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권 15화
340화
앙그라 마이뉴와 끊임없는 합을 주고받은 끝에 완성한 무공이 펼쳐 진다.
그저 몸이 이끄는 대로 휘두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 번, 한 번이 무극(武極)에 달 한 완벽의 검공이, 찬란한 금빛을 홑뿌리며 수천만 번의 참격을 쏟아 낸다.
퍼져나가던 망각이 거짓말처럼
허망하게 찢어발겨진다.
인지의 영역을 다소 과하게 벗어 난 검격을 보며 앙그라 마이뉴가 는을 동그랗게 떴다.
‘망각이……
고대 신의 힘이 홑어진다.
놀랄 틈새조차도 없었다.
수천만의 참격이 쏟아진 시간은 불과 1초.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 동안, 지 독한 고통을 선사하는 완벽의 검격 이 앙그라 마이뉴의 망각을 가르고 육체를 파고들어 근육을 끊고 뼈를 갈랐다.
‘끄아아악-!’
앙그라 마이뉴는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자랑스럽게 여기던 망각의 힘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살결이 갈라지 고 근육이 끊어졌으며 뼈가 잘려나 가는 고통이었다.
섬뜩한 감각은 난생처음 느껴볼 정도로 차가웠으며, 뜨거웠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괴로웠다.
그러나 끝내 앙그라 마이뉴는 죽 음에 닿지 못했다.
그 말은, 이 검격 하나하나를 느 끼는 끔찍한 현실을 마주해야만 했
다는 소리다.
격통은 계속해서 이어져 끝나지 않을 듯만 했다.
‘제발…… 제발 그만-!’
지옥과도 같은 고통이 대체 언제 끝이 난단 말인가?
미쳐버릴 것만 고통 속 앙그라 마이뉴는 되묻고 싶었다.
하지만 비명이 그러했듯이, 음성 역시 흘러가는 시간을 쫓지 못했다.
그저 목 아래 고여 있을 뿐이었다.
찰나의 순간에도 고통은 너무나
빠르고, 철저하게 찾아온다.
영겁(永幼)과도 같은 1초란 시간 이 흐른 순간이었다.
“크아아아-!”
마침내 소리를 터뜨리는 것으로 괴성을 내지른 앙그라 마이뉴가 온 몸에 짙은 상흔을 남긴 채 눈이 뒤 집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쿵-!
스스로를 고대 신의 사도라 칭하 며, 거대한 악의로 주신에 올랐던 이는 그렇게 추락했다.
서준은 시야 속 거대한 혼돈을 마주한다.
회색빛밖에 존재하지 않는 우주, 그 안에서 찬란한 금빛이 번쩍인다.
마치 세계가 갈라지는 듯한 광 경.
그 사이로 금빛이 퍼져나간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 준의 큰 힘이 폭발하고 쏟아진다.
우주에 거대한 균열이 연달아 일 어난다.
이건 싸움이라 볼 수 없다.
앙그라 마이뉴의 파멸이자 종말 의 힘이다.
스스로가 만든 힘에서준은 놀람 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넋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됐다.
이성과는 거리가 먼, 본능에 의 지해 펼친 무공이다.
이 힘을 지켜보고, 느끼고 기록 해야만 했다.
‘……. 신의 힘.’
신격의 힘이 단박에 이해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신의 힘만 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무극.’
그토록 바라던 경지를 확실히 보 았다.
만족스러운 미소가 입가에 피어 나는 순간.
세상을 뒤덮고 있던 회색빛과 찬 란한 금빛이 거짓말처럼 종적을 감 추었다.
마치 화려한 불꽃놀이가 순식간 에 끝나 버리듯, 하늘은 다시 새카 만 어둠과 그 사이로 미약하게 반 짝이는 별들만이 남게 되었다.
세상 속에 흘로 서게 되고 나서 야, 서준의 입가에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겼다.”
싸움이 끝났다.
승자로서 살아남았다.
억지로 부여잡고 있던 두 다리가 무너져 내린다.
무릎부터 엉덩이까지 둔탁한 충
격이 전해져 왔지만 이를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밀려오는 고통 속에서준은 재빨 리 상태를 살폈다.
‘너무 무리했나……
다행히도 큰 상처는 없었다.
곳곳에 자잘한 부상과 흔적이 전 부였다.
내상 역시 그리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몸 상태는 좋았다.
이 정도면 조금만 깊은 잠을 자
고 일어나면 충분히 완쾌할 수 있었다.
‘휴식이 필요해.’
서준의 시선이 주변을 빠르게 훑 었다.
대부분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파괴된 상태였다.
그러나 구석 한편에 파편이 쌓이 고 쌓여 몸을 숨길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자그마한 공동이 있었다.
‘저기라면……!’
휘몰아치는 찬바람을 피해 잠깐 의 휴식을 취하기에 나쁘지 않을 것이다.
서준은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힘을 짜내 공동에 도착한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서준의 몸이 무너 져 내렸다.
파편으로 만들어진 동굴은 지친 서준에게 편한 보금자리가 되어주 었다.
비록 바닥에 널브러졌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탓에 주변 탐색을 위한 감각을 모두 꺼트릴 수는 없었다.
다행히도 이런 긴장 상태는 오래 가지 않았다.
‘소식을 전하고 오길 잘했네.’
힘의 충돌이 있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나라연천이 이끄는 리 벨리온의 연합군이 서준을 찾아왔 고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인 집안의 침대로 옮겨주었다.
그렇게 푹신한 침대에서 얼마나 휴식을 취했을까?
개운해진 느낌으로 눈을 뜬 서준
은 처음 의문을 먼저 느꼈다.
“이건?”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눈 을 뜨기 무섭게, 서준의 시선에 갑 작스럽게 메시지가 번쩍이며 떠올 랐기 때문이었다.
띠링-!
[축하합니다, 무결(無缺)의 주신 의 힘을 완벽히 다뤄내는 데 성공 했습니다.]
[자격 조건이 충족됨에 따라 포 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 니다.]
[사용자의 최종 업데이트 승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Y/N]
“ 업그레이드?”
생각지도 못했던 포스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소식에서준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원래 있던 기능인가?’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 니었다.
그저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여 밝 혀지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당장 서준만 해도 앙그라 마이뉴
와의 싸움 중 무결의 힘을 끌어낸 것이 아니었다면 포스 시스템의 업 그레이드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 을 것이다.
‘아니, 조건이 중요한 게 아니지.’
다소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어쨌 든 ‘업그레이드’인 만큼 손해 볼 일 은 없는 것이기에 뒤로 미뤄 둘 이 유가 없었다.
‘예스.’
속으로 긍정의 대답과 함께 고개 를 주억이자 시스템 창이 잠시 푸 른빛을 흩뿌린다.
그러자 주변의 대기를 물들일 정
도로 거대한 기운이 넘실대기 시작 했다.
띵-!
[축하합니다! 시스템 업그레이드 에 성공했습니다!]
[태초 등급, 시스템 변환 스킬을 획득합니다!]
[제작자 ‘???’가 사용자 ‘한서준’ 을 웅시합니다.]
떠오르는 메시지 창에서준의 미 간이 좁혀진다.
“ 제작자라고?”
전부터 의문을 품고 경계해왔던 존재와 가까워진 셈이었다.
비록 당장에는 이름조차 알 수 없었지만, 허공에서 제작자의 시선 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숨이 턱- 하고 막혀오고 공기가 몸을 짓누른다.
몸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마치 맹수 앞에서 있는 피식자 가 된 기분이다.
긴장감에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있던 순간이었다.
[축하하네. 11번째로 시스템 업 그레이드에 성공한 자네에게 진심 어린 축하와 찬사를 보내지. 이 뒤 의 결과나 성장 방향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제시해줄 수가 없겠군. 그러나 여태껏 그래왔듯, 나름대로 시스템을 조율해 최대한 자네가 성 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테니, 계속 해서 시스템을 어여쁘게 여겨주길 바라네.]
귓전에 울려 퍼지는 푸근한 목소 리와 함께 전신을 짓누르던 무거운
공기가 순식간에 가신다.
‘이게 무슨……
위기를 넘겼다는 편안함보다는 쓴웃음이 먼저 떠올랐다.
‘이 정도로 강하다고?’
한때, 제작자에 대해 생각했을 당시 시스템에게 몇 가지 능력을 빼앗긴다고 할지라도 쌓아온 격과 무공들로 어느 정도 대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고작 시선에 움츠러들고 말았다.
직접 마주한 것도 아닌 아주 먼 곳에서 보내온 시선 따위에 말이다.
만약 이 상태로 싸우기라도 했다 면, 결과를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백중백패.
불행 중 다행은, 제작자가 보내 온 메시지나 시선에 어떠한 적의나 살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니, 메시지만 보자면 오히려 마치 자식을 보는 것과 같은 따뜻 한 배려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더군다나 포스 시스템의 제작자 는 지금까지의 행보로만 보자면 틀 림없는 아군이었다.
물론, 그 저의에 대해선 알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말이다.
‘경계는 하되, 지레 겁을 먹고 두 려워할 필요는 없어.’
무엇보다도 받은 물건을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서준은 메시지가 사라지며 천천 히 떠오르는 새로운 시스템 창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포스 시스템 Ver.2 스테이터스]
이름: 한서준.
신명: 투쟁, 용기, 구원, 무결 외
(상세 정보 확인 가능)
칭호: 패자.
레벨: 1.
힘: 4.86 민첩: 4.76 체력: 4.89 내공: 5.21
보유 신성력 : 82,178
특이사항.
현재 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 로 회복중입니다.
부상으로 인하여 본래 힘의 57% 만 사용 가능합니다.
대다수의 능력이 봉인상태입니 다.
시스템 변환 능력을 사용해 개인 의 시스템 창에 한해 내용을 일부 변경할 수 있습니다. (※주의! 우주 의 법칙을 바꾸는 일이기에 막대한 양의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시스템 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고?’
비록 개인에 한해서라지만 시스 템 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은, 서준이 원하는 능력치나 성 향을 생성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초대량의 신성력이 소모된다는 단점이 존재했으나. 그 능력을 생
각한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과연, 태초 등급이 붙을 만해.’
내용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 다면 단순히 가진 힘을 증폭시키는 수준이 아닌, 완전히 별개인 또 다 른 힘을 얻어낼 수 있다.
아주 쉽게 예를 들자면 이런 거 다.
‘스킬, 시스템 변환 사용.’
우웅-!
짧은 진동과 함께 서준의 눈에 처음 보는 초록빛이 어렸다.
눈앞에는 스테이터스 창이 떠오
르고 내용이 변경 가능하다는 듯 계속해서 깜빡이며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힘 : 4.86
->
힘 : 5.86
서준은 그중 가장 직관적인 스테 이터스란을 선택하여 원하는 수치 로 수정했다.
[필요 신성력: 100,000.]
이어진 메시지에는 눈살을 확 찌 푸릴 수밖에 없었다.
‘10만……
한계를 넘어서는 힘을 강제로 부 여하는 까닭일까?
너무 그 값어치가 비쌌다.
주신에 오르고 앙그라 마이뉴를 쓰러뜨림으로써 얻은 막대한 량의 신성력을 얻었음에도 신성력이 자 그마치 2만이나 부족했다.
‘잠깐 머리를 굴려보자, 다른 더 좋은 게 있을 거야.’
그 순간 서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 칭호.’
수많은 칭호를 보유 중이었지만 사용 가능한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보유 칭호들이 모두 애물 단지에 불과한 상태란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칭호를 전부 사 용할 수 있다면.
칭호: 패자.
->
칭호: 패자.
서브 칭호 : [비어있는 상태입니 다.]
두 번째 칭호란을 개방합니다.
[필요 신성력: 20,000.]
당장 소모가 가능한 수치였지만
칭호를 하나 더 사용하자고 소모되 는 신성력이 너무나도 컸다.
거기에 칭호 중에는 반드시 사용 해야 할 정도의 뛰어난 능력을 지 닌 것도 없지 않은가?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전혀 나오 지 않았다.
‘이건 아니야.’
없던 힘을 부여하거나, 없던 것 을 개방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신 성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진 것을 조금 바꾸는 것이라면?
눈을 가늘게 뜬 서준은 다시 시
스템 내용을 바꾸었다.
칭호: 패자 -〉패황
[모든 스테이터스가 +1씩 상승합 니다.]
[적을 처치할 시 그가 가지고 있 던, 격과 힘을 모두 강탈할 수 있 습니다.]
[필요 신성력: 50,00이
“좋았어!”
서준은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 뱉었다.
신성력의 소모 값이 어마어마하 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 효율은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