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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301화 (301/517)

- 13권 8화

308화

정복왕의 성역, 그녀가 거주하는 곳은 어떤 모습일까?

서준은 그래도 화려하고 장엄할 것이라 예상했다.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패자니 까, 그 정도의 위용은 있겠지……

황금이 사방에서 반짝이고 화려 한 성이 펼쳐져 있을 게 분명했다.

어쩌면 셀 수없이 많은 수하가 고개를 조아리며 그녀의 이명을 열

렬히 외치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서준의 예상은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르 네.”

서준은 주변을 둘러보며 씁쓸한 미소를 홀렸다.

정복왕의 성역은 화려한 성이나, 수많은 신하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텅 비어 보이 는 회색빛 세상뿐이었다.

너무나도 공허하고 외로웠다.

그나마 누군가가 거주하고 있다 는 걸 알 수 있는 것은 초대를 수 락한서준이 처음 떨어진 위치에 있는 자그마한 나무집 덕분이었다.

그마저도 텅 비어 있는 잿빛의 소박한 나무집 말이다.

자연스럽게 정복왕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더 궁금해졌다.

모든 것을 얻었고 취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존재.

‘대체 정복왕이 바라는 게 뭐지?’

계속해서 같은 의문이 피어나고 있었다.

미간을 좁힌 서준의 등 뒤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궁금한 게 많으신가 보군요.”

고개를 돌리자, 서양의 중세 시 대에서나 볼 법한 노신사 인상의 사내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을 걸어 온다.

“처음 뵙겠습니다. 한서준 님, 저 는 정복왕을 모시는 아벨이라고 합 니다, 주인님께서 잠시 준비하신다 고 기다려 달라 하시어 이렇게 직 접 말씀을 전해 드리러 왔습니다.”

자신을 아벨이라고 소개하는 노 신사의 모습에서준은 꽤나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등 뒤로 다가와 말을 내뱉 기 전까지도 기척조차 잡아내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감사관 이상의 강자.’

그 대단한 강자가 고작 집사의 신분으로 말을 전하는 시중 역할을 도맡고 있었다.

그의 뒤를 이어 중세 시대풍의 시종과 시녀들이 줄지어 모습을 드 러낸다.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이곳에 온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애초에 답 을 찾을 수 없는 문제였다.

정복왕의 성역은 혼돈으로 가득 찬 세계다.

정의를 할 수 없는 곳이었다.

마찬가지로 혼돈에 존재하는 눈 앞의 아벨과 그 뒤를 따라온 시종 과 시녀들 모두 정의할 수 없는 존재라고 보는 것이 옳았다.

‘정복왕의 성역이 아닌 다른 곳 에서 마주했다면 모를까……

당장은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기이한 것은 눈앞에 보이는 아벨 과 그 하인들뿐만이 아니었다.

일렁거리는 세계 너머로는 헤아

릴 수 없는 깊은 혼돈들이 넘실거 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혼돈으로 가득 찬 세계 다.

성역이 아닌 혼돈의 세상에 떨어 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애초에 혼돈의 세계인 게 정상이지.’

이곳은 정복왕이 만들어 낸 자신 만의 세계이자 성역이다.

“주인님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 니다.”

“제 이야기를 많이 했나 보네 요?”

“많이 정도가 아니지요, 지구의 시간 개념으로는 아마……. 일주일 내내 들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아벨의 입가에 너털웃음이 흐른 다.

다소 무겁고, 중후해 보이는 느 낌 때문인지 마치 손녀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할아버지의 느낌이었다.

‘근데 일주일 동안이라니……

정복왕이 평범한 호감 이상의 감 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든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나 ‘왜?’라 는 의문이 따라온다.

‘정복왕은 대체 언제부터 나를 지켜봐 왔던 거지?’

궁금증은 계속 커졌지만, 굳이 아벨에게 묻지는 않았다.

어차피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있는 이가 바로 앞에 있었다.

“주인님께서준비가 끝나셨다고 하십니다.”

굳게 잠겨 있던 나무집의 문에 걸려 있던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집사 아벨이 조 심스레 문을 두들긴다.

“들어와도 돼!”

내부에서는 들려오는 쾌활한 목 소리에 아벨이 조심스럽게 문손잡 이를 잡아 밀었다.

끼익-

경첩이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나 무문이 열린다.

서준은 소박한 집안의 중간에 놓 인 목재 테이블에 환한 미소를 머 금은 채로 앉아있는 정복왕과 시선 을 마주한다.

‘분위기가 좀 다른데?’

여태껏 봐왔던, 다소 무뚝뚝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눈앞의 소녀가 정복왕이 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느껴지는 기운부터, 양 갈래로 땋은 머리, 마치 인형같이 생긴 모 습으로 초승달 형태의 눈웃음을 건 네 오는 모습까지.

과거에 보았던 정복왕의 모습이 틀림없었다.

우주를 제패했던 패자답지 않게 마치 어린 소녀와 같은 외형이었지만, 오랜 기간 함께 수련하며 얼굴 을 마주한 덕분인지 낯설지 않고, 익숙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게 멀뚱멀뚱 서 있지 말고 빨리 들어오라구.”

정복왕이 서준의 손을 덥석- 잡 으며 방 안으로 끌어당기자, 문 너 머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벨이 양손 을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혹여나 제가 필요한 일이 있으 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이어서 자연스럽게 문이 닫혔고, 마침내 갈색으로 물든 나무집에는 서준과 정복왕 단둘이 남게 되었다.

“너무너무 보고 싶었는데, 이렇 게 직접 만나게 됐어. 정말 너무 꿈만 같고 행복해.”

정복왕의 입은 멈춤이 없었다.

딱히 답변하지 않더라도 말은 청 산유수였다.

“옛날에 대화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때는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 았는데, 이렇게 마주하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니 그 고행을 다 보 상받는 기분인 거 있지?”

“……나도 반갑긴 한데, 무언가 중요한 말을 하려고 초대한 거 아 니었어?”

눈앞의 상대는 우주를 제패한 진 정한 패왕(W王)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외형과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서준 본인 도 느끼고 있는 정복왕에 대한 알 수 없는 호감 덕일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마치 처음부 터 그랬다는 듯, 자연스럽게 말이 편하게 홀러나온다는 것이었다.

“아, 맞다!”

정복왕은 순진무구한 미소와 함께 혀를 내밀었다.

“너랑 만난 게 너무 반가워서 잠 시 까먹고 있었지 뭐야.”

이후, 검지로 볼가를 긁적이는

정복왕의 모습에서준이 저도 모르 게 피식- 미소를 홀리며 본심을 흘 렸다.

“진짜 전이랑 완전 사람이 딴판 이네.”

“그거야 제약이 있었으니까, 참 을 수밖에 없던 거지.”

계속해서 의문이 이어지며 서준 의 고개가 젖혀진다.

‘ 제약?’

물어봐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탓에서준은 몸을 움직 여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에 앞에 놓인 의자로 다가갔다.

“앉아도 되지?”

“진짜 내 정신 좀 봐, 정말 미안 해, 다리 아플 텐데 우선은 빨리 앉자.”

의자에 등을 기댄 서준은 정복왕 이 또 입을 열기 전에 재빨리 본론 으로 들어갈 수 있게 화두를 던졌 다.

“우선은 먼저 초대한 이유를 좀 알고 싶은데, 괜찮겠지?”

“당연하지!”

서준의 질문에 정복왕이 연신 고 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정복왕이 너무 들떠있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일단 이야기를 어떤 거부터 해 야 하지. 그거부터 해야 하나? 아 니지, 순서상으로 보면, 으음……

“으음.”

계속해서 횡설수설하는 정복왕의 모습에 신음을 삼킨 서준이 옆머리 를 긁적인다.

이래서야 제대로 이야기를 시작 할 수가 없었다.

대화의 진척을 위해서라도 서준 은 자신이 궁금한 것을 질문하기로

했다.

“우선은 네 목적이 뭔지에 대해 서 알고 싶어.”

질문은 딱딱할 정도로 직설적이 다.

애초에 앞서 정복왕과 나눈 대화 들 자체가 서준의 성격에 맞지 않 는 대화였다.

한데 그 질문에 정복왕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어린다.

“……이렇게 너를 만나는 거.”

이어서 힘겹게 나온 답변은 서준 이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유……

재차 질문을 던지기 위하여 입을 열었지만, 서준은 말을 잇지 못하 고 입을 다물었다.

쾌활했던 모습과 달리 정복왕의 두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순간, 비수로 심장이 찔린 것처 럼 가슴이 아팠다.

처음으로 흐르는 침묵.

어색함과 씁쓸함이 맴도는 방 안 의 공기에서준은 헛기침을 한 후 주제를 돌렸다.

“그러면 날 이곳으로 초대한 목

적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있지?”

“응......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 았던 정복왕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이 며 입을 열었다.

“더 이상 네가 내우주의 신격, 정확히 콕- 집어서 말하자면 신들 의 아버지와 싸우지 않았으면 해서 이렇게 이야기 자리를 만들었어.”

“……이유가 뭔데?”

항상 대립해오고 승리를 쟁취해 왔던 정복왕의 일화들과는 너무나 도 괴리가 있는 말이었다.

이어진 말도 너무나도 예상을 벗 어나는 말이었다.

“신들의 아버지는 너무 약하거 든.”

단순한 경고라고 생각했는데, 이 야기의 흐름이 미묘하다.

“내우주에서 주신으로 자리 잡아 가는 존재 중에서 가장 약해.”

“그렇다면 오히려 더욱 빨리 처 리해둬야 하는 거 아니냐?”

전쟁이 야기할 피해를 줄이기 위 해서라도 세력을 넓히거나, 성장을 하기 전에 빠르게 제거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너보다는 강해.”

“내가 패배한다고?”

« O »

..흐 .

“영문을 알 수 없는 대화의 흐름 이네, 화도 나고 말이야.”

얼굴을 일그러뜨린 서준이 단호 히 말한다.

“그리고 애초에 싸워보지도 않고 결과를 단정 짓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어진 서준의 말에 정복왕의 표 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후 한숨을 살짝 내쉬고는 다시

금 입술을 달싹였다.

“정확히 말할게, 8할의 확률로 네가 져.”

싸워보지 않고 결과는 알 수 없 다 단언했다.

하나 한편으로는 정복왕의 말을 꽤나 신뢰하고 있었다.

정복왕이 허황된 말을 늘어놓을 리가 없다.

애초에 정복왕이 가진 정보의 질 과 양은 지금 서준으로서는 상상조 차 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정복왕은 오랜 시간 전부터 우주 의 패자로 군림해온 존재다.

수많은 경험을 했고, 이야기를 통해 들은 정보가 서준과는 궤를 달리한단 말이다.

“……그래도 열 번 중 두 번은 내가 이긴다는 말이네.”

말을 내뱉은 서준의 입가에는 미 소가 흐른다.

“생각보다 높은데?”

따지자면 이십 퍼센트, 마냥 낮 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여태껏 서준이 걸어왔던 고된 길

들, 그 고난을 헤쳐 오며 살아남을 확률은 1퍼센트 아니, 기적에 가까 운 확률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정복왕은 차갑게 그 현실을 가볍 게 인정했다.

“신들의 아버지를 죽이면 안 될 이유라도 있는 거야?”

“그는 치졸하고, 졸렬하면서도, 하찮을 정도로 약한 주제에 오만하 지만, 주신(主神)에 근접해있는 존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우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 어.”

서준은 칭찬 같으면서도 욕 같은 묘한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주억 인다.

그 모습을 본 정복왕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우주는 하나가 아니야, 이 은하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은 하도 존재해.”

“숨이 멎을 정도로 너무 방대해 서 감히 입에 담을 수도 없다는 거 지‘?”

간결한서준의 정리에 정복왕이 미소를 흘린다.

“정확해.”

“은하들끼리 무슨 대립 구도라도 구축하고 있는 거야?”

“그건 아니야......

고민을 이어가던 정복왕이 결단 을 내렸다는 듯 결심한 표정을 짓 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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