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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04화 (304/517)

- 13권 11화

311화

수련에 들어간 이후 서준은 오랜 만에 큰 전율을 느꼈다.

‘ 변했어.’

짧은 기간이었지만, 서준은 혼돈 의 힘을 정의하기 전 보이지 않았 던 길을 명확하게 터득해 규격이 없던 혼천마공의 틀을 잡아 무공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전 3식과 후 3식.’

총 6식으로 나뉘어 새로이 만들

어진 혼천마공은 여태 없던 위력을 가진 무공이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이 무공이 완성될 때에는, 정복 왕에게 말했던 대로 내우주의 힘의 균형을 맞출 정도의 강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감이 전신을 휘감았고 수면 욕과 식욕마저도 잊고서는 계속 수 련과 무공의 창시를 이어갔다.

그렇게 한 달.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수련에 집중한 끝에서준 은 일차로 목표하였던 혼천마공의

전반(前半) 중 2식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

“해냈다.”

숨길 수 없는 환한 미소를 흘리 며 주먹을 꽈악- 말아 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전반의 마지 막 3식과 후반(後半)의 3식들을 모 두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었다.

‘아직은 아니야.’

전반 3식은 후반부의 초식을 이 어가기 위한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해야만 했다.

전반 2식의 무공 창시는 한 차원 이 높은 경지와 무의 이해를 필요 로 했다.

더불어 후반 3식의 무공 창시는 아예 다른 경지, 단순히 무의 극을 본 것이 아닌 그 영역에 도달해야 지만 만들어 낼 수 있고, 펼칠 수 있는 무공이었다.

아직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버 거운 경지였지만 절망감을 느낄 필 요는 없었다.

‘길이 보여.’

가장 중요한 첫 단추를 여몄다.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

단 말이다.

과거, 정복왕과 수련을 하기 전 겪었던 성장의 정체 때문에 심마가 찾아올 일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정말 위험했네.’

완전히 조급함에 잡아먹혀, 이성 적인 판단은 마비되어 있었다.

과한 성장 욕구가 자신을 집어삼 키던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온 정복왕 의 초대가 없었다면 큰 위험을 겪 올 뻔했다.

‘역시 정복왕에게는 큰 빚을 졌 어.’

빚지고 사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았다.

반드시 이 은혜를 갚을 것이라 다짐한서준이었다.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서준은 방 안에 놓인 전신 거울을 보 고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심각하네……

대신에 올라 초월의 육신을 가졌 다고는 하나 서준의 근원은 인간이 었다.

흐르는 섭리마저 어찌할 수는 없 었다.

한 달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수 련에만 몰두했으니 사람 꼴이 엉망 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금만 더 길렀으면 무림맹의 영감님들처럼 됐겠는데.”

농담 삼아 혼잣말을 던진 서준이 기운을 일으켜 쌓인 오물들을 태우 고 손끝에 기공을 날카롭게 세워 면도하려던 때, 돌연 동작을 멈추 었다.

‘오랜만에 직접 샤워를 하는 것 도 나쁘지 않지.’

늦은 밤이긴 했지만 모두 일들이 많은 것인지 집에는 아무런 인기척 이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서준은 곧장 옷을 벗어 던져 샤 워실로 향했다.

그러고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 묵은 피로를 푸는 등 현대 문물을 만끽했다.

그렇게 여유롭게 샤워를 끝내고 나니 어느덧 아침 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테라스 쪽, 활짝 열린 창문 너머 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보며 기 분 좋은 미소를 그리고 있을 때였

다.

“어……?”

하늘에서 피 칠갑이 되어 테라스 에 안착하고 있는 인물의 얼굴을 확인한서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구인과 닮은 얼굴, 그리고 흔 히 볼 수 있는 면 티셔츠에 청바지 의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눈에 띌 정도로 붉은 머리는 서준에게 사내 가 누구인지 쉽사리 짐작할 수 있 게 해주었다.

“ 나라연천?”

리벨리온에 소속된 차원 남도의 수장을 맡은 나라연천이었다.

본래 곧장 연합 본부로 향하여 그동안 밀린 업무에 대하여 각 차 원의 수장들에게 보고를 들을 생각 이었다.

나라연천 또한 그중 한 명이었기 에 나눌 대화가 많았다.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정확하게 말해서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테라스에서 도달한 나라연천의 시선이 서준을 향한다.

생기가 넘치던 눈동자는 공허처 럼 텅 비어 있어서 당장 쓰러져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주, 주군……

그 와중에도 서준을 바라보고는 환한 미소를 보인 것은 희망을 마 주했기 때문일까?

“남도 차원을 구해 주십……

그 말과 함께 검게 죽은 피를 쏟 아낸 나라연천의 신형이 앞으로 쏘 아지듯 무너진다.

낌새를 알아차린 서준은 황급히 다가가 쓰러지는 나라연천의 몸을 부축했다.

‘이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하지만 수련에 몰두하여 너무 자 리를 오래 비워서 알고 있는 정보 가 한정적이었다.

체내에 요동치는 기운의 흔적과 베인 상처에서 아직 피가 흐르고 있는 걸 보아서는 불행 중 다행히 도 나라연천이 입은 상처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차원 남도가 침공을 당했 고, 나라연천이 이렇게 당할 정도 였다면 아무리 수련을 하고 있을지 라도 가족을 통하여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것이다.

지구의 시간을 기준으로 기껏 해 봐야 어제, 아니면 고작 몇 시간 전에 벌어진 일이라는 말이다.

정확한 적은 알 수 없지만, 확실 한 것은 차원 남도와 나라연천이 공격을 당했다.

아마도 리벨리온 연합에 중원을 요청했을 것이다.

이후, 나라연천은 증원이 오기

전에 침공을 막아내기 위해 노력했 으나 실패, 황급히 지구로 와 서준 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 이다.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고 나자 지 친 정신과 몸이 견디지 못하고 쓰 러진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런 거지?”

“……정확하십니다.”

내공을 쏟아 내상을 치료하고, 기운을 북돋아 준 덕에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나라연천은 정신을 차렸고, 건강한 모습으로 서준의 맞은편에 마주 앉아 말을 할 수 있

게 됐다.

그리고 서준은 그 시간 동안 나 라연천의 상황을 추측해 서술했고, 그는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남도를 침공한 적은 연합군의 힘만으로는 당해낼 수 없는 존재입 니다. 무례한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부디 주군께서 직접 나서 해결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고개를 주억인 나라연천은 곧장 이야기의 본론을 끌고 왔다.

사실 서준도 이렇게 직설적인 것 을 좋아했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니, 사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당연히 가야지.”

“……직접 출전해주시는 겁니 까‘?”

서준의 간단한 답변에 나라연천 의 눈빛이 크게 떨려온다.

“감동하지 마, 그게 내 일이자 책임이니까.”

그동안 나라연천은 서준의 명령 을 충실히 이행했고, 지구의 침공 이 벌어질 당시 최전선에 싸우는 용맹함을 보여 왔다.

그런 충직한 신하를 버리게 된다 면 연합에 속한 다른 차원이 서준 의 명령을 따를 리가 만무했다.

“그건……. 계약이자 신하 된 도 리였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내 왕의 도리 야.”

“그리고, 그동안 우리의 유대가 단순히 계약으로 묶이지 않았단 것 쯤은 나도 알아. 너는 항상 진심이 었어. 그 진심, 나도 보여줄 차례가 온 거지. 내가 아무리 욕심 많고 이기적인 놈이어도 기본 도리는 안

다고.”

씩 웃은 서준이 몸을 일으켰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움직이면서 듣도록 하자. 희생자를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

나라연천은 대신(大神)에 들었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럼에도 제대로 싸워보기는커 녕, 지키지도 못한 채 패배했고 도 망쳐 와야 했다.

남도에 남아있는 전사들과 곧 출 발할 연합군들로 상대할 만한 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가능하다면 빠르게 처리를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

“감사합니다.”

나라연천은 서준의 호의를 더 이 상 거절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주 선 서준을 향해 조심스럽게 허리를 굽히며 머 리를 숙여 보인다.

“제가 영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고 따르겠 습니다, 주군께서 가시는 길이 설 령 지옥의 길이라 할지라도……

“지금처럼만 해주면 돼.”

피식- 미소를 그린 서준이 입을 연다.

“이야기는 진짜 그만하고, 우선 은 한시가 급하니까, 빨리 이동하 자고.”

이어진 서준의 말에 고개를 들어 올린 나라연천의 얼굴에 그늘이 드 티웠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 뭔데?”

“게이트를 열 수 있는 우주선이 남도 차원에 있습니다……. 상황이 너무 급박하여 미처 우주선올 끌고 오지 못했습니다.”

다소 막막할 수도 있는 상황에

불현듯 서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 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간 리벨리온 연합의 침공은 모 두 나라연천의 우주선을 통해서만 이루어져 왔다.

당장에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고작 하나에 모든 것을 걸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 비한 것이 있었다.

다행히도 리벨리온의 연합에는 차원 제일의 기술력을 가진 드워프 종족이 함께하고 있었다.

고도의 기술이 들어간 차원 이동 장치는 드워프들의 흥미와 집중을 끌기에 충분했다.

드워프는 밤낮없이 연구와 개발 을 하며 차원 이동 장치의 개발에 몰두했다.

거기에 리벨리온 연합의 마르지 않는 지원까지 더해졌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었다.

실제로도 일전에 보고를 통해 상 용 단계까지 착수를 마쳤다는 이야 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간은 확실한 안정성이 보장된 나라연천의 차원 이동 장치를 사용 해왔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를 부 릴 상황이 아니었다.

서준과 나라연천은 곧장 휘노소 프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드워프 의 공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셨군요! 보고를 들으셔서 알 고 있으시겠지만, 지금 남도 차원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의 침공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휘노소프도 연합 내의 소 식을 들었는지 상황을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래서 제가 지금 바로 남도 차 원으로 가려는데 이동 장치 가동이 가능한지 물어보려고.”

곧장 서준의 말에 휘노소프가 뒷 머리를 긁적인다.

“……예, 사용은 가능하긴 합니 다만, 남도 차원의 좌표에 대해서 알지 못합니다.”

당연한 일이었다.

돌아오는 게이트가 없는 남도 차

원보다는 비교적 이동이 쉽고 돌아 오는 길이 있는 아니마 차원이나 프리실라 차원으로 실험을 하는 것 이 용이했기 때문이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 겠는데?”

서준의 엄지 끝이, 자신의 뒤편 에 선 나라연천을 가리켰다.

“남도 차원의 좌표에 대해서 확 실히 알고 있을 만한 사람이 있으 니까.”

두 눈을 빛낸 휘노소프가 나라연 천을 향해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진 다.

그렇게 대화가 계속 이어진다.

다행히도 결과 또한 상당히 좋았다.

공방의 중심에 놓여 있는 거대한 기계의 문에서 이색적인 빛이 옅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정상적으로 가동하 고 있는 이동 장치의 모습을 바라 보고 있는 서준을 향해 휘노소프가 말했다.

“좌표 확인됐습니다.”

고개를 주억인 서준이 입을 연 다.

“지금 즉시 게이트를 연결해줄 수 있을까?”

“아직 완전히 완성한 건 아니라, 1시간 정도 준비 시간이 걸릴 겁니 다.”

“최대한 빠르게 부탁할게.”

서준의 말에 휘노소프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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