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16화
316화
“앙그라 마이뉴.”
“야훼……
마주하고 있는 빛과 어둠의 싸움 에 세계가 잠시 짧은 떨림을 토했 다.
“나를 집어삼킬 수 있을 것 같 나‘?”
“알잖아, 난 어둠과 빛을 모두 품었던 존재야.”
앙그라 마이뉴, 한때 어둠과 빛
을 모두 품고 있었으나 반쪽인 빛 에 버림받아 불완전한 존재가 된 신격.
“너를 버린 반쪽인 아후라 마즈 다의 빛과 내가 품은 광명은 다르 다.”
“하지만 빛이라는 근본은 같지.”
“너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 앙 그라 마이뉴.”
“너는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없 어, 야훼.”
그러고는 앙그라 마이뉴가 가볍 게 몸을 풀기 시작한다.
“상처를 입었다고는 하나…….
네놈의 하찮은 어둠으로 이 몸을 집어삼킬 수 없을 것이다.”
“인정해, 힘들겠지.”
같은 진(Gene)에 소속되어 있다 고는 하나 앙그라 마이뉴와 야훼가 가진 힘이 같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앙그라 마이뉴는 다른 한쪽인 빛, 아후라 마즈다와 갈라진 존재.
결국, 반쪽에 불과한 어둠이다.
실제로 아후라 마즈다와 반으로 갈라졌기에 앙그라 마이뉴가 가진 전력은 전체의 약 5할 정도뿐이었다.
비록 외우주에서 갖가지 힘을 얻 고 내우주의 신격을 집어삼켜 거듭 성장해 왔다지만, 야훼 역시 성장 을 이룬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도 큰 변화는 없다.’
어둠 속 앙그라 마이뉴는 냉정하게 자신의 승리를 점쳤다.
‘어리석고 오만한 놈.’
근본부터가 완벽에 가까우며, 수 많은 생명체에게 떠받들어지는 신 격인 탓일까?
야훼는 힘을 성장시키기보다는 천사라는 숭배자를 만드는 데 집착 했다.
그렇다면 이 싸움은 무조건 승리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넌 결국 이곳에서 죽게 될 거야.”
때문에 앙그라 마이뉴는 과감히 야훼를 도발할 수 있었다.
“ 감히……
분노한 야훼의 광명이 더 강한 힘을 쏟아내는 순간, 앙그라 마이 뉴는 어둠 속 길을 열었다.
콰과광-!
세상의 일부가 잠시 뒤틀리는 그 때 어둠 너머로부터 셋이나 되는
신형이 뛰쳐나왔다.
“네놈들 모두 처음부터 이런 상 황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구나.”
자조 섞인 미소를 홀린 야훼가 광명의 크기를 부풀리려는 순간이 었다.
앙그라 마이뉴의 어둠이 미끄러 지듯이 땅을 타고 흘러 올라간다.
파앗-!
어둠이 광채를 갈라내며 야훼를 향해 나아간다.
그의 손에는 유달리 짙어 보이는 검은 빛을 내뿜는 괴이한 기운이 출렁이고 있는 채였다.
“닥치고 그냥 죽어라!”
앙그라 마이뉴가 신이 난 목소리 로 야훼를 향해 그 기운을 쏘아내 는 순간이었다.
사방으로 흩어진 다른 진의 멤버 들도 각자의 힘을 뽐내며 야훼를 향해 달려든다.
“적어도 네놈들 중 하나는 내 손 에 죽게 될 것이다.”
야훼가 발악하듯이 소리를 치며 힘을 발산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가득 메우고 있던 광명이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한다.
“ 네놈들……
야훼는 당황한 음성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상처를 입었다고는 하나, 이리 허무하게 밀릴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로도 야훼는 진에 소속된 신 격 중에서는 가장 강하다 해도 할 말 없는 강자였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눈앞에 있는 진 멤버의 힘도 짧은 사이에 커다 란 성장을 이뤘다.
힘 싸움에서 야훼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야훼는 갑작스럽게 균열이 일어 나 밀려나기 시작한 광명의 형태를 보며 앙그라 마이뉴와 그를 따르는 신격들이 다뤄내는 힘의 정체를 깨 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경악했다.
“어찌……! 고대의 힘들을 네놈 들이……
아주 오랜 과거, 고대의 존재가 숭배하는 신들이 다루던 힘에는 무 수히 많은 종류가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인 혼돈의 힘이 다양한 형태로 우주에 뻗어져 나간 것은 내우주의 신격에 오른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또한, 고대의 신이 다루던 힘 중 하나인 ‘공허’는 정복왕, 가이사가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 졌다.
남은 고대의 신들이 다루던 힘은 망각과 파괴 그리고 광기다.
그리고 앙그라 마이뉴와 그의 동 료들, 진의 멤버들이 야훼에게 쏟 아내는 것은 바로 망각의 힘이었다.
고대의 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드는 절대적인 힘.
그 일부일 뿐이라지만 그 힘이 행하는 망각은 절대적이었다.
끼기 긱...
기괴한 소리와 함께 광명의 빛들 이 자취를 감춰간다.
광명 너머, 찬란한 왕좌에 앉아 있는 야훼의 눈에는 감출 수 없는 경악이 가득 찬 채였다.
머지않아 야훼가 앉아 있던 빛의 왕좌마저도 허망하게 흩어져 간다.
다소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땅을 박차고 일어난 야훼는 긴 금발을 쓸어 넘긴다.
“기어이…… 고대의 존재들과도 손을 잡은 것이냐……?”
이어서 흘러나온 목소리에 그의 몸이 흠칫 떨려왔다.
“고리타분한 규칙을 들이댈 생각 은 하지 마, 아서와 로키가 죽은 시점에서 이미 균형은 무너졌어.”
야훼의 시선 끝자락.
그곳에서서 야훼를 바라보고 있 는 앙그라 마이뉴가 비웃음을 홀리 며 말했다.
비단 정복왕뿐만이 아니었다.
내우주의 신격 모두가 고대의 존재들을 의식하고 경계를 하고 있었 으며, 그로 인해 암묵적인 균형이 유지되는 상태였다.
때문에, 진도 균형이 무너지지는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을 해왔다.
고대의 존재와의 싸움이 시작된 다면 주신이 된다고 할지라도 결국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앙그라 마이뉴는 그들과 손을 잡았다.
아니, 그들이 섬기는 신의 힘을 빌려왔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앙그라 마이 뉴를 비롯한 다른 진의 멤버들은 아직 그들의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망각으로 소실된 것은 야훼의 광명뿐만이 아니었다.
앙그라 마이뉴를 비롯한 과거, 진의 멤버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신 격의 힘이 완전히 사라졌다.
망각의 힘은 피아를 가리지 않고 모든 힘을 잊게 한 것이다.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던 야훼는 곧 입가로 조소를 보였다.
“망각의 힘을 빌려오긴 했지만, 결국 조각의 일부. 완전한 소실은 불가능. 시간이 지난다면 내 광명 은 다시 되돌아오겠지.”
그리고 그 격이 돌아오는 속도 는,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야훼가 최우선이 될 것이 다.
“그전까지 네놈이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거인, 우라노스가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정면으로 나섰다.
“아까 경고했던 말을 잊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네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 있는 놈 중 한 명은 반드시 데려갈 테니까.”
야훼가 손을 허공으로 내뻗자 빛 무리가 환하게 일어나더니 광명의
창이 빚어졌다.
“아쉽지만, 이런 무식한 싸움은 네가 전문이거든.”
우라노스가 몸을 가볍게 풀 듯 움직인 후, 단숨에 뛰어들어 주먹 을 내질렀다.
파앙-!
거대한 주먹이 대기를 때리며 큰 파공음을 일으킨다.
“나는 찬란한 광명의 빛에서 태 어난 존재다.”
야훼가 가볍게 고개를 꺾어 우라 노스의 주먹을 피한 후 광명의 창 을 내질렀다.
힘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야훼 의 공격은 광속에 달해있었다.
쌔액-!
아랫배를 꿰뚫린 우라노스의 신 형이 크게 뒤로 밀려난다.
그러나 적은 우라노스 한 명이 아니었다.
뒤를 이어 달려든 것은 앙그라 마이뉴였다.
뻗어진 손에서 뿜어져 나온 어둠 들이 거대한 야수의 형태로 변화하 며 단숨에 야훼의 몸 곳곳을 뜯어 발긴다.
“빌어먹을……
짜증을 낸 야훼의 창이 크게 회 전하며 들러붙은 야수들을 토막 낼 때였다.
그의 발아래, 신들의 아버지가 빚어낸 형형색색의 마법진이 생성 된다.
“……
콰광-!
폭발음과 함께 팔이 있던 자리에서 분수처럼 피가 터져 내리고 있 는 야훼의 눈매가 찌푸려진 순간이 었다.
“드디어 잡았군!”
그사이, 어둠 속에서 다시금 나 타난 앙그라 마이뉴의 짐승들이 야 훼를 구속한다.
“놔라! 놓으란 말이다!”
야훼가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그보다 한발 더 빠른 움직 임을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가긴 어딜 가려고!”
거대한 육신을 가진 우라노스가 다시금 야훼를 향해 달려든다.
“커억.”
선혈이 낭자하는 아랫배를 부여
잡은 채 창백한 안색이 된 우라노 스의 손에 야훼의 목덜미가 쥐어졌 다.
“네놈들-!”
야훼가 분노에 가득 찬 음성을 토하고 있었지만 모여있는 신격 중 두려움을 느끼는 이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게 마지막 유언인가?”
어느덧, 야훼의 주변으로 또 다 른 진의 멤버들이 접근해 흉악한 탐욕을 드러냈다.
“광명의 힘이라니 얼마나 맛있을 지 기대가 되는군.”
“네놈이 가진 힘은 우리가 나눠 가지도록 하마.”
들러붙은 어둠의 야수들이 먼저 아가리를 벌려 야훼의 마지막 남은 한 팔을 물어뜯었다.
“훌륭해! 힘이 넘쳐난다고!”
앙그라 마이뉴의 외침은 신호탄 이 되었다.
“다음은 나다!”
이어 우라노스가 아가리를 쩌억 벌리며 이빨로 야훼의 살을 뜯어 먹기 시작한다.
“끄아악-!”
야훼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 순 간, 한때 동료였던 자들이 적나라 한 탐욕을 드러낸 채 달려들며 끔 찍한 포식을 시작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서준.
비록 무기력하게 쓰러져 있었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만큼 주변에 대한 감각을 모두 꺼
트리지는 않았다.
‘역시 나라연천.’
검은 먹구름이 사라진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나라연천이 서준을 찾아왔고 자신을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로 옮기고 있다는 것을 눈을 감고 있었어도 알 수 있었다.
고된 전투로 휴식이 필요했기에 일어나지 않고, 순순히 나라연천의 도움을 받아들인 서준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평온한 휴식을 취 한 덕에서준은 피로는 물론, 체내 의 내력을 모두 회복할 수 있었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전보다 더
큰 혼돈의 힘을 품을 수 있었다.
50갑자.
여태 최대치는 38갑자, 거기에 12갑자, 즉 700년분이나 넘는 혼돈 의 힘이 추가로 증가한 것이다.
서준은 즐거운 웃음을 홀릴 수밖 에 없었다.
‘이것도 새로 만든 혼천마공의 영향인 것 같은데……
단순히 힘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 라 혼돈의 힘을 다뤄내고 사용하여 무공을 펼쳤다.
아무런 성장이 없다면 오히려 그 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대체 뭐가 그렇게 걱정되는 거야?”
몸을 일으키고 있는 서준은 바로 옆에 앉아 창백해진 안색에 안절부 절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나라연 천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는 서준의 모습에 다소 당황한 표 정을 짓고 있지만 나라연천 또한 대신에 오른 존재다.
“일어나셨군요! 몸은 괜, 괜찮으 십니까?! 괜히 저 때문에!”
걱정으로 시작된 말부터, 미안함 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큰 변화가
이어진다.
다소 혼란스러운 말에서준은 고 개를 내저은 후 웃음을 보였다.
“걱정할 거 없어, 그냥 피곤해서 쉰 것뿐이야, 몸은 정말 괜찮아.”
여전히 걱정스러운 시선이었지만, 방금의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보다는 바라하와 시민들은?”
“모두 무사히 치료를 받고 있습 니다.”
이어진 나라연천의 말에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정말 다행히도 구속만 되어있던 것인지 모두 큰 상처는 없었습니 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