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권 3화
303화
쿠구궁…….
지진이 이는 듯한 소리와 함께 9 좌의 수호룡인 무슈마헤의 거체가 쓰러져 간다.
“커억—!”
마무리 일격을 가하려는 것인지 거대한 검의 형태로 응축된 기운이 무슈마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
그러나 곧, 검을 휘두르려던 나
라연천을 향해 하백의 마법이 쏘아 진다.
콰쾅-!
폭음과 함께 나라연천의 신형이 허공 높이 치솟아 뒤로 밀려난다.
생각했던 것에 비하여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위력.
하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 다.
‘……너무 방심했군.’
입가로 씁쓸한 미소가 흘렀다.
‘폐품이라 해도 지크프리트의 피 를 이은 놈을 살려 두어선 안 되었
거늘.’
안일하게 그 힘을 얕잡아 보다가 최악의 상황을 불러왔다.
휘릭-!
나라연천이 허공을 회전하며 자 세를 다잡았다.
두 눈동자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슈마헤의 목이었다.
“죽어라.”
나라연천의 신형이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혔다.
수호룡, 무슈마헤는 분명 강하다.
전력을 낼 수 있다면 분명 만만
치 않은 적일 것이다.
하지만 지크프리트가 펼친 결계 의 제약을 받는다면 이야기가 다르 다.
대신을 위협할 정도로 강력했던 종의 정점의 힘과 위엄은 볼품없을 정도로 추락했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무슈마헤는 죽는다.
아니, 더 이상 이 우주에 수호룡 은 남지 않게 될 것이다.
“모두 의장님이 새로 만들 신화 의 제물이 되는 것이다.”
“아, 안 돼……
무슈마헤가 절규에 가까운 외침 을 내지르며 소멸하는 모습에 하백 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 빌어먹을.’
이러면 패배는 확정인 수준이었다.
적장 한서준의 얼굴조차 보지 못 하고 그의 군대에 치욕적으로 패배 하는 것이다.
뒷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 었다.
‘다른 방법이 없다.’
천사, 그리고 티탄과 동맹을 맺 고 있긴 하나, 어디까지나 일시적 일 뿐이다.
여태까지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여기서 전력을 퍼부었다가는 전쟁 이 끝난 후 그들에게 도리어 사냥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모든 수초룡들에게 6할 의 힘은 숨기라고 명령을 내려뒀다.
하지만 무슈마헤가 죽고 전선이 무너진 이 시점에서 그런 여유를 보일 수는 없었다.
‘설사 나중에 천사와 티탄에게 뒤통수를 맞는 한이 있을지라
도……
힘을 숨기다가 당장 눈앞의 연합 군에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는 현명한 판단이라 말할 수 있었다.
일단 눈앞의 연합군을 정리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하백이 고개를 돌려 붉은빛 머리 카락을 한 사내, 수호룡을 바라본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사내 또한 고개를 주억이고 있었다.
몸짓으로 동의를 구한 하백은 곧 장 목소리를 드높인다.
“수초룡들이여, 용의 위엄을 해
방하라!”
하백의 명령을 기다렸다는 듯, 허공에서부터 빛무리가 터져 나오 더니 거대한 신형이 모습을 드러낸 다.
그 모습을 나라연천의 가늘어진 눈이 날카롭게 바라본다.
“드래곤 폼.”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 던 때와는 느껴지는 위엄이 차원이 다르다.
애초에 인간의 형태는 용족의 본 래의 모습이 아니었다.
가진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달리 말해, 용의 형태가 된 지금 이 수호룡의 진짜 실력이라 할 수 있었다.
“짓밟아서 죽여 주마-!!”
“용의 분노 앞에 절망하여라!”
나라연천은 하나둘씩 허공으로 날아오른 용의 모습을 본 순간 그 들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과거, 대신의 자리를 노리며 수 많은 정보를 얻어왔기 덕분이었다.
‘5좌의 아지다하카, 6좌의 아포피 스, 7좌의 쿠엘레브레, 8좌의 아훌, 그리고……
나라연천의 눈이 가장 마지막으로 날아오르는, 보통의 수호룡보다 1.5배는 커 보이는 붉은빛의 드래 곤으로 향했다.
‘2좌의 티아마트.’
수호룡 앞에 괜히 ‘좌(座)’의 호 칭이 붙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진 힘의 크기에 따라서 매겨지는 것이었다.
특히 2좌의 티아마트부터는 앞선 수초룡과는 격이 달랐다.
‘문을 지키는 존재 중 하나.’
느껴지는 기세가 최상위의 신격
들을 가벼이 압도해낸다.
용의 위엄에 전율이 일어난다.
심지어 적은 눈앞의 수호룡뿐만 이 아니었다.
대군주와 티탄도 더 이상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지, 가진 모든 힘을 개방하기 시작한다.
‘사리엘의 대권능, 지혜를 갈구하 는 별과 가브리엘의 대권능, 지배 를 노래하는 별……
천상, 엘리시움을 지탱하고 있던 대권능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조금씩 연합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위험하다.’
목숨을 바칠 각오, 사력(死方)을 다한다 해서 눈앞의 적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시점이었지만, 심지 어 힘을 개방하는 것은 대군주뿐만 이 아니었다.
“티탄이여, 분노를 개방해라-!!”
크로노스가 괴성을 내지르자, 그 렇지 않아도 거대했던 티탄의 덩치 가 수배에 달해져 간다.
자연스레 기운도 그와 비례해 증 폭된다.
어렵다.
머릿속에 그렸던 승리가 흐릿해 진다.
그러나 나라연천은 포기하지 않 는다.
“지킨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라연천의 눈빛에는 날카로운 전의가 일어난다.
“이곳은 내가 지켜야 하는 위대 한 분의 영토……!”
지잉-
기운이 몰아치며 나라연천의 전 신을 감싼다.
대투신과 사도로서 하사받은 힘 이 나라연천의 기운을 단숨에 부풀 린다.
이제는 같은 대신이어도 쉽게 제 압할 수 있는 수준.
넘쳐 오르는 힘과 마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승리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그것이 왕에게, 신에게 한 맹세 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위대한 신께서 보였던 은혜를 잊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맞서서 투항하
라!”
“선계의 선인들이여, 도리를 잊 어서는 안 된다.”
“레테의 병사들이여, 받았던 은 혜를 보답해야 한다.”
나라연천은 시작에 불과했다.
서준에게 구원을 받았던 수인족, 엘프, 드워프, 중원 대륙, 선계와 명계까지.
차원을 수호하는 신격뿐만이 아 닌 모든 연합군이 병장기를 꽈악-말아 쥐고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지구를 뒤덮고 있는 수호룡의 눈
매가 가늘어진다.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던 대군 주와 천사들도 역시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크로노스를 비롯한 티탄들 역시 경악을 토하고 있었다.
리벨리온 연합은 생각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강렬한 힘뿐만이 아닌, 연합군의 두 눈동자에는 꺼지지 않을 충의와 전의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저런 눈빛을 가진 군단은 절대 쉽게 패배하지 않는다.
“수호룡과 천사들의 날개를 꺾어
라!”
“티탄의 육신을 부숴라-!”
고함을 내지른 연합군들이 달려 들기 시작한다.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수호룡을 비롯한 천사와 티탄들도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미개한 것들을 영멸시켜라!”
하늘, 아니 지구 전체를 뒤덮고 있는 수호룡들의 마법들이 유성우 가 되어 쏟아진다.
그와 동시에 대군주들이 펼친 대 권능들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천상의 위엄을 알려라!”
뻗어진 대군주들의 힘이 연합군 을 향한다.
콰과과광-!
폭음과 함께 세상이 깨질 듯이 뒤혼들렸다.
“끄아아악-!”
쏟아지는 공격들을 막아선 나라 연천이 포효를 내지른다.
대신 중에서도 수준급의 강자가 되었다 하지만, 대군주들의 대권능 을 한 번에 막아낸 것이었다.
자연스레 대군주들의 눈이 가늘
어졌다.
‘나라연천 놈이 아무리 강해졌다 고는 하나 아무 피해도 없이 막을 정도는 아니었을 터……
역시나 예상대로 나라연천의 몸 은 넝마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타오르고 있었다.
“연합군은 모두 공격해라! 놈들을 추락시켜라!”
나라연천의 등 뒤에서 연합군이 각자의 공격을 쏟아내는 소리가 세 상에 떨친다.
그 소리에 나라연천의 입가에 씁
쓸한 미소가 흐른다.
‘다음이 마지막......
억지로 두 다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애초에 쏟아지는 대권능을 막아 서는 것 자체가 정신 나간 짓이라 는 것을 알면서도 나선 것이었다.
‘기세가 꺾이면 끝이다.’
처음부터 급이 맞지 않는 싸움이 었다.
일말의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라 도 이 기세를 이어나가야만 했다.
설사 이 육신을 불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군.’
정확히는, 구제할 도리도 없는 영멸 (永滅) 이었다.
두 번 다시 윤회할 수 없는 죽음 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두렵지 않았다.
무섭지 않았다.
그저 그 죽음의 결과로 모시고 있는 위대한 신께서 펼쳐나갈 신화 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울 뿐 이었다.
‘ 주군......
그렇기에 죽기 싫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고 싶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위대한 리벨리온의 연합군들이 여!”
나라연천의 목소리가 하늘을 드 높이며 연합군의 가슴을 울린다.
마지막 의지이자 목소리다.
“침략자들을 몰아내라!”
투지를 불태워 낸 리벨리온 연합 군들이 다시 일제히 공격을 쏘아내 려던 순간이었다.
콰과광-!
세계가 뒤흔들린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회색빛 기 운이 일어난다.
포악한 힘은 하늘을 뒤덮고 있는 용과 천사 티탄들은 물론, 리벨리 온 연합군 쪽으로도 쏘아진다.
쩌적-!
이어진 폭음과 함께 하늘에 거대 한 상흔이 생기며 게이트가 생겨났 다.
“크하하-! 실로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많구나!”
호탕한 목소리와 익숙한 기운.
크로노스는 입술을 깨물며, 전장 의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낸 거구의 사내를 노려보았다.
“우라노스!?”
위대한 티탄.
내우주로 떠났던 우라노스가 갑 작스럽게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 이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예기치 못 했던 변수가 끼어든 것이었다.
그렇기에 매우 난감했다.
저 미친 티탄, 우라노스는 무식 할 정도로 싸움과 전투를 좋아한다.
문제는 모든 것이 싸움과 전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보이는 사랑마저도 폭력으로 해결하는 존재다.
적과 아군의 경계가 존재치 않는 괴물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 강력한 힘은, 외우주 의 존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 크로노스는 우라노스를 배신하고 공격했던 적이 있었다.
관계가 어떻든, 이유가 어찌 되 었든 간에 사이가 좋을 리가 없었다.
‘이거 재수 없으면……!’
우라노스의 분노가 이쪽으로 향 할 것이다.
전장의 판세가 크게 기울어 버리 게 된다는 말이다.
수호룡과 대군주 역시 사태에 위 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도 우라노스의 사나운 눈 빛은 누구보다 먼저 크로노스를 향 했다.
“반갑구나, 아들아.”
목소리에 담겨있는 진한 분노.
이어서 뻗어진 주먹에서 흘러나
온 압도적인 파괴가 단숨에 크로노 스에게로 향한다.
크로노스가 재빠르게 팔을 X자 로 교차시키며 방어에 나선다.
“쯧, 아직도 나약하기 그지없구 나.”
우라노스의 차가운 언사와 함께 쏘아진 힘이 크로노스의 방어를 꿰 뚫고, 육신을 꿰뚫는다.
“크읍-!”
쿠구궁....
단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던, 크 로노스의 거구가 허무하리만치 쉽 게 무너져 내렸다.
“우라노스-!”
분노에 찬 크로노스의 음성과 시 선, 그리고 내뻗어진 주먹에서 뻗 어 나간 힘이 우라노스를 향해 쏘 아진다.
콰과광-!
그러나 우라노스는 이미 처음 서 있던 자리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아버지의 존함을 함부로 부르다 니, 더러운 성격은 여전하구나.”
허공으로 떠오른 우라노스의 분 노 어린 시선이 크로노스를 향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