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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279화 (279/517)

- 12권 9화

284화

화려했던 외관과는 달리 성 내부 는 곳곳에 보이는 희미한 불빛들을 제외하고는 시커먼 어둠만이 내려 앉아 있었다.

어둠에 몸을 웅크린 채로 경비를 서고 있는 병사들이 종종 목격됐지 만, 하데스와 함께 걷고 있는 탓에 전처럼 앞을 막아서는 이는 없었다.

덕분에 괜한 분쟁을 일으키지 않 고 여유롭게 꼭대기의 성루에 도착 할 수 있었다.

“편히 앉게.”

서준이 고개를 주억이며 근처에 놓인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는 사이, 하데스도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겨 의자에 몸을 기댔다.

“미안하네. 망자들이 거주하는 곳인 탓에 대접할 것이 없군.”

“상관없어. 대접 같은 건 나도 사양이라. 그보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서준의 기세에 하데스가 피식-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생사부를 수정할 경우 생길 여 파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 것 같으

니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네.”

명왕, 하데스가 지켜 온 규율을 어기는 것, 균형과 섭리를 어그러 뜨리는 것인 만큼 우주협회와 이계 의 신격의 표적이 될 수도 있었다.

비단 하데스뿐만이 아닌, 차원 레테가 완전히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아무 생각 없이 생사부 를 수정해 달라 할 생각은 없어.”

서준의 당당한 태도에 하데스의 눈동자에 이채가 어린다.

“합당한 대가를 치르시겠다는 말 인가?”

“얼마나 허무맹랑하든, 내가 치 를 수 있는 대가라면 치를 생각이 야.”

“그러면 조건을 제시하기에 앞서 우선 우리 레테의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지 알고 싶군.”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무 것도 모르는데.”

생사부의 수정에 명왕들의 동의 가 필요했기에 옥황에게 좌표를 물 어서 넘어왔을 뿐이다.

레테의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게 있을 리 만무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지금

레테는 멸망을 맞이하기 직전이네.”

“멸망 직전이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서준의 모습 에 하데스가 뒷말을 이어갔다.

“레테는 본래 올림포스에 소속된 차원이자, 티탄들을 봉인하고 있는 타르타로스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곳이지.”

티탄, 강력한 거인의 일족으로 올림포스의 대신들마저 위협할 정 도의 힘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티타노 마키아에서 승기 를 거둔 올림포스의 신들은 힘을 합쳐 티탄들을 타르타로스에 봉인

할 수 있었다.

본래라면 철저히 봉인되었어야 할 타르타로스 감옥의 입구에 펼쳐 진 결계가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티탄의 힘이 강력해져 결계를 부 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봉인의 주축이자 올림포스의 주 인이라 할 수 있는 제우스가 어느 날부터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버렸 기 때문이었다.

“이제 타르타로스의 봉인이 풀리 는 것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지.”

하데스가 손을 휘젓자 허공에 어

둠이 피어오르더니 거대한 청동의 문의 모습이 드러난다.

어둠이 보여주고 있는 너머의 세 계를 바라보고 있는 서준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저게 타르타로스의 입구?”

“그래, 티탄들을 봉인해놓은 곳 이지.”

“확실히 얼마 버티지 못하겠네.”

봉인이 풀린 티탄의 분노들이 가 장 먼저 향할 곳은 하데스가 거주 하고 있는 레테의 왕성이 될 것이 다.

맞서 싸울 힘이 있었다면 필사적

으로 항전을 해보겠지만 지금 올림 포스는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제우 스가 자취를 감춘 상황이었다.

“영악한 올림포스의 신들이 패배 가 확정된 싸움을 할 리가 없지.”

자조 섞인 미소를 흘린 하데스가 말을 이어간다.

“지금 나와 레테 차원은 정해진 운명과 같지. 영멸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말일세.”

“티탄과의 싸움에서 내 손을 빌 리고 싶다는 거지?”

“정확하네.”

하데스의 의중이 이해가 갔다.

생사부를 고치게 된다면 우주협 회가 쳐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완강하게 고집을 부려 규율을 지키려 한다면, 홀로 티탄들과 맞서 싸워야 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긴 하나,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이 현 명한 것이지, 어찌, 제안을 받아들 이겠는가?”

“흠……. 좋아. 하지만 추가 조건 을 제시하고 싶은데.”

“……납득 가는 것이라면 받아들 이겠네.”

말을 내뱉는 하데스의 눈동자에

는 씁쓸함이 어려 있었다.

‘이 상황이 싫겠지.’

협상 테이블에서 을의 위치에 놓 여서 끌려다니는 상황은 말할 것도 없었다.

거기에 더불어 죽음이 예정된 상 황이었다.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본능적으로라도 죽음을 꺼린다.

그렇기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을 치고 있었지만, 사실 그마저도 정해진 파멸이었다.

이런 상황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리고 나한테는 최고의 상황이 지.’

구명(救命)의 은혜는 어느 상황 에서든 가장 크게 작용할 수 있는 유대 였다.

어차피 서준은 우주 협회와의 전 쟁이 예견된 상황.

하데스 정도의 대신과 레테 차원 을 우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서준, 리벨리온 연합에도 상당한 소득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서준이 곧장 입술을 달싹인다.

“티탄들을 물리치고 난다면 레테 차원과 함께 리벨리온 연합에 가입 해.”

“올림포스 연합을 탈퇴하라는 말 인가?”

“제우스가 행방불명되어있는 지 금 이 시점에서는 어차피 허울뿐인 연합인데 망설일 필요가 있어? 더 군다나 우리는 우주 협회라는 같은 적과 싸워야 해. 여러모로 힘을 합 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보는데?”

흔쾌히 승낙할 것이라 생각했지 만, 하데스는 턱에 손을 괸 채로 한참이나 고민을 이어갔다.

“……올림포스 신들은 욕심이 많 지, 만약 우리가 티탄을 막아낸 후, 나와 레테 차원이 리벨리온 연합에 들어가게 된다면 명계에 대한 주도 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 압박을 가해올 걸세.”

“도움은 주기 싫지만 실리는 챙 기려 한다고?”

“괜히 욕심이 많다고 한 게 아니 지.”

“어이가 없네.”

분노와 같은 말을 흘리던 서준을 향해, 하데스가 씁쓸한 미소를 보 인다

“애꿎은 이들까지 괜한 일에 휘 말리고 싶게 하지는 않네, 배려는 고맙다만 조건은 수락할 수 없

하데스가 거절의 말을 건네 오려 하였지만, 서준은 황급히 그 말을 잘라낸다.

“전부 덤비라 해.”

유..2”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데스를 향 하여 서준이 확고한 믿음이 실린 말을 내뱉는다.

“리벨리온 연합에 가입한다면 내 신위를 걸고 기존 올림포스 연합뿐

만 아니라 우주 협회의 침공에서도 레테 차원을 지켜주지.”

“정말 고맙지만, 마음만 받겠네.”

서준의 진심을 의심하는 것은 아 니었다.

“내가 정말로 연합에 가입하게 된다면 레테 차원은 그대가 생각한 것처럼 힘이 되기보다는 짐이 될 테니.”

올림포스가 가해올 것은 단순한 압박이 아니었다.

최악의 경우, 올림포스의 신들이 우주 협회 혹은 이계의 신격들과 손올 잡올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주 협회는 막강 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었는데, 올 림포스의 대신들까지 합세해버린다 면 리벨리온의 입장이 상당히 난처 해질 것이다.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말이었다.

“이익적인 부분은 내가 알아서 판단해. 내 적은 우주 협회야. 그런 것들 따위, 두렵지도 않아.”

“용기와 자신감만으로 모든 일을 헤쳐 나갈 수는 없네, 그대가 우주 협회의 힘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 지 모르나, 그들은 상상 이상의 힘 을 가지고 있지.”

“걱정은 고마운데, 이미 감사관 이라는 놈을 직접 만나 보고 내린 판단이거든.”

“그렇다면 누구보다도 잘 알겠 군, 우주 협회와의 싸움만으로도 벅찰 거라는 걸 말이야.”

하데스가 너무나도 완고한 태도 를 보이고 있었지만, 서준은 물러 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물러날 이유가 없었다.

“내가 아무런 근거 없이 우주 협 회랑 싸우려고 하는 것 같아?”

피식- 미소를 홀린 서준의 몸에

서 검은 기운의 힘이 폭발하며 솟 구친다.

서준이 억지로 억누르고 있던 마 신의 힘을 온전히 개방해낸 것이었다.

“이건......

하데스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 린다.

거대하면서도 칠흑과 같은 마기, 틀림없이 모든 마(魔)의 종주라 불 리는 마신의 근원이 뿜어내는 기운 이었다.

아직 느껴지는 힘을 보아서는 체 내에 완전히 품어낸 것은 아니었지

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특히 한서준이 인간임을 생각한 다면……

마찬가지로 마의 힘을 품고 있는 대신이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무한에 가까운 적응 능력을 보이 는 인간의 특성과, 한서준이 가진 재능을 생각한다면 머지않아서 저 마신의 근원의 힘마저 품어낼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하다는 우주 협회와 이계의 신격들을 마주했을 때도 감정을 느 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마주하고 있을 뿐인데 절로 경외가 어린다.

하데스의 떨리는 눈동자를 마주 하고 있던 서준은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물음을 던져왔다.

“이래도 내가 우주 협회 따위에 질 것 같아?”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분명 우주 협회와 이계의 신격은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한서준이 그 보다 못한가?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당장으로써는 손쉽게 승 리를 점한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이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해가던 찰나, 서준의 목소리가 귓전을 파고든다.

“나를 믿고 따라라, 억압되고 구 속되어 있던 것들을 내가 모조리 부술 테니.”

현 우주는 오랜 시간 우주 협회 의 손아귀에 놓여 실험장으로써 사 용되고 있었다.

제대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억 압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이 불합리한 현실에 몇몇 이들이 반기를 들었으나 무의미한 희생을 만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인간, 아니, 마신 한서준은 다를 것이다.

마침내 억압되어 있던 이 우주의 진정한 자유를 되찾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엿보았 기 때문일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 는 기회다.’

이 자리에서 한서준의 손을 잡지 않는다면 평생을 후회할 것이다.

하데스가 결단을 내리며 고개를 주억 인다.

“나, 하데스는 당장이라도 그대 를 따르고 싶지만, 아쉽게도 레테 차원의 대표로서는 확답을 줄 수 없네.”

천마신교의 천마이자 리벨리온의 의장으로서 직접 통치를 해보았기 에 알 수 있었다.

설사 왕과 같은 존재라 할지라도 종족의 명운이 걸린 것인 만큼 무 작정으로 밀어붙인다면 반발이 생

길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지만, 그런 식으로 창설된 허울뿐인 연합을 바라지도 않았다.

“레테는 기본적으로 명계에 속한 존재들이지, 기본적으로 마를 숭배 한다는 말일세.”

이어진, 하데스의 말에서준의 입가가 호선을 그린다.

“그거 좋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 본적으로 마(魔)를 가진 존재들은 강한 무(武)를 숭상하기 마련이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가 등장

한다면 그 누구도 불만을 품지 않 고 통치를 따르려 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하데스가 내놓으 려는 묘안을 예측할 수 있었다.

“본래 조건이었던, 타르타로스의 티탄와의 싸움에서 내 힘을 증명하 라는 거지?”

서준의 눈치 빠른 말에 하데스는 피식-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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