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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26화 (326/517)

- 14권 8화

333화

정신을 차린 서준이 천천히 숨을 내뱉는다.

“하아……

쿠구궁-!

그저 가볍게 내뱉은 숨에 세계가 반응하며 흔들린다.

이곳이 자그마치 정복왕의 성역 이란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기분이 어떤가?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었지.”

그런 서준에게로 먼저 다가온 이 는 라였다.

피식- 웃음을 홀리며 다가온 라 가 서준의 위에서부터 아래를 꿰뚫 듯 살폈다.

“솔직히 말하자면, 상당히 복잡 하네요.”

라의 물음에 짧게 답한서준은 홑어져가던 육신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스르륵 무너져 가고 있 는 정복왕에게로 향했다.

의지가 일어난 순간 육체가 도달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혼 자체가 도약한 느낌이었다.

의지와 육체가 하나가 되는 경지 를 넘어 영혼 자체를 다루는 듯한 감각이다.

“아......

서준의 품에 안긴 정복왕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터져나온다.

라의 불꽃을 흡수하여 열이 오른 것인지, 붉게 달뜬 볼가가 눈에 띄 었다.

그렇지만 눈빛은 어느 때보다도 반짝이고 있었다.

‘정복왕이라면서……

우주의 패자이자 모두가 두려워 하는 신격이 이렇게도 따뜻하고 감 정적인 눈빛을 보내오는 것은 언제 보아도 감회가 남달랐다.

“고마워.”

그 눈빛을 마주한, 서준은 오래 도록 생각해 왔고 꼭 전하고 싶었 던 말을 내뱉었다.

정복왕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 았다.

할 말이 없기보다는 감정의 격류

에 휘말려 어디서부터 운을 띄워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는 듯한 느낌 이었다.

“너한테는 늘 빚만 지네.”

“빚이 아냐, 내가 원해서 한 일 이잖아.”

정복왕이 고개를 내저었다.

서준은 그런 그녀를 보며 저도 모르게 욱신거리는 심장을 느꼈다.

해주고 싶은 말과 전해야 할 감 정이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우선은 푹 쉬어, 많이 지친 것 같은데.”

“그러면 사양 않을게.”

얼굴을 붉힌 정복왕이 배시시 웃 음을 터트리며 서준의 가슴팍에 기 댄다.

계속되는 정복왕의 호의와 그녀 를 향한 감정들에서준의 머릿속이 다소 복잡하게 얽힐 때였다.

“둘이 이렇게 돈독한 사이인 줄 은 몰랐군, 아주 좋은 상황이야, 이 로써 내가 한시름 덜 수 있겠어.”

그런 와중에 라가 옆에서 눈치 없이 끼어들고 있었다.

라는 굉장히 흡족하고 만족한 눈 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자신의 부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태양신께서 생각하는 그런 사이 는 아닙니다.”

“내가 자네와 같은 변명을 내뱉 는 이들을 몇 명이나 봐온 줄 아는 가?”

“저희는 절대 아닙니다.”

“일단은 그런 걸로 하도록 하 지.”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 간다고?”

작별을 고하는 서준의 말에 라의 두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도움은 감사했습니다만, 저는 태양신, 라를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 어렵게 생각할 거 없네, 나는 자네를 제법 오래 지켜봐 왔 네, 그리고 어깨를 나란히 할 자격 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확인했었네, 그러니까……

라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이었다.

쿠구구궁-!

우주가 다시 크게 진동했다.

서준이 주신으로 격상한 이후 일 어났던 진동과는 또 다른 굉음.

자연스레 서준과 라의 눈이 먼 곳을 향했다.

은하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은하 들.

그곳에 위치한 아주 거대한 은하 에서부터 무언가가 격동(激動)을 시작했다.

적어도 서준이 느끼기에는 그렇 게 느껴졌다.

“이건......

말로만 듣던 존재를 처음으로 감 지한서준의 심장 어림에서늘함이 차올랐다.

내우주에서도 강한 힘과 영향력 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신의 자리에 올라 모든 것을 얻은 듯한 충족감 과 함께 느꼈던 경외심의 근원을 이제야 정확히 목도한 느낌이었다.

“외부의 신, 아우터 갓.”

차가운 눈을 한 라가 서준의 의 문에 화답을 내려주었다.

“한 우주의 주신은 분명 위대하 네, 하지만 파멸의 존재로 전 은하 에 초월적인 존재감과 격을 발산하

는 존재는 그들뿐이지.”

“고대의 존재들이 섬기는 신.”

은하의 파멸을 불러오는 존재.

그들이 서준을 인식하고 움직이 기 시작했다.

“거리가 제법 된다지만 놈들의 능력을 생각한다면 시간이 그리 많 지는 않겠군.”

가늘어진 라의 눈이 서준을 빠르 게 훑는다.

“장난은 그만하고 진지하게 한 가지 묻지, 자네는 지금 자기 힘이 얼마나 강력하다고 생각하나?”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현명하군. 대개는 그 힘에 취해 자만하기 마련이지.”

싱긋 웃어 보인 라가 고개를 끄 덕였다.

“나보다도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겠어.”

“.2”

“처음 난 주신에 올랐을 때 홀로 저들과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 지.”

그것은 말 그대로 오만(微慢)이 었다.

곧바로 외부 신의 힘을 느꼈기 에, 라의 선언이 얼마나 허무맹랑 한지 서준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째서 정복왕 정도의 강자가 내 우주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그토 록 두려워했는지 서준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생 각이라는 걸 알고 있네.”

싱긋, 웃어 보인 라가 어깨를 으 쓱였다.

이후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그래서 말이네만, 자네의 정확

한 힘을 좀 알아봐도 되겠는가?”

서준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라를 바라보았다.

“가장 잘 다루는 힘은 혼돈, 하 지만 어둠을 만들 수 있는 마신의 힘과 빛을 상징하는 야훼의 광명의 힘, 거기에 나의 불꽃마저 품었지. 적어도 이 우주에서는 자네만큼 복 잡하면서도 강력하게 탄생한 주신 은 없었어. 솔직히 말하자면 난 자 네의 가능성을 무한에 가깝다고 보 고 있네.”

“무한.…”

“자네도 궁금하지 않나?”

서준이 대답 대신 고개를 주억이 는 순간이었다.

호륵....

피어오르는 불꽃과 함께 하늘 위 거대한 태양이 준동한다.

“같이 한번 알아보자고, 자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말이야.”

“우선 정복왕을 아벨에게 넘겨준 후에 알아봐도 괜찮겠지요?”

“ 얼마든지.”

흔쾌한 라의 대답에 고개를 주억 인 서준이 발걸음을 옮기었다.

우주 협회.

내우주의 중립 세력으로 자리 잡 아 수많은 외우주를 자신들의 실험 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만큼이나 강한 전력들을 보유하고 있다 자부 하는 거대조직에 침략자가 당도했 다.

당황할 것은 없었다.

애초에 우주 협회의 특성상 적이 아주 많았기에 이런 침공들은 이따 금씩 일어나는 일이었다.

물론, 대다수의 침략자는 우주 협회의 지부조차도 파괴하지 못했 다.

우주 협회는 외우주를 통제하고 실험을 벌이는 것으로 강력한 힘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지 식으로 군사를 창조시켜왔기 때문 이었다.

때문에, 전 우주에 곳곳이 뿌려 진 우주 협회의 본부에는 주신이 아닌 이상 결코 뚫을 수 없을 정도

로 방비가 튼튼히 되어 있었다.

갖가지 실험들로 축적해놓은 정 보와 지식 그리고 막강한 힘으로써 종의 정점이라는 용족을 강제로 탄 생시킨다.

아니, 그를 넘어서 전투에 특화 된 드래코니안이라는 종족을 만들 어냈다.

더불어 신화적 무구의 복제본을 만들기까지 했다.

내우주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 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우주 협회의 본부가 무너졌

다.

우주 협회가 자랑하던 창조물인 드래코니안은 영멸했으며, 신화 무 기들의 정보들을 기반으로 만들어 낸 무구들도 모조리 다 파괴당했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일이 온몸 을 암흑으로 뒤덮고 있는 채 나타 난 단 한 명의 존재에 의해 벌어진 일이란 것이었다.

“앙그라…… 마이뉴.”

팔과 다리는 짓이겨졌고, 몸 전 체가 피에 물든 채로 머리를 짓밟 힌 노인이 존재의 이름을 불렀다.

“우주 협회 본부장, 엔델레우스

여. 혹시 자네가 버려진 나에게 했 던 말들을 기억하나?”

앙그라 마이뉴의 눈에는 흉흉한 살의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아후라 마즈다에게서 떨어져 나 온 반쪽짜리.

처음 태어났을 당시에 앙그라 마 이뉴는 엔델레우스와 그가 다루는 군세 앞에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당시 그는 선택해야만 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것인가, 아니면 우주 협회와 손을 잡고 그 들의 개가 되어서 살아갈 것인가?

억지로 계약을 체결하게 된 당시

의 공포와 굴욕감은 평생을 가도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수천 년을 묶여 살아왔 다.

잔꾀를 내어 도망치려 해봤지만, 우주 협회가 붙여놓은 감사관의 시 선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 다.

놈들의 계획에 따르며 마지못하여 살아왔다.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노리며 참 고 참아낸 것이다.

“헌데……. 운이 좋게도 감사관 이 죽고 우주의 균형이 깨지며 많

은 변화가 찾아왔지.”

“내 실수지……. 네놈 같이 악의 에 가득 찬 존재는 미리 죽여 뒀어 야 했거늘……

과거, 엔델레우스가 앙그라 마이 뉴를 거두어들인 이유는 하나뿐이 었다.

아후라 마즈다라는 주신(主神)에 게서 탄생한 존재가 가진 가능성.

강한 힘과 끝없는 지식들을 탐내 는 우주 협회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것보다도 매력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앙그라 마이뉴는 살아

남을 수 있었고, 종국에는 이렇게 다시 엔델레우스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알면서 왜 행동하지 않았지? 멍 청하군.”

“끄으읍-!”

으깨진 팔을 이제는 형체조차 알 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짓밟 는 앙그라 마이뉴의 입가로 웃음이 흘렀다.

“우리는 궁금했을 뿐이다. 네놈 과 같이 거대한 그릇을 가진 악의 가 힘을 갖게 되면 어떻게 변화할 지 말이야. 실제로도 이렇게 답을

얻어내지 않았나?”

고통스런 와중에도 엔델레우스의 입가는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우리가 축적한 이 지식은 너머 의 은하에 있는 우주 협회의 본거 지인 지식의 보고로 향하게 되겠 지.”

우주 협회는 아주 거대한 조직이 었다.

이 웅장한 우주 협회의 본부조차 도 사실 본부의 탈을 쓴 일종의 지 부에 불과했다.

머나먼 은하에는 지식을 갈망하 고 탐구하는 우주 협회의 본거지가

따로 있었다.

“그리고……. 지식을 얻은 그들 은 나의 죽음을 앙갚음하기 위해서 라도 자네에게 복수하겠지.”

“확실히 지금의 나로서는 그 상 황이 조금 두렵기는 하겠군.”

내뱉는 말과 달리, 입가로는 비 릿한 미소를 흘린 앙그라 마이뉴의 시선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우주에 위치 차원, 안드로메다 는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수많은 용족과 앙그라 마이뉴의 전투로 곳곳이 무너지고 파괴되었 으며 사방에서는 불꽃이 만연하고

있었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로 바다를 이룬 상태였다.

“하지만 이 몸 또한 주신이 된다 면 어떨까?”

“크흡…… 쿨럭! 크하하!”

앙그라 마이뉴의 물음에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엔델레우스가 피를 토하며 웃었다.

“스스로의 상태를 잊은 것이냐, 앙그라 마이뉴. 반쪽짜리에 불과한 네놈은 절대 주신이 될 수 없다. 크흐흐...

“맞아,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야

훼의 광명과 고대의 힘이 있지.”

앙그라 마이뉴가 품은 격과 힘은 분명, 엔델레우스가 기억하던 과거 와 많이 달랐다.

실제로 그는 우주 협회의 본부에 있는 수호룡과 드래코니안들을 모 조리 무찌를 만한 힘을 가지지 않 고 있었다.

분명 강해지긴 하였지만 결국 앙 그라 마이뉴는 완성될 수 없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결국 네 놈의 진정한 반쪽인 아후라 마즈다 의 빛을 대체할 수는 없지, 네놈도 알고 있을 텐데?”

앙그라 마이뉴를 바라보고 있는 엔델레우스의 입가에 조소가 흐르 고 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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