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지 뭐. 쉽게 말 해서 이제 절대 빠져나갈 수 없게 되었다는 거.”
비릿한 미소를 흘린 서준이 마진 성의 앞으로 다가가려 할 때였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한 번만 용서를 부탁드립 니다.”
“저희도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주석을 향해 아첨을 떨어대던 간 신배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먼저 튀어나와 서준을 향해 무릎을 꿇고, 양손을 싹싹 비비며 간언하 고 있었다.
개중에는 과거 서준에게 분근착 골의 고통을 겪어본 이도 존재했다.
“끔찍한 고통을 겪고도 잊을 수 있다니, 역시 인간의 뇌는 정말 대
단하면서도 편리해. 안 그래?”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아.”
사형선고와 마찬가지인 그 말에 주변인들의 얼굴빛이 사색이 되어 간다.
“설, 설마 살인자가 될 셈이냐?”
마진성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채로 물어 온다.
이제야 사태가 생각보다 훨씬 심 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듯한 모습이 다.
“이제 와서 무슨 살인자니 뭐 니……
서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애초에 너는 사람이 아닌 것 같 은데?”
코끝이 아릴 정도의 진한 혈향.
마진성의 몸에서는 서준도 쉽게 맡을 수 있을 만큼 피 내음이 가득 풍겨 나오고 있었다.
“못해도 수백은 되는 것 같은데, 설마 너 같은 놈이 정의니, 도덕이 니 이딴 말을 지껄이려는 건 아니 겠지? 적어도 우리 같은 인종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되지.”
“맞는 말이군.”
다소 탁한 음성과 함께 서준의 앞으로 번쩍이는 붉은빛 강기가 솟 아났다.
쾅-!
폭음과 함께 스스로 휘두른 검을 제대로 겨누지도 못하고 뒤로 크게 밀려난 천주용의 입가로 핏물이 주 르륵 흐른다.
“용기는 가상하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대는 법,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무엇 이라도 해봐야 할 터.”
입가로 흐르는 핏물을 훔친 천주 용은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억지로 부여잡고는 일어섰다.
“기왕이면 무인다운 최후를 맞게 해주면 고맙겠군.”
“무인다운 최후라……
서준이 손을 턱에 괸 채로 고민 에 빠진다.
황급히 상황 파악을 마친 마진성 은 뒤늦게나마 입술을 달싹인다.
“그, 그래! 비록 내가 싸움에서 패배를 했다지만 이 몸은 한 나라의 정상이라 불린 몸이다. 어울리는 최 후를 맞이할 수 있게 해 다오.”
“한 나라의 정상이라……
서준은 여전히 손을 턱에 괸 채 였다.
“자비를 베풀지는 못할지라도 적 어도 그 정도 예우는 지켜줄 수 있 지 않나?”
천주용의 물음에서준은 코웃음 을 친다.
“근데 대체 누가 무인이고 한 나 라의 정상이란 거지?”
“당연히……
“네 눈에는 이 몸이……
그들이 반박을 끝내기도 전, 이
야기를 끊고 들어간 서준의 입가로 비릿한 비웃음이 떠올랐다.
“지금 여기에는 시정잡배들과 다 를 바 없는 간신과 스스로가 내뱉 은 말조차 지키지 않는 책임감 하 나 없는 쓰레기밖에 없는데, 누가 무인이고 한 나라의 정상이라고?”
서준의 노골적인 말에 치욕을 느 낀 천주용이 얼굴이 붉어진다.
마진성 역시 붉어진 얼굴에 입술 을 질끈- 깨물며 분을 삭이고 있었지만, 지금 두 사람이 무언가를 바 꿀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