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권 18화
293화
다행히도 혼돈석의 제작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열두 개의 파편을 한자리에 놓고 혼돈을 힘으로써 뭉치는 것이 전부 였기 때문이었다.
띵-!
[혼돈의 파편이 사용자 ‘한서준’ 의 자격올 확인합니다!]
[자격 조건이 충족되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혼돈의 파편 12개를 합쳐 ‘혼돈 석’을 제작합니다.]
방법이 쉽다고 해서 그 능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상했던 것 이상의 능력이었다.
[혼돈석 (混 M 石)]
등급 : 태고(太古)
분류 : 반영구 아이템
가장 포악하고 위험하다는 혼돈 의 힘을 품은 파편을 하나로 뭉쳐 만든 혼돈석입니다.
아직 본래의 힘을 발휘하기에는 품고 있는 혼돈의 양이 미약합니다.
혼돈석이 더 많은 파편을 갈망하 고 있습니다. 혼돈의 파편을 주입 할 시 새로운 능력을 개방할 수 있 습니다.
특수 효과.
1. 금기, 진실의 열쇠 - 내우주 와 연결되는 문을 열기 위한 열쇠 로 사용 가능합니다,
2. 태고, 포학무도(暴虐無道) -
혼돈의 힘을 24갑자까지 사용 가능 하게 됩니다.
눈앞에 떠오른 초록빛 홀로그램 의 메시지를 읽어가던 서준의 눈동 자가 멈춘 곳은 다름 아닌 특수 효 과가 적힌 칸이었다.
‘대단해.’
열쇠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은 이 미 알고 있었기에 놀랄 일도 아니 었다.
하지만 기존 12갑자의 혼돈의 힘 이 자그마치 24갑자, 두 배로 늘어 났다는 것은 서준의 예상을 뛰어넘
고 있었다.
‘자그마치 2배라니.’
일반적으로 평범한 내공이라 할 지라도 단숨에 2배에 달하는 성장 만도 매우 대단한 것이었다.
하물며, 혼돈의 힘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기존에 다루던 혼돈의 14갑자에 달하는 힘에 혼돈석의 효과까지 더 해진다면……
전에도 말했듯, 혼돈의 힘은 1갑 자만으로도 웬만한 국가 하나를 지 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혼돈석을 얻게 된, 현재 서준이 다룰 수 있는 혼돈의 힘 최 대량은 38갑자.
2,000년이 넘는 세월의 막대한 양의 내력, 혼돈의 힘을 다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차원 하나 정도 는 우습게 부숴버릴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로 엄청난 성장이라 말할 수 있었지만, 서준은 마냥 좋아할 수 는 없었다.
오히려 서준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이게 진짜 우주라 불리는 내우 주의 신격들이 가진 힘.’
물론, 모든 신격이 이리 강하지 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열쇠를 만들고 문을 로 연 신격은 다를 것이다.
지금 직접 혼돈의 힘을 다룰 수 는 없겠지만, 본인의 능력과 갖가 지 권능을 적절하게 혼용한다면 이 에 필적하는 힘을 가졌을 거라는 직감이 든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강자가 존재할 수도 있겠어.’
어느덧, 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
소가 흐른다.
“재밌겠는데.”
서준의 근간은 무인(武人)이었다.
무(武)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수많은 강자, 신격과의 싸움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 마련 되었는데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 겠는가?
마음 같아서는 당장 내우주로 가 서 새로이 얻은 혼돈의 힘을 시험 하면서 무를 나누고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남 아있었다.
‘오시리스.’
이번 출정의 목적은 생사부 수정 에 관한 동의를 얻기 위함이었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 서준은 곧 장 지구로 되돌아가, 나라연천을 만나고 옥황이 가르쳐준 오시리스 가 있는 차원, 아비도스로 이동할 준비를 시작했다.
이미 사전에 준비를 마쳤기에 아 비도스로 향하는 게이트의 생성은 아주 신속했다.
“바로 개방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주억이는 서준의 모습을 확인한 나라연천은 곧장 석판에 무 언가를 기입하기 시작한다.
이내, 얼마 가지 않아서 허공에 황토색 균열, 게이트가 일기 시작 했다.
“뭐, 여태 그래 왔지만, 이번에도 입구를 부탁할게.”
“아무도 지나가지 못하게 하겠습 니다.”
든든한 나라연천의 말을 들은 서준은 곧장 발을 앞으로 뻗어 눈앞 의 게이트를 넘어선다.
뒤이어 기이한 감각과 함께, 시 야가 크게 뒤바뀐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 야말로 죽은 자들, 사자(死者)의 땅 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어울리는 황 무지 였다.
그나마 오시리스가 근처에 있다 는 것을 확신하게 해주는 것은, 저 멀리 보이는 자줏빛 신전들이었다.
“삭막하기는 하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아비도스를
살피자,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 이었다.
그렇게 서준이 잠시 지형을 파악 해가고 있던 찰나,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차원, 아비도스에 진입했습니 다.]
[사자의 신인 오시리스가 사용자 ‘한서준’을 인지합니다.]
[오시리스가 권능, 사자의 궤(ffi) 로 침입자 한서준을 봉인하려 합니 다.]
메지시가 사라지기 무섭게, 바닥 에서 망자의 손길이 뻗어져 나와 서준의 육신을 옭아맨다.
이후, 끝을 알 수 없는 황무지 바닥, 모래 속으로 끌고 내려가려 는 듯했다.
‘쉽지 않겠네.’
당장 이 권능의 힘을 말하는 것 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을 먹고 사자의 궤를 떨쳐내려 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벗어날 수 있었다.
문제는 오시리스의 태도였다.
‘이렇게까지 적대할 줄은 몰랐는 데.’
생사부의 수정을 그리 탐탁지 않 아 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다짜고 짜 권능으로 공격을 해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식의 완강한 거부라면 대화 조차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서준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무조건 동의를 받아내는 수밖에 없어.’
허무하게 돌아가려고 아비도스에 온 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주억인 서준은 전신에 혼 돈의 힘을 일으켰다.
촤악-!
몸 주변에 혼돈의 힘을 두르자, 몸을 옭아매고 있던 망자의 팔들이 찢어발겨진다.
애초에 힘의 차가 역력한 싸움인 만큼 당연한 결과였다.
혼돈의 힘은 어떠한 힘보다도 포 악하고 난폭한 힘이다.
이런 망자의 손길 따위가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이라는 말이다.
결국, 얼마 가지 않아서 몸을 옭 아매려 했던 망자의 손길들은 혼적 조차 남기지 못하고 삼켜지고, 사 라졌다.
권능을 가볍게 뿌리치는 데 성공 했지만, 서준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경계심이 심하네.”
고개를 돌린 서준의 시선이 허공 을 향하는 순간이었다.
가슴 쪽에 기운이 폭발하듯이 연 속으로 터져나간다.
쾅—!
사자(死者)의 힘이 담긴 불길하 면서도 강력한 공격이었지만, 지금 서준이 두른 혼돈의 장막을 뚫어내 지는 못했다.
씁쓸한 미소를 흘린 서준의 시선 에 기다란 모자와 한 손에 지팡이 를 든 사내의 모습이 보인다.
신왕(神王)으로 군림하며 절대적 인 지지를 받은 존재이자, 사자의 신.
“오시리스.”
그 역시 서준을 인지했는지 가늘 어진 눈매를 한 채로 움직임을 주 시해가며, 경계심 가득한 모습을
보인다.
“마신, 한서준. 네놈과 뜻을 함께 할 생각이 없으니 돌아가라.”
이후, 오시리스가 고개를 까딱거 리는 것으로 서준이 넘어온 게이트 를 가리킨다.
“웬만하면 원만하게 대화로 풀고 싶었는데 상황을 보니 그럴 수가 없겠네.”
“네놈이 강한 것은 알고 있으나, 힘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 한다면 다른 대신들도 그 만행을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대신과 척을 지고 싶은 건 아니겠지?”
“만행이라……
그 말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 었다.
다른 이들이 본다면, 생과 사에 개입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만행이 라 할 수 있었다.
허나 서준은 바꿀 수 있는 운명 을 방관하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순리에 순응하려 했다면 시간을 거슬러 지구로 되돌아오지 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대신들도 아니고 우주를 팔아먹으려는 놈한테 만행 이라는 말을 듣는 건 기분이 많이
나쁘네.”
서준의 눈동자가 오시리스의 어 깨너머, 자줏빛 신전으로 향한다.
신전 내부에서는 회색빛 혼돈의 힘이 자그마한 균열올 빚어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차원을 연결하는 게 이트가 아니었다.
아주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를 이 우주, 아비도스로 불러들이기 위한 준비로 보였다.
그리고 이 강대한 힘은 서준에게 는 상당히 익숙한 것이었다.
“신들의 아버지와 손을 잡았나
봐‘?”
정곡을 찌르는 서준의 말에 오시 리스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 작한다.
“우리를 실험용 쥐 취급하는 놈 들이랑 붙어먹으려는 양아치 놈한 테 훈계받는 건 선 넘는 건데.”
서준의 몸에서 피어나는 살기에 오시리스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 다.
“……어차피 우리가 발버둥 친다 고 한들, 내우주의 존재들을 넘어 설 수는 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가두면서 실험
용 쥐가 되기를 자처한 거야?”
“네놈은 아직 모른다, 이계의 신 격들이 가진 진짜 힘을 말이다.”
고개를 내젓고 있는 오시리스의 지팡이에 검은 기운이 넘실거린다.
“켄티.”
이어서 쏘아진 사자의 힘은 날카 로운 송곳으로 변화한다.
모습과 달리 가벼운 공격은 아니 다.
대신, 그증에서도 사자의 신이라 불리는 존재가 쏘아내는 강력한 일 격이었다.
서준은 곧장 발을 놀려 쏘아져 오는 송곳의 비를 피했다.
“뭐야, 왜 이렇게 약해?”
가벼운 발놀림으로 공격을 모조 리 다 피한서준이 헛웃음을 흘린 다.
짧은 시간 오시리스와 서준의 시 선이 허공에서 교차한다.
여유로운 서준과 달리 오시리스 의 눈동자에는 크나큰 동요가 엿보 인다.
“빌어먹을……
미간을 찌푸린 오시리스가 눈을
흘기며 뒤의 신전으로 향했다.
당연하지만, 서준이 전투 중에 한눈을 파는 것으로 훤히 드러난 틈을 그냥 놓칠 리가 없었다.
서준의 신형이 광속으로 쏘아졌 고 오시리스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네페르!”
위협을 느낀 오시리스가 황급히 지팡이를 내뻗어 공격을 쏟아냈다.
꿀럭....
그러자 검은 칠흑의 늪이 생성되 고는 서준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 안에 담겨있는 부정적 인 기운이 육신으로 파고들기 시작 한다.
꿀렁....
체내에 차오르는 어두운 기운들.
그러나 서준의 는동자에는 자그 마한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통할 수가 없었다.
지금 서준은 마신의 근원을 품은 존재.
이런 하찮은 마기의 공격에 잡아 먹힐 리가 없는 것이다.
서준은 육신을 휘감았던 마기를
너무나도 손쉽게 밀어냈다.
“너, 진짜 약하네.”
단순히 마기를 사용한다는 상성 의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대신에 올랐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나약했다.
이어, 서준의 날카로운 시선은 너머에 있는 신전으로 향한다.
“문을 열기 위해서 힘을 많이 소 진한 상태인가 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허나, 대답이 필요가 없었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초조함 을 보이고 있는 오시리스의 표정은 충분한 답을 내주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괴물 같은 놈……
이곳은 사자의 신, 오시리스의 땅인 아비도스 차원이었다.
오시리스에게 성역이라고 불리는 곳인 만큼 본래의 권능과 능력을 몇 배나 강화시킬 수 있을뿐더러 규칙을 새로이 정립하여 갖가지 불 합리함을 선사할 수 있다.
문을 열어내기 위하여 힘을 소진 한 상태라고는 하나 이리 허무하게
당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저 눈앞의 괴물이 너무 강력할 뿐이다.
이렇게 정면에서 맞붙어서는 승 산이 없었다.
자연스레 오시리스의 시선이 자 줏빛 신전으로 향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