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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07화 (307/517)

- 13권 14화

314화

어느덧 서준의 주변에는 회색빛 기운으로 피어난 막이 둘려 있었다.

혼돈의 장막.

오로지 혼돈의 힘으로 빚은 방어 막,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부서지 지 않는 방패이자 포악한 먹이사슬 의 정점.

“조잡한 혼돈으로 만들어진 공격 은 순수한 혼돈의 힘에 가볍게 집 어삼켜지는 법이거든.”

로키의 분신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화악……

서준이 혼돈의 장막을 넓게 펼쳐 내자, 분신들이 가루가 되어서 흩 어진다.

“카아악-!”

비명을 내지르는 로키가 양팔을 들어 올렸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 았다.

파악!

단숨에 수백이 넘던 삐에로들이 가루가 되어서 자취를 감춘다.

“ 뭐야......

수백에 달하던 삐에로들을 모두 소멸시키었지만, 서준은 미소를 보 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 대를 뒤덮고 있던 검은 먹구름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로키는 죽지 않았다.

본체는 이곳에 없었다는 것이다.

“놀래라! 진짜 위험할 뻔했잖아 요!”

그 순간, 허공에서 다시 삐에로 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서준이 시선을 돌려 일대를 살폈 다.

“설마......

“짜잔! 다시 신나게 놀이를 즐겨 봐요!”

펑! 펑!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과 같은 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다시금 수백 의 로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괴한 삐에로 가면 너머로 웃는 그 시선을 보니 서준의 입꼬리에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짜증 나게 하는 재주가 있네.”

체내의 아드레날린이 급증하고 전투 중에 감정의 격류에 휩쓸리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로키처럼 짜증을 불러일 으키는 적은 혼치 않았다.

“이번에는 술래잡기 놀이를 하도 록 하죠.”

수백의 로키가 서준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더니 다시 모습을 감춘 다.

“어딜 보고 계신 거죠! 저는 여 기 있는데요! 다시 한서준 님이 술 래입니다! 캬하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

께 로키의 마법이 쏟아졌다.

혼돈의 장막이 치솟아 로키의 공 격을 집어삼킨다.

그러나 서준의 찌푸려진 미간은 펴지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하나 상대해서는 답이 없겠 는데.’

그렇다고 혼돈의 장막을 펼쳐 일 대를 집어삼켜도 타격이 없었다.

‘여기 있는 삐에로는 모두 허상, 진짜는 따로 있어.’

진짜를 잡는다면 이 허상들은 모 두 사라질 것이다.

로키의 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으나, 문제는 그 본체의 위 치를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계속해 기감을 퍼뜨리고 기운의 흐름을 읽어보고 있었지만, 실마리 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나.’

서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능하다면 전력을 아껴두고 싶 었는데……

그렇다면 새로 얻은 힘을 곧장 쓰는 수밖에 없었다.

허공으로 내뻗은 손에 회색빛 기

운이 일렁거리며 개벽의 검이 쥐어 진다.

‘혼천마공, 개벽(開開).’

쩌저적-!

세계가 찢어진다.

평온했던 세계에 균열이 일어나 기 시작했고 육안에 세계의 틈이 훤하게 드러난다.

그 벌어진 세계의 틈을 향하여 혼돈의 힘을 쏟아내고 휘젓는다.

이번에는 종겁(終幼)과 달랐다.

혼돈의 힘이 세계를 물들이고 집 어삼키기 시작했다.

“뭘 하시는 거죠! 그만, 그만두세 요!”

일대를 집어삼킨 혼돈의 힘에 휘 말린 것만으로 로키의 분신들이 폭 발되기 시작한다.

서준은 그렇게 쏟아낸 혼돈의 힘 을 하나로 엮었다.

혼돈의 힘을 지배하고, 정의한서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뜨득.

하나로 엮은 혼돈의 힘을 그대로 잡아당긴다.

뜨드득-

서준은 꼬여있는 혼돈의 힘을 손 아귀에 꽈악- 말아 쥐며 계속 잡아 당겼다.

‘혼천마공, 제2식 종억(終隱).’

로키가 뿌려놓았던 검은 구름이 벌어진 세계의 틈 속으로 빨려 들 어가기 시작한다.

혼돈의 힘과 함께 갖가지 지형지 물들이 함께 빨려들고는 완전히 자 취를 감춘다.

“오오오오! 대단해요!”

로키는 입을 쩌억- 벌리며 감탄 을 터뜨린다.

하나 그 감탄은 오래가지 못했 다.

“이런 거는 아무리 저라고 해도 위험하다고요.”

집어삼켜졌던 세계의 파편들과 혼돈의 힘은 하나가 되어, 회색빛 악마의 형상을 취해 세상을 휘감았다.

쿠궁…… 콰광!

폭발, 이후 일어난 것은 거대한 혼돈의 소용돌이였다.

악마의 손바닥에서 회전하는 혼 돈의 힘이 춤추기 시작하자, 주변 을 두르고 있던 검은 구름은 거짓

말처럼 산산조각이 나며 깨졌다.

휘오오오…….

“끼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는 로키의 분신들 이 악마가 빚어낸 혼돈의 폭풍에 휩쓸리며 종잇조각조차 남기지 못 한 채 갈가리 찢겨 나갔다.

콰과과광-!

세계가 무너진다.

그렇게 느낄 만큼의 커다란 충격 과 함께 혼돈의 폭풍이 사라진다.

서준은 그 익숙한 광경을 보며 생각했다.

‘간이 성역으로 만들어 둔 거였 나.’

검은 구름은 눈속임.

그 안에 숨겨둔 것은 로키가 만 들어낸 성역이었다.

그가 성역을 이용하여 새로이 정 립한 규칙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 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이미 성역은 무너졌어.’

혼천마공의 2식이 가진 세계의 균열을 일으키고 완전히 파괴하고 포식해내는 힘은 이렇게 급조한 성 역으로 막아낼 수 없는 것이 당연 했다.

“굉장해요, 대-단해!”

부서진 세계, 그 허공에 떠오르 고 있는 로키는 눈물을 흘리며 감 탄하기 시작했다.

서준은 그 모습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뜬다.

‘안 죽었다고?’

삐에로 가면의 절반이 뭉개지고, 몸 곳곳에 크고작은 자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이렇다 할 치명상을 입 은 것은 아니었다.

성역을 방패막이로 사용하여 자 기 자신을 지켰다고는 해도 로키의 실력 역시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

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비록 전투 능력에 대해서는 알려 지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로키 는 오딘과 토르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신을 기만해냈음에도 불구하 고 살아남은 존재였다.

그건, 그들과 동등한 혹은 그 이 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특별한 목적을 달성 해야만 하는 진(Gene)이라는 집단 에 소속되어 있을 정도였다.

아무런 전력도 되지 않는데, 진

이라는 집단에서 로키를 받아줄 리 가 만무했다.

최소 감사관과 동급 이상의 강 자.

‘직접 타격당한 것도 아닌데, 공 격 한 번에 쓰러질 리가 없지.’

서준은 옅은 미소를 보인 후, 양 발을 어깨너비만큼 벌려 자세를 다 잡았다.

이어, 검지와 중지를 까딱거리며 로키를 향해 손짓했다.

“언제까지 구경하고 있을 거지? 제대로 싸워보자고.”

새로이 만든 혼천마공을 실제로

펼친 탓일까?

오랜만에 지독할 정도의 투기 (KI 氣)가 치솟아 오른다.

“하……

삐에로 가면 아래, 로키의 혀 차 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거 너무 탐이 나는데. 진에 들어올 생각 정말 없어?”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해. 늑대 가 어떻게 개 밑으로 들어가겠냐.”

“카-하하!! 우리를 한낱 개로 평 가한다고?!”

로키가 부서진 가면을 부여잡고

광기 어린 미소를 터뜨리고 있을 때였다.

회색빛 기운을 두른 서준의 몸이 허공을 찢는다.

로키가 펼쳐낸 방어막과 서준의 주먹이 부딪치며 거대한 충격파가 일대로 퍼져나간다.

후웅…… 쾅!

눈매를 가늘게 뜬 로키의 시선이 서준의 몸을 빠르게 훑는다.

‘ 얕군요.’

생각했던 것보다 주먹에 실려있 는 파괴력이 약했다.

다른 수가 있다는 것이다.

로키가 의문을 느끼고 있던 순 간, 서준의 왼손이 휘둘러진다.

이어서 회색빛을 머금은 검날이 로키가 빚어낸 방어막을 갈라 종잇 장처럼 찢어발겼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회전력을 더해 팽이처럼 회전하 고 있는 검날을 본 서준의 눈이 날 카롭게 빛을 내뿜었다.

이윽고 서준의 발길질이 로키의 가슴팍을 강하게 가격한다.

마침내 로키의 방어가 완전히 무

그러나 후속타를 이어갈 수는 없 었다.

허공을 노니는 로키의 신형이 거 짓말처럼 허공에서 사라졌기 때문 이었다.

쌔액-!

아니, 도리어 날카로운 마법의 화살이 서준의 볼을 스치고 지나가 고 있었다.

허리를 뒤로 젖히며 쏟아지는 마 법들을 피한서준의 발끝이 로키의 턱을 노린다.

로키 역시 몸을 비틀어 피했지

만, 그 순간 뻗어진 서준의 손바닥 이 로키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푸슛-!

로키의 입에서 피분수가 터져 나 온다.

이번에도 후속타를 이어갈 수는 없었다.

로키가 다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그의 기척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서준은 망설이지 않고, 전신에 혼돈의 장막을 둘러 반격에 나선다.

쾅-!

일발 폭음과 함께 서준과 로키, 양측 모두 뒤로 밀려났다.

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유령처 럼 자취를 감추고 있는 로키의 신 형을 바라본다.

‘몸을 움직이는 건 아니야.’

처음 겪어보는 것인 만큼 저 힘 에 대해서 정확하게 정의 내릴 수 는 없었다.

굳이 치자면, 순간이동에 가까운 정도?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명칭이

나 이름이 아니었다.

‘저 능력은 성역의 힘이 아니었 네.’

기운의 흐름뿐만 아니라, 육체의 움직임도 없이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로키의 공간 제어 능력은 여태껏 봐왔던 존재 중 단연 최고라고 말 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무의미한 공방을 주 고받다 보면 직접 몸을 움직이는 서준이 먼저 지칠 수밖에 없었다.

‘사기와 기만이라……

그렇다고 개인의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정확하게 사정거리를 파악하고 있어.’

일정 거리 이상으로 다가가려 한 다면 곧장 공간을 이동해내어 멀어 졌다.

비록 무공을 다루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武)를 모르지는 않았다.

‘상당히 까다롭네.’

감사관, 아서도 그렇고, 로키까 지.

‘진이라.

생각보다 더한 강자들이다.

이런 강자들이 대체 몇이나 모여 있을까?

그리고 정확한 목적은 무엇일까?

의문이 꼬리를 물어가는 와중에 도 격전은 계속해서 이어져 간다.

촤악-!

다시금 서준의 개벽의 검이 로키 의 방어막을 갈랐다.

로키가 황급히 거리를 벌려냈지 만, 서준은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 럼 집요하게 그 뒤를 쫓는다.

‘마지막 한 수.’

처음 새로이 만들어 낸 혼천마공 을 2개 다 선보인 상태였다.

위력적이고 위협적이긴 했지만, 로키는 영악하기로 둘째가라면 서 러운 존재였다.

분명, 혼천마공에 관한 공격을 대비해두었을 것이다.

백 퍼센트 확신할 수 없지만, 지 금 서준은 신성력을 소모하여 내공 의 총량이 줄어든 상태다.

이번 혼천마공으로 승부를 짓지 못하면 곤경에 처할 수 있었다.

‘한 번에 확실하게 끝낸다.’

결심을 내린 서준은 혼돈의 장막 을 펼쳐 일대에 퍼뜨린다.

쾅! 쾅!

폭발과 함께 지면에서 일대의 바 닥이 허공 높이까지 치솟아 오른다.

당연하지만, 로키는 순식간에 자 취를 감추고 거리를 벌릴 뿐이었다.

‘좋았어.’

애초에서준이 노린 것도 혼돈의 장막을 이용한 공격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렇게 로키가 거리를 벌려내기를 의도했 었다.

‘이 정도 거리에 이런 장애물이 라면……

쉽게 움직임과 행동을 읽어낼 수 없을 것이다.

“오너라.”

서준이 허공에 손을 내뻗자 금룡 흑포의 아공간에서 검은 뇌전이 일 렁거리며 검날에 새겨진 문양에서 검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는 타락한 엑스칼리버가 쥐어졌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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