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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41화 (341/517)

- 14권 24화

349화

중국, 베이징.

“주석께서는 지금 자리에 안 계 십니다.”

거대한 문을 지키고 있는 뻔뻔한 사내의 말에 구존은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분명 방금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느냐?”

“자리에 안 계신다고 했습니다. 구룡문주.”

“내가 힘을 잃었다 해서 바보가 된 줄 아는 것인가? 천무문주!”

구존의 분노 섞인 음성에 천무문 주라 불린 사내, 천주용은 어깨를 으쓱였다.

“저는 그저 주석님의 뜻을 그대 로 전달드릴 뿐입니다.”

“약속과 다르지 않은가! 내가 일 선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기존의 모 든 외교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맹약 을 했을 텐데!”

“그 또한 주석님의 뜻일 뿐입니 다.”

“구룡문을 짓눌러 천무문이 새로

운 제일의 문파가 되었다는 걸 표 출하고 싶은 욕심은 충분히 알겠다. 네놈이 어떠한 방식으로 승부를 걸 어오든 거절하지 않을 걸세. 허나 지금의 방식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행동이야.”

“무슨 말씀이신지 전혀 모르겠군 요.”

“마진성!”

내공을 한껏 담은 구존의 음성이 거대한 문 너머 넓은 방 내부까지 울려 퍼진다.

“예의가 없군!”

분노한 표정의 천주용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기어이 미쳐버린 것인가, 구존!”

“네놈과 마진성이야말로 미쳐버 린 것이냐고 묻고 싶군! 대체 리벨 리온의 의장이 있는 대한민국에 싸 움을 걸어 무슨 꼴을 당하려고 이 런 어리석은 짓을 행한단 말이냐!”

“그놈의 한서준!”

천주용이 미간을 찌푸린 채로 소 리를 내질렀다.

“동방의 작은 나라 각성자 따위 가 무서워서 이렇게 움츠러들었으 니 위대한 우리 중국이 전처럼 높

은 기상을 가지지 못하는 게지!”

“너는 아직 그분이 어떤 존재인 지 모르기에 그딴 말을 지껄일 수 있는 것이야! 제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 란 말이네!”

“구존! 중국 전체를 적으로 돌리 고 싶지 않다면 말조심하는 게 좋 을 걸세..

살기 어린 천주용의 말에 구존이 아랫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빌어먹을. 거래를 하는 게 아니 었는데!’

한계라는 벽을 느낀 구존은 수련

에 전념하길 원하였기에 마진성에 게 주석의 자리를 내놓았다.

물론, 아무런 생각 없이 주석의 자리를 넘긴 것은 아니었다.

주석 자리를 내어준 것은 마진성 에게 한 가지 조건, 외교에 대해서 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맹세를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마진성은 보란 듯이 그 약속을 파기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눈앞 에서 있는 천주용과 문 너머에 앉 아 있을 마진성의 사지를 찢어발기 고 싶었다.

그러나 주석의 자리에 앉아 여태 정세를 터득한 구존이 이런 무식한 방법은 분란과 혼란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아니, 중국에서 구룡문을 바라보 는 시선이 곱지 않게 변할 터였다.

최악의 경우 구룡문을 추방하는 데 중국 전체가 동의할 수 있었다.

욕심이 없어 자리를 내주긴 했지 만, 아직 중국에서 주석의 위치와 권력은 절대적이었다.

그런 권위를 가진 주석을 충분한 동의 없이 살해한다면 일을 그르치 게 되는 것이었다.

다음 주석이 구존의 행동이 옳았 다고 생각한다 한들, 명분상으로도 구룡문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이다.

구룡문이 강대해지긴 했지만, 중 국 문파 전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 족이었다.

사실 막말로 구존은 제 몸 하나 쯤이야 우습게 지킬 수는 있었다.

하지만 구룡문은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수많은 가족이 딸린 식솔들은 처 참한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주군께 배운 마음을 잊어서는

아니 될 터.’

동료와 신하를 존경하고 지키는 것을 서준에게 배운 구존이었다.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구존은 지구 전체에서 손 뽑히는 강자가 되었지만, 압도적인 무력으로 모든 것을 짓누르고 변화 시키는 절대적인 존재까지는 오르 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중국의 주 석, 마진성은 실로 어리석은 선택 을 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주군은…… 주석과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든,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바꾸 실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다.”

“신기하군요, 그런 절대적인 존재가 어째서 반년 이상 지구에 아 무런 기별도 전하지 않고 있답니 까?”

“그저 나설 때가 아니기 때문일 테지.”

“말도 안 되는. 아마 큰 부상을 입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이거 나 그도 아니라면 우리 중화의 위 대함을 뒤늦게야 깨닫고 몸을 숨긴 거겠지, 하하하!”

“눈을 뜨고 귀가 열려 있음에도

그분의 이야기를 우습게 여기다니, 완전히 자만심에 뇌가 절여졌군,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현실을 깨달 을 수 있을 텐데.”

“한서준이 굉장한 각성자인 것이 사실일 수도 있겠지. 허나, 고작 그 정도일 뿐.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구룡문주. 자네는 이 렇게 너무나 당연한 현실도 모르고 있는 건가?”

“멍청한 것, 그분은 바라신다면 하늘 자체를 가릴 수 있는 절대자 다.”

구존의 확신 어린 음성에 천주용 이 잠시 몸을 움찔- 떨었지만, 얼

마 가지 않아서 고개를 내저었다.

“어리석었군, 굳이 말이 통하지 않는 자와 대화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거늘……. 이만 물러가게나, 주 석께서는 현재 공석(公席)이니.”

“후회할 걸세, 만약 그분께서 찾 아오게 된다면……

“위대한 중국의 위엄을 체감하고 무릎을 꿇게 된다. 그뿐.”

천주용이 어깨를 펴 자신감 있게 말하는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쉰 구 존이 고개를 내저었다.

‘기어이 파멸을 자처하는가……

그 업화에 자신, 구존도 안전하

다고 볼 수는 없었다.

무(武)를 갈고닦고 싶다는 욕망 을 억누르지 못하고, 직접 관리하 고 통솔하라고 내린 직위를 내팽개 쳐버렸다.

계약이 파기당했다고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구존의 책임이 완전 없다고는 볼 수 없었다.

‘나 또한 책임을 물어야겠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지만, 이미 흘러간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그저 바랄 뿐이었다.

마진성이 한시라도 빨리 정신을 차리기를.

이 중국이란 땅의 멸망을 부르지 않기를.

“오후에 다시 찾아오지.”

“어차피 헛걸음이네.”

고개를 내저은 구존이 뒤돌아서 고, 천주용이 답할 때였다.

“뭐야, 살아있었네. 구존.”

뒤돌아선 구존의 앞으로 익숙한 얼굴이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그를 바라보는 구존은 황급히 무 릎을 꿇었다.

“신(臣), 구존, 주군을 뵙습니다.” “인사는 됐고, 사정을 조금 듣고

싶은데.”

“죄송합니다, 부족한 저의 실수 였습니다, 마진성의 감언이설에 속 지 않았어야 했는데……

“보아하니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까……. 우선은 할 일부터 끝내고 듣도록 하지, 기다리고 있 어.”

“받들겠습니다.”

무릎을 꿇고 있는 구존을 뒤로한 채로 서준은 거대한 문을 향하여 걸음을 옮긴다.

“정체를 밝혀라!”

얼굴을 굳힌 천주용은 날카로운

기와 함께 살의를 일으켰다.

정체 모를 남자가 경비를 뚫고 등장한 탓이었다.

단지 거대해 보이기만 한 홀이지 만, 이곳은 중국의 주석이 업무를 보는 집무실이 있는 건물이다.

눈앞의 남자는 그런 곳에 아무런 소음이나, 소란 없이 잠입했다.

하수라고 생각하면 어리석은 짓 이다.

“눈으로 보고도 모르겠어?”

헛웃음을 흘리며 걸음을 내딛는 여유로운 서준의 모습에 천주용이 번뜩 정답에 이르렀다.

“……네가 한서준이로구나.”

“뭐, 관점을 크게 보자면 다른 이름으로 더 유명하긴 한데……

우주의 시점에서 보자면 서준은 주신, 무결의 신이라 불리는 경우 가 많을 터다.

그러나 지구에 한해서는 역시 그 보다는 아직, 한서준이라는 불릴 때가 많았다.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호칭 따 위가 아니었다.

“건방진 놈. 여기가 제 무덤인 줄도 모르고 제 발로 기어 들어왔 구나.”

천주용의 입가로 잔인한 미소가 어렸다.

살의는 자연스럽게 더욱 짙어졌 다.

“우리가 네놈.이 이렇게 찾아올 것이라는 걸 생각 못 했을 줄 아느 냐?”

천주용이 품에서부터 잽싸게 리 모컨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 서준은 가볍게 그 동작을 막아설 수 있었다.

그러나 굳이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공포를 다시 심어주러 온 거니……

아무래도 격차를 제대로 보여주 는 쪽이 좋았다.

그런데 그 꼴이 다소 가관이다.

쿠구구궁-!

지진이라도 난 듯 건물이 흔들리 는 소리와 함께 서준의 발밑이 꺼 졌다.

자연스럽게 지면에 안착하고 보 니, 거꾸로 파인 돔 형태를 한 구 조의 커다란 방이 드러났다.

쿵-!

천장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서준 의 눈앞에 반투명한 전자 모니터가 떠올랐다.

그 너머에서 얼굴을 보인 이는 방금 보았던 사내가 아니었다.

40대 중반쯤, 날카로운 뱀과 같 은 인상을 한 남자가 대신 비치고 있었다.

-반갑군, 한서준.

화면 너머 속, 사내는 가벼운 턱 짓과 함께 인사를 건네 왔다.

이렇게 오만한 표정과 몸짓으로 인사를 건네올 남자의 정체는 뻔했 다.

“네가 중국의 새 주석이로구나. 이름이…… 마진성이었나?”

먼저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기에서준은 마찬가지로 한국어로 답했 다.

-잘 알고 있군.

“기꺼이 찾아온 손님을 이런 밀 실에 가두다니, 인사가 조금 과격 한 편이네.”

-듣던 것보다 더 태연한 성격이 로군. 하지만, 지금 갇혀있는 함정 에 대해서 알고도 이런 여유를 보 일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뭘 준비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렇게까지 자신 있으면 빨리 해 봐.”

-……. 그래도 어느 정도 대화의 여지가 있을까 하여 얼굴까지 비췄 건만, 아무래도 그 버르장머리부터 고쳐놔야겠군.

한숨을 푹 내쉰 마진성이 고개를 내저으며 시선을 돌렸다.

“미리 말해 주는데, 이번 일에 대한 대가는 확실하게 치러야 할 거야.”

-슬슬 짜증 나려 하는군. 굳이 대화는 필요 없을 듯하니, 이만하 지. 얼굴을 보았으니 됐어. 저승에서 지금의 선택을 후회해라. 어리

석은 놈.

그가 고개를 내젓자 눈앞에 떠있 던 모니터가 꺼졌다.

대신하여 어둠이 내리깔린 뒤집 힌 돔의 곳곳에서 괴성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크르르…….

맹수의 것처럼 상당히 거칠고, 야성적인 소리가 돔 안을 메웠다.

‘짐승 몇 마리 풀어놓고 저렇게 오만을 떨리는 없고.’

아마도 포털 너머 세계에서 잡아 온 몬스터일 것이다.

‘고작 이 정도로?’

서준이 고개를 젖혔다.

알려진 것만 해도 지구 제일의 각성자, 천사와 악마들의 침공을 막아낸 영웅.

그런 서준을 고작 몬스터로 따위 로 잡으려 했다면, 마진성은 단순 한 멍청이다.

“ 역시......

그가 준비한 것은 몬스터가 전부 가 아니었다.

몬스터들이 사방에서 뛰쳐나오기 시작한 순간, 서준이 갇힌 공간 내

부에 갑작스럽게 보랏빛 연기가 동 시에 피어올랐다.

그 정체를 짐작한서준이 비릿한 미소를 흘린다.

“나름 훌륭하게 준비를 했네.”

방사능, 그리고 마정석을 섞어서 만들어낸 독기(毒氣)가 방 안에 가 득 차오르고 있다.

강력한 몬스터들은 대부분 방사 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마정석으로 만든 독기 역시 마찬 가지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방사능과 독, 모두 치명적이었다.

‘이 정도면 조화경의 고수도 순 식간에 피 토하면서 죽겠는데?’

아주 짧은 한 모금만을 들이켜 도, 피를 쏟으며 쓰러질 정도의 독 기가 사방을 점해오며 몬스터들이 동시에 뛰어들었다.

나름대로 지구 제일의 각성자라 는 서준을 잡기 위해 잔머리를 쓰 긴 했다.

물론, 지금의 서준에게는 너무나 도 부질없는 공격일 뿐이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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