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08화 (308/517)

- 13권 15화

315화

촤악-!

검붉은 칼날이 사납게 울며 휘둘 러 졌다.

진작 거리를 파악하고 있던 로키 는 가볍게 그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로키는 전과 같은 여유로 운 미소를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순식간에 공간을 넘어서 거리를 좁혀온 로키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타 락한 엑스칼리버가 가진 ‘코스모스 디나이’는 정해진 규칙과 법칙을 부정하는 힘이 담겨있었다.

아무리 파악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로키의 저 기이한 움직임조차 도 결국, 정해진 규칙과 법칙 속에서 발현되는 능력이다.

즉, 그것을 부정할 수 있다는 말 이었다.

흐릿해지던 로키의 신형이 본래 의 형태를 되찾아간다.

로키가 다급히 두 다리를 움직여 거리를 벌려내려 했지만, 서준은

그 도주를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혼천마공, 전(前) 제1식, 종겁.’

쾅-!

폭음과 함께 초광속의 영역을 돌 파해낸 서준의 검날이 단숨에 로키 의 어깨를 꿰뚫었다.

‘걸렸어.’

손끝에 묵직한 감각이 있었다.

비록 비명은 없었지만, 로키의 몸이 일순간 휘청이는 것도 확인했 다.

흩어지던 로키의 신형이 다시 본 래의 형태로 돌아온다.

‘확실히 잡았어.’

이 소중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서준이 사방으로 흩뿌려놓은 혼 돈의 힘이 일대를 중심으로 회색빛 의 반투명한 벽 형태로 생성되었다.

직후 허공에 혼돈의 힘을 이용해 단단한 장막을 형성한서준이 로키 의 어깨에 틀어박혀 있던 검을 곧 장 뽑아낸다.

붉은 검날 위로는 남은 혼돈의 힘을 모두 때려 넣고 응집시켜 단 숨에 그었다.

개벽 (開開).

그 기운이 쏘아진 순간 로키의 신형이 다시금 흩어지려 한다.

분명히 부정당하고 있음에도 불 구하고 로키가 다시 능력을 발휘하 는 기이한 광경을 보이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늦었어.’

검으로 휘두르는 개벽이 휘둘러 지는 속도는 앞으로 달려나가는 종 겁보다 느릴 수밖에 없었다.

후웅-!

실제로 서준이 휘둘러 낸 개벽은 허공을 가르는 듯했다.

그러나, 그렇게 그어진 개벽이 허공에 생성된 혼돈의 장막과 맞닿 은 순간, 힘은 공명하듯이 중폭된 다.

순식간에 폭발한 그 힘은 포악하 면서도 파괴적이다.

갈라져 가는 세계 속, 한 손으로 어깨를 움켜잡은 로키가 기겁한 표 정으로 다시금 공간을 넘어선다.

전과 같은 여유를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시선은 도주할 곳을 찾아 빠르게 헤매고 있었다.

쩌적, 쩌저적-!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세 계가 전체가 부정당하고 부서지고 있었다.

직후 로키는 무너져 가는 세계 속에서 혼돈의 힘을 피해 다급하게 이동해야만 했다.

하지만 말했듯, 너무 늦은 상태 였다.

계속해서 혼돈의 힘이 균열을 만 들고 무너뜨리던 그 순간이었다.

타악-!

퍼져나간 혼돈의 힘을 손아귀에 잡은 서준은 눈매를 일그러트린 채 로 입가로 미소를 지었다.

“이건 못 피할걸.”

서준의 입에서 확신에 찬 어조가 흘러나온다.

결국, 도망이라는 것도 피할 공 간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자유자재로 공간을 이동 할 수 있는 로키라 할지라도 피할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혼천마공 전(前) 제2식, 종억.”

벌어진 균열 속으로 서준의 손아 귀를 따라서 세상은 집어삼켜지고,

차원을 유지하고 있는 공간과 그를 붙들고 있는 규칙과 법칙마저 부정 해가며 로키의 신형을 찢어발긴다.

“……

어깨가 절반 이상 찢겨 나간 로 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 본인이 어째서 공격을 당했 는지도 모르는 듯한 시선이다.

그럴 만도 했다.

‘나도 이 힘의 여파가 닿는 곳이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모르니까.’

혼천마공의 전반부 제2식 종겁은 균열을 만들어내고 그를 혼돈으로 끌어당기고, 집어삼키는 힘이다.

이렇게 세상에 거대한 균열을 일 으켜낸 상황이라면 그 힘이 닿는 곳은, 세상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 니었다.

‘그 범위가 광대한 탓에 결정적 인 파괴력이 조금 떨어진다만……

로키처럼 날뛰는 적을 상대하기 에는 딱 적합하지 않은가?

서준의 생각이 마무리될 때쯤.

“끄아악-!”

비명을 내지른 로키가 허공에서 갈가리 찢기고는 지면으로 떨어져 처박혔다.

쿠구궁…… 콰광!

세계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커다란 지진이 일어났고 하늘에 회색빛 무언가가 아가리를 벌렸다 가 빠르게 사라져간다.

뿜어낸 혼돈의 힘을 거두고 균열 들을 수복한서준은 힘겨운 숨을 몰아쉬며 지면으로 내려선 바닥에 누워 꿈틀거리는 로키를 바라보았다.

분명 형태를 유지할 수 없을 정 도로 찢어발겼지만 죽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게 본체가 아닐 수도 있고……

미약하긴 하나 검은 먹구름은 가 시지 않았다.

로키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크으으……. 아파……. 더럽게 아프다고요.”

실제로도 한동안 바닥에 널브러 져 있던 로키가 눈물을 흘리며 앓 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서준은 그 앞으로 다가가 조용히 손바닥을 펼쳤다.

착용하고 있는 정복왕의 수투 위 에서 짧은 점멸이 일어나고는 혼돈 의 힘으로 빚어낸 개벽의 검이 모

습을 드러냈다.

지잉…….

불완전한 형태가 불만인 것인지 개벽의 검이 불만족스럽다는 듯 떨 림을 토한다.

서준은 그 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친다.

혼돈의 힘을 다룸에 익숙해진 덕 일까?

이제는 혼돈의 힘이 반항을 보인 다 할지라도 두렵지 않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강제로 다룰 수 도 있기 때문이었다.

척-!

개벽의 검을 들어 반밖에 남지 않은 로키의 목을 겨눈다.

본래라면 검으로 목을 베고, 혼 돈의 힘으로 사지를 찢어발겨 흔적 조차 남지 못하게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서준에게도 남은 힘 이 얼마 없었다.

“이만 끝내자.”

“안, 안 돼! 아직 난 죽고 싶지 않다고!”

“네가 장난감처럼 다뤄왔던 남도 의 백성들과 다른 수많은 인간도

마찬가지였겠지, 그런데 너는 그들을 어떻게 했지?”

죽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죽는 것이 나 을 정도로 끔찍한 형태로 다시 조 립하고는 여러 가지 장난을 치다가 조금이라도 따분해진다면 그 자리 에서 버렸다.

“그, 그건!”

로키가 변명하려는 듯이 말을 이 었지만, 서준은 개의치 않고 검 끝 을 높이 들어 올렸다.

“살려줘! 이제부터 착하게 살게! 정말로! 그리고 네가 궁금해하는

것들도 다 말해줄게! 한 번, 한 번 만 믿어줘!”

“그래? 진, 너희들의 목적이 뭐 지?”

검을 내리그으려던 서준이 손을 멈추며 질문을 던진다.

“모든 신격을 살해하고 우리들의 세계를 꾸려 진짜 우주인 내우주의 주신으로 군림하는 것!”

죽음이 주는 공포 때문일까?

로키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이 알 고 있는 바를 순순히 불었다.

“고맙다.”

서준은 답신에 웃음을 보였고 망 설임 없이 개벽의 검을 내리그었다.

베이는 소리도 없이 로키의 목이 떨어져나간다.

“잠, 잠깐만……! 내 말을 더 들 어줘!”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키는 죽지 않았다.

‘역시 이게 본체가 아니었네.’

그렇다면 로키의 흔적이 남아있 는 곳은 하나뿐이다.

처음부터 존재했으며 절대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것.

개벽의 검을 쥔 서준의 시선이 일대를 뒤덮고 있는 검은 먹구름으로 향한다.

손아귀에 쥐어진 개벽의 검은 계 속해서 반발을 일으키며 위협을 가 해 오려 했다.

‘닥쳐.’

그를 무시한서준이 개벽의 검을 강제로 휘둘러낸 순간이었다.

“이건 진짜, 특급 비밀..!”

재빨리 로키가 뒷말을 덧붙였지 만 애석하게도 너무 늦어버렸다.

“너무 급했나.”

서준이 뒷머리를 긁적이는 순간, 휘둘러진 혼돈의 힘이 허공에 떠올 라 있는 검은 먹구름을 집어삼킨다.

동시에 로키의 신형이 가루가 되 어 흩어지고, 일대에 느껴지던 로 키의 기운이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 다.

로키의 완전한 죽음을 확인한 서준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정보를 조금 더 캐볼 걸 그랬 네.”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후회는 곧 사라졌다.

빠져나갔던 내력들을 수급하기 위해 깊게 호홉을 들이마시며, 지 친 숨을 내뱉던 서준은 고개를 내 젓는다.

‘아니다, 괜히 발악했으면 더 힘 들어졌겠지.’

남은 힘이 얼마 없던 만큼 로키 가 다른 능력을 사용한다면 도리어 역으로 위협을 받았을 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로키는 사기와 기만 의 신이라 불리는 존재다.

세 치 혀의 농간에 넘어갔을 수 도 있는 일이었다.

얻은 정보가 없는 것도 아니었

다.

‘진의 목표는 모든 신격의 살해 와 주신으로의 군림.’

로키의 입에서 나온 것인 만큼 비록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거짓말로 치부할 수 없었다.

‘실천할 힘도 있어.’

진에 소속되어있던 아서 팬드래 건, 로키는 정복왕을 제외한다면 싸워본 이들 중 가장 강력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강자들이었다.

아서, 로키와 같은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 하나의 집단으로 뭉

쳐 있었다.

그 숫자가 열이 넘는다 한들 정 복왕의 상대는 되지 못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신격들은 절대 감당할 수 없었다.

진이 움직이게 된다면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 힘의 균형이 깨지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물론, 다른 내우주의 신격들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만큼 그들의 힘을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직접 싸워본 아서와 로키의 힘을 생각한다면 절대 손쉬운 상대 는 아니었다.

그런 강자들이 하나의 집단으로 뭉쳐있는 건 어떻게 보든 좋은 일 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더 시간이 없는 것 같 네.”

뒷머리를 벅벅 긁은 서준이 소리 를 치며 제자리에서 드러누웠다.

방금 있었던 격렬한 전투 탓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황폐한 풍경이 다.

하지만 지금 서준은 찬물, 더운 물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혼돈의 장막을 계속해서 전개하 고, 혼돈의 힘을 모두 쏟아낸 탓에

피로도가 어느 때보다 심했다.

애초에 생각을 정리하고 무언가 행동을 하려 해도 실행할 힘이 없 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일단은 조금 쉬자.’

우선은 생각을 갈무리한서준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찬란한 광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빛의 세계.

그 외에는 무엇도 찾아볼 수 없 을 정도인지라, 눈이 부셔 정면조 차 바라보지 못하는 그 세계의 일 부에 어둠이 싹트더니 물감 번지듯 옅게 퍼져나간다.

“앙그라 마이뉴……!”

광채 너머, 웅크리고 있던 야훼 가 어둠을 향해 낮은 위협성을 내 뱉는다.

물감과 같은 어둠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존재, 앙그라 마이뉴가 손 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런 곳에 박혀 있으니 알 수가 없었지, 내가 얼마나 힘이 들었는 줄 알아?”

“정녕 우리를 배신할 생각인 거 냐……r

쿠구궁....

광채의 세계 전체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크게 흔들리고는 앙그라 마이뉴가 뿌려 낸 어둠을 집어삼킬 듯 더 찬란한 광명을 내뿜는다.

그러나 쏟아지는 광명에도 어둠 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배신이라니, 나는 모든 신격을 살해한다는 우리 진의 목표를 충실

히 이행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더럽고 사악한 것의 본성은 어 디 가지 않는군, 개소리하지 말고 순순히 영멸을 맞이할 준비나 하거 라.”

야훼가 내뿜는 찬란한 광명이 더 욱 강렬해졌지만 한번 퍼져나가기 시작한 어둠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어둠은 더 빠르게 크기를 부풀려 간다.

“하하하! 허세 부리지 마, 정복왕 에게 당했던 상처가 깊어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놈이 어떻게

나를 영멸시키겠다는 거야.”

야훼를 바라보고 있는 앙그라 마 이뉴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르 고 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