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권 14화
339화
혼돈의 힘이 아닌, 본연의 형태 로 모든 기운을 이끌어 낸 것은 이 번이 처음이었다.
제멋대로 날뛰는 기운에 온몸을 짜르르 울리는 충격이 퍼져나간다.
서준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아직 기운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차피 이 힘을 다루지 못한다면
패배한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믿는다.
투쟁은 결코 쓰러지게 허락하지 않을 터다.
때문에 무결에 도달할 수 있었다.
쩌적-!
그렇기에 앙그라 마이뉴가 휘두 르는 균열을 일으키는 강력한 힘에 맞설 수 있다.
‘완전무결의 기운.’
얻은 모든 힘을 한곳에 응집시킨 다.
어둠과 빛은 모든 것의 시작.
티탄, 용족, 그리고 흡수한 수많 은 힘을 거기에 담는다.
제멋대로 날뛰던 기운이 한자리 에 모여드는 순간 서준은 무결의 종착지인 ‘완벽’에 도달했음을 확신 했다.
이 은하에 오직 서준만이 다루고 생성할 수 있는 유일무이하면서도 찬란한 금빛의 기운이 번쩍인다.
혼돈마저도 집어삼킬 듯 들끓는 금빛을 보며 앙그라 마이뉴는 경악 을 금치 못했다.
‘이게 대체 무슨……!’
눈앞의 사내는 이레귤러라는 단 어 따위로 한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완벽기(完壁氣)는 아주 많은 우 주를 넘나들며 오래도록 살아온 앙 그라 마이뉴도 처음 보는 형태의 기운이었다.
난잡해 보이나 복합적이었다.
동시에 방향이 없을 것 같으나 그 힘이 흐르는 길 또한 명확했다.
번쩍이는 찬란한 금빛을 휘감은 타락한 엑스칼리버가 떨림을 토한 다.
우우웅-!
이후 뒤덮고 있던 껍질을 벗어던 지듯, 묵색의 검체가 일어나며 갈 라진다.
쩌저적-!
타락한 엑스칼리버의 안에서부터 피어난 것은 서준의 기운과 똑 닮 은 찬란한 금빛의 검날이다.
아니, 더 이상 타락한 엑스칼리 버라 칭할 수 없었다.
부정하지 않는다.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인이 자격을 갖추었다.
이제 어둠과 혼돈에 사로잡힌 마 신이 아니다.
무결의 신으로, 그보다 더 위대 하며, 특별한 힘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엑스칼리버는 그 기운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직접 받아들 였다.
우우웅-!
떨림을 토하는 찬란한 금빛의 검 신에 타오르듯 스파크가 일며 각인 되듯 글자가 떠오른다.
완전무결 (完全無缺).
무결을 넘어서는 단어.
본래 갖고 있던 완벽한 힘을 되 찾은 무결의 엑스칼리버가 서준의 의지를 따라 움직였다.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 격한 앙그라 마이뉴가 마른침을 꿀 꺽- 삼킨다.
‘새로운 신화!’
무수히 많은 은하에서도 유일무 이한 색과 형태를 띠는 기운의 창 조는 그야말로 신화의 탄생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준은 심지어 신화를 이룩하는 동시에 그를 상징하는 신물까지 단
숨에 만들어 내고 있었다.
100년도 안 산 인간이 이룩할 수 없는 압도적인 업적을 우주에 일필휘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결이라는 신명을 증명 하기라도 하듯이, 순식간에 몇 계 단이나 되는 격이 더 쌓아 올렸다.
‘진정……. 주신의 운명을 타고난 놈인가.’
앙그라 마이뉴는 서준의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전 우주에 이름을 떨칠 하나의 완성된 신화가 눈앞에서 만들어지 고 빛올 뿌리고 있다.
그를 따라 우주가 공명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발버둥을 쳐왔지만, 이 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길 수 없다.’
지금 한서준은 자신이 넘어설 수 없는 벽을 뛰어넘었다.
모든 것올 망가트리는 혼돈의 힘 마저 서준은 완전히 자신의 기운 아래로 복속시켰다.
이미 승자가 정해진 싸움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앙그라 마이 뉴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흐른다.
‘어차피 죽음보다 못한 삶.’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가 득 차오른다.
반쪽짜리인 앙그라 마이뉴일 당 시에만 해도 이 부정적 감정에 만 족감과 쾌감을 느껴왔다.
그러나 빛의 성향을 가진 아후라 마즈다를 흡수하고 나서부터는 아 니었다.
내면에서 계속해서 충돌하는 자 아들이 앙그라 마이뉴를 끝없이 괴 롭힌다.
마냥 만족스러울 줄 알았던 삶이 지옥이 되었다.
악의라는 본능대로 행동할 수밖 에 없지만 한 번도 행복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불행이란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 서 불행을 만들어가는 삶이다.
죽음이 두려울 리가 만무하지 않 은가?
그저 휘감은 혼돈의 힘을 단단하게 응집시키며 연신 휘두를 뿐이다.
폭음이 연달아 귀를 때리고 충격 으로 인해 입과 코에서는 붉은 선 혈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수없이 쏟아지는 연격 사이, 완 벽으로 나아가는 신이 괴성을 내지
르며 우주를 뒤흔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그라 마이 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서준 을 압박한다.
어느덧 주고받은 공방의 수는 억 대에 들어선다.
찬란한 금빛이 터져 나오며 회색 빛 혼돈의 힘을 가르고 뛰쳐나와 앙그라 마이뉴의 어깨를 꿰뚫는다.
앙그라 마이뉴가 자조적인 미소 를 흐른다.
‘이길 수 없다.’
터져 나온 핏줄기가 회색빛 세상 을 물들인다.
첫 번째 핏줄기는 시작에 불과했 다.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두르고 있던 혼돈의 장막이 갈라 졌고, 몸에 계속해서 상처가 늘어 간다.
앙그라 마이뉴는 그 놀라운 공세 에 저도 모르게 감탄을 홀렸다.
서준의 공격을 피할 수 없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결과가 정해진 공격.’
개연성 자체가 역전되어 있다.
본래 공격이란 손 혹은 무구에서
부터 출발하여 목표에 도달해 상처 를 입히는 것이다.
하나 서준의 공격은 이미 적중한 다는 것이 정해진 상태로 목표로 향한다.
피한다, 막는다는 법칙이 존재하 지 않게 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억지로 뒤트는 힘.
감사관 놈.이 다루던 가호(加護) 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서준은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힘 을 빌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주신(主神)된 자로, 스스로가 그 렇게 만들고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역전성을 가진 공격을 서준은 실시간으로 쏟아내 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성을 가 지고 펼치는 것은 아닌 듯했다.
‘본능에 의한 폭발.’
투쟁으로 이루어 낸 불굴의 의지 가 서준에게 기적과도 같은 힘을 선사한 것이다.
아마 이 싸움이 끝난 이후, 서준 은 지금의 경지를 다시 소화해내지 못할 터였다.
현재의 서준은 애초에 한계를 넘 어선, 말 그대로 기적과 같은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투쟁으로부터 솟아난 용기, 그리고 구원.
새로운 신화의 탄생이라는 우주 의 바람이 서준을 승리로 등 떠밀 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 모든 것이 의미 없는 행위는 아니다.
‘언젠가는 닿겠지.’
스스로 만든 신화다.
때가 된다면 찾아갈 수 있을 것 이다.
한서준은 그를 소화할 재능을 가
진 존재인 것만은 분명했으니 말이 다.
찬란한 금빛이 점점 더 강렬해지 며 앙그라 마이뉴의 숨통을 조여 온다.
‘사도로서 그 상황이 오게 내버 려 둘 수는 없지……
다시금 악의를 불태운다.
물러나지 않는다.
여기서 앙그라 마이뉴가 허무한 패배를 맞이하게 된다면, 이번에 벌어질 전쟁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끼어들게 될 것이다.
충성을 맹세했고, 스스로가 자처
했던 사도의 길인 만큼 그런 상황 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네놈이 가진 힘, 지금의 기억은 결코 기록되지 못할 거다.”
주고받는 공방 속, 비릿한 미소 를 흘린 앙그라 마이뉴가 이미 결 과가 정해진 공격을 흘려보냈다.
콰직-!
개연성의 역전, 가호가 소실된다.
이 말도 안 되는 힘을 끊는 방법 은 간단했다.
‘망각의 힘으로써 잊게 한다.’
분명 앙그라 마이뉴는 사용할 수
있는 힘을 모두 소모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두려워서 꺼내지 않은 것이다.
역량을 넘어서는 힘은 주인을 잡 아먹기 마련이다.
망각의 힘 또한 마찬가지다.
한계 이상의 힘을 사용하려 한다 면 제 주인조차도 완전히 잊게 만 드는 것이 망각이었다.
자신을 잡아먹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이 형용할 수 없는 힘에 대응할 방도 가 없었다.
어차피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단을 내린 앙그라 마이뉴가 자 신을 육신을 불사질러 마지막 불씨 를 피웠다.
망각의 힘으로써 시간이 흐른다 는 절대적인 법칙과 공간의 존재 자체를 지운다.
이성을 잃은 서준은 그런 놀라운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은 채 자신의 완벽을 끊임없이 펼쳤다.
‘잊게 하마. 네놈이 이뤄낸 완벽 을……
서준의 검과 앙그라 마이뉴의 주
먹.
완벽기와 혼돈의 힘이 어두운 우 주에 찬란한 빛무리를 흩뿌리며 충 돌했다.
하지만 공방 속 깎여나가는 것은 앙그라 마이뉴의 혼돈뿐이다.
마침내 서준의 손에 앙그라 마이 뉴의 혼돈이 완전히 걷히는 순간, 승기는 완벽히 기울었다.
후웅-!
몰아친 금빛의 바람과 함께 앙그 라 마이뉴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솟구치던 혼돈의 힘이 마구잡이 로 폭주하며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준은 이질 감을 느꼈다.
‘뭐지?’
걷어낸 혼돈의 힘에서 불쾌한 기 운이 쏟아져 나온 것은 그 직후였 다.
콰지직-!
우주가 단숨에 무너지는 듯한 광 경이 서준의 눈앞에 펼쳐졌다 사라 진다.
‘ 방금......?’
착각이 아니다.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벌어질
현실이었다.
직감에 가까운 미래를 보고 온 서준은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비릿한 미소를 홀리고 있는 앙그 라 마이뉴의 눈이 짙은 미소를 그 렸다.
“인정하마. 난 너를 넘을 수 없 다, 하나, 내가 다루던 힘이 무엇인 지 제대로 생각지 않은 것…… 그 게 네 평생의 실수가 될 것이다.”
그때가 되어서야 서준은 정복왕 이 말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망각!’
파괴와 광기, 그리고 망각.
고대의 신 혹은 아우터 갓이라 불리던 존재들이 다루는 힘.
그 강력한 힘은 맞닿는 것만으로 도 세계를 무너트릴 수 있다.
이어서 서준의 격을 소실시킬 것 이다.
잠시나마 엿보았던 우주가 무너 진 풍경은 바로 그런 망각에 의한 흔적이다.
앙그라 마이뉴가 펼칠 수 있는 마지막 필살의 수.
“함께 잊혀지게 되는 것이다, 크
하하!”
“아니.”
서준은 그 웃음을 단숨에 부정한 다.
그리고 단호하게 선언한다.
“잊혀지는 건 너 혼자야.”
망각의 힘은 강력하다.
분명 그 힘이 고대의 신에게서 뿜어져 나온다면, 가히 최강이라는 이름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말 을 들었다.
그러나 고작 빌려온 힘, 심지어 그 주체가 고작 앙그라 마이뉴에
불과하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 진다.
“결국, 반쪽짜리에 불과한 힘일 뿐이야.”
역린(逆M)과도 같은 말에 앙그 라 마이뉴의 두 눈에 분노가 치솟 는다.
“닥쳐라! 나는 하나가 되어 완벽 해졌다!”
“아니, 아직 한참 부족해.”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
직접 보여주면 그만이다.
서준을 휘감던 찬란한 금빛의 완
벽기가 더 강렬하게 회전하기 시작 했다.
우웅-!
엑스칼리버에게서 뿜어져 나온 힘이 망각의 힘을 가르기 시작한다.
“고작 이 정도로…… 망각을 막 을 순 없다.”
망각의 힘이 뒤섞인 혼돈의 힘이 날뛰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10여 초 도 되지 않았다.
그 시간이 흐른 후에는 일대의 모든 것은 잊힐 것이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앙그라 마이 뉴는 이 우주와 함께 서준을 통째 로 날려버릴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서준이 가진 힘은 지금 보인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내 근간은 무인(武人).’
무공.
중원 대륙에서 익히고 배운 무공 이 있기에서준은 빠르면서도 끝없 이 성장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펼친 힘에 무를 더한다.
‘무결검, 종언(終馬).’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