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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21화 (321/517)

- 14권 3화

328화

검은 기운이 회색빛 하늘을 가로 지르고 있었다.

화아악……

폭음과 함께 뒤로 밀려난 가늘어 진 붉은빛 시선이 다음 움직임을 쫓으려는 찰나, 사방에 어둠이 내 리깔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퍼져나간 어둠은 활짝 펼친 날개가 되더니 뱀처럼 몸을 휘감았다.

어둠 너머, 검은 머리카락이 허 공에서 흩날리는 모습을 확인한 붉 은빛 시선이 손을 뻗었다.

쿠구궁...

폭음과 함께 대기가 진동하며 거 대한 먼지구름을 자욱하게 피웠다.

이윽고 먼지가 가시고, 칠흑처럼 검은 머리카락과 그를 똑 닮은 눈 동자를 가진 여인의 신형이 쓰러져 간다.

“커헉, 케흑.”

가슴을 부여잡은 채로 당장이라 도 토악질을 할 듯 거칠게 숨을 쏟 아내는 그녀를 내려다보는 이는 탐

욕의 마왕, 마몬이었다.

화려했던 비늘 곳곳에 일어난 균 열, 생기 넘쳤던 날개에 생겨난 상 흔들.

치명적인 상처는 없었지만, 마몬 역시 몰골이 좋다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악마를 상징하는 붉은빛 시선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고 드 래코니안의 증표와 같은 두 뿔 또 한 굳건하기 그지없었다.

마몬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인 을 응시한 채로 짧은 침묵을 지키 고 있을 때였다.

칠흑과 같았던 여인의 흑발이 점 점 더 옅어져 간다.

뒤를 이어 일대를 검게 물들였던 어둠 역시 자취를 감췄다.

“ 후우......

거친 숨을 간신히 가다듬은 여 인, 서연이 천천히 시선을 치켜떴 다.

비록 육신은 지쳐있었지만, 눈빛 에는 여전히 강한 투지가 어려 있었다.

“훌륭하십니다.”

서연을 바라보며 피식 웃은 마몬

이 말했다.

이건 단순한 싸움이 아니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서연을 단련시키기 위한 수련이었다.

자칫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는 다소 과격한 수련법이었지만 서연은 받아들였다.

이보다 더 좋은 수련법을 찾으라 면 찾겠지만, 판데모니움에서 오직 전투와 투쟁의 삶을 살아온 마몬은 이런 방식의 수련밖에 알지 못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간의 육신을 가진 서연이 마몬의 수련법을 견뎌 내고 있었다.

고된 전투를 거듭할수록 서연은 확실히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마치 전투를 위한 존재로 태어 나신 것 같군요, 확실히, 평범하다 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살아왔지만 이런 기이한 재 능은 저도 처음 봅니다, 하지 만……

마몬이 뒷말을 흘렸다.

“지금 우리의 목표는 초월(超越) 의 경지. 이런 성장 속도로는 목표 까지 백 년에 달하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마저도 우주를 통틀어서도 손

에 꼽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지만 지금 서연이 바라보고 있는 대상은 이런 속도로 쫓아갈 수가 없는 존재였다.

“안 돼, 너무 늦어.”

미간을 찌푸린 서연의 모습에 마 몬이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주억인 다.

“해서……, 한 가지 수련법을 제 안하고 싶습니다.”

“다른 수련법이 있는 거야?”

서연이 숨을 몰아쉬며 물음을 던 졌다.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서연

님만을 위한 수련법입니다.”

“나만이 가능한 수련법?”

마몬이 조심스레 고개를 주억인 다.

지금 서연은 고된 전투를 거듭해 나갈수록 강력해지고 있었다.

비단 서연뿐만이 아니었다.

마신이라 칭송받고 있는 서준 또 한 마찬가지였다.

마치 전투와 투쟁을 위해 태어난 존재처럼 전투가 고될수록 강한 힘 을 얻는 것이 남매의 특징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건 강

한 힘, 무(武)를 갈구하는 존재에게 는 큰 축복이었다.

그리고 마몬은 이러한 재능을 살 릴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다소 위험성이 동반되는 길이긴 하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성공만 한다면 가장 빠른 길이라 고 장담할 수 있었다.

마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진 다.

“단순히 수련하는 것은 끝입니 다. 이제 생사결(生死決) 싸움을 벌

일 수밖에요.”

서연은 단순히 고된 전투를 하는 것으로 무서울 정도의 성장세를 보 이고 있었다.

여기서 사생결단의 전투를 벌이 게 된다면.

‘폭발적인 성장세는 떼 놓은 당 상이다.’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마신, 서준이 보여준 선례가 있기에 그것만 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원하는 경지에 도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서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진 다.

생물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낀 것이 다.

“당연흐],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 다.”

침묵을 지키는 서연의 모습에 마 몬이 황급히 뒷말을 내뱉는다.

손사래를 치는 모습에 다급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저 빠른 길을 찾고 계신 것 같아서 말씀드려봤을 뿐입니다.”

“아니, 네 말이 맞아.”

고개를 내저은 서연이 천천히 몸 을 일으키며 눈을 빛냈다.

“이런 식으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어.”

서연이 바라보고 있는 기둥은, 드넓은 우주에서도 단연 최고의 성 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고작 손에 꼽히는 정도로의 속도 로는 쫓을 수 없었다.

‘오빠가 그랬듯이……:

원하는 바를 위하고, 지키기 위 하여 목숨을 건다.

지금처럼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 는 절대 서준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제야 서준이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무게감이 조금이나마 실감이 난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짐을 나눠 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자신의 언 행이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렇기에 일어서서 나아갈 것이 다.

“반드시……. 내 의지를 보여주 겠어.”

“좋은 눈빛입니다.”

마몬의 입가가 호선을 그린다.

그 역시 서연의 성장을 바라고 있었다.

마신의 세력이 강해진다는 것은 판데모니움의 영향력이 그만큼 강 력해진다는 것이다.

당장은 현 우주의 패권을 판데모 니움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허나 마몬은 고작 이런 외우주에서 만족할 수 없었다.

‘더 넓은 세계, 우주를 손아귀에 넣어야 한다.’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탐욕을 억누르고 있던 마몬에게 드디어 절 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솟구친 욕망은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었다.

변화의 시대가 찾아온 지금 마신 을 등에 업은 채로 모든 차원을 집 어삼킬 것이다.

“앞으로 2개월.”

때문에 마몬 역시 기한을 잡았다.

서연이 지금 상격의 신에 도달하 는 데까지 1개월이라는 시간을 소 모했다.

빠르다면 빨랐지만, 그를 완전히 소화하는 데에는 더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안에 그릇을 부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몸을 일으키고 있는 서연의 얼굴 에는 굳은 의지가 타오른다.

그 눈빛을 바라보고 있는 마몬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흐르 고 있었다.

“곧바로 싸울 수 있는 적합한 상 대를 찾겠습니다.”

현재 내우주에는 세 개의 세력이 존재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패권을 쥐고 있 었던 정복왕, 분쟁을 바라고 강한 힘을 갈망하는 진(Gene)의 신격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립을 유지한 채로 조용히 힘을 규합하고 있는 신격들까지.

그리고 요즘 내우주에서는 수많 은 신격이 언급한 세 개 세력의 동 태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평화로웠던 우주에 대혼란이 찾아왔기 때문이 었다.

침묵을 지키며 중립을 유지해왔 던 신격들도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노선을 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의문이 따라 온다.

세 개의 세력 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세력은 어느 쪽일까?

다행히도 답을 내리는 것은 어렵 지 않았다.

지금 내우주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중립 세력, 그중에서 도 수많은 신격을 거느리고 있는 케메트(Kemet)의 태양신, 라는 현 재 패자(霜者) 후보로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근본적으로 태양신, 라는 그 신 화의 규모 자체가 달라 다른 신과 는 기본적으로 격이 달랐다.

거기에 호적수인 정복왕은 어느 날부터 침묵을 지키기 시작했고,

진의 멤버들은 대다수가 영멸당했 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헛소리지.”

황금의 식탁 위에 차려진 휘황찬 란한 음식들과 각종 음주거리를 눈 앞에 둔 채 태양의 의자에 앉은 라 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괴고는 혼잣 말을 중얼거린다.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의 첫 번째 자식인 공기의 신, 슈와 습기의 여신 테프누스가 물어 왔다.

“지금 연회에서 들리는 말도 안 되는 아부들 말이야.”

현재 우주의 패권을 쥔 패자는 라다.

라의 불꽃은 정복왕의 혼돈조차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우주의 어떤 신격조차 도 두렵지 않다고 떠들어대는 꼴을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다 못해 화 가 날 지경이었다.

“유례없던 혼란의 시기인 만큼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어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마음의 안정은 수련으로 이뤄야 지, 왜 나에게 기대는 것으로 안정 을 찾으려는지 모르겠군……

“아버지.”

테프누스가 황급히 고개를 내저 으며 라의 뒷말을 끊어낸다.

못 들은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지만, 눈과 귀가 완전히 먹은 이 들은 아니었다.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신격들 모 두가 동맹을 자처하며 라를 찾아온 이들이었다.

괜한 소리로 화평이 깨질 수가 있었다.

물론, 라는 화평 따위 아무런 의 미가 없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력을 규합하고 있는 테 프누스의 입장에서는 이런 삐딱한 라의 태도는 다소 머리가 아플 수 밖에 없었다.

‘이번 기회에 내우주를 우리 케 메트인이 확실히 지배해야 해……

계속 중립을 지키고 있었다면 모 를까, 이렇게 세력을 규합했다면 더 이상 방관만 할 수는 없었다.

수많은 적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주요 전력인 라는 이런 싸움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듯 과거처럼 방관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걱정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은 비단 테 프누스뿐만이 아니었다.

내우주로 넘어오지 못한 몇몇 케 메트의 신격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 현재의 사태를 조마조마하게 바 라보고 있었다.

일부 신격들은 라의 태도에 불만 이 쌓이고 있었다.

심지어 신격 중에는 뒤에서 몰래 라가 힘을 잃었다는 헛소문을 내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당연한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지만, 라는 여전히 태평하고

권태로워 보였다.

‘……어리석은 것들.’

직접 말하지 않고 있지만, 표정 에는 숨길 수 없는 불쾌함이 어려 있었다.

그를 읽은 테프누스가 다급히 라 를 진정시키려 한다.

라는 충분히 그 기색을 읽었으나 개의치 않아 했다.

테프누스를 비롯한 다른 걱정 많 은 신들의 염려가 그러하듯, 라의 이러한 태도 또한 어쩔 수 없는 종 류에 속했다.

‘정말로 어리석단 말이야.’

한 번도 직접 겪어본 적이 없으 면서, 정복왕이 잠시 침묵을 지킨 다는 이유로 그가 가진 힘을 무시 하고 있었다.

‘내 불꽃이 정복왕의 혼돈을 집 어삼킬 수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만약 정복왕이 그 정도 힘밖에 가지고 있지 못했다면 고대의 존재 들은 진즉 내우주를 침범하려 했을 것이다.

‘기본적인 상식조차 없는 것들.’

애초에 상식이 없었기에 지금처 럼 내우주의 신격들이 힘을 겨루고

편을 가르는 어리석은 행위를 보이 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찾아올 혼란을 생각하 고 걱정한다면 내부에서 싸울 것이 아닌 외부의 적들을 신경 써야 했 다.

이런 편 가르기는 아무런 득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등을 맡기고 싸울 수 있는 현명한 아군이 필요해.’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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