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권 22화
297화
단전 아래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 오른 혼돈의 힘이 서준의 머리를 찌르고는 전신을 돌아 퍼진다.
“대신 나에겐 수많은 무공이 있 어.”
미소를 홀린 서준의 손바닥에 태 극의 묘리가 깃든다.
묠니르가 보여준 힘은 공간 자체 를 부수는 것.
흡수해 체내에서 회전시키는 것
은 무리였다.
그러나 피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서준은 이윽고 맞부딪히던 팔을 조심스레 옆으로 꺾어 토르의 공격 을 흘려내고자 했다.
“놓치지 않는다!”
고함을 친 토르가 손목의 방향을 비틀었다.
서준의 팔도 그 움직임에 따라 다시 팔목을 회전했다.
말 그대로, 간발의 차.
토르의 움직임보다, 서준의 움직
임이 한발 더 빨랐다.
후웅-
허공을 가격하게 된 묠니르의 모 습에 토르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 리기 시작한다.
“네 이놈……
서준이 당황하는 토르와의 거리 를 바로 좁혔다.
어느새, 지척에 다다른 번뜩이는 서준의 붉은 눈동자가 기괴한 웃음 을 그린다.
쫘아악……
복부에서부터 느껴지는 혼돈의
힘에 토르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흐 른다.
“그리고 무공 중에는 말이야, 피 하고 흘려내는 것뿐만이 아니라 천 하패도(天下 W 道)의 공격도 있거 든.”
혼돈의 힘이 휩싸인 서준의 주먹 이 쉴 새 없이 쏘아진다.
퍼버버벅-!
뻗어진 주먹이 복부에 틀어박힌 토르의 눈이 새하얗게 뒤집혔다.
한 방, 한 방으로 보자면 견디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초광속에 달하는 속도로
폭주하듯이 쏟아지는 혼돈의 힘은 토르의 내부를 마구잡이로 헤집어 집어삼키고, 파괴하기 시작한다.
혼돈의 힘이 집어삼키고 있는 것 은 단순히 육체, 내력 따위가 아니 었다.
‘내 근원이……
집어삼켜 진다.
천둥의 신이자 전사로서 이루었 던 모든 것.
신격, 신성력 그리고 무수히 많 은 신화까지.
쉬지 않고 가격하는 서준의 주먹 에 가루처럼 부서져서 흩어진다.
이로 인한 충격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몸속의 모든 것을 굴복 시키고 무릎 꿇게 하는 마의 종주 (宗主), 마치 악마가 있는 듯한 기 분이었다.
온몸을 진탕 내는 그 중격에 토 르의 몸이 떨리기 시작할 때쯤, 육 신을 뒤덮고 있던 회색빛 기운이 거대한 악마의 형상을 빚기 시작한 다.
그오오…….
탐욕을 드러낸 악마는 토르의 육 신을 넘어 일대를 모두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회색의 세상 속.
악마는 혼돈의 힘의 영향이 닿지 않는 너머의 우주에서 오연히 지켜 보고 있는 이들에게 경고하듯, 허 공을 응시하더니 신기루처럼 자연 스레 흩어진다.
“으아아-!”
괴성을 내지른 것은 토르가 아니 었다.
저 우주 너머에서 지켜보고 있는 다른 신격들에게 던지는 서준의 경 고였다.
띠링-!
[천둥의 신, 가장 위대한 전사 ‘토르’를 처치했습니다.]
[초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가파르게 상숭합니다.]
[필요 경험치를 충족함에 따라 레벨이 1009로 상승하였습니다.]
[주인 ‘토르’가 사망하여 ‘묠니르’ 가 새로운 주인을 물색합니다.]
[자격이 갖춰진 자를 탐색합니 다.]
[묠니르가 사용자 한서준을 주인
으로 삼고자 합니다.]
[사용자 ‘한서준’이 새로운 묠니 르의 주인으로 인정됩니다.]
[제약에 따라 묠니르가 깊은 침 묵에 빠집니다.]
수없이 많은 메시지가 떠올랐지 만, 전율에 휩싸인 서준은 미처 그 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증명했어.’
이계의 신격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더 이상 이 우주는 약하지 않다.
누구라고 해도, 이젠 두렵지 않 다.
‘와라, 내우주의 존재들.’
투지 어린 서준의 눈동자가 너머 의 우주를 향하고 있었다.
신들의 아버지라 불리는 위대한 신, 오딘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 었다.
가장 위대한 전사라고 불리는 천 둥의 신, 토르와의 연결이 끊긴 것 이다.
영혼과 결속된 토르와 연결이 끊 기는 상황은 하나를 의미했다.
“토르가 영멸……했다고?”
충격을 받은 것은 비단 오딘뿐만 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진(Gene) 에 속한 신격들도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외우주의 존재가 토르를 꺾었단 말인가?”
우라노스는 방금, 두 귀로 들었 음에도 재차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이미 벌어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앙그라 마이뉴가 헛웃음을 홀리 며 입을 열었다.
“아직까지는 그저 성장 가능성만 갖고 있다고 생각했거늘…… 벌써 혼돈석을 만들어냈을 줄이야.”
심지어 그것을 본래 자신의 것인 마냥 완벽히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허허......
입가로 쓴웃음을 흘리고 있는 감 사관에게로 대가를 치렀던 신격들 의 분노 어린 시선이 향한다.
“웃음이 나오나?”
대가를 치른 것은 반드시 성공할 계획이라는 감사관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토르를 외우주로 보내기 위해 이들이 치른 대가는 일정 동안 힘 사용의 일부를 제한 하는 것이었다.
물론, 여기 모인 신격이 함께 대 가를 치렀기에 아주 큰 제약을 받 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런 이득 도 없이 손해만 본 것이라는 점이 었다.
특히 신들의 아버지의 경우, 주 전력이라 할 수 있는 토르가 영멸 을 맞이했다.
어떻게 봐도 최악의 결과였다.
앙그라 마이뉴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사태의 심각성을 상기시 켰다.
“……정복왕도 이 상황을 눈치챘 겠지.”
한서준을 비호하고 있는 그녀이 기에 분명, 이 상황을 지켜봤을 것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분노가 이미 우 주를 뚫었을 것이란 사실은 누구나 짐작 가능했다.
당연하게도 여기 있는 연합에 소 속된 신격이 움직인다면 정복왕 또 한 그에 맞춰 움직임을 보일 것이 다.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도 없다 는 말이었다.
우라노스의 입가에 헛웃음이 흘 렀다.
“대가를 치러 힘이 봉인되었는데
정복왕은 머리끝까지 화가 난 상태 라니……. 내가 겪어 본 상황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최악이군.”
그렇다고 한서준이라는 인간을 방치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이런 성장세라면 아마 머지않아 서 저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 게 되겠죠.”
“그런 전력이 정복왕의 휘하에 들어가게 된다면……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내우주의 주신(主神)으로 패권을 쥐게 되는 것은 정복왕과 그를 따 르는 신격들이 될 것이다.
“감사관, 여유롭게 웃는 걸 보면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 정도는 있 는 것이멋다?”
당장이라도 분노를 터뜨릴 것 같 은 신격들의 중심에서 있던 감사 관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니 바로 듣고 싶군.”
날이 선 우라노스의 반응에 감사 관이 곧장 입을 열었다.
“말씀하셨던 대로 한서준은 방치 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반드시 제 거해야 하죠.”
미간을 찌푸린 야훼가 언성이 높 아지기 시작한다.
“누구나 아는 말을 지껄이려고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더냐?”
위대한 전사라고 불리는 토르마 저 패배했다.
웬만한 신격들은 한서준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너무 흥분하지 마십시오. 일반 적인 신격이라면 한서준을 건드리 지 못하겠지만 저희 모두가 나선다 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모두 나선다고?”
신격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 문을 표하는 모습에 감사관이 기다 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우선 문을 여는 타이밍은 수호 룡, 천사, 티탄들이 혼란을 일으켰 을 때입니다.”
감사관의 말에 다들 눈이 가늘어 진다.
확실히 외우주의 존재가 움직여 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낸다 면 정복왕이 가진 까다로운 눈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문제는 수호룡, 천사, 티탄 들이 감사관의 말을 들어주겠냐는
“혼란을 일으킨다니? 그들이 감 사관인 네 말을 들어줄 것이라 생 각하느냐?”
“제 말은 듣지 않더라도 우주 협 회 측의 공문을 거절할 수는 없겠 죠.”
억지로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그저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 내기만 하면 된다.
천사와 수호룡들은 이미 지구를 침공할 준비를 짜고 있었다.
유일한 변수인 티탄들도 동족의 죽음을 알게 된다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우주 협회의 이름으로 공문을 보낸다고?”
“한서준이 왜 하데스에 이어서 오시리스를 만나러 갔을 거라고 생 각하시는 겁니까?”
“설마......
“생사부에 손을 댄 것이냐?”
“맞습니다.”
우라노스와 야훼의 물음에 비릿 한 미소를 흘린 감사관이 고개를 주억 인다.
“크하하하! 제 무덤을 판 것이
군!”
“멍청한 것……
삶과 죽음이라는 균형과 섭리가 무너지게 되었다.
실험장으로 쓰고 있던 외우주에 예기치 못한 혼란이 찾아온 것인 만큼, 우주 협회가 이를 가만히 두 고 볼 리가 없었다.
“문을 지키고 있는 1좌의 엘마를 제외하고는 모든 수호룡을 움직일 겁니다. 추가적으로 천사와 티탄과 같은 상위 종들도 모두 움직이겠 죠.”
“외우주의 전력들이 모두 지구에
모이겠군.”
“다시 한번 라그나로크가 벌어지 게 되는 겁니다.”
가면 너머, 감사관의 입가가 호 선을 그린다.
“그렇게 일어난 혼란이 일어난 틈을 타 한서준이 있는 외우주로 향하는 문을 열어낼 생각입니다.”
대가 또한 필요 없었다.
한서준이 제멋대로 섭리를 거스 르고 균형을 어그러뜨린 만큼 우주 는 본래의 운명을 되돌아갈 때까지 내우주의 침공에 정당한 권리를 인 정하고 부여해줄 것이다.
가면 너머, 입가에 호선을 그린 감사관의 고개가 돌아간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출전 의사를 묻는 것이다.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게 되었지만, 각자의 사정이란 것이 존재 하기 때문이었다.
“미안하지만 난 빠지도록 흐}지. 나를 호시탐탐 노리는 반쪽이 요즘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거든.”
위대한 악신인 앙그라 마이뉴가 손을 들어 올리며 출전을 포기한다.
“마음 같아서는 토르의 복수를
직접 하고 싶으나, 위대한 전사가 영멸한 공백 탓에 정복왕의 군세에 전선이 밀리기 시작한 상황이라 자 리를 비울 수 없겠네.”
이어, 신들의 아버지인 오딘이 손을 들어 올리며 불참을 선언했다.
자연스레 감사관이 고개를 돌리 며 물음을 던진다.
“우라노스 님과 야훼 님은 어찌 하시겠습니까?”
“당연한 걸 물어보지 말게. 내 자식을 죽인 놈을 절대로 살려둘 수 없지.”
우라노스는 곧장 출전 의사를 밝
“……그래도 숭배받는 천신으로 마지막 자비를 베풀어 줘야겠지.”
짙은 고민을 끝낸 야훼마저 고개 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번 외우주로의 출전은 우라노스 님과 야훼 님 그리고 저 까지 셋으로 하겠습니다.”
감사관의 말에 자리에 모여 있는 신격들이 모두 고개를 주억인다.
마침내 의견의 조율을 마친 신들 의 연합, 진은 곧장 서준이 있는 외우주로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