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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84화 (284/517)

- 12권 14화

289화

쌔액-!

히페리온이 광기를 머금고 주먹 을 던져 혼돈의 힘을 쏘았지만, 서준은 피할 생각 없이 계속 앞으로 돌진했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혼돈의 힘을 이해하고 다루는 것 의 정점에 선 서준이, 같은 혼돈의 힘 싸움에서 패배할 리가 없었다.

마침내 지척 거리에 다다른 순

간, 서준은 쥐고 있는 개벽의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히페리온의 혼돈 의 힘을 찢고는 강제로 길을 열었다.

촤악-!

이어서 들려온 육신이 갈라지는 서슬 퍼런 소리와 함께 히페리온의 팔 한쪽이 떨어져 나갔다.

“크읍-!!”

잘린 팔을 붙잡고 고통을 호소하 긴 했으나, 두 눈동자에 어린 투지 는 꺼지지 않았다.

아니, 꺼질 수 없다.

어차피 한 명이 죽어야만 끝나는

싸움이다.

당연하지만, 히페리온은 올림포 스에 대한 복수도 이루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전보다 더 강한 힘을 발산하면서 서준을 마주하고 있었다.

“패기 있네.”

실시간으로 중폭되는 히페리온의 힘에서준이 혀를 내둘렀다.

만약 마신의 힘을 완성하지 못하 고 싸웠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 는 싸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 말은, 마신의 힘을 완성한 지

금, 히페리온은 적수가 될 수 없다 는 말과 같았다.

‘이 정도는 충분히 받아칠 수 있 어.’

아직은 티탄의 모든 힘을 알 수 없었기에, 행동에 있어 자그마한 변수 하나까지 생각하고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방금 격돌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패배는 절대 없어.’

서준의 입가에 피어나는 여유로 운 미소에 히페리온의 미간이 일그 러져간다.

“언제까지 그리 여유로울 수 있 을 것 같으냐!”

“아니, 누구보다도 네가 확실하게 느끼고 있잖아.”

비릿한 미소를 홀린 서준이 다시 입을 연다.

“네가 땅, 나는 하늘. 그만큼 차 이가 난다는 걸.”

“웃기지 마라-!”

발악하듯 소리를 내지르는 히페 리온의 모습에서준은 미소를 홀리 고 있던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동시에 쥐고 있던 개벽의 검을

들어 올려 히페리온을 향해 겨눈다.

뻗어진 개벽의 검을 중심으로 응 집된 내력, 혼돈의 힘이 발산되고 공간을 집어삼킨다.

콰드드득-!

“..?!”

실시간으로 부풀어가는 서준의 기운에 히페리온의 표정에 당황스 러움이 묻어난다.

‘도망쳐야 한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현실 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어린이의 치기에 불과했다.

이미 앞선 공방으로 격차를 확실 하게 느낀 것이다.

눈앞의 존재는 홀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리를 벗어나 일곱 티탄들, 그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티탄인 크로 노스를 불러내야만 했다.

그러나, 뜻대로 움직일 수는 없 었다.

‘도망칠 수 있을까?’

눈앞의 공격은 차원을 집어삼킨 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파괴적인 힘이었다.

게이트, 차원의 문을 열기 위해 서는 그에 마땅한 준비가 필요했다.

다른 티탄과 달리 히페리온은 게 이트를 열기 위한 준비를 해두지 않았었다.

곧장 저 공격으로부터 벗어날 방 도가 없다는 것이다.

‘저 공격을 받아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혼돈의 힘 은 모두 저 존재의 것이다.

히페리온 또한 혼돈의 힘을 다룰 수 있다고는 하나, 그 규모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같은 혼돈의 힘을 발산해봤자,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포식당해 버릴 것이다.

히페리온의 얼굴에 진한 그늘이 드리운다.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터.’

머릿속을 분주히 굴려 고뇌를 이 어나가고 있던 순간이었다.

“고맙다, 덕분에 감각을 어느 정 도 익혀낼 수 있었어.”

죽음의 사신과 같은 목소리가 귓 전을 파고들었다.

하늘로 떠올라 있는 서준의 주변 에 회색빛 기운이 터져 나온다.

“혼천마공 제3식, 잠월(K月).”

이윽고, 무덤덤한 말과 함께 세 상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오만이 아니다.

부족한 것이 없는 완벽한 준비였

수천 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올 림포스 신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연 구했고, 수련을 해왔다.

그저, 티탄 중 그 누구도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존재했을 뿐이 다.

히페리온은 잠월의 후폭풍으로 인해 회색빛으로 물들어가는 세상 속에서 절망을 머금은 실소를 홀린 다.

‘끝이군.’

분명, 눈앞의 존재는 처음 마주 했올 때는 이 정도로 강대한 힘을

다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작 몇 번의 공방을 주 고받은 것으로, 마신의 힘이 본래 제 것인 것처럼 다뤄내고 있었다.

과거, 우주를 제패했던 정복왕, 그녀조차도 이런 가파른 성장을 보 인 적이 없었다.

‘또다시 실수를 범했군.’

처음 마주했을 때, 티탄의 의견 을 합치시켜, 합심해 눈앞의 존재 를 제거해냈어야 했다.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왔지만, 이 제 와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최소한, 일곱의 티탄에게 이 존재에 대한 경고라도 해야……

간절한 마음과 달리 현실은 너무 나도 애석했다.

쿠구궁…….

하늘은 무너져 내렸고, 땅은 자 취를 감추었다.

티탄이라는 종족이 아무리 강인 하다 할지라도, 온통 혼돈으로 가 득 찬 세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일 은 없었다.

그저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뿐이었다.

“끄아아악-!”

높게 퍼지는 비명과 함께, 히페 리온의 신형이 가루가 되어 흩어져 간다.

“먹어 치워.”

마침내 서준의 명령이 내려지는 순간, 히페리온의 육신은 세상을 뒤덮고 있던 혼돈에 파묻히며 흔적 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띠링-!

[가장 거대하고 강인한 티탄, 히 페리온을 처치했습니다.]

[초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필요 경험치를 충족함에 따라 레벨이 897로 상승하였습니다]

[전투에 승리하여 히페리온이 보 유하고 있던 6개의 혼돈의 파편을 회수합니다.]

[현재 수집한 조각의 수 : 12]

[파편을 합쳐 혼돈석으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아카식 레코드가 당신의 등급을 상향 조정합니다.]

[권한 레벨이 7으로 상승합니다.]

[혼돈의 파편을 혼돈석으로 변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열 람할 수 있습니다.]

승리를 알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눈앞에 많은 메시지 창이 떠오 른다.

그중에서도 서준의 시선을 사로 잡는 것은 마지막 줄의 문구였다.

‘혼돈석.’

이른바 ‘열쇠’라고 불리는 혼돈석 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정보들을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곧장 처리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었다.

가장 먼저 서준의 시선이 향한 곳은 일곱 티탄 중 한 명이었던 크리오스였다.

허나, 다행히도 직접 개입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저런 상태라면 곧 하데스가 마무리를 짓겠네.’

멀쩡한 모습인 하데스와 달리 크리오스의 몸은 넝마짝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실제로 곧, 얼마 가지 않아 크리오스의 거대한 육신이 바닥에 쓰러

지고는 차가운 시신이 되었다.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 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서준은 고개를 돌려 티탄들, 그리고 활짝 열린 타르타로스의 문을 바라본다.

주축이라 볼 수 있는 티탄 중 한 명이 쓰러진 탓인지 티탄들은 레테 병사들의 공세에 쓰러져나가고 있었다.

레테의 병사들이 승기를 잡는 데 는 성공했지만,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타르타로스와 연결된 문을 완전 히 부순다.’

강한 결계가 둘린 청동문의 형태 로 이루어져 있었긴 했으나, 결국 원리는 다른 게이트들과 비슷했다.

본래라면 봉인해둔 티탄을 감시 하기 위하여 이렇게 차원들을 연결 해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일곱 티탄들이 모두 빠져 나간 지금 타르타로스와 차원을 연 결해둬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굳이 위험을 방치할 필요는 없 지.’

이미 수없이 해왔던 일인만큼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서준의 손에서 뻗어져 나간 기운 이 연결되어 있던 두 세계의 틈새, 타르타로스의 입구로 흘러간다.

치직, 치지직-!

주변에 둘린 결계의 잔재가 발악 하며 받아치려 하였지만 무의미한 발악에 불과하다.

혼돈의 힘이 가미된 기운들은 결 계의 잔재들을 집어치우며 길을 열 었다.

“닫아.”

서준의 명령이 내려지는 순간, 강제로 연결되어 있던 세계의 틈새

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완전히 메워졌다.

차원, 레테에는 절망과 파멸을 상징하는 곳과 같았던 타르타로스 의 입구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모습에 병사들의 입에서 함성이 터 져 나온다.

“티탄을 몰아냈다! 마신님 만세!”

“우리가 레테를 지켜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레 테의 병사들의 머리 위로 서준의 신형이 떠오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그때, 서준은 여과 없이 마신의 힘을 내뿜

어내며 읊조렸다.

“긴말하지 않겠다, 복종하고 조 아려라, 대신해서 마신의 신위를 걸고 약속하마. 나와 리벨리온 연 합은 얄팍한 올림포스 놈들과 다르 게 결단코 너희들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혼잣말과 다를 바 없이, 아주 작 게 읊조리는 말이었지만 이곳에 모 여 있는 병사들의 귓전에 울려 퍼 진다.

“너희들의 손으로 직접 선택해 라, 나를 따라 마의 세상을 펼치겠 느냐, 아니면 평생 이런 어두운 곳 에 남아있을 것이냐.”

선택이라 했지만, 답은 이미 정 해진 상황이다.

티탄을 막고 레테의 골칫거리이 자 공포의 상징이었던 타르타로스 의 문을 완전히 제거해낸 기적을 선보이고 차원의 멸망을 막아준 구 원자의 말이었다.

“번견(番犬), 케르베로스가 마의 종주이신 마신님을 알현합니다.”

“명계의 왕, 하데스가 위대한 마 신님을 받듭니다.”

이미 서준의 무력을 보았을뿐더 러, 레테의 주인인 하데스와 사령 관 케르베로스의 의견에 반박할 수

있는 병사들은 없었다.

모든 병사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소리친다.

“따르겠나이다!”

“위대한 마신께 경배를!”

한 차원을 지배하는 신격에 올랐 지만 이미 몇 번씩이나 비슷한 상

황을 겪었기에서준은 아주 능숙하게 대처를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리벨리온 연합과 레테 차 원의 동맹에 관련된 업무들도 빠른 속도로 처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정확히는, 이제는 직접 손을 써 야 할 업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수많은 차원에서 온 여러 인재가 존재했고, 몇 번씩이나 동맹을 구 축했기에 지시만 내린다면 일사천 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하데스나 서준이 직접 개입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덕분에서준은 하데스로부터 곧

장 생사부 수정에 대한 동의를 얻 어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처리됐어.’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귀중한 시 간을 허투루 보내며 놀고 있을 생 각은 없었다.

‘아직 부족해.’

상황이 좋게 흘러가서 수월할 수 있었지만, 만약 일곱 티탄이 모두 덤벼왔었다면 패배했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크로노스는 히페리온보다 더 강한 존재라 불리는 티탄이었다.

‘이런 상태로는 안 돼.’

이번 크리오스와 히페리온의 죽 음을 나머지 다섯 티탄이 인지하고 시선을 이쪽으로 돌릴 수도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남은 다섯 티탄이 합심해서 침공해오면 쉽게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생사부의 수정을 위해 명왕의 동 의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목표에 잡아먹혀서 지금 지켜야 할 것들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성장이 필요해.’

그렇다고 조바심 내는 것도 금물 이었다.

아니, 낼 필요가 없었다.

서준은 입가에 환한 미소를 그린 채로, 초록빛 홀로그램 창, 포스 시 스템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봤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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