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권 21화
346화
슈의 말에 대답하기도 전이었다.
쿠구궁....
무시무시한 크기의 모래 해일이 솟구치더니 서준의 신형을 덮치려 는 것이다.
“날파리 하나 늘었다고 해서 변 하는 것은 없다-!”
시야를 가득 메운 모래 해일이 맹렬한 기세로 덮쳐왔지만, 서준의 손이 뻗어지는 순간 거짓말처럼 흩
어진다.
동시에서준의 신형이 쏘아지며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고 있는 고 대 존재의 목덜미를 부여잡았다.
“이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돼, 곧 죽여 줄 테니까.”
쾅-!
육중한 소리와 함께 고대 존재의 신형이 소행성에 그대로 처박혔다.
직후 서준이 발을 놀리며 숨을 헐떡이는 테프누트의 앞에 슈를 내 려줬다.
“도망갈 수 있겠지?”
“뒤를 부탁합니다……
테프누트와 슈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뒷일은 걱정하지 말고 최대한 멀리 달아나. 지금 누굴 신경 쓸 여유가 없거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서……
다시금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고 대의 존재를 보며, 온몸에 찬란한 금빛의 완벽기를 두른 서준이 지면 을 박찼다.
“힘 조절을 못 할 것 같거든.”
서준의 신형이 사라진 후, 뒤늦 게야 음성이 전달된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테프누트가 슈를 품에 안고는 파도를 타고 빠 르게 자리를 벗어난다.
콰과광-!
이어, 광활한 우주를 가득 채우 는 폭음이 연이어 들려왔다.
충돌로 인하여 크고작은 행성들 이 부서져 가는 무렵.
고대 존재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여태 상대했던 놈들이랑은 조금 다르군.’
일으킨 모래 해일이 갈라지고 몸 이 바닥으로 내던져진 순간부터 확 신하고 있었다.
겨우 인간 따위가 주신에 오른 것이었다.
콰광-!
등허리를 짜르르 타고 흐르는 충 격, 순간적이라지만 숨이 막혀올 정도의 두터운 격.
주신이 아니고서야 이런 공격을
보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몸을 일으켜 허공으로 날아오른 고대의 존재는 서준을 바라보았다.
‘황색의 신께서 말한 인간……:
눈앞에서 있는 인간의 정체에 대해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넓은 은하에서도 상당한 명 성을 쌓은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놀랍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소문보다 훨씬 위험한 인간이 군.’
대개의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이
다.
그러나 눈앞의 인간에 대한 소문 은 오히려 과소평가되어 있었다.
‘이제 갓 주신에 오른 풋내기라 고 들었거늘……
고대의 존재가 헛웃음을 홀렸다.
대체 어딜 보아서 이제 갓 주신 에 자리에 오른 풋내기란 말인가?
‘라와 필적한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었다.
확실한 건 방심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쾅-!
모래 폭풍을 쏟아 거리를 벌린 고대의 존재 주변으로 칠혹의 어둠 이 둘러진다.
화아악-!
어둠이 휘몰아치며 세계가 얼어 붙기 시작한다.
“우선은 칭찬하지, 한서준. 소문 으로 들었던 것 이상으로 훌륭한 존재구나, 내 이름은 주샤콘이다.”
“사이좋게 통성명을 할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크게 신경 쓸 거 없다. 자격을
갖춘 이에게 존재를 밝히는 것. 그 것이 그저 우리가 가진 고리타분한 율법 중 하나일 뿐이니까.”
한서준이라는 신이 가진 격과 힘 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패배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고대의 힘을 얻지 못한 애 송이일 뿐이다.’
고대의 존재들은 여태껏 수많은 은하를 파멸시켜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파멸을 숙연 히 받아들이는 이들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의 존재
들을 막았던 은하는 단 한 곳도 없 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진 힘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대의 힘은 모든 것의 시초가 된 힘.
은하의 수많은 신격, 강자가 다 루는 힘은 결국 모두 고대의 힘에서 파생된 것에 불과했다.
직접 힘과 힘의 싸움이 시작된다 면 유리한 쪽이 누구일지는 불 보 듯 뻔한 것이다.
때문에 주샤콘은 어둠과 함께 고 대 시절부터 쌓아온 힘을 불러일으
켰다.
‘미쳐 날뛰어라.’
주샤콘이 가진 고대의 힘은 ‘광 기’.
무언가를 파괴하고 망각시키기보 다는 미쳐 날뛰게 하는 힘을 가지 고 있었다.
힘에 담겨있는 광기에 세계가 뒤 틀린다.
당장에라도 부서질 듯이 거센 비 명을 토하면서 말이다.
끼긱, 끼기직-!
세계가 미쳐 일그러져가며 터져
나오는 굉음에 주샤콘의 입가로 만 족한 웃음이 떠올랐다.
“어떠냐. 인간, 이것이 바로 모든 것의 시초가 된 고대의 힘……
자신하는 바를 혼자서 떠들던 주 샤콘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그가 광기의 힘을 내뿜는 것만으로 세계가 비명을 내지르며 뒤틀려 가고 있었다.
제법 홀륭하다고 평가받는 신의 성역이어도 당장에라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의 위험한 광기였다.
그리고 그 광기의 대다수가 서준 에게로 집중되고 있었다.
본래라면 정신이 미쳐 스스로의 눈을 뽑아버리게 되는 것이 보통이 었다.
분명 그래야 할 텐데, 서준은 고 개를 빳빳이 든 채, 여유로운 표정 으로 일그러져가는 주변 세계를 보 며 미간을 찌푸리고만 있었다.
“내 동료와 신하를 건드린 것도 모자라, 남의 우주에서 깽판까지 치다니.”
“이게 무슨……!”
주샤콘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눈앞의 인간은 아무리 잘나도 고 대의 힘을 갖추지 못한 존재일 뿐
이었다.
그런 나약한 존재가 광기에 물들 고 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반대로 서준에게서 힘이 홀러나오기 시작하자 광기에 미쳐 뒤틀려가던 세계가 빠르게 안 정을 되찾아간다.
‘대체 무슨 힘을 다루고 있기 에……!’
주샤콘은 입을 쩌억- 벌리고 말 았다.
그는 서준에 대한 평가가 과장되 었을 거라 생각했기에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지만 모시는 황색의 신
의 경고에 조금은 한서준이라는 인 간을 조사했었다.
때문에 한서준이 무공을 통해 힘 을 얻고 신위에 오른 인물이란 사 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앞서 공방을 주고받을 때 결판이 나지 않았던 것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주샤콘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에 속했다.
하지만 결국 고대의 힘을 사용하게 된다면 절대적으로 질 수가 없 다고만 생각했다.
“대체 무슨 힘을 다루고 있는 것
이냐……
서준은 대답 대신 손 위로 완벽 기를 띄워 올렸다.
“정답을 보고도 몰라?”
쾅-!
폭음과 함께 주샤콘의 목이 뒤로 크게 젖혀졌다.
엄청난 격통에 머리가 아려온다.
주샤콘의 눈이 반쯤 뒤집혔다.
“아직도 모르겠나 보네.”
이어진 목소리는 주샤콘의 등 뒤
에서 였다.
완벽기가 등과 허리를 가격했고, 척추뼈가 우그러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우두둑-!
고대의 힘 중 하나, 신물이라 불 리는 것들보다 몇 배는 단단하다는 모래 방벽이 너무나 쉽게 뒤틀렸다.
“끄아아악-!”
비명을 내지른 주샤콘의 주변으로 거대한 모래의 파도가 펼쳐졌다.
퍼엉-!
폭음과 함께 뒤로 밀려난 서준이
완벽기로 이루어진 호신강기를 둘 렀다.
‘그래도 고대의 존재라고……
쉽게 목숨을 내어주지 않았다.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감히 내 동료와 사람들을 괴롭 혀?’
주샤콘은 깊은 절망 속, 나락에 빠지는 것과 같은 무력감을 맛보며 죽게 될 것이다.
서준은 애초부터 주샤콘을 편히 죽일 생각이 없었다.
“대체 뭐냐! 무엇이냔 말이다!”
분노한 주샤콘의 전신에 모래 갑 옷이 둘러졌다.
모래의 거인과 같은 모습의 주샤 콘이 광기를 머금은 채 모습을 드 러냈다.
우주를 한순간 덮은 듯한 거대한 모래덩이가 서준을 향해 짙은 광기 를 흘려보냈다.
“뭐긴 뭐야. 영겁의 세월을 살아 온 고대의 존재라면서 척 보면 몰 라? 그냥 단순해. 내가……
공격이 쇄도해오고 있었지만, 서준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검지가 본 인을 가리킨다.
이어서 그 손가락은 느긋이 움직 여 주샤콘을 가리킨다.
“너보다 강한 거야. 압도적으로.”
“헛소리!”
강한 부정은 곧 긍정이다.
주샤콘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둠을 두르고, 모래 속에 모습을 숨겼다.
“부정하지 마, 너도 느끼고 있잖 아.”
서준의 단호한 선언이 이어진다.
“넌 나보다 약해.”
주샤콘의 힘을 비웃는다.
고대의 존재, 주샤콘은 분명히 강력하다.
그러나 주샤콘도 결국 온전한 광 기를 다뤄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혹시 정복왕에 대해 알고 있 어‘?”
“닥쳐라! 그저 절규하며 미쳐가 라! 그게 네 운명이다.”
주샤콘의 반발에서준은 미소를 보였다.
“네가 가진 고대의 힘은 정복왕 이 품고 있던 공허에 비하자면 아
무것도 아니야.”
서준올 휘감던 찬란한 금빛, 완 벽기가 더 강렬하게 회전하기 시작 했다.
우웅-!
손에 끼고 있던, 수투가 무결(無 缺)의 힘을 뽐내기 시작한다.
“고작 이 정도로…… 나를 쓰러 뜨릴 수 있을 것 같으냐!”:
광기의 힘이 뒤섞인 어둠이 날뛰 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하여 최후의 발악을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 헛된 발버둥에 불과 했다.
‘무결의 힘.’
정복왕의 수투.
가장 애용하고 오래 사용해온 무 기이자 정복왕이 남긴 이 선물이 있었기에, 서준은 항상 더욱더 강 력한 힘을 다뤄올 수 있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짧은 시간, 고작 5초지만 충분하 다.
앙그라 마이뉴를 소멸시켰던 완 벽의 단계로 나아간다.
내뻗는 주먹에 담긴 무극(武極) 의 묘리와 완벽에 이른 권격(S擊) 이, 찬란한 금빛을 흩뿌렸다.
여기까지 고작 1초.
주샤콘이 자랑스레 여기던 능력 중 하나인 고대의 모래가 허망하게 꿰뚫린다.
본인이 가진 인지의 영역을 다소 과하게 벗어난 그 권격을 보며 주 샤콘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 힘이……
고대의 힘이 흩어진다.
놀랄 틈새도 짧았다.
아직도 남은 시간은 자그마치 4
초.
고작 1초 만에 주샤콘이 자랑스 러워하던 방어가 파훼되었다.
남은 4초라는 시간 동안 벌어지 게 될 일은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 었다.
‘죽는다.’
생각이 닿기 무섭게, 완벽의 권 격이 이번에는 주샤콘의 육체를 가 격하며 근육을 터뜨리고, 뼈를 분 질렀다.
“끄아아아_!”
턱 끝까지 다가온 죽음에 주샤콘 의 입에서 간절한 말이 흘러나온다.
“제발…… 제발 그마안-!”
하나 서준의 손길은 멈추지 않는 다.
느껴지는 고통이 가중되고, 육신 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사라져간다.
“크아아아-!”
거대한 괴성을 내지른 주샤콘은 온몸이 한 줌의 재조차 남기지 못 하고 흩어져갔다.
사아아…….
그렇게 마침내 4초, 영겁과 같은
짧은 시간이 마침내 끝나는 순간이 었다.
고대의 존재로서 전 은하를 공포 에 떨게 했던 주샤콘은 그렇게 소 멸했다.
띠링-!
[고대의 존재, 주샤콘을 처치했습 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레벨이 2로 상승합니다.]
[신들의 경외를 받습니다.]
[보너스 스테이터스를 3포인트만
큼 획득합니다.]
[무결의 디멘션 워커가 주샤콘이 품고 있던 고대의 힘을 흡수합니 다.]
잠시 후.
주샤콘이 완전히 소멸하자, 안전 거리를 확보한 채로 전장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케메트 신화의 신들
과 나라연천이 서준에게로 다가온 다.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한서준의 모습을 확인한 케메트의 신들이 혀 를 내둘렀다.
“소문으로 들었던 것 이상이군.”
“어떤 게?”
“혼잣말이었다. 그것보다 마지막 그건 대체 뭐였지?”
말을 이어가는 테프누트의 눈에 기묘한 감정이 일렁였다.
“정복왕은 넘을 수 없을지라도 이인자는 될 수 있을 줄 알았는 데……, 마지막 순간 보인 공격은
도저히 넘어설 엄두가 나지 않는군, 마치 하나, 하나가 세계를 부술 듯 한……. 그건 대체 무엇이었지?”
“무결의 권(쏘).”
“……거 참 납득을 안 할 수 없 는 이름이로군.”
헛웃음을 지은 테프누트가 이내 고개를 주억였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