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권 11화
286화
미소를 짓고 있는 서준을 중심으로 마기의 폭풍이 휘몰아치더니 그 안에서 육신이 마구잡이로 뒤틀리 고 꺾이고 있었다.
뿌드득, 뿌드드득.
혈맥이 크게 확장되고 체내의 모 든 단전의 넓이 역시 증폭되었다.
서준은 여태 자신의 내력이 바다 와 같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
‘기껏 해봐야 웅덩이에 불과했구 나.’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계라는 그릇을 깨자, 온전히 마신의 힘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극한에 다다랐다고 믿었던 육체 가 한층 더 강인해져간다.
동시에, 검게 물들어 있던 눈동 자가 마족의 또 다른 상징인 붉은 색으로 물들어간다.
적안을 치켜뜬 서준의 주변으로 기운이 회오리치듯이 응집되고는 다시금 폭발했다.
콰광-!
마기가 사방으로 흩날린 후, 고 요하게 잦아든다.
띵-!
[적웅이 완료되었습니다!]
[사용자의 육신에 마신의 힘이 깃듭니다.]
[전 우주가 경악합니다. 대업적, 근원의 힘을 획득했습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10,000씩 상 승합니다.]
[종족의 특성에 반인반마(半人半
魔)가 개방되었습니다.]
[이계의 신격들이 당신의 존재에 흥미를 느끼며 유심히 지켜봅니다.]
“드디어……. 완벽하게 흡수했 어.”
분명 서준은 마신의 근원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가이사의 환상이 없었다면, 평생 을 가도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끝없는 패배를 맛보았고, 그런
부족함이 너무 싫었다.
지기 싫다는 감정에 끊임없이 연 구하고 도전했다.
그리고 갈망해왔던 그 힘을, 마 침내 취해낸 것이었다.
‘이 힘이라면……
당장 맞서 싸워야 할 티탄뿐만이 아닌, 이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우 주 협회들과도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망상 따위가 아니었다.
스테이터스만 해도 자그마치 일 만씩의 상승을 보였다.
여태껏 어떠한 성장보다도 비약 적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당장에 얻은 힘 이,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서준은 시선을 초록빛 홀로그램 창으로 향했다.
[종족 : 반인반마의 적용으로 모 든 능력치에 추가 수치가 5,000만 큼 상승 중입니다.]
특이 사항 - 인간을 탈피하는 것 으로 완전한 마족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마족으로 변하게 된
다면 마기(魔氣)에 대한 추가적인 성장 보너스를 받게 됩니다, 마족 으로 탈태하시겠습니까?(Y/N)]
새로이 얻은 반인반마의 특성 덕 에 상승한 오천의 능력치.
‘반인반마라……
그리고 서준은 처음으로 종족 특 성으로 얻어낸 어드밴티지를 확인 한 이후 메시지에 주목했다.
마신의 근원을 취해낸 서준은, 인외가 되어 상위 종이 될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이를 선택한다면 당장은 빠
른 성장이 가능할 터였다.
하나 서준은 코웃음을 쳤다.
‘어차피 종족 값은 허수야.’
서준 본인이 이미 몇 번이고 증 명했다.
상위 종이라는 천사, 악마부터 종의 정점이라 불리는 용족까지 몇 번이고 깨부숴 이 자리까지 왔다.
더불어 그 강력하다는 우주 협회 의 존재들 또한 ‘인간’이었다.
‘인간이 정말 그리 나약한 종족 이라면 우주 협회의 일원들이 모두 천사나 악마 혹은 용족이었겠지.’
강한 힘을 갈망한다는 이유로 인 외라는 선택지를 고를 필요가 없다 는 것이다.
‘난 인간이야.’
무엇보다도 이제 와서 정체성 따 위를 바꾸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같은 사람인 부모님의 밑에서 태 어났고, 뭐가 되었든 인간으로서 자랐다.
설령 그것이 더 강력한 마기를 다뤄낼 수 있다고 하여도 말이다.
‘N.’
서준의 응답에, 메시지가 또 한 번 변화를 이루었다.
띠링-!
[종족: 반인반마에 유예가 발생 합니다.]
[남은 시간 - 100일.]
[시한이 지날 경우, 마신의 가호 효과가 모두 사라집니다.]
[가호가 유지되는 100일 이내에 는 언제든지 선택을 바꿀 수 있습 니다.]
완전한 마족으로 탈피하지 않았 기에 페널티가 주어졌다.
하지만 서준의 입장에서는 오히 려 달가운 편이었다.
‘백 일씩이나 유지를?’
바로 스테이터스가 하락해도 할 말 없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백 일간의 유예가 있다면, 이 육 신만 있으면 오른 능력치의 감각을 기억하고, 수련하여 쫓아갈 수 있었다.
백 일 이내에 추가 스테이터스만 큼의 성장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 이었다.
마침 이 감각을 익혀내고, 시험 하기 위한 적절한 연습 상대도 정 해져 있었다.
‘ 티탄.’
이제 변수는 존재치 않을 것이 다.
그들이 얼마나 강한 존재라 할지 라도 상관이 없었다.
폭발하듯이 힘이 넘치는 육신과 마신의 근원이 뿜어내는 내력.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경 험과 천무지체의 재능이 더해진다 면, 이 우주 내에서는 적수가 없을 것이었다.
‘아니, 그때 마주했던 우주 협회 의 감사관과 싸운다고 할지라도 쉽 사리 지지 않을 거야.’
마의 종주라 일컬어지는 마신의 압도적인 힘, 파괴로 위협을 가해 오려는 적들을 막아내고, 부숴낼 것이다.
서준의 눈동자에 자신감이 차오 르고 있던 찰나였다.
쿠구궁....
굉음과 함께 지축이 뒤흔들린다.
“시작됐나 보네.”
서준의 눈동자가 가늘어지며, 너
머를 향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뒤 에 위치한 청동문, 타르타로스의 입구에서 거친 기운의 파동이 느껴 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준은 황급히 육안에 내력을 집 중시켜 타르타로스의 입구를 막고 있는 청동문의 상태를 확인했다.
굳건했던 청동문의 곳곳에 균열 이 일어나고 있었다.
티탄들이 타르타로스의 봉인을 마침내 풀고 있는 것이었다.
부서지는 청동문을 확인한서준 은 지휘관을 비롯한 레테의 병사들 과 함께 성 바깥으로 걸음을 옮겨 타르타로스의 입구로 향했다.
쾅 쾅!
내부에서 계속해서 공격들을 퍼 붓고 있는 건지, 견고했던 청동문 은 이제 고철과 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자연스레 바깥으로 새어 나오는
티탄의 강력한 기운에서준의 눈매 가 가늘어진다.
“강하네.”
한 명, 한 명이 모두 대신에 필 적하는 힘들을 알고 있었다.
어째서 하데스가 그리도 절망하 였는지 알 수 있었다.
굳게 닫혀있어야 할 청동문의 곳 곳에 균열이 일어나더니 티탄들의 공격에 당장에라도 부서질 듯이 휘 청거 렸다.
타르타로스를 봉인하고 있는 이 문은 얼마 버티지 못할 거라는 말 이다.
그리고 봉인에서 풀려난 수십에 달하는 티탄들이 오랜 세월 감금당 한 것에 대한 분노를 가장 먼저 발 산해낼 곳은 정해져 있었다.
강력해진 힘을 시험해 볼 수 있 는 연습 대상이 제 발로 찾아온다 는 것이다.
상당히 고조되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부디, 생각했던 만큼 강하면 좋 을 것 같은데……
감각을 완전히 익힐 수 있을 정 도로 말이다.
입맛을 다시고 있는 서준의 시선
이 굉음을 토해내고 있는 청동문으로 향한다.
파괴적이면서도 강렬한 기운들이 주변에 퍼진다.
‘그래도 최우선의 목적은 방어 야.’
현재 최우선 과제는 힘을 시험하 는 것이 아닌, 레테를 지켜내는 것 이었다.
불필요한 공방을 주고받을 시간 이 없다는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은 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청동 문 올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부서진다!!”
지휘관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청동문이 끼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드디어 해방이구나!”
“티탄들이여, 비겁한 올림포스 놈들에게 심판을 내려라-!!”
무너진 청동 문 너머에서 하늘에 닿을 것 같은 거대한 덩치를 가진 티탄이 쏟아져 나오며, 레테의 병 사들을 덮치려 했다.
그러나 그를 맞이하고 있는 레테 의 병사들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다.
달려오는 티탄들을 바라보고 있 는 지휘관의 눈에서 흉흉한 빛이 홀러나오고 있었다.
“레테의 병사들이여, 패배한 망 자들에게 명계의 위엄을 보여주 자!”
“와아아-!”
지휘관의 격려에 레테의 병사들 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각자의 병장 기를 뽑아 들고 전면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레테의 병사들이 청동문 에서 쏟아져 나오는 티탄들을 마주 한다.
당장에는 백중지세(伯仲之勢), 팽 팽한 전장의 구도가 유지되는 듯했 다.
그러나 티탄은 아직도 청동문 너 머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어리석고작은 것들아, 감히 네 놈들 따위가 우리 티탄의 앞을 막 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냐.”
자신감 넘치는 말을 내뱉은 티탄 의 주먹이 휘둘러진다.
허나 레테의 병사들에 닿지는 못 했다.
가장 선봉장에서 있던, 성문을 지키던 지휘관이 그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 변환.”
뚜둑, 뚜두둑.
기괴한 소리와 함께 지휘관의 육 신이 뒤틀리고 변화한다.
어느덧 세 개의 머리와 개의 몸 통으로 변하고 있는 지휘관의 모습 을 바라보던 서준의 입에서 감탄이 홀러나온다.
“ 케르베로스?”
레테, 명계라 불리는 이곳을 상
징하는 것들이 보이지 않던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와 보니 보이지 않 던 것이 아니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애초에 하데스가 거주하고 있는 곳의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의 역할 을 맡을 수 있는 것은 ‘케르베로스’ 뿐이지 않은가?
어느덧 완연한 세 개의 머리와 지옥 불을 휘감은 번견의 모습을 한 케르베로스가 티탄의 팔을 할퀴 고, 물어뜯으며 찢어발긴다.
이렇게 처절한 전장에 직접 서
있자 케로베로스를 비롯한 레테 병 사들의 마음이 절실히 와닿았다.
차원 레테의 이들이, 전력으로 티탄과 맞서 싸우며, 자신들의 세 계를 지켜내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나만 놀고 있을 수는 없지.”
하데스와 나누었던 대화는 아무 런 사명감 없이, 허투루 내뱉은 말 이 아니었다.
저 티탄을 제거하고 테온 성, 차 원 레테를 지켜낼 것이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서준이 마음을 다잡는 순간, 때
마침 청동문의 너머에서 다시 티탄 이 쏟아져 나온다.
‘끝이 없네.’
한 명, 한 명이 웬만한 신격들과 도 필적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 계 속해서 모습을 드러낸다.
티탄을 응시하고 있던 서준이 음 흉한 미소와 함께 팔을 들어올린다.
“혹섬 (黑뼈).”
들어 올린 팔을 일(一)자로 휘두 르자 공간이 검게 물든다.
혼돈의 힘이 아닌 순수한 마기만 으로 사용한 무공, 허나 마신의 근 원을 품어낸 지금, 위력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쩌적-
실제로 서준이 휘두른 팔에 걸려 있던, 티탄의 육신이 고기 자르듯 갈라진다.
압도적인 파괴와 위용에 레테의 병사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서준 을 바라본다.
“누구?”
의문은 잠시였다.
서준이 다시 팔을 휘둘러 티탄을 소멸시키는 순간, 병사들의 입가에 는 환희가 흐르기 시작했다.
“위대한 마신께서 우리를 돕는 다!”
“우리의 땅, 레테를 지켜내자!”
압도적이라 볼 수 있는 학살에,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로 치솟는다.
그러나 고작 이 정도 승리를 만 끽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실제로 서준은 눈매를 가늘게 뜬 채로 청동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범한 티탄뿐이었어.’
올림포스 신들과 전쟁을 벌이며 신화 속에 이름을 남긴 티탄들, 진
짜 전력이라 볼 수 있는 존재들은 아직 한 명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 았다.
그렇기에서준은 계속해서 청동 문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쿠구궁-!
앞선 티탄들과는 다르게 크게 요 동치는 지축으로 인해 알 수 있었다.
‘ 온다......
앞서 온 조무래기들과 차원이 다 른 거대한 힘을 가진 티탄들이 레 테로 넘어오고 있었다.
티타노 마키아라 불렸던 신화 속 전쟁이, 비로소 다시 시작되려 하 는 것이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