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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86화 (286/517)

- 12권 16화

291 화

“지금 자리를 비우고 있는 신들 의 아버지, 오딘은 그를 사냥하겠 다고 나선 상태입니다.”

“가이사와 연관된 일인데 오딘을 혼자 보낸 건가?”

여태껏 침묵을 지켜왔던 존재 중 하나인, 검은 안개가 흥미를 보이 며 물음을 던져온다.

“위대한 악신 앙그라 마이뉴 님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걱정할 거 없다니, 정복왕의 위 험함은 누구보다도 네가 더 잘 알 지 않나?”

정복왕 가이사는 진짜 우주에서 도 당당히 패자로 군림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면서 지독한 인물이었다.

오딘 홀로 감당해낼 수 있을 만 한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물론, 신격이 하나 줄어드는 것 은 이들 입장에선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진 (Gene) 이 바라는 궁극 의 목적을 이루기도 전에, 썩 쓸 만한 전력인 오딘이 영멸하는 것은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관은 신 들의 아버지를 제지하지 않았다.

“가이사와 직접 싸움을 벌일 것 도 없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한서준을 영멸시키는 것이니까요. 제아 무리 그녀라 할지라도 영멸을 당한 영혼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당당한 감사관의 말에 야훼가 고 개를 갸웃거리며 물음을 던진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려는 거지?”

오랜 세월 대치해온 만큼 진 (Gene)은 가이사가 항시 예의 주시

하고 있는 집단이었다.

직접 나서게 된다면 꼬리가 잡힐 것이다.

가이사와의 전면전을 바라는 신 격은 없었다.

“우선, 신들의 아버지께서 실험 장에 있는 죽음의 신 오시리스를 포섭해 두었습니다.”

“……고작 한 명?”

우라노스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 그마치 정복왕, 가이사가 비호하는 인간이다.

당연하지만, 인간이 가진 힘은 실험장에 있는 평범한 것들과는 궤 를 달리할 것이다.

“당연히 지금의 상태로 한서준과 맞붙는다면 필패하겠지요, 그래서 신들의 아버지께서 과감히 투자를 하시겠다며, 한 가지 계획을 내놓 으셨습니다.”

감사관의 계획을 듣던 우라노스 가 고개를 주억인다.

“우리를 모두 불러 모은 이유가 납득이 가는군……

기록조차 존재하지 않는 아주 오 랜 과거, 힘을 가진 신격들이 제멋

대로 날뛰어 미약한 생명체들은 아 무도 살아남지 못하는 의미 없는 학살만이 있던 시대가 있었다.

그렇게 생기를 잃고 서서히 죽어 가는 은하의 모습에 우주는 최소한 의 균형을 유지하고, 나약한 생명 체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해 한 가지 절대법칙을 만들어 냈다.

강한 우주에서 약한 우주로 제한 된 힘 이상을 넘겨주거나 혹은 존재가 넘어갈 때 그에 필적하는 대 가를 치러야 한다.

“다소 손해 보는 장사이긴 하다 만, 정복왕 놈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군.”

“신들의 아버지, 그놈이 직접 움 직였다면 한서준이라는 인간이 혼 돈석의 주인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 어찌할 방도가 없겠지.”

“근래 직접 마주했을 때 확인해 본 결과 한서준은 아직 혼돈석을 얻지 못했었습니다, 운이 좋아 근 래에 파편을 모두 얻었다 할지라도 인정받을 수는 없겠죠, 어찌하시겠 습니까?”

감사관은 자신의 계획을 모두 밝 혔다.

그리고 그에 반응한 인물들은 모 인 셋이었다.

거신 우라노스, 천신 야훼, 악신 앙그라 마이뉴.

나머지 한 명은 그저 현 사태를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아직 정확한 꿍꿍이는 알 수 없 어 찜찜하긴 한데, 정복왕 놈에게 당한 것들을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 어 올라서 말이야, 특별히 이번에 는 돕도록 하겠다.”

앙그라 마이뉴가 대가를 지불할 것을 선언했다.

“내 자식들을 죽인 인간을 내버 려둘 수는 없지.”

우라노스 역시 빠질 것 같은 분 위기는 아니었다.

“……대군주들은 몰라도 서기관 은 최소한의 가능성을 가졌으니 살 려둬서 나쁠 것은 없겠지.”

짙은 고민 끝 야훼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저까지 포함해서 넷인가 요……?”

감사관이 말끝을 흐리며, 유일하게 입을 열지 않은 이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 없이 허공으로 사라진다.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감사관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 다.

‘어쩔 수 없지.’

기본적으로 진(Gene)의 활동에는 강제성이 부여되지 않는다.

떠나간 이를 붙잡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니, 애초에 미련을 가질 필요 도 없었다.

‘넷이면 대가를 지불하는 데 전 혀 무리가 없지.’

감사관은 개의치 않고 고개를 끄

덕였다.

평범한 넷이 아니다.

우주에서도 절대적 상위신인 존재들이다.

아직 진짜 우주에 발을 딛지도 못한 인간 하나를 처치할 수 있는 힘을 넘겨주기에는 차고 넘치는 전 력이 었다.

그 시각, 서준은 도착한 파편 내 부의 풍경에 있어 커다란 현기증을 느끼는 중이었다.

‘생각 이상이네.’

어째서 시스템 창이 메시지를 통 하여 경고 문구를 보내왔는지 알 수 있었다.

혼돈의 힘이란 것은 서준이 생각 했던 것보다 몇 배나 복잡하고, 혼 탁했다.

이렇게 세계 전체가 혼돈으로 가 득 찬 파편 내부에서 온전한 정신 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힘에 상 당히 익숙해져 있었기에 정신을 집 중하고 혼돈을 이해하려 하면 불가 능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서준은 계속 범람해오는 혼돈을 천천히 밀어내고, 자신을 억눌러 최대한 빠르게 안정을 찾으려 했다.

‘할 수 있어.’

이미 수백, 수천 번을 다뤄온 힘 이다.

진정하고 가다듬으려 한다면 충 분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요동치던 혼돈의 기운들이 서준 의 의지대로 천천히 물러나기 시작

기이하게 뒤틀려 있던 혼돈의 세 상 속이 조금이지만 안정을 찾아간 다.

그래도 이 정도로 안심할 수 없 었다.

혼돈은 아직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허무하게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 면, 파편을 만나 주인으로 인정받 기도 전에 혼돈에 집어삼켜질 것이 다.

최대한 빠르게 혼돈의 힘에 인정 받고 이 공간을 벗어나는 것이 최

우선이라고 판단하는 순간이었다.

[혼돈의 주인을 자처하러 오다니, 어리석구나.]

세계 전체가 울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회색빛의 거대한 눈이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하나였지만, 순식간에 수십에서 수백 개로 늘어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눈이 서준을 응시했다.

팔과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다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예상은 했었지만, 혼돈은 끔찍하 면서도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네가 파편의 의식이냐?”

[그리고 곧 네놈을 집어삼킬 혼 돈이기도 하지.]

수백이 넘는 혼돈의 시선이 눈을 부릅- 뜨며 서준을 쏘아보는 순간 이었다.

안정을 찾아가던 세계에 균열이 일어난다.

벌어진 틈 사이로, 혼돈이 거대 한 파도의 형태로 범람해오며 세계 를 집어삼켜간다.

“크읍.”

서준이 미간을 찌푸린 채로 단말

마를 내지른다.

[고작 이 정도도 견디지 못하면 서, 혼돈의 주인을 자처하려 한단 말이냐.]

혼돈의 파편, 그 내부의 의식이 미소를 흘리며 서준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서준은 파편의 의식이 내 뱉는 음성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방금, 보았던 광경이 뇌리를 강 하게 강타한 탓이었다.

‘혼돈의 힘을 이런 식으로 응용 해?’

눈앞 파편의 의식은 결국 실체를 가지지 못한 허상에 불과했다.

대신이자 마신에 올라있는 서준 의 상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혼돈의 힘을 다뤄내는 방 법은 놀라웠다.

이렇게 혼돈으로 가득 찬 세상이 라면, 어지간한 대신들도 이 공간 내에서라면 파편이 다뤄내는 혼돈 에게 잡아먹혀도 이상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혼돈의 힘을 다루는 너라면 반드시 이곳에 올 줄 알았고, 그렇기에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다려왔다.]

서준은 담담히 대답하며 혼돈을 바라보았다.

“……기다려왔다고?”

질문을 던졌지만, 이유는 어느 정도 추측이 되었다.

불길한 수백 개의 눈이 서준의 전신을 흥미롭다는 듯이 훑어본다.

적의는 없다.

오히려 호의적이라 볼 수 있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호의와는 의 미가 사뭇 달랐다.

굳이 표현하자면, 마치 탐스러운 먹이를 앞에 둔 맹수의 눈빛과 같 았으니 말이다.

눈동자에는 절대로 놓치지 않겠 다는 집념과 탐욕으로 가득했다.

서준의 입가에 헛웃음이 흐른다.

“이런 시선을 받아본 건 정말 오 랜만인데.”

아주 오래 전, 처음 중원 대륙에 떨어졌을 때를 제외하고는 서준은 항상 포식자였다.

누군가에게 이런 위협적인 눈빛 을 받아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는 말이었다.

익숙지 않았기에 더욱 불쾌했다.

“적응이 잘 안 되어서 기분이 상

당히 나쁜데, 눈 좀 깔아라.”

서준의 거친 말에 놀란 듯, 호의 가득하던 시선이 짧은 떨림을 보인 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침착함 을 되찾고는 진한 눈웃음을 보인다.

[두려워할 거 없다. 나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결국 네가 바라는 대 로 혼돈의 주인이 되는 것이니. 평 생을 혼돈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편하게 받아들여라.]

범람해오는 혼돈의 파도 속, 무 수히 많은 목소리가 서준의 머리를 울렸다.

당장에라도 정신이 혼돈에 잠식 되어 잡아먹힐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서준은 그 혼돈의 힘을 막아서지 않았다.

끔찍한 고통 속에 온몸이 오그라 들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혼돈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파편의 말이 옳아.’

고작 이 정도 혼돈도 견디지 못 하면서 어찌 주인임을 자처할 수 있단 말인가?

혼돈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혼돈 을 받아들이겠다는 말이다.

지레 겁을 먹고 물러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얌전히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 이 보기 좋구나. 혼돈에게 있어 너 는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 나와 하 나가 되어 위대한 혼돈으로 남을지 니…….]

파편의 의식이 끌끌거리며 웃는 다.

그에 맞춰 춤을 추듯 혼돈의 기 운이 더욱 과격하게 접근한다.

어느덧, 서준의 전신이 회색빛 기운에 완전히 잠겼다.

서준을 웅시하고 있던 수백 개의

눈동자에 이채가 어린다.

[그래, 그렇게 나와, 혼돈과 하나 가 되는 것이다.]

범람하던 혼돈의 파도는 서준을 파편의 앞으로 데려왔다.

서준의 육신을 지근거리에서 마 주하고 있는 수백의 눈동자는 흥분 과 열의로 물들어 있었다.

[혼돈…… 혼돈으로 살아가게 되 는 것이다……!]

쩌억-!

공간이 갈라지듯 수백 개의 눈동 자가 찢어지고는 길이 열린다.

그 내부는 지독한 온통 회색빛 세상, 혼돈을 가득 담고 있었다.

혼돈 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회색빛의 세상.

서준의 육신을 그 세계 속으로 단숨에 집어삼켰다.

꿀렁……. 꿀렁…….

울대가 출렁이는 듯한 소리와 함께 수백의 눈이 동시에 짙은 웃음 을 그렸다.

[푸흐흐.. 푸흐흐흐... 새로

운 혼돈이 탄생했구나.]

무수히 많은 목소리의 외침.

파편의 세계가 크게 부풀어 오르 는 듯한 순간이었다.

“이게 진짜 혼돈이구나.”

세계에 낮은 인간의 목소리가 울 려 퍼진다.

눈을 동그랗게 뜬 수백 개의 시 선이 주변을 훑는다.

그 무엇도 없다.

[……?]

파편의 의식이 당황스러움을 금 치 못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놀랄 거 없어, 잘못 들은 것 아 니니까.”

툭툭.

파편의 의식은 내부에서부터 울 려 퍼지는 진동에 당황을 금치 못 했다.

[어, 어떻게?!]

혼돈의 가장 깊은 곳, 내부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파편의 의 식의 눈동자들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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