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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95화 (295/517)

- 12권 25화

300화

“후우……. 후우……

거친 숨과 함께 바닥을 구른 서준은 기쁨과 고마움이 뒤섞인 눈으로 뒷짐을 쥐고 있는 정복왕을 바 라본다.

‘정말 대단해.’

서준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진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여태껏 한 줌의 빛조차도 보이지 않았던 길에 광명을 찾게 해줬다.

비무를 통해 직접 보고 겪는 수 련.

‘생각보다 효과가 엄청나네.’

처음 중원 대륙에 떨어져서 스승 이라 부를 만한 이 없이 성장해온 서준에게 이런 수련은 획기적인 수 준이었다.

정확히는, 받을 필요도, 받을 수 도 없었던 것이 컸다.

서준은 천마이자, 고금제일인이 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인물.

심지어 중원 대륙의 정상에 선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앞서 나갔다.

지독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 로 수련을 했고, 천무지체란 말이 부족할 정도로 영특했다.

그러나 지금, 정복왕이라는 무인 을 만나자 그 모든 것이 깨졌다.

서준이 품고 있던 독기는 그의 시선에 존재감을 넘지 못했고, 재 능은 미천하게까지 느껴졌다.

“즐거워서 미칠 것 같네.”

지금까지 해온 수련은 대련뿐이 었지만 불만은 없다.

애초에 지금 경지에 있어서 다른 수련은 필요 없었다.

심상으로 얻어낼 수 있겠지만, 시간이 다소 걸릴 수밖에 없었다.

가장 빨리 원하는 바에 닿는 것 은 직접 몸으로 겪는 것이다.

입가에 미소를 그린 서준이 몸을 천천히 일으킨다.

“이번에는 다를 거야.”

당돌한서준의 모습에, 정복왕이 피식- 웃으며 손을 까딱거렸다.

“너무 방심하지 말라고.”

완벽하게 무의 극에 달할 수 없 지만, 그 꼬랑지라도 볼 것이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

라 장담할 수 있었다.

여유로운 웃음을 흘리고 있는 정 복왕에게 다시금 서준이 뛰어들었다.

판데모니움.

탐욕과 질투, 분노, 나태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스스로를 마왕 혹은 황제라 칭

했던 이들이 사라진 이후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새로운 마왕이 되고자, 또는 샘 솟는 파괴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날 뛰는 악마들은 금방 새로이 나타났 다.

그렇게 투쟁이 시작됐다.

개중에서 특출 난 몇몇 악마들은 공석이 된 마왕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몇 악마들은 평범한 마왕 이라는 자리에서도 만족하지 못했 고, 무저갱에 있는 마왕들이 가지 고 있는 죄악을 얻기 위하여 전쟁

을 시작했다.

자연스레 판데모니움의 악마들은 혹시나 찾아올 신분 상승의 기회를 노리며 전장에 섰다.

“미리 말하지만, 1좌의 자리는 내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귀찮은 일을 떠맡지 않아도 되는 자유뿐, 몇 좌 가 되는지는 중요치 않아.”

“우리끼리 왈가왈부해봤자 변하 는 것은 없지. 어차피 모든 것은 마신님의 뜻대로인 것을.”

무저갱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군 세를 바라보고 있는 악마들을 보고

있는 죄악을 품은 마왕들의 눈동자 에는 갖가지 욕심들이 피어난다.

어느덧 좁혀진 거리.

해일처럼 달려드는 악마들의 기 세는 남달랐다.

그러나 성벽 위에 선 죄악의 마 왕들은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그리고 있을 뿐이다.

비록 바알과 사탄이 죽어 이제는 다섯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격(格) 이 달랐다.

악마들의 힘의 상징인 날개 여섯 쌍을 펼쳐 보이는 압도적인 위압감, 뿔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 또한

무저갱을 뒤덮을 만큼의 위용을 품 고 있었다.

“어리석은 것들에게 심판을 내리 고 우리의 존재 가치와 공로를 증 명한다.”

죄악의 마왕들이 뿜어내는 위엄 에도 쏟아지는 악마들은 계속해서 전진했다.

오히려 악마 군단들은 죄악의 마 왕들을 보며 광기에 물든 미소를 홀린다.

출세의 기회.

눈앞 마왕들의 힘이 강력하긴 하 지만, 이 쏟아지는 군세를 상대하

다 보면 언젠가는 지칠 것이기 때 문이었다.

지쳐 쓰러진 죄악의 마왕, 강한 힘과 직위를 탐내는 악마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먹이는 없을 것 이다.

“죄악의 마왕들을 죽이고, 황제 의 자리까지 찬탈해라!”

무저갱의 마왕들이 품은 죄악의 힘을 개방하기 전까지만 하여도 분 명 그리 생각했다.

지잉-

시작은 마음에서 일어난 자그마 한 탐욕이었다.

그러나 피어난 욕망은 질투를 빚 고, 나태와 같은 감정을 퍼뜨리기 도 했다.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 부정적인 감정들은 악마 군단을 휩쓴다.

일시적이라고는 하나 아군이라 생각했던 주변의 악마들이 변화하 기 시작한다.

푸욱-

서로가 서로를 경쟁자 혹은 적으로 인식해 칼을 꽂고, 심장을 뽑기 시작한다.

이 전쟁의 승자는 사실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관했다.

무저갱의 마왕들은 스스로들이 품은 죄악의 힘이 얼마나 위협적이 고 강력한 것인지 알기에 그저 침 묵했을 뿐이다.

혹여나 다른 72좌의 마왕들 혹은 대군주라 불리는 엘리시움의 천사 들에게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천상의 엘리시움은 몰락해가고 있고, 새로이 마왕의 자리에 앉은 악마들은 영악하지도, 능숙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마음을 먹었다면 언제 든지 판데모니움을 제패할 수 있는 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악을 품은 마왕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새로이 마왕에 오른 자 중에 반 기를 들고서 무저갱으로 돌진하는 자들을 골라내기 위해서였다.

주제도 모르고 마황의 자리를 탐 하는 어리석은 존재들에게 심판을 내리기 위해서 말이다.

아니, 애초에 마신이라는 위대한 하늘이 있는데 어찌, 고작 황제 따 위가 탐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차피 판데모니움은 마신님의 것이거늘.”

“새로운 신화의 흐름조차 읽지 못하는 어리석은 것들에 알맞은 최 후군.”

당장이라도 성을 무너뜨릴 것 같 은 기세를 보이던 악마 군단은 괴 멸했을 뿐이었다.

지금 성벽 앞에 있는 악마들은 피어난 감정에 사로잡힌 짐승에 불 과했다.

무저갱에 쌓인 악마들의 시체들을 보며 흉흉한 눈을 빛내고 있는 죄악의 마왕들의 행보는 이것이 전

부가 아니었다.

반기를 든 악마를 제거하는 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판데모니움을 떠나 바깥 차원으로 나간다.”

반역자가 될 판데모니움의 새로 운 마왕들과 악마들을 정리한 것은 서막이었다.

“위대한 마신님께 갖다 바칠 노 예와 차원을 모색한다.”

마몬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죄악 의 마왕들이 걸음을 내뻗으며 지상 으로 향해 나아간다.

한 발, 한 발을 내딛는 죄악의

마왕들의 걸음에는 일말의 두려움 이나 망설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말했듯, 천상이 몰락해가고 있는 지금, 죄악의 마왕들은 바깥의 어 떠한 존재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 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위대한 마신이 탄생했다.

마(魔)의 시대, 위대한 마신이 통 치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말 이었다.

“하아…… 잠시, 잠깐만 쉬 자...

벅차오르는 숨을 참지 못하고 쏟 아낸 서준의 신형이 바닥에 쓰러진 다.

대체 몇 번이나 패배하였는가?

아니, 패배란 말이 어울리지도 않았다.

일방적으로 맞고, 바닥을 굴렀고, 드러누웠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이를 악물

고 달려들게 됐고, 어느 순간부터 는 이성을 벗어나 본능적으로 달려 들었다.

일순간이라지만 자랑스럽게 여기 던 무공마저도 잊었다.

그야말로 무아지경에 도달하여 막무가내로 팔과 다리를 내뻗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 순간, 처 음으로 정복왕의 얼굴에 주먹을 꽂 아 넣을 수 있었다.

공격에 성공했다는 현실에 너무 놀랐기에, 자연스레 정신이 깨어났 고, 그 순간 또 한 번 세상이 뒤집 히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진짜 너무하네.”

정복왕을 가격한 것은 실력이나 행운 따위가 아니었다.

우습게도 정복왕은 무아지경에 들어선 서준의 수준에 맞춰 놀아주 듯 무공을 버리고 마구잡이식의 공 방으로 어울려줬다.

보이는 대로 주먹을 휘두르고, 발을 내지르기만 했으니 닿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건 승리라 할 수 없었다.

주먹질로 붉게 달아오른 뺨을 어

루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 서인지 정복왕의 입가에는 여전히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기분 좋은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행복해 보이는 미소, 그런 와중 에도 두 눈에 담긴 깊은 공허함은 무엇인지, 서준은 알면 알수록 정 복왕을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라 고 생각했다.

“……대체 진짜 정체가 뭐야? 아 니 원하는 게 뭔데?”

계속해서 남아있던 의문이자 억 지로 담아두었던 궁금증들이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온다.

그러나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 다.

씁쓸한 미소를 보인 정복왕의 눈 동자에 깊은 고민이 어린다.

[…….]

무언가 결심을 했는지 침묵을 지 키고 있던 정복왕이 고개를 주억인 다.

진중한 두 눈동자는 서준을 응시 한다.

[정복왕이 시간……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말을 내뱉기 무섭게 지축이 일렁 인다.

쿠구궁…….

세계가 당장이라도 무너질 둣한 기세를 보이며 매우 위태위태한 모 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순간, 가늘어진 눈매를 한 정 복왕의 눈동자가 빠른 속도로 회색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혼돈안.

우주에 일어나고 있는 혼란을 감 지할 수 있는 시선이 무언가를 발 견했는지 인상을 크게 찌푸린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정복왕이 지구가 위험하다고 알 립니다.]

“그게 무슨……

눈을 휘둥그레 뜬 서준이 몸을 벌떡 일으키며 살의를 일으킨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 구에는 가족들과 동료들이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별 탈이 없을 정도 로 방비가 되었다지만, 정복왕이 의사를 전달해올 정도라면 이야기 가 다르다.

“지구로 돌려보내 줘.”

서준이 다급히 말한다.

수련보다 지구를 지키는 것이 우 선이다.

[정복왕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나 정복왕은 꽤나 단호했다.

“왜 안 된다는 건데! 애초에 수 련했던 건 지구를 지키기 위함이었 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지구로 돌 려보내 줘!”

서준이 이를 악물며 언성을 높인 다.

[정복왕이 단호히 거절합니다.]

[정복왕은 당장 네가 저곳에 가 봤자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게 무슨‘

[정복왕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높 은 확률로 내우주의 신격들이 개입 되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정복왕이 지금의 네 힘으로는 그들 중 하나도 감당하는 것이 불 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가야 해.” 서준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에 정 복왕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다.

[정복왕이 위험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겠어. 그게 무엇이든지.”

메시지가 전부 전달되기도 전 곧 장 고개를 주억이는 서준의 모습에 찌푸려져 있던 정복왕의 표정이 딱 딱하게 굳어진다.

[정복왕이 지금부터 수련의 방법 을 바꾸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수련의 방법을 바꿔? 내우주의 신격들이 개입했다면서, 지구는 괜찮은 거야?”

부드러운 미소를 보인 정복왕이 서준을 바라본다.

[정복왕이 아직 시간의 여유가 조금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복왕이 내우주의 신격들을 막 아서고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라 도 수련에 집중하길 요청합니다.]

공허하지만 따뜻한 눈빛이 담겨 있는 정복왕의 눈빛 탓일까?

저도 모르게 위로를 받은 서준이 끓어오르던 감정을 가라앉히며 조 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시간은 충분한 거겠지?”

[정복왕이 절대 늦지 않게 도착 하겠다고 단언합니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정복왕의 눈동자에서준은 고개를 주억였다.

쿵-!

하늘이 무너질 듯한 소리와 함께 갑작스럽게 퍼진 강렬한 기의 파동 을 느낀 강석호가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한탄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지구 좀 가만히 내버려 둘 때가 되지 않았나……

사실, 하늘을 제대로 쳐다볼 수 도 없었다.

당장이라도 광명의 빛이 눈을 멀 게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빛이 어찌나 강렬한지, s급 각성자인 강석호라고 해도 그 빛을 직시하는 게 쉽지 않을 정도였다.

‘대체 이 빛은……

그러나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짜증 나는, 그러나 실력은 대단 한 적이 지구를 찾아왔음을 말이다.

적이라고 확신하는 명백한 이유 도 있었다.

[균형을 어지럽힌 오만한 마신 한서준을 데려오라, 그렇지 않으면 이 지구는 멸망을 피하지 못할 것 이다.]

“멸망 이야기는 지겹지도 않나 보네……

너무나도 많이 들어왔기 때문일 까, 이제는 그리 두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눈앞에 닥 친 현실이 우스운 것은 아니었다.

어찌 됐든, 강석호의 입장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차원이 위험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오늘날의 지구는 쉽게 무너질 차원이 아니라 는 점이었다.

수없이 연습하고 준비해온 만큼 실전에서도 당황을 보이지 않고 신 속하게 움직인다.

[반항할 생각인가, 어리석은 것 들...]

하늘을 울리는 목소리에 불쾌감 이 잔뜩 어려 있었다.

[마지막 자비마저 제 손으로 걷 어차다니, 너희들이 선택한 파멸을 받아들이도록 해라.]

거대한 음성이 뒤흔들리기 시작 한다.

[커억.]

고통 섞인 신음과 함께 찬란했던 광명이 사그라든다.

“그리 쉽게 침공할 수 있는 차원 이 아니라는 걸 알겠지.”

그러나, 적 또한, 아무런 대책 없 이 침공해온 것은 아니었다.

[기어이 죽음을 택한다고 하니 말리지 않으마…….]

짧은 침묵이 흐르고, 하늘이 다 시 한번 찬란한 빛을 뿜었다.

어느새 지구의 하늘에는 수많은 차원, 종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

신음을 홀린 강석호가 숙이고 있 던 고개를 들어 다시 하늘을 바라 보았다.

하늘에 부유한 자그마한 적의 모 습, 헤아릴 수 없는 수에 강석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쿠구궁…….

이어진 천둥소리와 함께 한 줄기 의 광명이 지상으로 낙하한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는 좀 위험할 것 같 군.’

오랜만에 위기를 느낀 강석호였 다.

리벨리온 연합이 선포된 이후, 각 차원의 수장 자리를 맡은 이들 은 모두 현재의 평화에 안주하지 않았다.

각자의 차원에서 침공과 전쟁을 대비하며 끝없이 성장했고, 진정한 평화를 거머쥐기 위해 부단히 노력 하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도 독하게 단련했고, 준비하고 있었다.

당연히, 한 차원을 이끄는 수장 들은 본보기가 되어 가장 열심히 수련했다.

본래 가진 재능이 뛰어났던 덕분 일까?

차원의 수장끼리 모여 무(武)를 통한 교류를 시작하자 그 성장 속 도는 배 이상 늘기 시작했다.

모두가 막혀 있던 벽을 부숴 새 로운 경지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하늘에 갑작스럽게 수 많은 게이트가 열려 천사들이 모습 을 드러냈지만 두려워하는 이도 없 었다.

그들의 중심에 고고하게 서 있는 대군주들과 시선을 마주한 한 붉은 머리의 사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의 땅을 침범하지 마라.”

차원, 남도의 지배자.

현재까지도 서준을 제외한 리벨 리온 연합 중 최강의 자리를 지키 고 있는 나라연천의 선언이다.

본래였다면 경고하며 날뛰었을 대군주들이 그 음성에 침묵을 지킨 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 라연천 또한 벽을 깬 자이자, 공석 이 된 대신(大神)의 자리에 오른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죽고 싶지 않다면 물러나라.”

이어진 두 번째 음성.

중원 대륙의 최강자로 늘 거론되 는 무명신의, 암주가 그의 옆에서 며 낮은 살기를 토한다.

그를 알고 있던 대군주들이 눈살 을 크게 찌푸린다.

분명, 처음 만났을 당시에 반신 에 머물러 있던 존재가 이제 상위 신의 반열에 들어 있었다.

무명신의의 암기와 독은 대군주 인 자신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었다.

“꺼져, 여긴 너희 같은 패배자들 이 디딜 땅이 아니니까.”

그리고 무신(武神)에 오른 한서 연.

신격에 오른 존재들의 잇따른 등 장에 침공해온 연합이 침묵을 지켰 다.

가슴이 서늘하다.

제약이 가해진 탓에 미래가 없는 차원, 종족이리라 생각했는데, 어느 새 지구를 비롯한 리벨리온 연합은 우주의 패권을 거머쥘 수 있을 정 도로 강력해져 있었다.

천사의 입장에서는 절망적인 전 개였다.

하지만 두터운 갑주를 입고, 화 려한 날개를 펼치고 있는 대군주들 의 눈동자에는 자그마한 미동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가 패배할 일은 없 다……

우주 협회에서 한 가지 협조 요청을 가장한 통보가 내려왔다.

현재 엘리시움의 지도자인 서기 관, 메타트론이 직접 확인하고 통 보했기에, 정확하게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는 몰랐다.

다만, 이번에 지구의 침공에 합 류한 전력들이 무엇보다도 듬직하 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지구, 인간을 처치하기 위해 외 부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것이 치 욕적이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때문에 묵묵히 동의를 표하며 전 장에 나섰다.

“지구의 인간들, 그리고 리벨리온 연합에 속한 어리석은 이종족들 이여.”

대군주 사리엘.

본신의 형태로 지구에 강림한 그 의 목소리에는 매우 큰 위엄이 어 려 있었다.

“한서준은 어디에 있는가?”

차가운 분노로 이어진 질문에 대 한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너 같은 놈을 만나 줄 정도로 한가하신 분이 아니다.”

차원 너머, 사대 원소라 불리는 정령왕을 부리고 있는 엘프들의 신, 에우레시아가 비웃음을 짓는다.

“망각하지 마라, 너희들은 전쟁 에서 패배한 차원이다.”

에우레시아의 차가운 말에 사리 엘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감히......!’

세계수를 살려달라고 고개를 조 아리며 애걸복걸하던 과거는 어디 가고, 매우 건방진 태도에 당장이 라도 분노가 폭발할 것 같았다.

당장에 저 오만해진 콧대를 찍어 누르고 싶었다.

그러나 그 전에 확인해야 한다.

“서준…… 한서준은 어디에 있는가?”

“그분은 이곳에 없다, 아니, 계실 필요가 없으시지.”

나라연천이 차갑게 말했다.

그 말에 사리엘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놈이 벌써 소식을 듣 고 도망을 쳤나 보군.”

“ 도망?”

나라연천이 코웃음을 쳤다.

“제정신이 아니구나, 사리엘.”

이어진 분노는 살기가 되어 그의 전신을 짓누른다.

“큭큭, 크흐흐흐……

쉽사리 받아내기 힘든 기운, 그 러나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사리엘은 그저 웃었다.

“뭐 상관없지. 그렇게 지키려 했 던 이 지구가 엉망이 된 꼴을 보면 서 놈이 느끼는 절망을 즐기는 것 도……

“지금 너희, 천사들의 힘으로는 무리다.”

나라연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공으로 날아오른 무명신의의 암 기들이 쏟아진다.

놀란 사리엘이 재빨리 빛의 장막 을 펼쳐내는 것으로 암기들은 막아 낼 수 있었지만, 이미 공기 중에 흩뿌려진 독들에 입가에서는 검게 죽은 핏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약하군.”

차가운 말투와 조소.

“크아아아—!”

비명을 내지른 사리엘이 뒤를 돌 아보았다.

“가브리엘! 문을 열어젖혀라!”

기다렸다는 듯, 사리엘을 제외한 허공에 손을 내뻗고 있던 대군주들이 힘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콰드드득-!

포털이 조금씩 크기를 팽창해간 다고 느낀 순간, 나라연천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예지에 가까운 본능적인 위협이 느껴진다.

“막아라!”

나라연천의 외침이 남도 차원의 전사들에게 울려 퍼졌다.

남도 차원의 용맹한 전사들이 곧 장 각자의 무기를 뻬들고 대군주를 향해 달려든다.

지구의 각성자들, 중원 대륙의 무인들, 프리실라의 엘프들과 아니 마의 수인들이 그 뒤를 바싹 쫓았다.

“여기는 못 지나간다-!”

사리엘의 외침과 함께 그를 따르 는 천사들이 병장기를 뽑아 들고 쇄도해오는 리벨리온 연합의 앞길 을 막아선다.

압도적인 병력 차에 마른침이 목 울대를 타고 넘어간다.

심지어 과거와 다르게 힘의 우위 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천사와 리벨리온 연합의 충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쾅-!

폭음과 함께 땅에서부터 하늘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상흔이 생겨나 며, 장엄하고도 거대한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한다.

게이트를 열어젖힌 대군주 중 하 나, 사리엘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 가 흐른다.

“실패인가.”

혀를 찬, 나라연천이 황급히 뒤 로 물러선다.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공간이 찢어지며 게이트가 열렸다.

그 내부로부터 튀어나온 것은 이 루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적.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었다.

종의 정점으로 군림하던 수호룡 이 자그마치 10마리에 달한다.

“여기가 한서준이라는 인간이 거 느린 차원인 지구라는 곳인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뒤를 이어, 신화 속에 이름을 남 긴 거대한 거구를 가진 티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형제를 죽인 대가를 확실 하게 치르게 해주도록 하지.”

다섯의 티탄.

우주의 패자라고 불리는 두 종족 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에야 게이트 가 자취를 감춘다.

그 순간 세상 모두가 정지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강력한 위 압감.

숨조차 못 쉬게 만드는 존재감에 리벨리온 연합이 얼어붙은 것이다.

그 경직된 세계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대신 혹은 상격에 오른 신들 정도뿐이었다.

“한서준이라는 놈은 보이지 않는 군.”

그 중심에서 있던 티탄, 크로노 스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조무래기들을 정리해야 모습을 보일 셈인가……

옆에서 있던 수염을 매만지는 수호룡의 3좌, 하백이 인상을 찌푸 린다.

“귀찮지만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군요.”

하백의 말에 크로노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원하는 대로 날뛰어주지.”

“빠르게 정리를 하도록 하죠.”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도록 짓뭉 개주마-!”

크로노스가 괴성을 내지르며, 깍 지 낀 두 손을 높게 들어올린다.

그러고는 동시에 바닥으로 내려 찍는다.

콰앙-!

연이은 폭음.

거대한 파장이 지구 전체로 퍼져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공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 했다.

“종말을 맞이하십시오.”

말을 내뱉은 하백이 허공에 손을 들어 올려 주먹을 말아 쥔다.

이후 지평선 끝을 바라보며 쥐고 있던 주먹을 내리긋는다.

낙하하는 주먹과 함께 하늘 너 머, 우주에 존재하는 별들이 떨어 져 내린다.

세상이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듯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려 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 많은 별중 단 한 개도 지상에 떨어지지 못 했다.

쩌적- 쩌저적-!

하늘을 찢어놓듯이 생성된 거대 한 검은 게이트가 쏟아지던 별들올 집어삼켰기 때문이었다.

“검은 게이트?!”

대군주들의 눈에 경악이 어린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검 은빛이 의미하는 게이트, 차원은 판데모니움 한 곳뿐이었기 때문이 다.

“어째서?”

분명, 악마들은 리벨리온을 비롯 한 지구의 인간들과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도움을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의문에 대해 풀어내기도 전, 하 늘을 뒤덮고 있는 검은빛 게이트에서 탐욕을 상징하는 마왕이 모습을 드러낸다.

“버러지 같은 것들이 감히, 위대 한 마신님의 땅에서 난동을 피우려 하다니, 모두 죽여주마.”

마몬의 등장에 이어, 판데모니움 핵심 전력인 죄악의 마왕들과 함께 그를 따르는 악마 군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어이 더러운 것들끼리 잡았구나.”

예상하지 못했던 전력의 둥장이 었으나, 아직 전세가 기울 정도는 아니었다.

열에 달하는 수호룡과 대군주, 더불어 다섯의 티탄.

판데모니움의 군단이 합세한 리 벨리온의 전력이 약하다곤 말할 순 없었지만, 아직 전세에서 밀린다고 볼 수는 없었다.

“어차피 한서준이 없다면 조무래 기들에 불과하다.”

싱긋 웃은 하백이 주변을 둘러본 다.

이윽고 시선이 탐욕의 마왕인 마 몬에게로 향했다.

촤악-!

쏘아진 마법들이 바다를 가로질 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법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허공에서 하백의 마법이 속도가 느려지더 니 허무하게 힘을 잃고 사라졌다.

“오랜만에 지상계로 나오는지라, 길이 헷갈려 조금 늦었군.”

칠흑과 같은 검은 신형을 뒤편으로 게이트가 허공에 다시 생성된다.

“하데스, 자네 마음 충분히 이해 하네. 나도 오랜 세월 선계에만 있 다 보니 길 찾는 데 완전 까막눈이 됐구먼.”

“옥황상제의 명을 따라오긴 했지만, 이 염라는 협회 측에 반기를 드는 게 옳은 길인지는 잘 모르겠 습니다.”

그사이, 정신을 차린 나라연천의 괴성이 모두의 이성을 일깨웠다.

“다들 움직여라!”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은 어느 정도 교류가 있던 옥황의 등장까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데스와 악마 그리고 스 스로를 ‘염라’라고 칭한 존재까지 리’켈리온 연합에 가세해오고 있었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상당히 든든한 우 군이 생겼다는 점이다.

제 발로 들어온 복을 발로 찰 생 각은 없었다.

“대신들을 도와 맞서 싸워라!”

나라연천의 외침에 정신을 다잡 은 리벨리온 연합이 진군해오는 모 습에 크로노스가 코웃음을 친다.

“작고 하찮은 것들이 발버둥 치 는 꼴이 우습구나!”

이어서 휘둘러진 주먹이 불러온 바람에 가장 먼저 돌격하던 아니마 의 수인족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로 밀려난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빛을 내뿜는 이들은 분명 있었다.

거친 돌풍마저 뚫고 나아간 자칼 이 날카로운 발톱을 치켜세우며 크 로노스의 눈을 찌른다.

강-!

훌륭한 공격이긴 했으나, 마치 철에 막힌 듯, 아무런 상처를 내지 못한 채로 튕겨 나갔다.

“이런 나약한 공격이 이 몸에게 통할 것 같으냐?!”

“……크읍-!”

호통을 내지르는 크로노소의 입 김에 자칼의 몸이 거짓말처럼 허공 으로 높게 떠밀린다.

허나, 공격에 가세한 것은 자칼 혼자가 아니었다.

어느덧, 크로노스의 지척에 다다 른 리벨리온 연합이 합공을 펼치고 있었다.

“밀어! 밀어!”

“우리 땅을 지켜라!”

물론, 이 상황을 수호룡과 천사 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미개한 것들아, 수호룡 4좌인

이 몸 케찰코아틀이 모조리 다 영 멸시켜 주마.”

“천사들이여, 악에 물든 리벨리 온 연합에게 심판을 내려라!”

마치 둘로 나뉜 듯한 하늘에서 로를 향해 적의를 내뿜는 두 무리 가 격돌한다.

천권대전(天權大戰), 우주의 패 권을 두고 벌이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었다.

정복왕의 판단을 믿고 따르기로 한서준은 어느 때보다도 수련에 깊게 집중했다.

물론, 침공을 받고 있다는 말에 불안감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가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그녀의 말을 부 정할 수 없었다.

‘토르 한 명조차 버거웠어.’

그보다 강한 신들의 아버지, 오 딘과 같은 다른 신들이 넘어온다면.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패배였 다.

처음에는 그 사실에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화가 났지만, 그렇기에 정복왕과의 수련에만 집중해 머릿 속을 비웠다.

지금 서준의 머리엔 무(武)에 대 한 일념밖에 없었다.

‘분명 비슷한 힘과 방식으로 싸 우는데도 어째서 내가 밀리는 거 지?’

처음에는 명확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허나,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자

답에 가까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무에 대한 이해 자체가 달라.’

그렇다면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부족함을 충족하기 위해 계속 대련 할 뿐이었다.

‘심, 기, 체.’

덕분에 이제 와서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처음 정복왕과 만났던 당시의 조 급함과 초조함으로 스스로를 좀먹 고 있던 심마를 완벽히 떨쳐냈다.

그러나 그럼에도 닿지 못했다.

정복왕, 내우주의 신격과의 차이 가 이리도 컸단 말인가?

다소의 절망, 하지만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독기 속에서준의 의식이 더욱 깊은 내면으로 파고들 때였다.

쾅-!

처음으로 뻗어진 정복왕의 주먹 을 정면에서 막는 데 성공한서준 이 눈이 휘둥그레진다.

“ 이건......?”

호신강기.

당연하지만 일반적인 호신강기는

아니었다.

아니, 이걸 호신강기로 부를 수 있을까?

스스로도 정의를 내릴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정복왕의 주먹을 정면으로 막아선 이 힘은 오롯이 혼돈의 힘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이었다.

‘내가 혼돈의 힘을 이만큼이나 다룰 수 있게 됐다고?’

당황하는 서준과 달리 정복왕의 공격은 계속해서 쏟아진다.

파바박-!

쏟아지는 맹공.

정복왕의 공격은 여전히 강력했 고 무거웠다.

그러나 서준이 세운 장막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대체 왜?’

눈을 휘둥그레 뜬 서준의 귓전에 정복왕의 메시지가 울려 퍼진다.

[정복왕이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고 조언을 합니다.]

이어진 정복왕의 말에서준의 눈 이 얇아졌다.

‘이미 답을 알고 있다니?’

그저 무의식중에, 우연찮게 펼쳐 진 방어일 뿐인데 말이다.

계속되는 의문이 이어지던 와중 이었다.

어느덧 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 소가 흐른다.

‘답이 없는 문제에서 답을 찾으 려 하고 있었네.’

자조 섞인 웃음을 홀리고 있는 서준의 시야에 혼돈이 명확하게 보 인다.

시야 속, 회색빛 기운들이 짧은

진동을 토하며 반가움을 표한다.

“고마워.”

이제야 정복왕이 이런 수련을 계 속 이어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스스로가 깨달을 수 있도록 본능 을 일깨울 수 있는 무아지경에 빠 질 수 있게끔 극한의 상황까지 밀 어붙인 것이었다.

쌔액-!

정복왕이 내뻗은 빛의 속도를 뛰 어넘는, 초광속의 일격이 서준의 혼돈과 격돌한다.

전과 달리, 두르고 있는 혼돈은 흩어지지 않았다.

내뻗은 주먹을 그대로 거둔 정복 왕이 씩 웃어 보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덕에 혼돈을 그대로 받아들여 힘을 발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혼돈을 받아들이기만 했던 것이다.

결국, 이해하지 못한 지식과 힘 은 온전히 본인의 것이 될 수 없었다.

애초에 혼돈은 정의할 수 없는 힘이다.

아니, 정의해서는 안 되는 힘이

다.

그렇기에 혼돈이다.

새로이 얻은 혼돈의 깨달음에 온 몸에 전율이 찾아왔다.

“이게 혼돈……

웃음을 보인 정복왕의 입가에 만 족스러운 미소가 흐른다.

[정복왕이 정의할 수 없는 힘, 그 게 바로 혼돈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고 조언합니다.]

서준은 헛웃음을 홀릴 수밖에 없

었다.

계속해서 사용해 온 힘조차 제대 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다루고 있 었다는 뜻이었다.

무공에 대한 천재라 자부했던 스 스로가 부끄러워진다.

‘천무지체라니 말도 안 되는 소 리였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뛰어난 수재에 불과했다.

스스로를 천재라고 느끼도록 잡 아 이끈 것은 서준이 보여 왔던 집 착과 노력의 결과물에 불과했다.

다소 실망하는 표정을 저도 모르

게 내비친 탓일까.

[정복왕이 실망할 것 없다고 격 려합니다.]

진심 어린 격려 덕분에, 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조금 부족해도 상관없어. 내가 가진 집착과 노력으로 채워놓을 테 니까.”

[정복왕이 훌륭한 자세라며 칭찬 합니다.]

[정복왕이 다음 수련으로 넘어가 길 권장합니다.]

“다음 수련?”

서준의 눈이 반짝인다.

이것으로 끝일 줄 알았는데 다른 수련이 있단 말이었다.

기대도 되었지만, 걱정도 컸다.

그런 서준의 의중을 읽은 것인지 정복왕이 황급히 메시지를 보내온 다.

[정복왕이 분명, 지구에 도착하는

시간은 절대로 늦지 않을 거라 합 니다.]

메시지를 읽은 서준의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기대뿐 이다.

심마를 떨쳐낸 것도 모자라 혼돈 의 힘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까지 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정복왕이 이제부터 혼돈을 지배 하는 방법을 전수하겠다고 합니다.]

“혼돈의 힘을 지배한다고?”

정복왕은 말 대신 싱긋- 웃어 보 이며 고개를 주억인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가르쳐 줘.”

서준은 고개를 주억인다.

제대로 혼돈의 힘을 활용한 것만 으로도 이 정도였는데, 지배할 수 있게 된다면 분명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다.

어쩌면, 갈망하던 무의 극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정복왕이 시간이 없어서 속성으로 해야 하는 탓에 과정이 매우 고 통스러울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걱정할 거 없어. 참을 테니까.”

이미 서준의 대답을 예상하고 있 었는지, 미소를 흘린 정복왕의 손 에서 흘러나온 회색빛 기운이 서준 의 심장을 관통한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 었기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촤아악-!

심장에서부터 시작된 무언가 으 깨지는 소리와 함께, 서준의 온몸 이 파르르 떨린다.

끔찍한 고통에 머리가 새하얗게 변할 정도였다.

그러면 그럴수록, 심장에서 풀려 난 혼돈의 힘이 빠른 속도로 전신 으로 퍼져나간다.

콰아아아—!

[정복왕이 참아내야 한다고 합니 다.]

메시지를 전해오는 정복왕의 이 마에도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무엇이든 집어삼키며, 끝없는 탐 욕을 보이는 혼돈의 힘에게 무한에 가까운 양분을 주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체내의 혼돈을 포식시켜 키우는 것보다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 법은 없었다.

이윽고, 정복왕의 힘을 집어삼킨 혼돈의 힘이 기다렸다는 듯 사방으로 폭발했다.

콰과광-!

티탄, 오케아노스가 내지른 주먹 에 폭음과 함께 대지의 일부가 흔 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닥에 널브러진 연합군들을 향 하여 재빨리 치유 마법을 시전한 각성자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공격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펼쳐지고 있었다.

콰쾅-!

머리 위로 쏟아지는 유성우가 단 숨에 리벨리온 연합군을 넝마로 만 들려 한다.

하지만, 연합군 중 그 누구도 절 망하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 따 위가 아니었다.

실제로 전장의 상황도 불리할 것 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챙-!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바그너가 비웃음을 지으며 쥐고 있던 검을 바닥에 내리꽂는다.

펼쳐나간 결계가 수호룡을 휘감 는 순간, 쏟아지던 유성우들의 기 세가 크게 약해졌다.

“감히 지크프리트의 피를 이은 이 몸 앞에서 용족이 힘을 다루려 해? 우스운 것도 정도가 있어야 지.”

이어서 허공으로 날아오른 나라 연천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힘이 유성우들을 가루조차 남기지 못할 만큼 박살냈다.

미간을 찌푸린 수호룡들이 대군 주들을 향하여 소리친다.

“대군주들이여! 저기 있는 지크 프리트의 후손을 죽여라!”

현명한 선택이라 볼 수 있었다.

제약을 받는 수초룡들과 달리 대 군주들은 자유로운 몸이다.

대신급에 오른 대군주들이 공격 을 퍼붓는다면 바그너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바그너의 몸 에 닿는 공격은 하나도 없었다.

콰과광!

뻗어진 공격들이 모두 허공에서 가로막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투 중에 한눈을 팔다니, 우리 죄악의 마왕들이 우스워 보이나?”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오고 있 는 탐욕의 마왕, 마몬의 입가로 미 소가 현현한다.

“……?!”

자연스레 가브리엘의 시선은 제 약이 가해진 수초룡들이 아닌 유일 한 동아줄이라 볼 수 있는 티탄에 게로 향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티탄 쪽도 그 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옥황과 염라, 하데스가 가세한 리벨리온 연합군이 티탄을 계속해 서 압박해나가고 있었다.

챙! 챙!

아직까지는 전세가 기울 만한 상 처를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진영에 도움을 줄 정도로 여유롭지 는 않았다.

쇄도해오는 마몬의 공격을 떨쳐 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사이, 어느덧 지근거리에 다다 른 마몬이 육신을 드래코니안의 형 태로 변화해 날카로운 발톱으로 가 브리엘의 육신을 베고 지나간다.

촤악-!

날카로운 파육음과 함께 핏물이 튀어 오른다.

“크윽!?”

놀란 가브리엘의 동공이 거세게 혼들린다.

“빌어먹을……!”

패색이 짙어지는 상황을 지켜보 던 사리엘의 인상이 찌푸려져 갔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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