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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34화 (334/517)

- 14권 17화

342화

[서준.]

정복왕의 음성이 귓전에 울려 퍼 진다.

“정복왕, 물어볼 게 있어.”

입가로 흐르는 핏물을 훔친 서준 이 빠르게 말을 이어 나갔다.

“계속 지켜봤을 테니 알고 있겠 지만, 동생이 사라졌어. 추적하고 싶지만, 실마리가 없어.”

일렁이던 세계가 빠른 속도로 진

정되고 본래의 형태를 되찾는다.

서준은 이 변화가 정복왕이 직접 지구에 강림한 것이 아닌 덕이라고 만 생각했다.

하나 이어지는 메시지를 들은 순 간, 스스로의 착각이라는 것을 알 게 되었다.

[네가 이 메시지를 보고 있다 면……. 이미 어느 정도 사태를 파 악한 이후겠지.]

아무래도 눈앞에 있는 정복왕은 본신이 아닌 듯했다.

그렇다고 분신을 대신 세운 것도 아니었다.

정복왕을 마주할 때마다 느꼈던 위압감이, 그 압도적인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단순히 기록된 메시지를 전 달하는 녹음기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네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내우 주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어.]

담담히 말을 내뱉는 정복왕의 목 소리가 무겁다.

표정 역시 딱딱하게 굳어 있는 상태의 정복왕의 말에서준은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설마......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내우주의 큰 변화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탓 이었다.

“고대의 존재들이 움직였다고?”

계약으로 묶여 있어 쉽사리 넘어 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정복왕이 말하기를 1년에 달하는 여유의 시간이 있다고 했으 니 말이다.

이제 채 반도 되지 않는, 4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 고대 의 존재들이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분명 어떤 변수가 생겼다.

[미안해, 고대의 신이 계약을 파 기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 어.]

치직-!

전류가 튀긴 정복왕의 신형이 일 그러지듯 흩어졌다.

[나는 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서, 선발대로 넘어 올 고대의 존재 들이 넘어올 통로를 막기 위해 움 직였어……. 멍청한 행동이었지.]

너머의 정복왕이 아랫입술을 질 끈- 깨물며 분노를 억누른다.

[놈들은 나를 노리고 함정을 판 거였어. 벗어나려 했지만, 생각보다

벅찼고.]

서준은 고대의 존재들에 대해서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정복왕을 함정에 빠뜨려 곤경에 처하게 만들 정도라면 틀림 없는 강자일 것이다.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문 서준 의 눈빛이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정복왕만 믿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어.’

지금까지 전해진 메시지의 정황 만으로도 상황 파악을 끝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결국 당하고 말았어……. 미안

해.]

“ 정복왕……

파지직-!

또다시 그 이명을 부르자 세계가 일그러지며 서준의 어깨 위로 강한 부담감이 내려앉았다.

자연스레 굵은 핏줄기가 서준의 입술 아래로 흘러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음 하나 흘 리지 않은 서준은 주먹을 움켜쥔 채 정복왕을 바라보았다.

내우주의 패자로 군림하고 있는 그녀가 녹음 메시지만을 전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단순히 서준을 배려해서가 아니 었다.

[고대의 존재들이 본격적으로 움 직일 거야…….]

쩌적-!

정복왕의 머리카락 일부 형태가 무너져 내린다.

[길게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 을 것 같네. 다시 한번 말할게. 이 메시지를 네가 읽을 때쯤엔 고대의 존재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 작한 이후겠지, 마지막으로 내가 행방을 궁금해하고 있을 서연이도 이 싸움에 휘말려 버렸어,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내 성역으로 전송했 으니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거야.]

눈을 질끈 감은 서준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제야 서연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떠한 연유로 내우주로 향한 서 연이는 정복왕을 만났고작금의 상 황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서연이는 짐을 덜어주고, 지켜주기 위하여 정복왕과 함께 싸 우고자 했을 것이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라를 비롯한 다른 주신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하지만 라 쪽도 다른 고대의 존재들과의 전투 때문 에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일 거야, 다른 주신들도 별반 다를 바 없을 거고……. 정말 미안해.]

조금씩 작은 균열이 일어나기 시 작하는 정복왕의 모습을 보며 서준 은 가슴 한편이 아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과할 필요 없어.”

애초에 정복왕의 잘못은 어디에 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이 은하에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하여 누 구보다도 노력한 존재였다.

동시에 개인적으로 서준을 위해 가장 많은 희생을 한 인물이었다.

[내가 모두를 지켰어야 했는 데……. 면목이 없네.]

“네 책임이 아니야.”

애초에 그녀가 서준의 성장 시간 을 벌기 위하여 계약하지 않았다면.

하다못해 서준의 몸을 회복시키 기 위해 힘을 소모하지 않았었다면 아무리 고대의 존재들이 함정을 파 놨다 할지라도, 절대로 쉽사리 당

하지 않았을 터였다.

[마지막으로 11번째로 시스템 업 그레이드에 성공한 것을 축하해. 만나서 축하를 건네고 싶었는데 그 건 힘들 것 같아.]

[아마 한동안…… 난 돌아오지 못했을 거야. 엄청나게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널 못 보겠지.]

“ 정복왕.”

[서준.]

이제는 정복왕의 무표정한 얼굴 이 깨진 유리창처럼 크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미안해…… 더 잘해주고 싶었는 데……. 이번에는 반드시…….]

메시지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이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정복왕의 형태를 한 형상이 깨어진 유리 조각처럼 사방으로 흩 날렸다.

말없이 입가로 흐르는 핏줄기를 닦은 서준은 머릿속에서 해치워야 만 하는 적을 되새긴다.

‘고대의 존재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이상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두 중요하지 않았다.

‘원수……. 꼭 찾아내서 처참하게 죽여주마.’

오랜만에, 진심으로 적의와 살의 를 가지게 된 서준의 두 눈동자에 분노가 타올랐다.

짙은 분노에 심장이 요동친다.

그러나 서준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갑고 이성적이었다.

가까스로 분노를 억누른 서준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예속의 보석 의 특수 능력인 ‘소환’으로써 친위 대인 서연을 불러내는 것이었다.

허나 내우주와 외우주라는 차이 때문인지 애석하게도 예속의 보석 의 능력도 먹히지 않았다.

불안감이 엄습하였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지배당해서는 안 된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찾는다.’

평소와는 달랐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은 완전히 배제했다.

할 수 없더라도 해내야만 한다.

아니, 해낼 것이다.

그러니 필요한 일만을 골라야 한 다.

‘우선 내우주로 향하는 방법의 확보.’

서준은 여태껏 정복왕의 성역으로 초대받는 것으로 내우주로 향해 왔었다.

직접 몸을 움직여 내우주로 가본 적이 없던 것이었다.

물론, 직접 수색에 나서서도 안 됐다.

꽤나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라고 는 하지만 기껏해야 상격의 신위들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 다.

‘나는 몸을 완전히 회복해둬야 해.’

직접 두 발로 뛰지 못하는 것이 답답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도움을 받기 쉬운 정복왕은 현재 행방불명으로 연락이 닿지 않는다.

마지막 나눈 메시지가 좋지 못했 으나, 그녀가 죽었을 거라고는 추 호도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어디서 힘을 회복하고 있 을 거야.’

아주 깊은 잠에 빠진 채로 말이 다.

직감에 가까운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후자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라 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상황이 좋지 못할 것이라 했다.

마치 수족(手足)이 모두 잘려나 간 것 같았다.

강대한 주신의 힘과 그들의 조력 을 누리다 모든 것이 사라지니 이 토록 허탈하다.

그러나 정말로 서준의 손과 발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다행히도 지금 서준에게는 편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존재했 다.

‘리벨리온 연합군.’

그중 속으로 제일(第--)을 떠올 리며 불렀다.

‘ 나라연천.’

연합 의장으로서 공문을 보내기 무섭게, 그들은 부름에 화답했다.

“의장님을 뵙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은 나라연천이 모 습을 드러낸다.

서준은 아무런 말 없이 미소를 띤 채로 고개를 주억였다.

‘강해졌어.’

현재 서준은 나라연천의 상태를 정확하게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분위기와 상황쯤은 알 수 있다.

‘그릇을 깬 것 같네.’

애초에 나라연천 역시 가진 바 재능이 우주에 있어 손꼽히는 수준 이었다.

충분히 납득될 일이다.

충성심이 넘치는 나라연천의 눈 동자를 바라본 채로 서준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지만, 안부를 물을 시 간은 없어. 짧게 이야기할게, 내우 주에서 고대의 존재들이 움직였어.”

방금 전 서준의 말이 나라연천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고대의 존재들이요?”

나라연천은 무의 단련뿐만이 아 닌 수많은 지식과 정보들을 탐해왔 었다.

그리고 그런 나라연천도 가장 두 려워는 것이 바로 고대의 존재들이 었다.

“그들을 죽이러 간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내우주로 향하는 길을 찾아야 해.”

기록된 문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두려웠고, 정신이 붕괴될 것만 같 았다.

갖은 노력으로 그릇을 깨긴 했지

만, 고대의 존재들과 맞서 싸울 수 있을까?

‘불가능해……

하지만 자기가 충성을 맹세한 주 군, 서준이라면.

입가에 호선을 그린 나라연천은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지금 내우주는 고대의 존재들과 의 전쟁으로 대혼란인 상황일 테니, 문을 찾게 되면 곧장 연락해 줘.”

“……알겠습니다.”

“부탁할게.”

서준이 고개를 짧게 숙이자, 나 라연천은 고개를 내젓는다.

“부탁이라니요……, 가당치도 않 습니다, 주군은 저의 신이자 구세 주이십니다.”

“고마워.”

환한 미소로 화답을 한 나라연천 은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걸음을 옮긴다.

파앗-!

곧 나라연천의 신형이 자취를 감 춘다.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쌓아 온

나라연천이라면, 내우주로 향하는 문을 금방 찾아낼 수 있을 터였다.

‘이제 나는……

서준은 곧장 발걸음을 옮기어 선 계로 향했다.

백옥루를 지키고 있던 여동빈은 사태를 듣고는 군말 없이 서준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분명, 옥황은 시간을 조율하는 대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태상개 천옥황대 천존현궁고상제 (太上開天玉皇大天尊玄 W 高上帝) 의 가호.”

서준은 한때 폐안을 물리치기 위

하여 옥황의 대권능이자 가호를 받 았던 적이 있었다.

그 가호는 시간을 조율할 수 있 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원한다면 시간을 빠르게 흘려보 낼 수 있다는 거지.’

남들과 같은 하루를 보내서는 부 족했다.

때문에서준은 옥황에게 부탁했 다.

다행히도 옥황 또한 흔쾌히 수락 해, 지구보다 10배는 시간이 빠르 게 홀러가는 공간을 만들어 내주었다.

“협회의 구속을 부숴내고 이 우 주에 자유를 찾아 준 것에 대한 은 인의 요청이었기에 만들어주었지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는 알 수 없네.”

시간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다.

순간이 아닌, 지금 서준이 바라 는 것처럼 제법 오랜 시간 강제로 조율해냈을 때의 그 여파가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게 회복에 도움이 될지는 나 도 장담할 수 없네.”

“걱정하지 마, 될 거니까.”

서준은 확신을 가진 목소리로 옥 황이 대권능을 부여한 방의 문을 열어젖힌다.

환하게 퍼져 나오는 빛으로 가득 찬, 방 안으로 뛰어드는 서준은 스 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들 생각이거든.”

“……행운이 있길 바라네.”

옥황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 개를 주억였을 때는, 활짝 열려 있 던 방문이 이미 닫힌 직후였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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