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10화
310화
하나 걸리는 것은, 서준 자신이 정복왕올 이용하는 걸지도 모른다 는 찝찝함이었다.
하지만, 서준에게는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었다.
애초에 정복왕도 분명 자신이 불 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그녀는 오랜 시간 패자로 군림한 패왕이자,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살아온 존재다.
한 수 앞을 내다보는 것에 있어 상당히 뛰어난 자란 말이다.
그저 알면서도 당해주는 느낌이 컸다.
‘조금 미안한데……
하지만 앞서 말했듯, 서준에겐 이게 최선이었다.
일이 정리된 후 반드시 그에 보 답을 해주는 것만이 서준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결국, 또 빚만 늘었네.’
수련을 도와준 것에 대한 은혜를 갚지도 못했는데 하나 더 생겨버린
꼴이다.
씁쓸한 미소를 지은 서준은 고개 를 털었다.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일단은 살아남아야 한다.
계속된 패배의 고배를 마신 신들 의 아버지 진영이 가만히 있을 리 가 만무했다.
비록 신들의 아버지는 정복왕에 게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서준이 그와 싸워 승리할 확률은 기 껏해야 이십 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다.
그런 상황에 있어서 고대의 존재 들을 의식하고, 손속에 자비를 두 어 죽이지 않고 제압해야 하는 상 황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따지자면 정복왕은 대의(大義)를 말한 것이다.
우리 은하의 평화를 위해 신들의 아버지와의 충돌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그 대의를 이루기 위해 서준이 치를 희생은 상당했다.
‘만에 하나라도 신들의 아버지의 복수에 눈이 멀어버리기라도 한다 면……
신들의 아버지의 힘이 지구를 향 해 쏟아질 수도 있었다.
당연하지만 지구는 그 힘을 감당 해낼 수 없었다.
‘ 영멸.’
때문에 정복왕에게는 미안했지 만, 다소 과격한 방식을 취할 수밖 에 없던 것이다.
단순히 대의라는 명분을 따르기 에서준에게는 당장 지켜야 할 것 들이 너무나 많았다.
애초에 희생을 필요로 하는 대의 를 따를 정도의 정의를 가지고 있 었다면 천마와 마선, 지금에서는
마신이라 불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니, 마신이기 전에 나는 인간 이야.’
생각하고, 고뇌하고, 후회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살아왔다.
따뜻하고 타인을 생각하지만 결 국 본인만의 욕심을 가지고 있고, 때로는 이기적이기도 한 생명체라 는 것이다.
그렇기에서준은 지금 본인이 해 야 할 일을 명확히 인지했다.
‘강해져야 해.’
두 번 다시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주 강대한
힘이 필요했다.
생각의 정리를 끝내고는 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수련하려던 찰나 였다.
익숙한 소리와 함께 갑작스럽게 초록빛 홀로그램의 메시지 창이 눈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분명 그리 했을 터였다.
띠링-!
[사용자의 신명이 수호룡과 대군 주, 티탄을 두려워하는 세계에 울 려 퍼져 숭배자의 수가 늘어납니 다.]
[차원, 지구, 아니마, 프리실라, 중원, 불카누스, 남도에서 사용자 ‘한서준’을 추종하는 이들의 수가 대폭 상승합니다.]
[새로운 숭배자들의 등장과 기존 신자들의 굳건한 신앙심 덕에 신성 력 스테이터스가 2,000만큼 상숭합 니다.]
[일억 이상의 생명체가 사용자 ‘한서준’을 숭배합니다.]
[특전으로 신성력이 크게 중가합 니다.]
[신성력 스테이터스가 3,000만큼 상승합니다.]
[신성력 스테이터스가 15,000을을 넘어섰습니다.]
[추가 권한이 개방됩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에서준 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 대박.”
내우주의 신격들을 상대로 승리 를 거머쥐어서일까?
숭배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뿐더러, 신앙심마저 깊어졌 다.
거기에 더불어 특전이 주어지며
신성력 스테이터스가 자그마치 5000에 달하는 폭발적인 상승을 보 이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기쁜 일이 었지만, 진정한 기쁨은 이제부터였 다.
[물건 혹은 아티팩트에 신성력을 소모하여 사용자 ‘한서준’의 신물 (神物)로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신물을 만들 수 있다고?’
메시지를 확인한서준의 눈이 휘 둥그레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 금 서준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신물은 위대한 존재의 조각이다.
표기된 등급을 넘어선, 매우 뛰 어난 능력이 각인된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상극에 각인된 힘을 끌 어내어 혼돈의 힘을 다루게 해주는 만큼,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 을 정도였다.
‘그런 물건을 만들 수 있다고?’
이렇게 혼자서 놀라고 있을 필요 가 없었다.
어차피 수련하려 했던 것도 강해
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편하고 빠른 길을 발견한 것이다.
확인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서준은 황급히 시스템 창을 불러 왔다.
‘신성력 부여.’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역시나 정복왕의 수투였다.
띵-!
[정복왕의 수투]
[둥급: 금기(禁忌)]
[신성력을 부여하여 신물로 만들 경우, 특수 효과, 능력이 추가되며, 기존의 효과들이 2배씩 증폭됨과 동시에 혼돈의 속성이 더해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뛰어난 효과들을 가진 수투의 효과가 2배씩 상승할 뿐더러, 혼돈의 속성마저 더해진다 고 말하고 있었다.
가진 신성력을 소모되는 한이 있 더라도 당장이라도 신물로 만들고 싶었지만, 문제가 한 가지 존재했 다.
말도 안 되는 신성력이 필요하다 는 것이다.
[소모 신성력: 30,000.]
지금 가진 모든 신성력을 쏟아부 어도 신물로 만들 수 없었다.
“신성력을 빠르게 모을 방법이 없나……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기존에 모 았던 것의 두 배에 달하는 신성력 을 순식간에 모을 방법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당장은 어쩔 방법이 없나.”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려던 찰나, 머릿속에 번쩍- 떠오르는 물건들이 있었다.
‘엑스칼리버.’
저주로 인해 봉인을 당한 묠니르 와 달리 아직 엑스칼리버의 상태는 확인을 해보지 못했다.
서준은 다급하게 금룡흑포의 아 공간에 보관해둔 엑스칼리버를 꺼 내어 왔다.
[거부하는 엑스칼리베
둥급 : 금기(봉인)
분류 : 영구 아이템
호수의 왕이 보유하고 있던 엑스 칼리버는 선한 자들을 위한 힘으로, 부정하고 혼탁한 힘을 다루는 사용 자 ‘한서준’을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아 스스로의 능력을 봉인하였습 니다.
봉인된 상태로 본래의 힘을 끌어 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특이사항.
1. 봉인을 해지하여야 능력이 발 현됩니다.
홀로그램 창을 읽은 서준이 아쉬 움에 입맛을 다신다.
“쩝, 이것도 봉인인가.”
묠니르와 마찬가지로 능력이 제 한된 상태다.
다른 점이 있다면 특별한 저주가 부여된 것이 아닌 아티팩트, 본연 이 스스로 능력을 봉인했다는 것이 었다.
물론, 지금 서준에게 중요한 것 은 봉인의 이유 따위가 아니었다.
“이런 곳에도 신성력을 부여할
수 있나?”
동시에 어떤 능력을 부여해줄지 또한 궁금증이 동했다.
능력을 보는 것만으로는 신성력 이 소모되지 않는 만큼 서준의 행 동은 망설임이 없었다.
띵-!
[거부하는 엑스칼리베
[등급: 금기(禁忌)]
[신성력을 부여하여 신물로 만들 경우, 부여되어 있는 가호의 힘을 타락시키고 혼돈에 물들여 봉인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소모 신성력: 10,000.]
앞서 정복왕의 수투 때와 마찬가 지로 그리 자세한 변화에 대해서는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허나 본능에 가까운 직감이 외치 고 있었다.
‘본래의 엑스칼리버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거야.’
물론, 신성력이 소모되는 것은 내공의 양이 줄어드는 것으로 봐도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지금 다룰 수 있 는 혼돈의 힘에는 한계가 있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봉인을 해제 하는 편이 지금 바라고 있는 빠른 성장을 위한 길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준이 고민 에 빠져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어떤 무기를 해제해야 하지.”
지금 서준이 가지고 있는 보구는 엑스칼리버 한 자루가 아니었다.
띵-!
[봉인된 묠니르]
[등급: 금기(禁忌)]
[신성력을 부여하여 신물로 만들 경우, 새로운 능력치가 추가되며, 오딘이 가해놓은 저주를 해제하고 혼돈의 힘이 더해지게 됩니다.]
[필요 신성력: 10,000.]
메시지의 설명 또한 비슷했고, 들어가는 신성력 또한 똑같았다.
‘아마 능력도 비슷하겠지.’
문제는 지금 보유한 신성력이 15,00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는 것이다.
그렇게 턱에 손을 괴고 고민을 하던 서준은 얼마 가지 않아서 고 개를 주억이기 시작했다.
‘가능하다면 익숙한 형태가 좋 지.’
지금 바라는 것은 당장의 빠른 성장이었다.
과거에 묠니르와 같은 둔기류를 다뤄 본 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 었지만, 근래에 가장 많이 다루고 선호했던 무기는 엑스칼리버와 비 슷한 형태인 개벽의 검이었다.
고민은 깊었지만, 선택에는 망설 임이 없었다.
“엑스칼리버를 신물로 만들겠어.”
띠링-!
[거부하는 엑스칼리버에 신성력 을 부여하여 고유 신물(神物)로 변 환시킵니다.]
허공에 띄워진 엑스칼리버가 공 명하듯 떨림을 일으킨다.
뒤이어 찬란한 금빛을 토해내던 엑스칼리버에서 혼탁한 회색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보유한 능력이 변화함에 따라 거부하는 엑스칼리버의 명칭이 ‘타 락한 엑스칼리버’로 변경됩니다.]
[타락한 엑스칼리베
등급 : 금기(禁忌)
분류 : 반영구 아이템
가장 위대한 왕, 아서 팬드래건 이 호수의 여왕에게 하사받았다는 검이자, 가장 강력한 무구라고 불 리는 전설적인 검입니다.
완전히 타락한 상태입니다.
타락한 엑스칼리버가 더 많은 피 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강자들의 피로 타락한 엑스칼리 버를 만족시켜 강화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특수 효과.
1. 가호(加護), 코스모스 디나이 (Cosmos Deny) : 사용 시 5분 동 안 정해진 규칙, 법칙을 부정합니 다. (재사용 대기시간 24시간)
서준은 속으로 환호를 삼켰다.
‘미쳤어.’
소모된 1만이라는 신성력 스테이 터스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규칙과 법칙을 부정한다니.’
그야말로 엄청난 힘이었다.
권능은 법칙을 뒤튼다.
그리고 대권능은 새로이 법칙을 만든다.
어느 하나 대단하지 않은 능력이 없었지만, 지금 타락한 엑스칼리버 의 앞에서는 모든 것들이 아무 의 미가 없었다.
어떠한 제약으로도 옭아맬 수 없
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만 보아서는 그리 와닿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규칙과 법칙을 부정한다 는 것은 우주의 모든 것을 부정할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우주가 만들어 둔 죽음과 영멸이 라는 절대적인 법칙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세계의 가호가 이런 식으로 변 형될 줄이야……
몰려오는 기쁨과 동시에 신물로 만들지 못한 묠니르를 바라보며 입 맛올 다신다.
‘어쩔 수 없지. 내 신성력은 여기 가 한계니까.’
다행히 신성력은 가만히 있어도 다시 모일 것이다.
심지어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더 라도 자동으로 모인다.
더군다나 일억에 달하는 숭배자 들의 숫자 덕분인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빠르게 신성력이 모이고 있었다.
‘딱히 신경을 안 써도 언젠가는 모이게 된다는 거지.’
여러모로 편하고 쉽게 많이 버는 것은 무조건 좋은 법이다.
서준은 새삼스레 자신이 변화한 나날과 성장으로 저도 모르게 미소 를 짓는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피어난 미소를 거두어야 했다.
어찌 됐든 이러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강해져 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신성력도 더 빠르게 모이겠지.’
때문에서준은 더욱 게으름을 피 울 수 없었다.
이후 서준은 자세를 다잡았다.
“진짜로 수련을 시작해볼까.”
가벼운 웃음을 지은 서준은 정복 왕의 수투의 능력인 ‘가이사의 환 상’을 발동시켰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