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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25화 (325/517)

- 14권 7화

332화

이미 비슷한 경험을 수차례 겪어 봤기에서준은 순순히 그 힘을 완 전하게 받아들였다.

‘혼돈의 힘이 흡수되고 있어.’

서준이 품고 있던 혼돈의 힘과 새로이 빚어진 육체가 처음에는 견 제하듯 부딪치는가 싶더니 이내 하 나가 되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라의 태양의 힘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

이 불꽃이야말로 계속해서 주인 을 잡아먹으려 하는 혼돈의 힘을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되찾을 수 있어.’

지금이라면 집어삼켜졌던 육신과 영혼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사실을 알기에 정복왕 또한 라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운을 흘려 넣고 있는 정복왕은 감정의 동요를 느끼고 있었다.

정복왕은 서준에게로 기운을 전 하면서 확실하게 알 수 있었기 때

문이었다.

‘깨어 있었구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마음이 애석하게도 지 금 서준에게는 정복왕의 메시지에 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서준은 침묵을 지켰고, 대신하여 정신을 집중했다.

‘반드시 직접 전할 거야.’

정복왕이 만들어 준 소중한 기회 를 놓치지 않을 셈이었다.

육신을 재구성한 라의 불꽃이 처 음으로 시작한 일은 흩어져 가던

서준의 영혼을 다시 불태우는 것이 었다.

흐릿했던 정신이 또렷하게 되돌 아온다.

‘지금이라면!’

서준이 황급히 육신을 깨우려 했 지만, 라의 불꽃은 그를 허용해줄 생각이 없었다.

기꺼이 만들어 낸 육신을 다시 부순다.

쾅-!

홀로 귓가에 들리는 폭음과 함께 서준은 영혼 자체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이 전해진다.

점점 뚜렷해지던 의식을 느끼고 있던 서준의 머릿속이 단숨에 백지 장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이처럼 끔찍한 고통은 난생처음 이었다.

처음 상단전을 뚫을 때는 물론, 정복왕에게 무공 수련을 받던 때도, 강제로 혼돈의 힘을 폭발시켰을 때 도 이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중원 대륙으로 차원 이동 당하였 을 때, 전장에서 포로로 잡혀 고문 을 당하던 시절에도 이보다는 나았다.

그렇게 의식이 다시 암전되기 직

전, 육신의 수복이 빠르게 이어졌 다.

‘끄아아아-!’

서준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다시 그릇이 부서진다.

콰광-!

부서지고, 만들어지고를 반복되 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고통은 그야 말로 끔찍했다.

먼저 정신을 깨워놓지 않았다면, 견디지 못하고 영멸을 맞이했을 만 한 고통이었다.

적응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수십, 수백 번의 끔찍한 고통이 연이어졌다.

육신이 부서지는 고통은, 언제 겪어도 늘 어색했고 끔찍했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죽 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떻게든 버텨낼 거야.’

정복왕, 우주의 패자라고 불리는 그녀가 수개월에 달하는 시간 동안 서준을 살리기 위해 준비하고, 다 른 신격에게 고개까지 숙이며 부탁 해서 만들어낸 기회다.

고작 이런 고통 따위에 져서 굴 복하여 놓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지구에 있는 가족, 수많은 동료 와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단언한 차 원들.

‘절대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죽음으로 인해 잃을 것이 너무나 많았다.

때문에서준은 살아남아야 했다.

‘끄아아아—!’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내지르면 서도 서준은 의식을 놓지 않았다.

거대해진 혼돈을 집어삼킬 때처

럼 지독한 집념을 일으켰다.

이 끔찍한 고통도 평생을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딘가에 끝이 있다면,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서준에게 있어서는 마치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 계속되고 있 을 때였다.

“ 오오......

차분한 눈으로 서준의 그릇이 변 화하는 것을 지켜보던 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준의 육신으로부터 적색 그리고 흑색과 백색의 빛이 뿜어져 나

오며 허공으로 샘솟는다.

이어서 샘솟은 삼색(三色)의 기 운은 서준의 머리 위를 몇 번이고 빙글빙글 돌며 휘감더니 벼락처럼 쏘아져 내린다.

쿠구구궁-!

정복왕의 성역이 흔들린다.

‘아니, 이건……1’

우주 전체가 떨고 있었다.

새로운 패자(O者)의 탄생을 경 외하듯 크게 진동하고 공명했다.

라의 전신에도 소름이 돋아나며 전율이 일었다.

“해냈어, 해냈구나!”

주먹을 꽉 쥔 라의 외침이 거대 하게 터질 무렵이었다.

파앙-!

세상을 뒤덮을 정도로 강렬한 빛 을 뿜어내고, 그를 빠르게 집어삼 킨 서준의 감겨 있던 눈동자가 크 게 뜨였다.

우주에 새로운 주신(主神)이 탄 생한 순간이었다.

서연은 어떻게든 앞서나간 서준 을 따라잡겠다고 맹세했다.

그래야지만 스스로 내뱉은 말을 지킬 수 있었으니 말이다.

서준의 성장을 지켜봐 온 이들 은,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 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서 그 말 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축하드립니다, 이로써 외우주의 어떠한 군세도 만마군의 앞길을 막

아설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어둠에 집어삼켜지고 있는 마지 막 티탄의 모습을 확인한 마몬은 조심스레 옆으로 다가와 축하의 말 을 건네 왔다.

더 이상 이 우주에 만마전(萬魔 殿)의 군단에 대항할 군세는 없었다.

스스로가 고귀하다고 칭송하던 천사들, 경외받던 티탄, 종의 정점 이라 불리던 용족과 그들을 비호하 던 수호룡가지.

모두가 폭식의 마왕의 한 끼 식 사거리로 전락했다.

기쁨을 느낄 틈도 없었다.

“아직 멀었어.”

당장 서준의 힘에 도달한 것은 아니었다.

쫓아가야 할 대상은 아직 멀리 있고, 이곳에서 멈춰 설 수는 없었다.

다행히도 아직 폭식의 재료가 모 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위명을 떨치고 있던 우주의 강자 들을 모두 집어삼켰지만, 모든 존재를 먹어치운 것은 아니란 말이다.

힘이 강해질수록 확연하게 느껴 지고 있었다.

우주의 구석 편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강력한 존재들이 말이다.

여태까지 그래 왔듯이 진군에 망 설임은 없었다.

중간중간 주제도 모르고 길목을 막아서려는 이들이 있었지만 모두 어둠에 집어삼켜질 뿐이었다.

마침내 강력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던 이들 중 하나가 숨어있는 차 원에 당도할 수 있었다.

한데 기이하게도 강력한 존재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돌아가라.]

그저 나지막이 의지를 전달해올 뿐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목소 리의 뜻에 대항할 수는 없었다.

끌고 온 만마전의 군단과 함께 판데모니움으로 돌아가고 있던 서 연은 문득 자신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내가 군단을 회군시켰다고?’

본래 서연의 목적은 저 강력한 존재를 집어삼키는 것이었다.

한데 고작 말 한마디에 군대를

물린 것이다.

‘정신계 공격을 사용한 건가?’

잠시 의문이 떠올랐지만, 사실 서연은 이미 그에 따른 답을 알고 있었다.

‘……내가 겁을 먹었다니.’

대체 얼마나 강력한지 몸을 숨기 고 있던 존재는 서연과 만마 군단 의 기세를 가볍게 홀려보내고는 완 전히 압도하기까지 했다.

냉정하게 판단해야만 했다.

‘놈이 나보다 강해.’

부정하고 싶은 현실에 미간이 찌

푸려진다.

폭식의 마왕으로 수많은 우주의 강자가 가진 힘을 집어삼켜 그릇을 깨고 충분히 강력해졌다고 생각했 다.

내우주의 신격이 쳐들어온다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 대적할 수 있 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럼에도 외우주에 숨어있던 존재 하나에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가진 폭식의 힘을 모두 끌어낸다 면 결과는 또 모를 터다.

그러나 스스로의 이성조차 폭식 의 힘에 지배당한 존재는 괴물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승리를 쟁취해봤자 무엇 이 남는단 말인가?

오히려 쫓아가야 할 목표에서 멀 어질 뿐이었다.

‘놈은 대체 뭐지?’

새삼 차원에서 움츠리고 있던 존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마몬이 말하길, 지금의 서 연은 폭식의 힘을 모두 개방하지 않더라도 외우주에서는 더 이상 적 수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였 다.

단순히 기분을 띄워주기 위한 말 따위가 아니었다.

헌데도 불구하고 마주했던 존재 와 싸울 용기가 일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 존재의 힘이 마몬이 경계하는 주신들에 근접하거나 동 급일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 우주에는 주신이라 불리는 존재가 없다고 했는데? 설 마…… 내우주에서 넘어와 침공하 려는 존재인가?’

간혹 가다 외우주에서도 주신이 탄생한다.

그러나 그들이 움직이는 일은 흔

치 않았다.

갑작스럽게 주신이 인과율에 끼 어들면 힘의 균형이 무너져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재앙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우주에 존재하는 신 격들의 입장에서 그런 행동은 일종 의 침략에 가까운 것이었다.

다른 신격들이 이를 방관하고 있 을 리가 없었다.

‘주신은 아니야.’

고민에 빠진 서연은 고개를 내저 었다.

애초에 저 존재가 정말로 주신이

고, 침공을 목적으로 침략해온 것 이라면 구태여 저렇게 몸을 숨기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몸을 숨기고 있던 존재에게서는 신성력이 느껴지지 않 았을뿐더러, 경외심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주했을 당시에 느꼈던 것은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공 포와 광기뿐이었다.

결단코 그 존재는 신격이라고 볼 수 없는 존재였다.

‘차라리 괴물에 가까웠어.’

가진 정보와 지식으로는 마주했 던 존재에 대해서 어느 것도 확신

할 수는 없었다.

하나 확실한 것은 강력한 존재는 마주했었던 내우주의 신격들의 힘 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는 것이 었다.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이길 수 없었다.

자리를 비우고 있는 서준이 돌아 온다고 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 강한 존재의 도움이 필요해.’

고민을 이어가자 한 명의 얼굴이 떠오른다.

과거, 내우주의 신격들을 쫓아

내주었던 정복왕.

마몬이 말하길 그녀는 내우주에서도 패자(W者)라 불리는 강자라 고 했었다.

오빠인 서준과의 정확한 관계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그녀는 분명 서준의 편에서서 전장에 함께했었다.

적어도 무작정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복왕을 찾아가야 해.’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으로써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고개를 주억인 서연은 걸음을 옮 겼다.

육체는 하나의 우주다.

그런 육체가 부서지고 복구되길 반복하는 것은 하나의 우주가 공명 하며 부서지고 재탄생하는 것이다.

혼자만의 세계였던 소우주가 계 속해서 폭발함으로써 무수히 많은

별을 만들어내고, 이제는 대우주(大 字雷)가 되어간다.

이러한 과정을 직접 느낀 본인의 기분을 감히 무어라 형용할 수 있 을까?

서준은 전신에 차오른 전율이 머 리를 지나 뇌 속까지 짜릿하게 울 려 퍼지는 감각을 느꼈다.

‘우주가……

손끝을 휘두르면 잡힐 것처럼 느 껴진다.

마음만 먹는다면 세상의 모든 것 을 원하는 대로 휘두를 수 있을 듯 하다.

정말 우주의 만물(萬物)을 지배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째서 진 (Gene) 이 주신이라는 자리를 그토록 갈망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차오르는 충족감을 느낀 서준이 눈앞의 우주를 잡아 쥐고 휘두르기 위하여 손을 뻗는 순간, 모든 것들 이 한도 끝도 없이 멀어져 버린다.

순간적인 변화에 깜짝 놀라면서 도, 서준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닿을 것 같으면서도 닿을 수 없 는 건가.’

분명 서준은 이 우주에 있어 몇 없는 주신의 자리에 부족함이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홀로 만물 을 발아래 두고 주무를 수 있는 것 은 아니었다.

‘주신은 나 하나만이 아니니까.’

우주가 멀어졌던 그 순간, 서준 은 외우주의 존재들을 순간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드넓은 우주에는 제법 많은 주신 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끝을 봤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우주는 주신의 눈으로도 끝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심지어 영원한 확장이 이루어지 고 있었다.

‘대단했지.’

감탄을 넘어서, 기이한 경외감과 동시에 두려움마저 느꼈었다.

순간적으로 느낀 수많은 감정을 추스른 순간, 떠돌고 있던 의식이 육신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 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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