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23화
323화
굳이 과녁을 늘리면서까지 덩치 를 키운 데는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고대의 힘이 파훼됐다고?’
녹빛 반지, ‘디멘션 워커’에 담긴 고대의 힘은 단순히 이동 능력으로 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원한다면 육신에 둘러 그 힘을 적용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당당히 덩치를 키웠고,
힘 싸움을 걸었다.
그런데 그 싸움에서 보기 좋게 패배한 것이다.
‘ 어째서……?’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우라 노스의 팔에 생긴 자상에서 새하얀 빛이 홀러나오기 시작한다.
세계의 일부가 찢어질 정도로 강 력한 공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 라노스의 육신은 다시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
그 정도는 예상하였기에서준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
‘역시 이정도 공격으로는 소용이
없네.’
일순간 적으로 찢어낼 수는 있었지만, 육신 자체가 붕괴할 정도로 큰 상처는 아니었다.
그런 얕은 상처는 방금처럼 엄청 난 재생력으로 회복될 뿐이었다.
‘역시 파괴력이 부족해.’
새로 익힌 힘이 필요했다.
서준이 계산을 마쳐 가고 있는 사이, 거세게 흔들리던 우라노스의 눈빛은 평소와 같이 굳건하게 되고 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단순한 혼돈이 아니었군, 네놈 도 고대의 힘을 가지고 있었나?”
고대의 힘이란 것은, 말 그대로 아주 오래전 사용되었던 힘이다.
달리 말하자면 모든 힘의 시작점 이었고 동시에 종착지였다.
최상위 신격마저 더 높은 차원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힘이란 말이 다.
그렇기에 우라노스의 디멘션 워 커에 담겨 있는 힘은 비록 편린으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평범한 힘 따위가 맞먹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뚫렸고, 패배했다.
“생각해 보면 그리 당황스러운 것도 아니군, 네겐 가능성이 차고
넘쳤으니 말이다.”
한서준은 포악한 혼돈의 힘을 인 지하는 순간부터 다뤄냈던 괴물이 다.
익숙하게 혼돈의 힘을 다뤘던 그 재능을 생각한다면, 고대의 힘의 작은 편린 정도는 충분히 피웠을 것이다.
우라노스는 한숨을 내쉬며 하늘 을 뚫을 정도의 덩치를 성인 남성 의 크기만큼 작게 줄였다.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면, 굳이 과녁의 크기를 늘릴 필요는 없지.”
얼굴을 굳힌 우라노스가 자세를
다잡는다.
그의 몸 주변에는 티탄을 상징하 는 푸른 기운과 야훼를 먹고 생긴 찬란한 백색의 빛, 마지막으로 녹 빛 반지에 흘러나온 고대의 힘이 맴돌았다.
“지금부터는 숨기는 것 없이 전 력으로 가주마, 널 인정하기에 내 가 가진 힘을 모두 쏟아낼 것이다.”
“너만 숨긴 힘이 있다고 착각하 는 건 아니지?”
조소를 지은 서준은 빠르게 이동 하며 우라노스의 머리를 터트릴 듯 한 기세로 주먹을 내뻗는 순간이었
다.
콰아아아-!
거대한 외침과 함께 새하얀 빛이 서준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를 막아서기 위해 양팔을 교차 해 호신강기를 펼친 서준의 몸이 뒤로 홀쩍 밀려났다.
이어서 새하얀 광명은 하나의 형 체가 되어 우라노스의 등 뒤에 우 뚝 선다.
한 쌍의 찬란한 날개.
마치 천사들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았다.
“네놈만 극광속(極光速)에 도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등 뒤에 달린 날개는 우라노스의 말에 화답하듯 공명음을 토했다.
이어, 날개가 활짝 펼쳐지더니 서준에게로 쏘아졌다.
‘빨라!’
공간을 찢어내고 다가오는 듯한 속도.
쇄도해오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 서준이 발을 놀렸지만, 우라노스는 그를 놓치지 않는다.
결국, 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우라노스의 정면을 향해 달려들 수 밖에 없었다.
파악-!
이어진 공방에 거대한 충격파가 퍼져나간다.
그 충격파만으로도 대지가 찢어 지고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
‘야훼가 가지고 있던 빛의 힘을 얻은 덕인가?’
움직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다.
눈앞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우라노스가 서준의 머리 위에서 모 습을 드러낸다.
우라노스가 양손을 말아쥐어 주 먹을 망치처럼 만들며 서준을 향해 내려친다.
혼돈의 장막을 펼쳐 위력을 줄일 수 있었지만, 내리치는 주먹의 힘 을 모두 상쇄시키기에는 역부족이 었다.
결국, 우라노스의 주먹이 서준의 머리를 으깨버릴 듯 떨어진다.
콰앙-!
뇌가 흔들리며 순간적으로 시야 가 흐릿해진다.
그러나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 었다.
덩치가 작아져 생긴 페널티도 분 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우라노스의 공격은 여기 서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시 온다!’
광명의 날개를 펼친 우라노스가 서준을 향해 다시 쇄도했다.
서준이 피하기 위해 보법을 밟으 려 하는 순간 우라노스의 입가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서준은 자신의 주변에 일 어난 세계의 균열과 그 안에 펼쳐 진 끝없는 어둠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세계의 심연은 감히 끝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쾅-!
결국, 우라노스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은 서준의 신형이 허공을 날 았다.
“내가 가진 것은 티탄의 힘과 광 명뿐만이 아니다.”
날개를 펼친 우라노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이 상태로 영멸(永滅) 시켜주 마.”
우라노스가 날개를 넓게 펼치며
날아오르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푸른빛 기운이 응집되어간다.
녹빛 반지, 디멘션 워커에서 흘 러나온 힘은 세계에 균열을 만들어 퇴로를 막아서고 있었다.
우라노스가 다루는 힘에 곧 세상 이 집어 삼켜지고 있었다.
허공을 노닐고 있는 서준은 생각 했다.
‘이게 놈의 전력일까?’
아니, 아직 힘이 남아 있을 것이 다.
실제로도 응집된 푸른빛 기운은 갈수록 거대해져 가며 하늘을 뒤덮
고 있었다.
정말로 이 우주 전체가 우라노스 의 지배하에 놓인 듯한 풍경이다.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세계와 파 괴를 위해 만들어진 티탄의 힘이 서준의 내면에 두려움이라는 감정 을 만들 찰나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네.’
우라노스의 본신 조차도 생각 이 상으로 강했다.
거기에 야훼의 광명과 고대의 힘 이 더해졌다.
‘가장 위대한 티탄……. 말 그대 로인가.’
그래서 입가로 미소가 흘렀다.
‘진의 다른 멤버의 개입 없이 우 라노스만을 만나 쓰러트릴 수 있어 서 정말 다행이야.’
우라노스는 강하고, 그가 힘을 다루는 능력 역시 놀라웠다.
하지만 상성이 너무 좋지 않았다.
아무리 강대한 힘을 다룬다고 할 지라도, 저렇게 한 점에 집중시켜 준다면 서준은 그를 타파할 방법이 존재했다.
‘사멸안(死滅眼), 개안.’
혼돈의 힘을 눈에 집중했다.
자그마한 점의 형태, 희미하지만 명확하게 보였다.
균형을 다 잡은 서준은 개벽의 검을 손에 쥐고 휘둘렀다.
죽음을 선사하는 사점을 꿰뚫은 서준의 개벽의 검은 한순간에 우라 노스의 기운을 베어 냈다.
티탄을 상징하는 푸른빛 기운, 날개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광명의 빛, 고대의 힘으로 세계를 찢어내 고 있던 힘마저도 한순간에 소멸한 다.
삽시간에 흩어져 버린 기운들에
우라노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찌……! 혼돈의 힘을 이런 방 식으로……
저도 모르게 경악을 터트렸지만, 곧 머릿속은 침착해졌다.
‘이런 종류의 힘을 계속해서 사 용할 수는 없겠지.’
우라노스는 고대 존재의 힘을 얻 었고, 능숙하게 다뤘다.
강한 힘을 사용할 때의 리스크를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격(格)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육 신이 붕괴한다.’
고대의 힘은 거슬러 가는 힘이 자, 종착지였다.
그 힘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주신(主神)에 달하는 격을 갖춰야 만 한다.
그리고 한서준이 다루고 있는 건 분명 고대의 힘 중 하나다.
본인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단순히 아티팩 트를 통해 고대의 힘을 다루는 것 이 아닌 본질적으로 그것을 다루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그 고대의 힘은 곧 한서준의 한계를 끌어 올리는 상황
까지 만들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성장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당장 이런 힘을 계속해서 다룰 수 있다는 생 각은 들지 않았다.
‘아직 놈은 제대로 된 격(格)을 갖추지 못했을 터.’
반면 우라노스는 꾸준히 쌓아온 격이 있었고, 근래 야훼의 격을 집 어삼키기까지 했다.
한서준보다는 고대의 힘을 오래 다룰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바로 가장 위대한 티탄이
다!’
우라노스가 다시 흩어진 힘을 일 으키려던 순간이었다.
푸욱-
차가운 검날이 그의 가슴팍을 깊 숙이 파고들었다.
뜨득.
이어, 체내에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사멸안 이후, 종겁까지 펼쳐 극 광속을 사용하는 우라노스에게 접 근한서준이 어느덧 타락한 엑스칼 리버를 꺼내 든 것이다.
“어째서 회복이......?”
우라노스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준을 바라본다.
“부정당하고 있거든, 네 안의 세 계와 모든 능력이.”
물론, 고작 회복을 막은 정도로 우라노스를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서준은 가진 혼돈의 힘을 모두 타락한 엑스칼리버에 흘러 넣었다.
혼돈의 힘이 검신을 타고 우라노 스의 몸 내부로 흘러 들어가는 순 간, 그 기운을 강제로 폭발시킨다.
쾅-!
커다란 폭음과 함께 우라노스의 육신이 폭발했다.
M |99
폭발과 함께 성대가 망가진 것인 지 목소리를 더 이상 낼 수 없었다.
오직 고통에 일그러진 우라노스 의 얼굴이 그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동시에 겁에 잔뜩 질린, 죽음을 두려워하는 우라노스의 눈빛을 보 며 서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순간 혼돈이 폭주하며 사방으로 퍼져 나왔다.
서준은 재빠르게 타락한 엑스칼 리버를 다시 금룡혹포의 아공간으로 집어넣어 거리를 벌린다.
폭주하던 혼돈이 균열을 일으키 며 주변의 공간을 집어삼키는 듯한 풍경이 펼쳤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 지난 이후, 이명과 함께 낮은 공명음이 울려 퍼지며 혼돈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그 직후 서준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뭐야‘?’
허공에서부터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일그러진 티탄의 모습이 서준 의 눈에 보인 탓이다.
당연히 단숨에 소멸했을 줄로만 알았다.
폭주한 혼돈의 힘은 그만큼이나 과격하고, 파괴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직 살아 있었다.
의식마저 남아 있었다.
서준은 힘없이 지면에 추락하여 허망한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우라노스의 앞에 섰다.
“하아...... 하아......
옅게 들려오는 숨소리, 우라노스 는 아직 확실하게 살아 있었다.
“엄청 질기네.”
서준의 말에, 우라노스의 눈동자 가 천천히 움직였다.
“마지막에…… 어째서 전력을 다 하지 않은 거지?”
“말도 안 되는 소리……
차가운 서준의 시선이 우라노스 를 응시한다.
싸우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적으로 분류된 이를 죽이는 것을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네놈은 틀림없이 망설였다.”
“착각이야, 그냥 폭주하는 혼돈 에 휩쓸릴까 봐, 자리를 벗어난 것……
“전력을 다했다면 조금 더 많은 혼돈을…… 쿨럭!”
검은 피를 토한 우라노스의 입가 로 쓴웃음이 흘렀다.
“아니면……. 일부러 나에게 지 독한 고통을 선사하려 한 건가?”
와락, 얼굴을 일그러트린 서준이 다시금 손에 극강기를 생성했다.
“실수였을 뿐이야, 지금이라도 고통 없이 보내 주마.”
딱딱하게 얼굴을 굳힌 서준이 다 시금 타락한 엑스칼리버를 손에 쥐 는 순간이었다.
우라노스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