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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06화 (306/517)

- 13권 13화

313화

서준은 정복왕과의 수련에서 흔 들리지 않는 마음, 굳건한 투기를 쟁취했다.

거기에 혼돈을 정의 내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완성된 개벽의 검은 오 롯이 혼돈을 품은 순백의 검이자 한 자루의 심검(心劍)이 되어 있었다.

절대 흔들리거나, 쓰러지지 않는 마음.

따지자면 개벽의 검은 부러지지 않는 투쟁의 검이라 할 수 있었다.

허나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서준은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투쟁은 시작 선에 불과해.’

그렇기에 새로이 만든 혼천마공 에는 투쟁에 패도를 더했다.

과한 욕심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서준이 생각하기에, 스스로가 걸 어온 길은 투쟁과 패도를 모두 겪 고, 품고 있었다.

때문에 과감히 두 가지의 성향을

모두 담는 새로운 혼천마공의 창시 에 집중했으며, 그렇게 전(前) 2식 이 만들어졌다.

남도가 침공을 당한 날 당일에서 야 해낸 일이었다.

‘운이 좋았어.’

적들의 침공이 조금만 빨랐거나 혹은 새로운 혼천마공의 완성이 늦 어졌다면 정말 골치 아파질 뻔했다.

‘로키의 장난질에 놀아나면서 놈 의 의중대로 끌려다녔겠지.’

달리 말해, 지금의 서준은 로키 의 의도대로 끌려다닐 필요조차 없 었단 소리였다.

쾅!

서준은 순식간에 로키가 인질로 잡고 있던 바라하와 남도의 백성들을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로 키의 바로 앞, 인질들을 구속하고 있던 결계를 부숴낸 서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많이 놀랐나 봐? 삐에로가 표정 관리도 못 하는 걸 보면 말이야.”

로키의 시선이 서준의 너머, 방 금 전 그가 지나쳐온 파괴의 흔적 을 향했다.

흐르듯이 쫓아온 혼돈의 힘이 서

준에게로 아직까지 이어져 있다.

“초광속, 아니 그보다 더 빠르네 요, 무슨 공간을 뛰어넘은 것 같은 수준이군요.”

가진 지식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속도의 영역에 로키는 헛웃음을 흘 린다.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신격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 각자가 자랑하는 특 기에는 아주 기괴한 것들도 존재했 다.

하지만 서준만큼 빠른 속도를 보 인 이는 누구도 없다.

비록 과거라지만 현재 우주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정복왕도 이런 속 도를 보이지 못했었다.

로키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방금 그건 대체 뭐죠?”

폭발하는 굉음과 함께 일시적으로 세계가 깨지는 듯했고, 이미 서준은 그의 앞에서 있었다.

언뜻, 회색빛으로 이루어진 악마 를 본듯도 했다.

“혼천마공, 전(前) 제1식, 종겁 (終幼).”

“놀랍군요……

로키가 입을 다물지 못하며 경악 을 표했다.

삐에로 가면의 입꼬리가 휘어지 며 즐거운 기색이 가득하다.

“정말 대단하네요. 감사관을 죽 인 것이 단순히 운만은 아니었나 보군요.”

서준은 그사이 품에 안은 인질을 풀어주고는 턱짓해 출구로 도망칠 것을 권했다.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아서 제 발로 움직일 수 있네.’

다행히도 인질들을 한 명, 한 명 옮겨야 하는 최악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우주의 신격, 로키 정도의 강 자를 상대로 누군가를 지키면서 싸 운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 닐 테니 말이다.

“예상이랑은 달라졌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놀아 보자구요.”

그사。], 무언가 결론을 내렸는지, 고개를 끄덕인 로키의 모습이 갑작 스럽게 사라졌다.

‘어디?’

초광속의 영역에 이른 움직임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존재 자체를 지운 듯한, 기 이한 마법을 본 듯한 기분이었다.

이어,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 함에 다리를 놀리자, 쇄도해온 벼 락이 서준이 서 있던 자리를 강타 했다.

“제가 가진 장기, 주로 즐기는 장난이죠, 감이 좋으시네요.”

동시에서준의 신형이 앞으로 쏘 아지며, 로키의 안면을 가격한다.

순간적으로 로키의 얼굴이 터진 수박처럼 으깨졌지만, 언제 그랬냐

는 듯 다시 본래의 형태로 되돌아 온다.

‘이런 타격은 안 통하는 건가.’

표정도 태평하며, 모습을 감추는 것도 빠르다.

마치 수렁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었다.

‘이런 식으로 싸워서는 답이 없 겠는데……

서준이 눈을 흘기며 기감을 퍼뜨 린다.

‘다행히 다들 움직임은 훌륭하네.’

퍼져나간 기파가 나라연천과 함

께 지구로 향하는 게이트를 넘어서 는 인질들의 기척까지 포착했다.

더는 힘을 조절할 필요가 없어졌 다.

차가운 눈을 한서준이 기운을 일으킨다.

“아아……. 괜한 방해꾼들도 사 라졌으니, 정말 제대로 싸움을 즐 길 수 있겠군요.”

서준의 몸에서 터져 나온 혼돈의 힘에 로키의 입꼬리가 찢어지듯 올 라갔다

“기다려 준 건 좀 의외인데. 고 마운걸.”

“이렇게 훌륭한 장난감이 눈앞에 있는데, 저런 싸구려 장난감을 가 지고 있을 필요는 없죠.”

싱긋, 웃어 보인 로키의 신형이 다시 사라진다.

이번에는 검은 마나로 빚어진 화 살 비가 솟구쳤다.

쏟아지는 공격들을 운이 좋게 피 해냈지만,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다.

‘또 놓쳤어……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로키의 움직임은 정말로 존재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과 같 았다.

‘무슨 유령하고 싸우는 느낌인 데……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심리전이라도 펼쳐보고 싶었지만, 삐에로 가면 탓에 살짝 보이는 붉은 입가를 제외하고는 로키의 눈 빛이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괜히 사기와 기만의 신이 아니 네……

서준은 어이가 없었지만, 잡념을 빠르게 털어냈다.

‘상대는 로키다.’

기괴한 능력을 바탕으로 아주 오 래전부터 신들에게까지 사기행각을 벌여온 괴짜로 일반적인 상식으로 는 그를 재단할 수 없는 것이 당연 했다.

‘흔들리지 말고, 내가 가진 능력 을 믿자.’

다소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가다 듬고는 정신을 집중한다.

이렇게 직감에만 의존하고 있어 서는 언제 빈틈이 드러날지 모른다.

때문에서준은 먼저 기운을 펼쳤 다.

일대의 영역을 완전히 지배할 수

만 있다면, 접근해오는 상대의 공 격이 조금 더 수월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차랑-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기운의 흐 름에서준이 다급히 몸을 움직인다.

피슛-!

확실하게 감지하고 움직였지만, 볼가에 핏물이 흐른다.

상대의 움직임이 적어도 광속 이 상이라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는 잡을 수 없어.’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시 가다듬

은 서준은 두 눈을 지그시 감는다.

‘어차피 눈으로는 보지 못해.’

보이지 않는 것을 억지로 보려고 하는 것은 우둔한 행동이다.

차랑-

미묘하면서도 기이한 기운의 흐 름이 느껴진다.

동시에, 세계의 일부가 뒤틀리는 것이 느껴졌다.

‘온다.’

서준의 어깨 바로 옆으로 로키의 화살이 스쳐 지나간다.

이번에는 직감의 영역이 아니었

다.

알고 피했다.

서준의 입가로 피식- 미소가 흐 르고 있던 순간이었다.

“ 와우.”

감탄을 토한 로키는 더욱더 많은 마법을 쏟아냈다.

대지가 치솟아 올랐고, 땅에서는 용암이 솟구쳐 오른다.

여태껏 어느 정도 힘을 조절했다 는 것을 알려주는 듯한 공격들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지형과 쏟아 지는 마법들에 빠져나갈 구멍은 존

재치 않아 보였다.

쌔액-!

하나, 서준은 찰나의 틈들을 파 고들며 모든 공격을 피하는 데 성 공했다.

‘확실히 포착했어.’

감각이 익숙해지는 것이 확실히 와 닿자 투기와 고양감이 차오른다.

서준이 즐겁다는 듯 환한 미소를 흘리며, 이제는 쏟아지는 공격들이 아닌 로키의 이동 위치까지 잡으려 던 찰나였다.

“훌륭합니다, 훌륭해요!”

갑작스럽게 감탄을 토해낸 로키 가 주변을 맴도는 것이 감각에 훤 히 잡힌다.

“ 뭐야?”

갑작스러운 로키의 변화에 눈을 뜬 서준은 주변의 광경에 당황을 금치 못한다.

“직접 움직이는 줄 알았더니

그저 숫자가 늘어났을 뿐이다.

삐에로 분장을 한 수백에 달하는 로키가 각자의 마법들을 펼쳐낸 채 로 서준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둘러 싼 채로 서 있었다.

“어디 이것도 한번 피해 보시 죠!”

합창하듯이 동시에 터져 나온 목 소리가 귀에 거슬리게 울려퍼진다.

“이런다고 공격이 닿을 거라 생 각하는 건 아니지?”

서준의 입가에 조소가 피어난다.

숫자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 다.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더 공격 을 피해내기 쉬워졌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렇게 눈에 보이고 감지한다면

결코 서준에게 닿지 못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닿지 못하는 공격은 무의미했다.

“설마요, 그저 가벼운 장난이었 을 뿐이지요, 그보다, 마침 감사관 이 죽어서 진(Gene)에 공석이 생기 기도 했단 말이죠. 괜찮다면 우리 와 함께할 생각 없으신가요?”

“ 진?”

자연스럽게 서준의 귀가 솔깃해 졌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감 사관이 죽기 전 남긴, 유언의 저주 에 포함되어 있던 단어였다.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쓰이던 부 분인데 이렇게 알아서 정보를 흘려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네, 진. 균형과 섭리로 묶여있는 지금의 이 우주 꼴이 아주 마음에 안 들지 않습니까?”

“제대로 이야기를 해줘야지. 어 떤 이들이 속해 있고, 누가 이끌고 있고, 최종적으로 바라는 게 뭔지 말이야.”

그러자 로키의 분위기가 단숨에 일변했다.

“이런, 사기와 기만의 신인 나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는 거세요? 정

말 당돌하시네요. 캬하하!”

사방에 포진된 삐에로들이 일제 히 웃음을 터뜨린다.

분위기가 술술 알려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생각했던 대로 이야 기가 흘러가지 않았다.

그러나 아쉬워할 것은 없었다.

“뭐, 당장 안 가르쳐줘도 상관없 어, 죽을 때까지 맞다 보면 알아서 불겠지.”

서준이 비릿한 미소를 흘리고 자 세를 다잡자 수백의 로키가 동시에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린다.

“싸우시려는 겁니까? 전 기왕이

면 대화로 풀고 싶은데요.”

“그 혀 놀림에 속아 넘어간 신들 이 매우 많아서.”

“속는 쪽이 멍청한 거잖아요, 그리고 지금의 전 완전 진심이라고 요.”

여전히 서준의 몸에서 홀러나오 는 살의에 뒷머리를 긁적인 수백의 로키가 다시금 서준을 향하여 손바 닥을 펼쳐 보였다.

“뭐, 생각해보니 이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동료보다는 장난 감이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로키의 장난스러운 어조가 끝나

기도 전, 또다시 수백의 피에로의 주변에 마법들이 펼쳐진다.

“안 통한다니까……

코웃음을 치며, 쏟아지는 마법들을 유유자적 피해내고 있던 서준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 혼돈?’

수백의 삐에로들이 동시에 혼돈 의 힘을 쏘아낸다.

가짜는 무엇도 없었다.

심지어 발현된 마법들의 형태와 위력이 모두 달랐다.

재빠르게 대응하였지만, 상체가

갈가리 찢겨 나갔다.

몸 곳곳에는 자잘한 상처가 무수 히 새겨졌다.

‘깊은 상처는 없어서 다행이다 만.’

공격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혼돈의 힘이 가미된 마법들이 서준을 향해 쏟아 지고 있었다.

쌔액-!

“캬하하하-! 못 피하겠지? 피할 곳이 없지?!”

수백이나 되는 삐에로가 크게 웃

으며, 신이 나서 춤을 추는 꼴은 서준에게 상당한 불쾌감을 줬다.

“방법이 없지? 어떻게 해야 할까 혼란스럽지!”

목소리조차도 얄미웠다.

“방법이 없긴, 왜 없어.”

탁-!

서준의 말이 끝남과 함께 춤을 추고 있던 삐에로 중 열 이상이 순 식간에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뭐야? 이것도 막아냈다고?!”

깜짝 놀란 다른 로키들이 춤을 멈추며 서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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